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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피재~봇재 스크랩 9/29-30제암산(피재-골재)구간 종주-호남정맥14차
배슈맑 추천 0 조회 74 09.10.27 11:2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산행  시간표)

 9/29    22:00   신도림 출발

 9/30    03:45  피재   출발

           04;50   병무산(513.7봉 )                   2.9km                    

           06:05  용두산(551)                          2.6km                     

           07;25  367 암봉 직전 안부 

                      -아침식사,25분

           07:55  367봉                                   3.6km

           09:30   감나무재(210)                       2.4km                     

           10:55   작은산(682봉)                       2.0km   

           11:50   제암산(807)                          2.2km

           13:00  곰재(510)                              1.4km

           14:00  사자산(666)                           2.0km

           15:20  561.7봉                                 2.0km

           15:40  골재(581)                              1.2km 

           16:05  용추폭포                               1.7km

                         12시간 20분 (휴식포함)   24.0km

  (미역취..하얀 구절초..)

(9/29 22:00)  호남정맥 화순땅이 이젠 고향처럼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로 지난 주 추석 귀향길에 들리고,

또 일주일 만에 광주를 향한 호남고속도로를 달린다. 조금씩 이렇게 정나눔을 통해서 익혀가는 호남땅

밟아나가기가 내 삶에서 매우 풍요로운 한시절을 꾸며주고 있음에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남으로 남으

로 내려간 길이 어느새 호남정맥 최남단의 산길을 돌아드는 오늘 밤이 무척 설레인다.

 

우리는 스스로 잘 알지 못하는, 아니 알려고 노력도 해보지 않은 채로 남의 집 불구경하듯, 오늘과 어제

의 사건들을 흥미 위주로 전해 듣고 전해주면서 나름대로의 각색에 익숙하고 있음이 대부분이다. 이제

내가 좀더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는 내 땅의 산등성이를 두루 훑어 나가며 그 지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조금이라도 객관적인 역사의 시간들과 접할 수 있다면 대간 정맥길의 가장 큰 보람이 될 것이다.

 

우리는 오늘 신정아라는 한 여인이 유명대학 선후배의 줄거리로 엮어 낸 희대의 사건을 두고 희화화된

많은 이야기들을 생성해 내고 있다. 그 사실적인 사건의 진상이야 뭐 그리 짐작하기 어렵지도 않을진대,

과연 수많은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우리 스스로는 반성해야할 대목이 없을까..지연 학연에 얽혀진 채 조

금이나마 연결 고리가 닿는다면, 그를 이용한 배타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서 스스럼없이 발을 내밀지 않

았을까.. 그리하여 없는 학연도 만들고 싶지는 않았을까..물론 순수한 학문세계의 학맥과는 동떨어진 이

야기지만..하기사 가방끈 굵기를 혐오하는 대통령도 인사정책에서 짧은 학연을 최고 덕목으로 삼는 세상

이다 보니... 

  (첫 오름..병무산 헬기장에서  아직은 새벽이 이르다..)

(9/30  03:30) 여늬 때와는 달리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잠을 청하지도 못한 채 광주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

산행차량이 화순을 지나 곰재를 넘어 장흥 땅 장평 피재에 멈춘다.굵은 싸리나무 가로수가  보름 지난 달

빛 아래에서 산넘어 유치면 보림사로 향하는 멋진 지방도(820번)를 꾸민 채 객지 산꾼들을 반겨 맞아준

다. 지난 가지산 구간을 빼먹은 탓에 조만간에 다시 이곳으로 넘어와 9山禪門中의 迦智山門인 보림사를

탐방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03:45)남쪽 사면의 이정표를 따라 임도를 들머리 삼아 소나무 숲으로 발길을 진행한다. 산판 도로공사를

진행중인 불도저를 피하면서 왼쪽 숲 속 오르막을 향해 자유인 탐사대의 랜턴 불빛이 숨어 든다. 선답자

들의 기록상으로는 첫 봉우리인 병무산까지 잡목과 가시덩쿨로 진행에 매우 어려움을 예상하고 나섰지

만, 에상 밖으로 장흥군민들의 등산로 정비 작업이 잘 진행되어 매우 순조로운 등로를 오르게 되어 매우

감사하다. 국립관리공단 직원들의 얼차려 정신교육 현장으로 소개하고 싶다. 

 (용두산에서 마주보이는 제암산이 지척인것 같은데...)

너댓번의 작은 봉우리들을 고만고만하게 오르 내리며 잘 정비된 등로를 걸어가다 보니 선두 길찾기를 위

해 준비한 손전등 마저도 필요없을 만큼 왼쪽 장평면 마을들의 불빛들을 감상하며 편안한 트래킹을 즐기

는 기분이다. 편백나무 숲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좌우 마을들의 새벽 불빛이 추석 지난 쓸쓸함이 묻어

나오며, 잠시 분주했던 도회 자식들의 소란함이 그리운듯 정맥꾼의 발길을 따른다. 어둠 속에서 오른쪽

탐진호의 풍광을 엿볼 수 없음이 섭섭하다.(04:30)

 

첫번째 헬기장(459봉) 우회길로 들어섰다가 거꾸로 왼쪽 헬기장 정상으로 올라서니 잠시 방향이 헷갈린

다.자칫하면 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갈 상황이다. 지난 구간 별산의 짙은 운무 속에서 반데룽한 경험과도

유사한 상황이 될 수 있겠다. 다시 우회 임도로 되돌아 내려 남으로 방향을 잡으니 왼쪽 작은 봉우리를

넘어 병무산(513.7) 헬기장에 올라선다. (04;50) 잠시 휴식을 취하며 첫 워밍업을 달래는 물 한모금 마신

다. 주위는 아직도 어둠속에 묻힌 채 멀리 탐진호가 불빛에 어슴푸레 빛난다.

 

  (수인산성으로 이어지는 사자기맥의 현란함이란..) 

 

병무산 내림길은 짧게 시작되어작은 오르내림을 두어번 거쳐 10여분만에 또 다른 헬기장을 지난다. 어둠

속의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는데 현위치를 병무산으로 표기되어 있어 수정을 요한다.(511봉) 왼쪽으로

조금씩 방향을 틀면서 임도에 내려서서 또 다른 헬기장을 지나고, 제산/관한마을 임도를 건너 편안하고

짧은 오르내림을 거치면서 산죽길을 걸어 금장재(여의동/관한)에 내려서니 조금씩 밝아오는 여명을 느

끼지만, 흐린 하늘이 일출의 화려함까지는 내 놓질 않을 모양이다. 산들 바람까지 불어오는 초가을의 청

량함이 오늘  긴 시간 행군에 큰 도움이 된다.(05:48)

 

고갯길 왼쪽 숲 속으로 올라서서 된오름을 맛보며 용두산을 향하지만, 한번 더 능선 길을 밟아 다시 오르

니 무인산불 감시탑이 배경을 망친 채 용두산 표지석이 초라하니 자릴 잡은 정상에 올라선다.(06:05) 일

출을 기대하며 10여분 긴 휴식을 취해 보지만 역시 날씨가 만만치 않아 오늘 아침은 좋은 사진을 건지긴

힘들겠다. 맞은 편 남쪽 방향에 장동면을 거쳐 제암산 임금바위가 뾰족하게 솟은 채로 어서 오라 손짓한

다.금새라도 닿을듯이 매우 가깝게 보인다.

 

( 367봉 암릉길에서 층층꽃풀..)

 

 용두산정에서 긴휴식 후 두어개의 헬기장을 거치며 내림길을 밟고 456봉 만수사 갈림길에서 왼쪽 만년

리로 급히 방향을 틀어 상방이 마을 쪽 편백나무 숲을 급히 밟아 내린다. 오른쪽 만년리 마을 넘어 제암

산을 쳐다보면서 자꾸만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가면서 점점 갈길을 멀리한다.상방이 마을 하산길을 지나

왼쪽으로 오르내리며 완전히 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리니 만년리 임도에 내려선다.(07:04방이/삼정 )

 

용두산에서 날이 밝아 온뒤로 앞서 나간 선두조에게 적당한 장소에서 아침식사와 휴식을 무전으로 날린

다. 왠지 오늘 페이스가 조금 오버된 듯한 기분이다. 초반에 시간 단축을 위해 잘 정리된 용두산 오름길

을 다소 무리한 탓인가 보다. 오른쪽 장동면 마을들의 노란 볏논들을 내려다 보며 평화로운 풍요를 느낀

다.약한 오름길을 지쳐 암릉구간이 시작되고, 전망대를 지나 경치 좋은 봉우리에서 아침식사를 펼치며

휴식을 취한다.(07:25-07;50)

 

 (갑낭재 직전 마지막 봉우리를 넘으며..)

아침식사를 빵으로 때우고 한잔 막걸리 힘으로 오늘의 긴 장도를 어떻게 이어갈까 걱정스럽다. 후미 인

원 한명과 함께 천천히 367봉 급경사 오르막 암봉을 긁어 오른다. 암반에 피어있는 예쁜 보라색 꽃이 어

느 하늘 아래에서 사라져 간 K군의 누님의 넋처럼 여겨진다. 모진 인고의 세월을 딛고 척박한 땅위에 솟

아 오른 그 아름다운 생명도.. 언젠가 또 어느 세월에 어느 발길에 짓밟혀 쓰러질까 안스럽다. 험한 암릉

을 올라서니 편한 능선으로 두어번 작은 봉우리를 오르 내린다.양쪽 마을들은 저수지의 풍부한 수량 만

큼 잘 익은 벼를 노랗게 펼친 채 평화롭기 그지없다. (08:00)

 

예쁜 소나무가 있는 봉우리에서 오른쪽 남쪽으로 급히 방향을 틀어 비탈을 내려 오면서 감나무재를 지나

는 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두어고개를 넘어 왼쪽 벌목지대의 급경사를 내려선 후 다시 편백나무 숲

을 향해 잠시 오름길을 밟는다.꽤 높아 보이는 된오름을 거치며 두어개의 봉우리를 힘겹게 오르내리면

서 지루하리 만큼 긴 시간을 느끼며 감나무재 2번 국도에 내려선다. 이미 4차선 차량 전용도로에 2번을

내어주고 구도로로 한가해진 고갯길에 갑낭재(匣囊峙) 안내문이 외롭다.(09:30)

 

 (고흥반도 아래 득량,보성만이..)

 

갑낭재-감낭재-감나무재-枾木峙로 불리어지는 우리말 흐름이 흥미롭고 자연스러운 고갯길에서 20분 정

도 휴식을 취하며 선두조와 탈출조들을 챙기고 천천히 출발하려니 이제 겨우 1/2을 진행한 발걸음이 천

근이다. 아무래도 진행 간격이 너무 벌어진 것 같아 조금씩 속력을 내며 안간힘을 쏟는다.(09:50)

 

이제 본격적인 제암산 오름길을 찾아 오늘의 후반 걸음을 지쳐 나가야 한다. 이정표 뒤로 난 등로를 따라

한참을 걸으 오르니 2번국도 신도로 터널 위 시야 넓은 곳에서 장흥으로 뚫린 4차선 시원한 도로를 내려

다 본다. 이것이 진보인가... 그렇게 우리는 바삐 지나쳐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인데.. 한걸음씩 밟아 느끼

려는 나는 진정 보수인가..진실로 진보와 보수의 한계는 무엇이며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은 또 무슨 잣대

가 있어 시름없는 진전을 바랄 수 있을 것인가... 

 

 (북쪽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후반 길들..)

 (보성과 장흥을 가르는 금성산-벽옥산 지능선)

 

갑낭재를 출발하여 10여분 만에 마루금 맥길에 올라서서 오른쪽 제암산 안내 이정표를 따라 편한 걸음을

재촉한다. 호남정맥 구간에도 이렇게 가끔은 유명한 관광객 등산로를 만나 호강하는 기분이다.10여분 꽤

된오름을 지쳐 오르니 깨끗한 정자와 등나무로 단장된 쉼터를 만나고 후미대원을 따라잡는다. 이어지는

급경사 오르막에서 후미대원의 탈출에 대비한 계획을 의논하고 먼저 제암산을 향해 발길을 서두른다.

 

  (드디어 보성만 바다가 보인다..)

송전탑을 따르는 등로를 올라 망바위로 불리우는 536봉에서 드디어 득량만 바다를 훔쳐보며 지나온 북쪽

능선과 동쪽 보성읍을 넘어 순천까지 이어지는 호남정맥의 후반 길들을 지켜본다. 올해 말까지 부지런히

이어 가야할 길들이 파도처럼 밀려 온다.(10:30) 이렇게 보성강을 안고 돌아 조계산 넘어 지리산이 보이

는 백운산에 닿으면 올해 겨울도 저무는 망년의 날에 나는 또 어떤 기분으로 꺼이 꺼이 울음을 머금을까.

 

 (제암산 북쪽 오름능선)

나의 힘든 걸음마다 맺히는 피멍들이 어느 계곡자락에 닿아 발길 머무는 순간에 피로를 씻어 내듯이, 우

리네 아픈 가슴으로 살아가는 민중들의 한많은 설움들도 그렇게 어느 목적지에 닿아 씻은듯이 치유되어

민중이 주인으로 모셔지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맛볼 것인가..경쟁적 자본주의든 사회적 공산주의든 인간

이 만든 한시적인 이데올로기가 아닌  인간적인 삶을 바래는 다수의 민중들이 뜻을 펼칠 수 있는 그러한

참된 민주의 그날을 꿈꾼다. 아직도 멀어 보이는 그 길을 바라며...

 

  (제암산 오름길의 억새 능선)

망바위를 지나 산죽과 암릉이 어우러진 오름길에 올라서니 시목치 관광농원 하산길 이정표가 있는 안부

능선에서 잠시 다리 쉼을 하고 다시 10분 남짓 가파른 암릉을 디뎌 올라 작은산이라 불리우는 682봉에 올

라선다. 사방이 시원하게 조망되는 전망대에서 배낭을 내리고 긴 휴식과 감탄 속에서 모든 피로를 잊는

다.(10:55-11:10) 제암산 임금바위로 향하는 환상적인 갈대 숲길, 왼쪽 사자산 넘어 보성만 다도해, 동쪽

파도치는 정맥 산길들...아! 내 땅은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데..그 길을 걸어가는 인간의 걸음은 왜 이

렇게도 무거운지..

 

 

 (나아가야할 사자산을 미리보며..)

작은산을 내려서서 편안한 억새 바람을 스치며 임금바위로 향한다. 우람하고 멋진 자태가 왼쪽 사자산과

더불어 장흥과 보성땅을 두루 안으며 남쪽 바다로 향하는 민초의 발길을 한결 가볍게 만든다.

"깊은 산이 있어 맑은 물이 흐르고, 그처럼 마르지 않는 인심을 찾아 나선 남도 발길이

 이젠 개벽을 보려나..."(차범석-'새야 새야 파랑새야')  

 

(일림산 넘어 득량만)

부디 화순 雲住寺  千佛千塔이 잠에서 깨어나고 누워 있던 臥佛이 일어나 이 땅의 민주를 위한 개혁이 불

길처럼 타올라 민중의 아픔을 달래고 가을 갈바람에 씻은듯 상처가 아물어질 그날을 바라며 제암산 임금

바위로 향하는 암봉을 짚어 오르고, 급경사 오르막도 힘든 줄을 모른 채 사방이 탁트인 서쪽으로 휘는 능

선을 너울 너울 춤추듯 오르고 싶건만...여전히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구나.

 

 (임금바위)

임금바위가 마주보이는 암릉 급경사를 타고 오르니 이 곳 산에서 하나가 된 고인을 기리는 불망비 현판

이 암봉 한켠을 자리 잡고 있구나.."산을 그리도 좋아하다 끝내 이곳에서 산과 하나가 되고..." 언젠가

함께 걷던 벗이 있어 훗날 내 발길 닿은 곳에서 내 이름 석자 남길 저런 예쁜 비문을 얻을 수 있을래나...

(11:25)

 (사자산 미봉 넘어 보성만 )

 

 (사자산 미봉-두봉 전경)

임금바위 앞 병풍바위 삼거리에서 오른쪽 임금바위를 잠시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제암산(807)정상 표지

석이 있는 삼각점에서 긴 휴식을 취하며 후미대원을 기다린다.(11:50-12;10) 남쪽 천관산, 동쪽 영암산,

북쪽 무등산에 이르는 멋진 산야의 파노라마에 넋을 둔 채 시원한 바람을 들이킨다.(실제 높이 778.5)

어디선가 10월의 서편제 소리축제가 미리 바람을 타고 제암산을 맴돈다. 남도 판소리의 애절하고 기교

스런 멋을 간직한 채..

 (월출산)

 (천관산)

 (무등산)

 (영암 월출산에서 무등산까지 100리 파노라마..)

 (철쭉능선 너머로 보성만이..)

 

 (사자미봉까지의 철쭉능선)

 

 (제암산 정상..)

 긴 휴식을 끝내고 후미조 대원들과 함께 사자산 철쭉능선길을 향해 내림길을 밟는다. 통신시설 왼쪽으

로 헬기장을 지나고 평탄한 능선길을 걸으며 오른쪽 형제바위 아래로 장흥읍을 내려다 본다. '文林의 땅'

이라 했던가..광화문 아래 正南津을 칭하며 이 땅의 중심축으로 자부하는 보성만 바닷가에서 우리네 못

생긴 미륵불들은 어떤 연유로 불길처럼 일어나 민주의 항거를 시작했을까..동학보다도 30여년 먼저 일어

난 장흥민란은 양반이 주도한 첫 항거로서 왕조 봉건시대의 악덕 관료에 항거한 의미있는 외침으로 기록

되고 있다.

 (멀리 조계산이..)

  (형제암 앞에서)

 (올 겨울까지 걸어가야할 순천쪽 지리산 방향..) 

 (지나온 제암산 임금바위를 뒤돌아 보고..)

왼쪽 휴양림 내림길이 잘 이루어진 곰재 네거리를 지나 632봉 암봉에서 지나온 제암산 임금바위 능선과

서쪽 고흥반도를 넘어 여수쪽 남쪽 바다를 조망한다. 정맥의 남쪽 끝을 돌아 보성강을 끼고 걸어 오르면

섬진강 물줄기를 만나 저 여수가 바라다 보이는 바닷가에서 올 한해를 마무리 하며 긴 남도 길의 뜨겁고

고달팠던 걸음 걸음을 떠올리리라...함께 걸으며 의지한 벗들과 또 다시 이어갈 산하를 계획하며..(13:00)

 (여수쪽을 바라보고..)

 (득량만 넘어 순천이..)

  (곰재산 철쭉길에서)

철쭉 군락지의 높은 오솔길을 지나 제암산 철쭉제단이라 이름 붙여진 곰재산에 오르니 '철쭉평원 630m'

의 표지와 돌탑이 아담하게 꾸며져 있다.긴 철쭉 능선 길과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며 장흥으로 내려서

는 안부인 간재를 지난다. 빤히 올려다 보이는 사자산 미봉을 향해 철쭉 길 된오름을 지쳐 곰재를 출발한

후 거의 1시간 만에야 사자산 정상에 올라선다.(14:00-14:20)

 (사자산 미봉에 올라 두봉을 향하고..)

아랫 마을 장흥에서 올려다 보면 아랫쪽 頭峰은 사자의 머리형상이고, 정상을 이루는 尾峰은 사자의 꼬

리로 보인다고 하나, 이곳에서 보아도 두봉은 두봉 답고 그 긴 허리가 사자의 등처럼 휘어져 장흥읍을 내

려다 보고 있다. 이 미봉은 사자산 간재봉으로도 불리우고 있다.(660m)

 (천관산 아래 용산면 마을이..)

사자산에서 마지막 이슬이로 아픈 발을 달래며 긴 휴식과 함께 장흥 앞 바다를 내려다 본다. 건너편 천관

산 아래 용산면 마을에서 '자랏골의 슬픈노래'(송기숙)가 들리어 온다. 왕조의 끝 자락에서 민주의 시대

를 향하는 갯가의 어느 들풀이 일어나 불어 오는 바람을 맞이하려 했을까..'녹두장군'의 힘으로 일어선

힘찬 외침이 오늘 이 사자산 등줄기를 타고 큰 소리를 발하고 있는데..그 해 5월 백주 대낮에 사라진 설흔

다섯살 K군의 누님은 아직도 남도 어느 기슭에서 한많은 영혼으로 살아 구천을 떠돌고 있을까..

 

 (득량만 넘어 고흥반도가..)

 (사자산 내림길에 두봉을 다시보며 장흥읍과 월출산이..)

사자산 내림길은 매우 험한 암릉길을 이루고 직벽 로프길을 만난다.왼쪽 골치산을 향해 90도 직각으로

줄잡이를 맞으며 조심스런 하산 길을 밟는다.왼쪽 휴양림 갈림길을 지나 잠시 봉우리로 향하던 길을 벗

어나 왼쪽으로 내림길을 밟는다. 오른쪽 능선 길을 사면으로 타고 올라 산죽 길의 능선을 작은 오르내림

으로 지루하게 이어 나간다. 군데 군데 왼쪽 하산 길의 유혹을 뿌리치고 서너개의 작지 않은 봉우리를

넘어서자니 마지막 발걸음이 따갑기 시작한다.(15:20)

 

  (다음주 밤길을 맞이할 일림산을 미리 마주보고..)

왼쪽 내림길을 지쳐 골재에 내려서기 전 마주 보이는 삼비산(일림산), 골치산 능선 길을 미리 눈에 담아

본다. 일주일 후에 또 다시 이길을 올라와 밤길을 걸어 넘겠지..(15:40) 왼쪽 용추계곡으로 향하는 편안한

숲길을 걸으며 계곡 물에 신발을 신은 채로 첨벙거리니 찬물에 식은 발바닥이 한결 편안하다. 이제 남도

의 마지막 걸음 들은 이렇게 가까운 바닷가를 오른쪽에 두면서 애환 서린 섬진강을 끼고 돌면서 긴 얘기

들을 되새겨야 한다. 부디 이 아픈 걸음이 바닷가 찬물에 발 담그는 날 멀리 헤매던 그님의 영혼도 날개

를 접고 편히 잠들 수 있기를...(16:05)

 (용추폭포 아래 계곡에서 땀을 씻는다..)

 龍湫폭포 아래 맑은 물에서 오늘의 시름을 씻고, 웅치면 동고지 마을 농부들이 찐벼를 말리는 포장도로

를 조심스레 비켜 나와 다시금 화순을 거치며 장터 국밥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랜다.

머리 속에 아른 거리는 남해안 바닷가의 정경이 서울로 향하는 꿈속에서도 아른 거린다..

 

10/1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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