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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음지맥 4구간
2011.07.16 (토)
산길 : 부상고개~금강
거리 : 15.7km
구간거리
부상고개~ 7.0~당재~5.8~철봉산~2.3~금강 / 15.7km (누계 57.7km)Cartographic Length 16.5km Total Time: 08:40
철봉산에서 보는 금강
(↖ 멀리 서대산(904m), ↑ 동이면, ↗ 경부고속도로)
토요일 오후부터 비가 올 것 이라는 예보가 있으나, 마칠 때쯤에 오는 비는 오히려 고맙지 않냐며 산행을 하기로 했다. 그 예보 덕분에(!) 사모님은 오전 산행만 하고 하산을 하셨는데 결과는 비는 오지 않았지만 끝까지 같이 갔더라면 필경 예기치 않은 사단이 났지 싶다.
철봉산 오르면서 남은 기력을 다 쏟아냈는데 안부로 하염없이 떨어지고 보니 마지막 해맞이산이 장대처럼 빠딱 서있다. 끝점을 앞둔 봉우리가 아니었더라면 가차없이 우회하고 말았을 봉우리였다마는, 그 피로도가 크면 클수록 오기(傲氣)도 커진다는 법칙(?)도 새로 알았다. 나만의 법칙인지는 몰라도 고문님과 산타래님 역시 포기하지 않았으니 산꾼들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여기고 싶다. 그렇다면 여지껏 땡땡이 친거는 순전히 엄살이었다...?
기분인지 법칙인지는 몰라도 망할 넘의 오기 부리느라 해맞이봉에 올라서고는 정말로 하늘이 뱅뱅도는 자연현상까지 목격했다. 탈진이 이런거구나 혹은 심장마비가 이런데서 오는 것이구나를 진하게 체험했다. 신묘년(辛卯年) 초복 다음다음날이다.
07:30 부상고개
08:25 ×439
08:49 ×404
09:42 ×394 (쇠말봉)
10:20 △366.2
10:50 ×424 (깃대봉)
11:10 당재
11:51 ×407 (당재기지국)
12:30 △365.5m
13:42 ×343
14:12 ×447
14:50 철봉산
15:36 ×297 (해맞이산)
16:10 금강2교
‘금강휴게소 06:30’ 통보를 받고, 03:30 집을 나서느니 먼저가서 한숨자자 싶어 석달만에 한번 있는 영천문디이 모임 마치자 말자 날랐다. 네비에 금강휴게소 찍어놓고 가면서 가만 생각해보니 선두대장님의 바뀐 일정을 고려하면 당재에서 기다리는게 낫지 않겠나. 가보나마나 시끄러운 금강휴게소에서 잠이나 제대로 자겠나 싶다.
역시 사람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되는기라. 머리는 쓰라고 달려있느니. 역시나 당재 도로는 적막강산이고 금강휴게소 까지 왔다갔다하는 기름까지 절약했다. 7시 다되어 고문님 일행이 오시고 내차로 부상고개로 간다.
부상고개(270m)
부상리에서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시멘트길로 올라가면 고갯마루에는 역시 차 한 대 대놓을 공간이 있다. 준비를 하는데 아줌마 둘이 올라오더니 등산하기에 좋은 산이고 장뇌삼을 재배하고 어쩌고 한다. 장뇌삼이라는 말에 눈치가 보이는데 정작 아줌마들의 어감은 다르게 들린다.
부상고개 양쪽 다 장뇌삼을 심어놓았는데, 마을사람들은 터만 빌려주고 심은 사람들은 다 외지인들이라. 말하자면 도심 근교 주말농장쯤 될라나. 다른 동네 같으면 못가게 막고 할 장면이다만 이 동네는 그런 것이 다 이런 이유에서다. 즉, 내 물건이 아니니 관심없다는 말씀인기라.
어쨌든, 장뇌삼지역임에도 ‘잘 댕겨오시라’는 마을 주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출발한다. 서쪽 산길로 난 임도로 올라가면 경부고속도로 영동터널 위를 지나면서 장뇌삼 재배지역이다. 철책울타리를 둘러놓고 심은 사람 이름표를 걸어놨다. 매곡면 김복진, 서울 박천, 6단지 김영수... 다리만 높이 들면 타넘을 철책 너머로 빨간열매와 삼지오엽 풀이 보이긴 한다만, 다 한때의 이벤트성이었던지, 돈이 될만한 놈은 없다.
부상고개 원주민의 배웅
장뇌삼 재배단지
3지 5엽
통천문
광산터. 통천문
능선에 아주 특이한 지형을 만난다. 좁은 날등 능선 아랫부분에 좌우로 구멍이 뚫려 옆에서 보면 큰 아치형 문을 이루고 있다. 아래쪽에도 굴이 여럿 보이는데 아마도 예전에 광산터가 있었던가 싶다. 선두대장님이 위험해 보인다며 우측 아래로 우회하는 바람에 눈에 뜨였지 아무 생각없이 날등만 고수했다면 발 아래에 이런 구멍(?)이 있는지도, 다리 위로 지나가는건지도 모르고 지나가겠다.
365봉
부상고개에서 20분 걸려 비로소 첫 오름이 다한 봉이다. 뚜렷한 길을 따르면 왼쪽 사면으로 비스듬히 올라간다. 우측으로 갈림길이 보여 나는 우틀했는데 선두 일행은 계속 올라간다. 그대로 계속 가면 심천면계 능선이고 지도상 △231.1봉으로 가겠다. 지도상 표기는 231.1이나 실제 고도는 400이 넘는다. 지형도 오류다. 나는 질러 오른 셈이니 자연스레 선두가 된다.
25000도엽 '지전' 등고선을 읽어도 400m다.
우측은 그대로 부상리이고 왼쪽은 심천면 단전리다. 햇볕 한줌 들어오지 않는 무성한 숲이 주는 그늘진 시원함이 다행스러우면서도 한편 아쉬운 것은 조망이다. 당재에 이르면서 숲에서 빠져나오기 전까지 내내 산길은 짙은 수림속이라 아무것도 본게 없다.
지형도에 표기된 ×439봉 역시 조망없는 봉우리고 내려오면서 혹시나 뭐가 보일까 고개를 뽑아드니 겨우 나뭇잎 사이로 2시방향에 멀리 아파트단지가 보인다. 지도를 짚어보니 옥천군 안남면 소재지가 아닐까 싶다.
×394 (쇠말봉)
×404봉을 힘들게 오르고, 우회전 두 번하니 북향이 된다. 살짝 내려서니 희미한 갈림길이 있는 안부인데 왼쪽 아래는 후곡마을이다. 후곡마을 골짜기 능선을 ∩ 자 형태로 돌아가는 그림이라 서쪽 건너 직선으로 △366.2봉으로 질러가는 길이 없나 고개가 자꾸 왼쪽으로 기운다. 아무리 그늘이라도 바람이 없으니 땀을 주체할 수가 없다.
×394 (쇠말봉)
앉을만한 자리만 있으면 퍼질러 앉고, 앉았다하면 20분은 기본이다. ×394봉 직전에서 우측으로 용산과 청성 면계가 갈라지고 경부고속도로 영동1터널이 가깝다. 이어지는 봉우리가 쇠말봉이라는 ×394봉인데 하얀 리본에 ‘쇠말봉’이라 적어놨다. 문필봉, 재넘이 리본도 보인다. 리본 생김새들로 보아 ‘대충~ 청록파’쯤 되겠다고 우리끼리 이름을 지어봤다.
쇠말봉을 찍고는 좌회전 두 번에 남향이 된다. 우측으로 505번 도로쪽으로 내려가는 희미한 길이 보이고 왼쪽은 그대로 후곡마을이다. 후곡마을을 왼쪽에 두고 ∩ 자로 돌고 있다. 밀양박공을 지나 내려선 안부에서 능선은 곧장 가나 군경계선은 우측으로 벌어진다. 우측 금점마을로 내려갔다 다시 깃대봉으로 올라오는 군경계선이 희한하다.
밀양박공
△366.2
△366.2
발딱 선 봉우리를 이리저리 갈지자 걸음으로, 에고 에고~ 곡소리 내며 올라서니 땅위에 노출된 삼각점이 있고 대리석 돌출부는 다 문드러져 번호를 읽을 수가 없다. 또 퍼질러 앉는다.
×424(깃대봉)에 올라서면 시멘블록으로 만든 참호가 있다. 블록 위로 파란 이끼가 내려앉았다. 이런 참호는 금강2교 내려서는 봉우리까지 계속해 나온다. 우측으로 동이면을 새로 만나게 되고, 묘가 연이어 나오더니 갑자기 앞이 트이는 벌목지다. 당재 쪽이 훤하게 열리면서 당재로 오르는 505번 도로와 멀리 금강 물굽이도 보인다.
×424 (깃대봉)
×424(깃대봉) 정상부에는 문패없는 묘가 풀숲에 잠겨있다. 여기서 북쪽 군경계 능선으로 이어가면 보청천의 하구를 만나겠다. 팔음지맥이 두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로 가지않고 금강의 어중간한 중간쯤으로 가는 이유를 나름대로 짐작해 보면 북으로 보청천을, 남으로는 초강천을 가르므로,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 다른 쪽과 멀어지게 되니 크게(넓게) 봐서 보청천과 초강천을 나누는 가운데 능선으로 끝까지 이어간게 아닌가 생각한다.
남쪽 (당재 도로)
서쪽 (당재 건너 기지국)
북쪽
어젯밤을 여기서 보냈고 아침에 일어나 주위를 살피면서 동쪽 능선에서 내려오는 길을 찾아봤지만 절개지에 높게 두른 철조망으로 도무지 구멍을 찾지 못해 어느쪽이든 멀리 돌아 내려설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왼쪽으로 내려가는 임도를 택했다.
벌목을 하면서 난 산판길이 젖은데는 발이 푹푹 빠진다. 왼쪽 아래 개울에 흐르는 물이 보여 이게 웬떡이냐 싶어 배낭 벗어놓고 쪼차 내려가 머리부터 쳐박았다. 미지근 하긴 하지만 열 받은 라디에이터 식히기에는 충분하다.
당재 (280m)
505번도로 영동군 심천면과 옥천군 동이면 군계로 남쪽 아래 심천면 길현리 당재마을 이름을 따 당재가 되었나보다. 선두대장(사모님)이 여기서 산행을 끝내기로 하고 고문님 차를 여기다 두었다. 차에 있는 물이나 보충하려 했는데 고문님이 차에 시동을 걸며 타란다. 이 무슨~?
서쪽 기지국으로 올라가는 임도가 보이는데, 고문님은 언제 세밀히 관찰을 하셨는지 차로 올라가잔다. 건너편에서 내려오면서 기지국 봉우리에 난 시멘트길이 보이긴 했는데 과연 차를 올려도 될까 싶은데,
아래쪽은 흙이 깊게 파진 비포장이나 사륜으로 밀고 올라간다. 오프로드 경주에서 보듯 아래위로 크게 요동을 치며 거뜬히 올라간다. 내 차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잠깐 올라가니 비포장 임도는 남쪽으로 직진하고 우측 기지국쪽으로는 시멘트 포장이다. 웃자란 나뭇가지가 길을 반쯤이나 덮고 있지만 렉스톤 사륜탱크는 거침없이 열어 재치며 가쁜하게 올라간다.
당재 도로에서 400m 지점. 시멘트길이 끝나면서 넓은 공터가 나온다. 차를 돌리기에 충분한 공간이고 여기부터 봉우리로는 계단길이다. 공터에 앉아 점심을 먹고간다. 어제저녁 서면 충무김밥집에서 싸온 김밥에 오징어가 약간 수상타 싶었는데 오후에 철봉산 오르면서 재판을 두 판 받았다. 여름 음식은 조금만 수상타 싶으면 과감히 살처분 하는게 상책인기라.
당재
우측 파인 임도로
4륜구동으로 들이민다
임도는 직진, 기지국은 우측 포장길
밀림을 뚫고
기지국 주차장
×407m
선두대장님은 차를 몰고 내려가시고, 남자 셋이서 지맥 마무리에 나선다. 긴 계단길 오름 끝에 철문이 걸린 당재기지국이다. 문은 열려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봐야 볼일 없을테고, 우측 담장따라 돌아간다. 올라서면 407봉이다. 바위 몇 개 있을 뿐 갑갑한 봉우리다. 우틀해 지맥을 이어간다.
6분 정도 가면 425쯤 되는 봉에서 영동군계는 왼쪽으로 가고 지맥은 옥천군 이원면과 동이면계로 간다. 영동군과는 이제 바이바이다.
살짝 내렸다가 다시 오른 봉. 지도상 우측에 ×395 표기가 있는 봉인데 고문님이 어수선한 숲속에서 뭘 찾고 계신다. 나처럼 속이 안좋으신가 하고 지나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大正8年“ 이라 쓴 화강암 묘비가 있더란다. 다이쇼 8년이면 1919년인데, 설마하니 일본넘이 여기다 묘를 썼을리는 없고, 어느 골빈 조선사람 아니것나.
×407
영지 맞나? 알아야 따묵지...
통정대부 인동장공
서쪽으로 고만고만 이어지는 능선길 10분 후 발딱 고개를 쳐든 340쯤 되는 봉. 정상부는 칡넝쿨이 밀림을 이룬다. 우측으로 90도 꺾이는 봉인데, 코가 박히는 오름이 다할 즈음 거의 신품으로 보이는 스틱하나 주웠다. 앞에 가던 산타래님도 보긴 했는데 양손에 하나씩 있어 더 잡을 손이 없어 그냥두고 지났단다. 주인 찾으러 동네방네 광고할 수도 없는 일이라 일단은 접수하고, 내려가면 통정대부(通政大夫) 인동장공 어른을 만난다. 요즘으로 치면 1~2급 되는 대감마님이시다.
365.5m (△보은476)
365.5m(△보은476)
봉우리라 여기지도 못할 능선 숲속에 삼각점이다. 그나마 번호 식별이 되는 제대로 된 삼각점이다. 당재 이후로도 하늘을 보기 힘든 숲길이다. 금강의 물 냄새는 스멀스멀 나는듯도 하다만 조망도 바람도 야박하기만 하다.
×374봉에는 발밑에 보도블럭이 밟힌다. 헬기장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나 초목이 점령한지 오래다. 374봉에서 우측으로 10분 가량 내려가면 수렛길이 지나가는 안부다. 지도에는 희미한 점선 표기가 있다만 온 몸이 땀에 찌들어 골만 만나면 바람이라도 있을까 오매불망이다.
수렛길 안부
남쪽 기탄저수지와 북쪽 내촌마을을 잇는 고개로 수렛길 정도의 폭이다. 바람이 얼마나 귀한지 앉는 자리에 따라 바람이 차이가 있어 엉덩이를 이리 가져갔다가 저리 갔다대 보기도 한다. 한들거리는 바람에 도무지 땀이 식질않아 장장 30분간 퍼질러 앉았다.
이 안부를 포인트로 해서 이제 북서쪽은 끝까지 고정된다. 10분 후 ×343봉은 왼쪽 사면으로 질러가니 이리 고마운 일이 다 있나 싶다. 언뜻언뜻 나뭇잎 사이로 누런 강물이 보이기도 한다.
×447
긴 오름 끝에 이원면계에서 벗어나 북서쪽 철봉산을 향한다. 살짝 올라서면 시멘트 블록의 참호가 있는 ×447봉이다. 우측으로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가 나무사이로 보인다. 철봉산의 전위봉쯤 되는 모양인데 철봉산으로 그냥 이어지지 않고 70m쯤 내렸다 다시 올라야 된다.
말목재 (373m)
철봉산 직전 안부는 말목재란다. 그나마 바람기가 좀 있어 아래위로 홀라당 까내리고 20여분 쉬었다가 다시 20여분 용을 쓰면 철봉산 정상이다. 우측 금강휴게소 맞은편에 있는 대약사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가 있다 했는데 어디로 올라오는지 모르겠다.
철봉산
말목재. 올목재?
철봉산 (△449.5m)
정상은 헬기장이고 시야는 사방으로 막힘없다. 대기도 맑아 시계가 양호하지만 뜨거운 햇살에 노출되고, 지칠대로 지친 육신은 조망도 뒷전이다. 매 방향마다 카메라 한번씩 대주고 얼른 내려간다.
옥천과 영동이 자랑하는 명산 월이산을 마주보는가 하면 서쪽으로 이원의 명산 대성산이 조망되며 옥천의 명산 장령산이 조망되고, 그 너머 충남의 최고봉 서대산이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솟아있는가 하면 역시 옥천읍의 남부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연봉을 이루는 마성산, 삼성산, 그 너머 대전의 식장산이 조망되며 북쪽으로는 군북면의 환산이 조망된다. 옥천의 명산 모두를 주변에 모아놓은 듯 두루 조망되는 이 풍광은 철봉산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진경 아닌가.
아무리 듣기 좋은 꽃노래도 흥이 나야 따라 부르는 법이다. 만사가 귀찮고 얼른 빨리 배낭 내리고 땀에 절은 옷을 벗어 던지고 싶은 생각뿐이라.
철봉산 등산로
조령리에 이르러 철봉산은 금강을 사이에 두고 365m 봉과 동·서로 마주하면서 절경을 이루게 되는데, 옥천의 숨은 보석이었던 이곳은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전국적 명소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곳이 바로 옥천의 명승「금강유원지」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중 경관 좋기로 유명한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에서 금강유원지를 바라보자면 거의 절벽에 가까울 정도로 급하게 강으로 자락을 내린 산이 눈길을 끈다. 이 산이 바로 철봉산이며 그 험준한 산자락 아래 흐르는 금강을 막아 만든 소수력발전소는 금강유원지의 명물이다.
감입곡류하는 금강과 험준한 산세 때문에 고속도로 공사를 하면서도 금강휴게소에서 사용할 전기를 끌어 올 수 없어서 금강에 소수력발전소를 설치하기에 이르고 여분의 전기는 조령리와 인근 마을에 공급하기 시작했으니 깜깜한 강마을과 산골마을들은 금강휴게소 덕에 문명의 혜택을 보게 되었고, 산 좋아 하는 사람들은 비경을 간직한 옥천의 명산 철봉산을 쉽게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철봉산 가는 길은 소수력발전소의 댐을 이용하여 건너면 등산로 입구에 쉽게 이를 수 있다. 댐을 건너서 등산로 입구인 대약사사 가는 길을 따라 해발 449m의 정상에 오르고 해발 392m인 군위봉을 지나서 200m의 고도를 낮춘 다음 다시 100m 가량 고도를 높혀서 해발 301m 봉에 오른 다음 금강 제2교에 이르는 것이 4.6km의 철봉산 종주코스이다.
철봉산
남쪽 (대성산 - 서대산)
북동
경부고속도로, 해맞이봉
철봉산에서 미끄러지듯 급비탈을 내려가다가 잠시 솟구친 봉이 있다. 여기가 등산 안내도에 말하는 군위봉(391m)인가보다. 우측 아래로 금강휴게소가 내려다보인다. 물막이 둑인 수중보 위로 물이 넘쳐 지나다니지 못하겠다. 실제로 아침에 고문님 차 네비는 수중보 위로 길을 안내하는데 넘쳐 흐르는 물 때문에 차를 돌렸단다.
곡소리 대신 쑥쑥 소리 나게끔 떨어지는 비탈이다. 굵직한 로프가 걸려있다만 잡지 않아도 된다. 맨땅까지 떨어지는 듯 한참동안 내림질 하다가 190쯤에서 다시 하늘로 솟아 오른 봉우리 앞에서 멈춘다.
금강휴게소
물막이보, 평소에는 자동차로 건너간다
분지벌 안부
분지벌고개 (195m)
앉았다 가라는 듯 시멘블록 두 장 놓여있다. 좌우로 비교적 뚜렷한 길 흔적이 보이는데 그야말로 갈등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지도를 보니 우측으로 내려가면 도로를 따라 금강2교까지 무난하게 가겠다만... 두 발은 우향우로 향하지만 마지막 한줌 남은 봉우리 빼먹으려니 존심이 뒤틀린다. 올라가자.
몇 번을 쉬었는지 모른다. 곧추선 비탈에 쉴만한 자리가 없어 분홍색 패랭이꽃 만난 김에 쉬고, 발 앞을 지나는 벌레 살피며 쉬고, 철봉산 돌아보며 또 쉬고, 갖다 댈 꺼리만 있으면 발을 세웠다. 봉우리에 올라서니 정말로 쎄가 만발이나 빠지고, 하늘이 뱅뱅돌고, 어질어질 현기증이 난다. 혹, 이러다가 돌아가시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해맞이산(고수봉)
철봉산
×297 (해맞이산, 고수봉)
안부에서 고도는 100m에 15분 가량이나, 100m 쳐 올리는데 이리 힘든데가 있었나. 같은 비탈이라도 현재 컨디션에 따라 다른 법이다. 늘어질대로 늘어져 흐느적대는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도 않으니 한발이 만근이고 두 발은 이만근이라. 황토 흙이 드러난 봉우리에 ‘해맞이산’이라 새긴 납작한 정상석과 참호 하나 있다.
내림길은 순하다. 발 아래로 고속도로 옥천1터널이 지나가고 양쪽으로 고속도로가 가까워 차소리 요란하다. 지도상 마지막으로 표기된 ×216봉에는 대공화기라도 설치할만한 참호 시설이 있다.
금강2교 (old)
금강2교 (104m)
금강2교 위에 내려섰다. 옛 경부고속도로인 금강2교는 왕복 4차선중 한쪽 2차선은 폐쇄하고 한쪽 2차선만 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건너편 그늘에 선두대장님이 기다리고 있다.
강물이 탁하기도 하지만, 물의 시원함 보다 몇발 되진 않지만 그까지 내려가기가 싫어 그늘 아래 그대로 퍼져 버렸다. 아침에만 해도 오늘 졸업하면 다음지맥은 어딜까를 생각했는데, 삼복더위에 이런 지맥산행 계속하다가는 제명대로 못살거 같아 한달간 ‘방학’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여름엔 지맥보다는 수맥을 찾아야~”
옛고속도로
옥천의 토속음식 하면 「올갱이국」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올갱이국은 옥천의 대표 토속음식이다. 적하리는 올갱이 산지로 옥천에서도 유명하며 적하산(産) 올갱이는 옥천의 올갱이 중 상품으로 쳐준다.
강마을인 옥천군 동이면 조령리와 우산리. 이곳 사람들은 풍부한 어족자원 덕에 어부로 살아 온 사람들이 많다. 특히 피라미가 많이 잡히는데, 「도리뱅뱅이」라는 음식으로 식도락가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도리뱅뱅이는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적당히 튀긴 후 고추장과 갖은양념을 발라 비린 맛을 없애고 맛을 내는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도리뱅뱅이고 올갱이고 간에 물부터 찾아야겠다. 시원한 물에 퐁당 빠지고 싶은 생각 뿐이다. 바로 아래 금강물이 넘실대고 있지만 최근 장마로 인해 탁도가 너무 짙어 몸을 담글 엄두가 안난다.
일기예보대로 라면 오후에는 비를 맞았어야 되는데 산행 마칠 때까지 멀쩡하다가, 차를 몰고 부상고개로 넘어가는데 마른하늘에 폭우가 쏟아진다. 부상고개에 있는 차를 찾고 영동IC에서 서울로, 부산으로 째진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남상주휴게소의 샤워실을 이용했다. 샤워기로 나오는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한동안 맞았더니 온몸이 서늘해진다.
錦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