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병지맥 4구간
2010.11.14 (일)
산길 : 두타산(휴양림)~갈미봉~벗밭 안부
거리 : 13.3km
구간거리
두타산~2.2~△1340.8~4.9~불당재~4.2~갈미봉~2.0~벗밭마을 안부......13.3km
Cartographic Length 21.6km Total Time: 06:10
숙암리 접근 (트럭) Cartographic Length = 5.8km Total Time: 00:28
휴양림 탈출 Cartographic Length = 2.9km Total Time: 00:48
황병4(숙암~두타산).gpx
황병산에서 내려온 황병지맥은 두타산(박지산)을 넘고, 불당재에서 올라선 ×1270봉에서 산줄기를 둘로 나눈다. 하나는 옥갑산봉을 지나 아우라지로 떨어지고, 다른 하나는 백석봉을 지나 나전교로 내려간다. 오대천을 따르자면 나전교이고, 건너편 골지천과 조양강 합수점으로 가자면 아우라지다. 우리는 둘 다 밟아보기로 한 바라, 먼저 나전교쪽으로 간다.
강원도 첩첩산골이기도 하지만 부산에서 당일로 뛰다보니 알맞게 끊을 만한데가 없다. 지난차 두타산휴양림으로 하산한 것도 그렇고 이번구간 역시 마루금을 넘는 도로가 없다. 하기야 모래재 이후 차가 넘는 고개없이 나전교까지 26km가 되므로 산중 1박을 하지 않는 이상 어디서든 자르고 내려와야 된다. 아우라지쪽으로도 마찬가지다.
황병산 첫구간도 그랬지만 이 구간은 접근과 탈출의 용이성을 고려해 거꾸로 하기로 했다. 두타산휴양림으로 접근은, 휴양림 이용자가 아니면 출입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들어간다 하더라도 지맥까지 접근에 한시간이 더 걸린다. 거꾸로 하기로 한 것은 숙암리 마을 이장님을 통해 숙암교에서 벗밭마을 위쪽 능선까지 택배주문이 성사된 것이다.
59번국도 숙암교에서 벗밭마을까지는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어 웬만한 차는 올라갈 수 있지만 그 이상은 4륜이 아니면 불가하다. 벗밭마을에서 2km 가량되는 비포장길을 4륜구동 트럭으로 마루금까지 앉아서 올라갔으니 당일로도 가능했다. 이 트럭은 다음구간과 마지막차 불당재 오를 때도 다시 쓰기로 했다. 그동안 눈이 내리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11:15 숙암교
11:45 임도삼거리 (벗밭안부)
12:40 갈미봉
14:20 ×1,270m (아우라지 갈림봉)
14:36 △1,194.7m
15:26 △1,207.3m(H)
16:12 △1340.8m
16:35 휴양림 안부
17:25 휴양림
숙암교
부산에서 정선 접근이 쉽지않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에서 내려 38번국도, 영월지나 정선군 남면에서 59번국도로 올라가는데 이리저리 구불거리며 무려 400km가 넘는다. 부산에서 다섯시간 걸렸다. 아침먹고 출발했는데 배가 고플 지경이다.
북평면 나전교를 지나면서 내려올 구멍을 확인하고, 가리왕산 자락 오대천을 따라 올라가면 오대천을 건너는 숙암교가 나온다. 다리 건너편에 택배 트럭이 기다리고 있다. 빨간쌰쓰의 이장님(새마을지도자)이 반겨주는데 트럭상태가 영 안좋아 걱정을 했다만 막상 올라가면서 보니 이런차 아니면 도무지 올라갈만한 길이 아니다.
강원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가리왕산의 북쪽 마을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하여 가리왕산의 중봉(1,343m)에 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가 될 스키활강장이 지어질 예정이라하니, 올림픽이 유치된다면 숙암리는 다른 모습으로 변하지 않을까 싶다.
숙암(宿岩) 잘바위
삼한시대 맥국(貊國)의 갈왕(葛王 또는 加里王)이 전란을 피하여 가리왕산(加里王山)의 이 바위 아래에서 하룻밤을 유숙(留宿)하였다 하여 숙암(잘바위)라 부르게 되었다.
벗밭마을로 올라가는 길 입구에 ‘잘바위’라 새겨진 표석이 있다. 한자를 보니 그런가보다 싶은데 요즘세대. 한자와 거리가 먼 아이들은 어떻게 연결을 지을까. 벗밭은 또 뭔가 찾아보니 갈수록 기관이다. 처음 지도를 봤을 때, 우전마을과 벗밭마을이 따로인 줄 알았다.
일제시대(1915) 지도를 보면 현재 지형도의 벗밭마을 위치에 “友田(ボッバッ)”이라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괄호안에 표기된 카다카나를 읽으면 ‘벗밭’이 된다. 이는 원래 벗밭이라 불리던 이름을 한자화 하는 과정에서 ‘벗’으로 소리나는 한자가 없어, 뜻을 가져와(훈차) 벗友자에 밭田자를 보태 友田이 된 것이다.
참으로 요즘 개그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백두대간 갈전곡봉(치밭골봉)만 그런줄 알았더니 구석구석 성한데가 없다. 이런 이름들을 찾아내 바로 잡는게 진정한 ‘민족정기 회복’이 아닐까.
벗밭마을
어쨌든 고물트럭은 비탈이 급하거나 말거나 사정없이 올라간다. 숙암교에서 10분가량 올라가니 갈림길이다. 도면상 우전교라 표기되어 있는데 마을이 있다. 우측으로 5분가량 더 올라가니 고도 700m가 넘는 고랭지에 그럴싸하게 제법 규모가 있는 마을이 있다. 차에 앉은채 지나가며 주마간산격이지만 단군상이 보인다. 단군을 모시는 대종교(大宗敎)는 지리산 청학동을 비롯하여 전국 여러곳에 집단마을이 있고, 청옥산 육백마지기 오름길에 있는 ‘삼신신앙대본사’도 그런 곳이다.
벗밭마을을 지나 더 올라가면 시멘 포장은 끝이고 이제부터는 바닥 높은 4륜이 아니면 들이대지도 못하겠다. 이장님 차가 3대나 있다는데 그중에서 폐차 직전의 고물차를 끌고 나온게 이해되는 장면이다.
임도는 능선까지 올라서고, 956봉 앞에서 마루금을 만나지만 956봉을 돌아나가니 넓은 삼거리가 나오고 더 이상은 차가 진입을 못한다. 좌우측 모두 차단기로 막혀있기 때문이다. 숙암교에서 여기까지 GPS에 찍힌 거리 5.8km를 30분 걸렸고, 해발 540m를 엉덩이 가만히 붙인 채 거저먹었다.

조은택배

벗밭마을

벗밭마을 이후의 노면
임도 삼거리
임도삼거리 (931m)
편의상 벗밭마을 안부라 하자. 산불조심 깃발이 여러개 펄럭이고 임도표지석과 [108 115] 숫자가 적힌 산림청 팻말이 있다.
우측(동)으로는 임도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하나는 동쪽 건너편 상원산으로 이어지고 하나는 차랑골(한골천)로 내려간다. 왼쪽 갈미봉 아래로도 하나가 들어가니 정확하게는 4거리가 된다. 상원산쪽으로 가는 임도를 따르면 갈미봉 지난 지점에서 다시 지맥과 근접하겠다. 갈미봉 생각이 없는 사람은 임도탐구하면 될 일이다만, 임도보다는 갈미봉이다.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마다 겨우살이가 주렁주렁 달려있고 노랑색 꽃이 활짝 피었다. 겨우살이도 꽃을 피우나? ×951봉, 연이어 ×1078봉, 갈미봉까지 줄창 오름길이다.
갈미봉(葛味峰 ×1,269m)
지맥은 정상 아래 1,230쯤에서 우측 비탈로 내려간다. 리본 몇 개가 팔랑거리지만 기왕 올린거 끝까지 가보자 싶어 올라가니 거저그런 봉우리다. 능선은 헬기장이 있는 다음봉우리로 순탄하게 이어진다만 되돌아 올 일을 생각하니 다리 아프다. 퍼질러 앉고 앉은김에 밥먹고 간다. 모처럼 마눌님이 정성스레 싸준 충무김밥이다.
올라왔던길 되돌아 내려가면 급하게 100m를 순식간에 떨군다. 우측 아래로 벗밭에서 온 임도가 바짝 다가와 있고 차랑골 맨 안쪽에서 임도는 상원산쪽으로 휘돌아 나간다. 건너편 상원산쪽 비탈은 산불이 났던지 비탈 전체가 헐벗은 모습이다. 급하게 ×1,214봉 쳐 올리다가 우측사면으로 살짝 질러가면 다시 ×1,270봉 비탈이 기다린다.
×1,270m (아우라지 갈림봉)
펑퍼짐하고 넓은 정상부다. 여기서 황병산에서 내려온 지맥이 아우라지와 나전교로 갈라진다. 완만하고 편편한 능선이라 특별한 포인트라 할게 없고 나뭇가지에 막걸리병 몇 개가 꽂혀있다. 꽃피는 철에 오면 온갖 야생화가 넓은 꽃밭을 이룰만한 그런 곳이다. 북면과 북평면계가 상원산, 옥갑산봉으로 거쳐 아우라지로 이어진다.

겨우살이 꽃?


아우라지/ 나전교 분기점
1,194.7m (△433재설)
×1270봉에서 완만하게 잠깐 내려서면 도면상 ‘불당재’인데 고개라 할만한 길도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구간 아우라지로 갈 때 이곳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겠다. 그대로 올라서면 덤불 빼꼭한 정상부에 깨진 삼각점이 있고 죽은 나무기둥에는 준희님 팻말이 걸려있다.
1,194.7봉에서 200m 가량 내려가서 왼쪽으로 살짝 꺾이는데 여기서 평창군계를 만난다. 북에서 내려왔으면 평창을 벗어나는 지점인데 거꾸로 올라가다보니 평창군계를 다시 만나게 된다.
엉성한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두타산(박지산)이 보인다. 나뭇잎이 다 떨어졌으니 산의 형채라도 알아보지 여름 녹음기에 이 구간은 눈에 뵈는게 없겠다.
1,207.3m (△도암459)
헬기장. 보도블럭에 하얀 페인트칠을 새로 했다. 도색작업 한지가 불과 며칠 전이었던지 버려놓은 페인트통에는 하얀 액체가 남아있다. 오늘구간 최고의 조망대다. 북쪽으로는 두타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서로는 주왕지맥 백석산과 잠두산, 동으로 노추산, 남쪽으로는 상원산과 갈미봉 넘어 가리왕산이 다 보이는 곳이다.

△1,194.7m


△1,207.3m

두타산
다음봉인 1,242봉 북사면에는 잔설이 남아있다. 조금 남아 있는 눈이긴 하지만 올 들어 산에서 처음보는 눈이다. 내려선 안부에서는 다시 긴 오름이 기다리는데 동으로 두루봉(△1,225.2m)이 분기하는 봉우리다.
두루봉은 2km가 더 되어, 갔다 올 여력도 안된다만 1300쯤 되는 분기봉 정점까지 오르기 전에 왼편사면으로 수렛길 넓이의 길이 나있다. 이게 웬 재수냐. 마다할 내가 아니지. 마치 일부러 낸 듯한 넓은 폭의 길을 따라 올라가면 능선에 오르고 이어지는 길도 순탄하다.

(잔설)

△1,340.8m
성터 흔적처럼 돌무더기로 둘러쳐진 봉우리에 헬기장 흔적이 남아있다. [단임산] 팻말이 걸려있으나 고시지명은 아니다. 숙암리쪽 단임골 이름을 따 온지는 모르겠다만 산 이름 함부로 갖다붙일 일은 아니다. 땅끝기맥 분기봉에 있는 ‘노적봉’ 표석도 그렇고, 최근 지리산 자락에 있는 ‘석대산’에 진주 남가람라이온스클럽이 자기네들 이름을 따 ‘남가람봉’ 표석을 세웠다가 말썽이 되자 다시 철거키로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단임(丹林)
본 군 소재지에서 가장 깊은 골이다. 상원산 갈매봉 밑에 길게 2~3집씩 떨어져 있는 독가촌인데 생활은 주로 약초 채취, 토종벌, 사냥. 감자. 옥수수. 메밀. 귀리농사를 하면서 대대로 살아왔다. 이 지역은 지금도 너와집(판자). 투망(통나무)집이 있다. 마을 온 산천이 단풍나무로 뒤덮였다고 해서 단림(丹林)이라고 붙인 이름이다. 이 마을을 웃단임. 아랫단임. 밭갓단임, 웃골. 아랫골 취락이 형성되어 있는 벽촌이다.
벌써 해는 빛을 잃고 서산으로 떨어지고 있으니, 우리도 부지런히 내려가야 겠다. 좁은 날등 능선에서 나뭇가지 없는 곳을 골라 제대로 된 발왕산 그림을 하나 담았다. 잔돌이 깔린 비탈길을 이리저리 돌며 내려서면 휴양림 안부다.
두타산 휴양림 안부 [수항 4.4km]
지난번 내려왔던 곳이라 눈에 훤하다. 후미가 오기를 기다리려 했으나 잠시만에 추위를 느껴 먼저 내려간다. 휴양림에서 올라온 길인데 정작 중간임도까지는 길이 훤하고, 임도에서 아랫쪽 휴양림까지는 길이 희미하다. 도랑을 이쪽저쪽으로 건너기도 하고, 밤길이면 길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휴양림 상단 산막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버스가 맨윗쪽 산막까지 올라와 있다만, 기사 말로는 들어오는데 아주 애를 먹었단다. 휴양림 입구 매표소에 차단기를 내려놓고 버스는 절대로 들어갈 수 없다던 사람들이, 돈 2만원을 주니 언제 그랬냐는 듯 “어서오십쇼~” 하더란다.

△1,340.8m

단임산 ... ??

발왕산

휴양림 안부

임도에 잔설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