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사평 오래전부터 ‘신춘문예용 시’들이 한국시의 흐름을 왜곡시킨다는 자조적인 지적들이 있어왔다. 고차원의 메타포를 구사한다는 미명으로 빚어지는 언어 유희적 다변, 감동이 결여된 난해성 등이 그것이다. 시는 시인의 영감(Inspiration) 속에 점지되었다가 만삭이 되어 탄생된다는 다분히 자연발생적 옛 시인들의 주장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역작을 만들겠다는 의욕만 앞서 의도적으로 쥐어짜듯이 시작업에 몰두하는 일은 시간낭비의 소지가 있다. 이는 연초의 신춘시들이 한국시 흐름의 풍향계가 된다는 면에서 결코 반가운 현상은 아닌 듯싶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들 중에서 선자가 주목했던 작품은 「지팡이의 별자리」 「저장고」 「호랑나비의 겨울」 「보네스공원에서」 「그녀의 봄」 「어떤 사랑에 대해」 「자반고등어를 생각하며」 등이었고, 이들 작품 또한 수준이 비슷비슷하고 신춘문예용 시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최후까지 겨룬 작품은 「지팡이의 별자리」(양영철)와 「어떤 사랑에 대해」(이성이)였다. 이 두 작품 중에 어느 것을 뽑아들어도 나름대로의 색깔과 목소리가 분명했다. 「지팡이의 별자리」는 ‘환한 대낮, 낡은 지팡이를 촉수처럼 뻗으며, 꿈꾸듯, 긴 별자리를 이으며 온다.’에서 보듯이, 작품구성이나 참신성은 돋보였으나, 뭔가 읽고 나면 감동의 울림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어떤 사랑에 대해」는 신춘시의 외투를 벗어버린 경쾌한 스텝의 작품이다. 누구나 일상에서 한번쯤은 체험했음직한 평범한 이야기, 그러나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읽게 하는 힘, 거기에 이성이의 성깔이 있었다. 특히 마지막 처리는 여지없이 우리의 허점을 찌르는 화룡점정이다. 함께 투고한 작품들의 수준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좋은 시인으로 탄생되길 기대한다. <심사위원 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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