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paraban' 님의 '별의 목소리' 감상

[디즈^^]

** 별의 목소리 **
감 독	신카이 마코토  (음악, 성우만 제외하고 일인 제작)
제 작	2002년, MANGAZOO
음 악	天門 (텐몬)
분 류	OVA (25분)
장 르	SF + 드라마
별 점	★★★★☆
링 크	별의 목소리 공식 사이트 (일본)
[작품소개]    프레데릭 벡의 "나무를 심은 사람" 이후로 가장 놀랐던 작품이 바로 이 "별의 목소리"입니다. 작품의 내용이라든가 그런 면이 아니라 '장인정신'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면에서요. 프레데릭 벡이 "나무를 심은 사람" 때문에 한쪽눈을 실명한 사실은 무척이나 유명합니다. (물론 참 징하기도 하다..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렇게 되면서까지도 자신의 방식을 고집했던 그는 어떤 면에서 경이롭기까지 해요.    그런데 신카이 마코토도 프레데릭 벡에 못지 않습니다. 25분간의 짧은 작품이긴 하지만 3D 그래픽까지 자신이 직접 혼자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 정말 놀랐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컴퓨터로 직접 씨름한 작업이 어땠는지 약간 엿볼 수 있습니다.    2D 단편 애니메이션이야 혼자서 작업한 작품들이 꽤 많습니다만, 3D는 무척 드물죠. 단편 애니메이션에 대해선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긴 힘듭니다만, 25분짜리 작품 하나를 혼자서 온전히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는 짐작할 수 있어요. gif 애니메이션이나 플래시 무비 하나 만드는 것도 단순한 작업이 아닐진대 어련하겠습니까.    신카이 마코토의 3D 그래픽 작업도 엄청나긴 하지만 그 배경이 되는 2D 작업도 매한가지입니다. 캐릭터들의 생김새가 조금 어설픈 것 빼고는 나무랄데가 없어요.    왼쪽 그림을 보면 알수있다시피 배경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푸른 하늘, 석양, 비오는 날, 미지의 행성... 모두 뛰어난 색채감과 원근법으로 보는 이의 눈을 황홀하게 만들어 주지요.    게다가 이 "별의 목소리"의 강점은 혼자서 작업했다는 희귀성에 있지 않습니다. 일인 작업으로 이 정도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에 존경을 보낼 수는 있지만 작품 자체가 재미있지 않으면 그 노력이 반감되기 마련이죠.    그런데 이 작품은 내용에서도 심금을 울리는 면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중학교 3학년(2046년)인 나가미네 미카코와 테라오 노보루. 그 다음해 2047년 국제연합우주군의 파일럿으로 뽑힌 미카코는 외계 생명체인 타르시안을 상대로 싸우게 됩니다.    지구에서 계속 함께였더라면 사이좋은 급우에서 연인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은 이 두사람, 미카코와 노보루의 사이를 연결하는건 휴대전화의 메시지뿐.    미카코가 지구를 떠나서 태양계바깥으로 향하면서 메시지의 전송은 그들이 떨어져있는 거리에 비례해서 점점 힘들어집니다. 8.6광년이나 떨어진 시리우스 성계로 워프하기 직전에 보낸 메일은 1년이란 시간후에 노보루의 휴대전화에 도착하고, 1년만에 울린 휴대전화의 액정엔 이런 메시지가 적혀있죠. '이 메일이 도착할 무렵이면 난 시리우스에 있을꺼야. 서로간의 메일이 도착하려면 앞으로 8년 7개월이 걸리게 돼. 미안해. 있잖아, 우리들은 우주와 지상으로 헤어지게 된 연인들 같아.'    왠지 이 부분에서 울컥하더라구요. 너무 안타까워서. T_T 그리고 노보루는 더 이상 미카코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혼자서 어른이 되기로 결심하게 되죠. 2056년 24살이 된 노보루에게 8년여만에 도착한 메일은 15살의 미카코가 보낸 메시지였습니다. 온통 노이즈로 전달된 내용은 단 두줄뿐이었고 신문에서는 8년전의 리테시아 함대가 시리우스 성계에서 격침되고 단 한 대의 함선만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싣고 있어요. (과연 미카코는 살아남아 지구로 돌아왔을까?)    마지막에 두사람이 염원했던 내용은 지극히 평범한 것이라 더 눈물이 납니다. 여름날의 시원한 비라든가 가을 바람, 방과후의 고즈넉함같은 걸 '함께 느끼고 싶었다'는 것. 일상의 가운데서는 지겨운 것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너무나 중요한 경험과 추억들...인 거지요.    잃고나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는 것들이 많습니다. "별의 목소리"는 이 평범한 진실을 독특하면서도 안타깝게 그려낸 수작이예요. 기회가 닿는다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중에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4분 50초)라는 흑백 단편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이것도 무척 인상적이랍니다. 둘다 놓치면 아까운 작품이지요. ^^ (2002.6.parab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