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TV <콘서트 7080>
지난 10일 밤 KBS1TV <콘서트 7080>은 가끔 이 프로그램을 놓치고 마는 나를 반성(?)하게 해줬다.
여기서가 아니면 보기 힘든 얼굴과 노래를 보고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희은 자매, 김혜림, 록커 김종서까지...
무대는 초청된 이들 가수들의 미니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 MC 배철수의 말마따나 80년대 대학 가요제 같았다.
지난 10일 밤 방영된 <7080 콘서트>. 양희은이 모초럼 신곡과 함께 풍부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맨먼저 양희은이 나왔다. 최근 작사한 <내 나이 마흔살에는>은 내가 처음 듣는 노래. 제목을 노래 인생(시작한지) 40년이라 그렇게 붙였다고 한다.
동생 양희경이 나와 언니와 노래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듀엣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한 사람> <아름다운 것들> 등을 부르는데 평소 언니랑 자주 부르나 보다.
아직도 무대에 서면 떨린다고 말하는 양희은. 어릴 땐 뭣 모르고 겁이 없었으나 무대 공포증이 있단다.
서너번 방송에서 들은 바 있지만 믿기지 않는다. 특유의 짜랑짜랑한 톤 때문에 그런가.
그 다음 노래는 김민기 작사 <새벽길>. 김민기라 하면 <아침 이슬> <친구>밖에 난 모른다.
여러 사람의 안무와 섞어 뮤지컬로 노래하더니, '봄비를 맞으며 충무로 걸어갈 때...' 탱고풍 트로트 <봄비>를 부른다.
포크송의 전설, 양희은이 트로트라니? 잘 '매치'가 안된다 여기는데, 귀로는 하나도 어색하지 않게 들린다. 특유의 그 음색 그대로 부르건만 트로트의 '딱딱 꺾이는 맛'이 있다.
계속 불러주는 노래 <나 떠난 후에라도>도 양희은 자신이 작사한 곡.
'노래는 나의 친구였네...' 가사와 가락이 <노래는 나의 인생>이란 고(故) 박춘석씨의 곡을 떠올리게 한다.
나로선 처음 듣는 곡들을 포함해 다양한 레퍼토리가 펼쳐지는 걸로 봐선 곧 양희은의 공연이 있나 보다.
예상이 맞다. 친절한 MC 배철수가 앞으로 나와 슬쩍 암시해준다.
양희은은 요리책도 냈다고. 쉬고 싶은 기분에 시골 다니면서 자연스레 주변에서 보고 들으며 익힌 것이란다.
노래 안팎으로 의욕 찬 삶을 누리는 것 같아 부럽다.
다음 순서로 김혜림이 나왔다.
얼마만에 보는 얼굴이야!
그리고 'DDDD, DDD... 전화 다이얼 돌리는 소리...'
여전한 미모로 '다이얼로 돌리는 전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날 미소짓게 만든다. 나도 아날로그 세대인데...
잠시 자리를 떴었는데 무대엔 김종서가 마이크를 잡고 있다.
<겨울비>. 밖에는 장맛비가 내리고 있는데?
MC가 의문표를 달자, 생각 없이 그냥 들으란다.(그래. 뭐 양희은의 <봄비>도 좀 전 들었잖아.)
그리고 <그것만이 내 세상> <아름다운 구속> <여행을 떠나요>와 외국 팝 등 5곡을 숨 한번 안 고르고 연속 불러준다.
어느새 방청객들은 자리서 일어나 손뼉 치고 몸 흔들고, 흥겨운 동작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정말 이래서 좋아!'
무대 앞 그들이나 안방 TV 앞에 있는 나나 같은 생각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