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 오대산 五臺山 비로봉 毘盧峯
주 제 : 눈꽃산행
산행일 : 2015. 1. 17, 10:20 AM
산행지 : 오대산 비로봉 (1,563m)
(강원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날 씨 : 맑음, 정상 (중간 바람, -10℃)
정운인 : 49명
거 리 : 12 Km, 6시간 19분
코 스 : 상원사 – 중대 사자암 - 적멸보궁 - 비로봉
- 상왕봉 – 상원사
출발 상원사 : 10:20
간 식 : 11:45
정상 비로봉 : 13:10
상왕봉 : 14:14
도착 상원사 : 15:50 * 후미 기준 시간
중 식 : 16:39 * 산채정식
오대산 농원식당 (T 332-6738)
귀 가 : 17:30
오대산 비로봉의 눈꽃 향기에 취하다
적멸보궁에 오르는 완만한 길
나뭇가지 사이로
호령, 비로 능선의
은빛 설룡(雪龍)이 꿈틀거린다
설화 만발한 가지 사이로
하늘은 끝없이 푸르고
티없이 맑은 창공 아래
눈꽃은 마음 시리도록 하얗다
비로봉의 하늘은
푸른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상고대 활짝 핀 초목은
더없이 순결하다
비로(자나)불,
우주 만물과 뭇 생명의 어버이
푸른 하늘은 어버이의 마음
비로봉에서 흰 눈꽃으로 피어났다
푸른 하늘, 하얀 눈꽃은
내 마음이 되었고
나는 그 마음을 보배 삼아
삶을 노래한다
금번 산행은 눈꽃 산행
스패치와 아이젠을 단단히 동여매고
상원사 주차장에서 오늘의 여정을 시작한다
확 트인 대로 옆의
아름들이 전나무들이 산객들을 반긴다
음지에는 지난 눈이 제법 쌓여 있고
최근에 눈 내린 흔적은 보이질 않고
나뭇가지는 지난 가을 그대로다.
눈꽃 산행의 기대가 다소 시들해진다
날짜가 맞지 않은 건가 …….
계곡 끝에 이르러 평단 길은 끝나고
중대 사자암에 이르는 다소 가파른 길에 이르러
두툼한 겉옷을 벗어 달아오른 몸을 식히고
다소 거친 숨을 고르며 오르막 길을 오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자국을 뒤로하고
일상에 남겨둔 이일 저일 생각하며
울긋불긋 산객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나이든 노송과 전나무의 위용이 늠름하다.
저 멀리 나뭇가지 사이로
은빛 산등성가 언뜻 보인다.
산정에는 눈꽃이 피었음이 분명하다.
비로봉의 눈꽃을 상상하며
시들었던 기대를 되살린다
계단식 사자암에 잠시 눈길을 주고
한발 두발 고도를 높인다.
저 멀리 말잔등 같은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호령봉 비로봉의 능선은 밀가루 뿌린듯 뿌옇고
햇빛에 반사된 돌출 능선의 은광이 눈부시다.
길게 이어진 산등성이의 자태는
흰 설룡이 꿈틀거리듯이 역동적이다
아름들이 고목 위로 파란 하늘을 등지고
눈부신 백룡이 날아간다.
아쉽지만 적멸보궁을 비켜가는 길을 따라
눈 앞에 펼쳐질 설경을 그리며
정상 길을 재촉한다.
길은 내리막으로 향하다 오르막으로 접어든다.
완만한 오르막을 이어
산의 고도가 높아지니
갑자기
봄인 듯 가지마다 눈 봉오리가 피어나고
가는 나뭇가지들은 백발이 된 듯 하얗다
한발 한발 내딛는 발길 따라
눈 봉오리는 눈꽃으로 피어나고
가지에는 흰 새싹이 돋는다.
봄 꽃처럼 화려하고 매화처럼 순결하다.
여기는 비로봉 400미터 아래 공터
대지는 흰 눈으로 그 본색을 숨기고
바람은 기세를 잃어 고요가 감싸고
전후좌우 경관은 설화 설목의 눈꽃 천하
눈꽃 뒤로 아른거리는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데
비취 빛 하늘 아래 눈꽃은 더욱 희게 빛난다.
하늘과 땅과 하나 되어 나를 잊는다
짙푸른 창공과 새하얀 산에 취해
마음은 몽롱하고 아련한 기쁨이 솟는다.
간간히 날리는 눈보라, 정신을 수습하여
다시 못 볼 경치를 카메라에 담는다
어느 하산객의 비로봉 바람 소식을 듣고
눈꽃 정원에서 하늘을 지붕 삼아
허기진 배를 달랜다.
산중의 추위를 도수 높은 술로 쫓아버리고
다양한 음식을 서로 나누며 산중진미를 즐긴다.
식사 후의 산행은 여유롭고 나른한데
가파른 오르막 길 풍경이 발목을 잡는다
눈꽃은 더욱 소담스럽고
엿가락처럼 굵어진 흰 나뭇가지는 이제 산호가 되었다.
한 두발 디디며 다양한 자태의 눈꽃을 감상하고
머리 들어 하늘을 본다. 저렇게 파랄 수가 있을까.
오늘
하늘은 마음을 열어 푸른 마음을 보여주시고
오대산은 눈꽃 설경을 연출하여 순결한 마음을 보여주셨다.
비로자나불의 아들 딸인 인간의 마음에는
애초부터 하늘의 푸른 마음이 있고
대지의 순결한 마음이 갖추어져 있다.
어버이의 그 마음에
우리 마음 속의 그 마음이 공감한 것이다.
몽환적인 경치에 산객들의 탄성은 그치지 않고
카메라를 들어 각을 재는 손길은 바쁘다.
걸음을 멈추고 무언가를 느끼고 기억하려는 것은
이 경치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이리라.
지금의 이 절경도 우리의 기억과 사진 속에 흔적을 남기고
영원히 사라지리라.
우주간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하지 않으면 생명은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로봉 아래
사람 키의 작은 관목은
겨울 바람을 만나
거대한 백색 산호가 되었고
크고 작은 가지는
창공에 피어난 하얀 사슴 뿔
짙푸른 하늘과 흰 설화목은
청백의 조화로 신비롭다.
청과 백이 본래 한 색이었으나
청은 어진 마음이 되고
백은 의로운 마음이 되어
인간은 그 마음을 귀중히 여겨
일신의 보배로 삼는다.
푸른 창공은 나무가 되고
나무는 설화목이 되어
비로봉 아래 서 있다.
자유로운 산객이 그를 찾아 반긴다
비로봉 정상은 하얀 눈의 세상
설화목 사이,
백발의 산등성은 용솟음치며 내달리다
잠시 군데군데 산봉우리에 머물고
깊은 골짜기로 떨어져 자취를 감춘다
다시 힘차게 솟은 설용은 좌우로 수많은 계곡을 거느리고
멀리 지평선 너머로 아스라이 사라진다.
다소 강한 북풍이 비로봉 정상을 스치고
산객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비로봉 표지석과 어깨를 맞춘다.
뭉실뭉실 설화목이 춤을 춘다.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은 회색으로 아득하고
어디선가 날아든 검은 까마귀 한 마리
창공의 제트기처럼 지평선을 스친다.
마음을 추스려 하산 길에 들어선다.
산 능선 따라 눈꽃 세상은 이어지고
시간을 지켜야 하는 발걸음은 빨라진다.
상왕봉에 이르니 눈꽃은 눈 봉오리로 변해 있고
초목은 제 모습을 회복하여 산객을 배웅한다.
상왕봉 아래의 하산 길은 부실부실한 눈 길
군데군데 서있는 거구의 참나무가 압도한다.
조금 전의 설경과 설화를 음미하며
깊은 골짜기 옆, 편안한 임도로 접어 들어
하루의 일정을 정리하며 하산을 자축한다.
하늘이 있고 산이 있어 물이 흐르고
초목은 제자리를 잡아 꽃을 피우고
생명은 그 속에서
스스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정운인은
산을 사랑하고 산을 아끼며 서로를 존경한다.
넉넉한 품으로 산객을 품어주신 천지 자연에 감사드리고
산행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찾아
함께하신 정운 산인들에게 감사드린다.
산행을 기획하고 이끌어주신 임원진들께 감사드린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과 보살핌으로 오늘도 살아간다.
산채정식으로
즐거운 하루, 행복한 하루의 수고를 위로하며
술잔을 들어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세끼 밥 먹고 행복한 시간이면
극락이요 천당 아닌가
극락과 천당의 길이 결코 멀지 않다.
2015. 1. 19
태평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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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름다운 풍경에한껏 취하고행복한산행이었습니다,수고하셨고 감사드립니다.
함께한 산행 더욱 즐거웠습니다.^^
읽을수록 오대산의 선경이 자꾸 떠오르네요.
매번 갈때마다 산은 좋으나 이번 산행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네요. 주옥 같은 산행기 참 좋습니다.
설경에취해서 몇일동안 눈앞에 오대산의눈꽃이 어른그렸는데 글속에 비로봉의 모습이 떠오르내요 자~알보고갑니다 고맙습니다
여기가 바로 천당이고 극락입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과 지혜의빛이 세상을 두루 비추어 광명이 가득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산행후기에 늘 감동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와우 환상입니다.
설경도 환상이지만 산행기도 환상입니다.
늘 산행기를 읽고 있지만 정말 감동입니다...
산행 후기를 통하여 그 느낌을 회상하며 다시 한번 마음을 정리합니다.
산행에서 느끼는 감상은 모든 사람이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졸필이나 회원님들께서 함께 즐기고 공감해 주시어 용기를 얻습니다.
다음 산행기 부터는 정회원님 1분씩의 프로필도 추가하려 합니다. 많이 협조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좋은신 생각입니다,,ㅎㅎ
와우~멋지세요..^^
수고하셨습니다...감사드림니다..
님의 글솜씨는 가히 '천의무봉'
이라 할것입니다
훌륭합니다
제가 많이 배워야 될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