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전설 따라 삼천리는 작취미성의 몽롱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늘어놓아야 제 격이리라.
해서 아직 생기지도 않은 초등학교 다니는 손주를 상대로 시조에 관해 한 말씀 하련다.
<얘야! 넌 우리 박씨의 시조가 누구인지 어디서 태어났는지 알고 있니?
오! 알고 있다고?
그래! 신라의 박혁거세임금이고 알에서 태어났다지.
그럼 그 분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고 있니?
모른다고? 그럼 이 할아버지가 이야기해 주마.
박혁거세임금이 돌아가신후 천년이 지나 고려라는 나라의 일연이라는 스님이 삼국유사를 썼는데 거기에 이렇게 쓰여져 있단다.
박혁거세왕은 나라를 다스린지 61년만에 하늘로 올라갔는데 7일후에 몸이 머리와 몸통, 두 팔, 두 다리로 다섯 조각으로 나뉘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졌단다.
나라 사람들이 다섯 조각을 합쳐 장사를 지내려고 하니까 큰 뱀이 나타나 못하게 하더래.
그래서 할 수없이 다섯 조각을 따로 장사지내서 무덤을 다섯 개를 만들었단다.
이상하지 않니? 훌륭하신 임금님이 왜 하늘에서 팔 다리가 잘리는 변을 당했을까?
하늘에도 토막살인범이 있었을까?
할아버지가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 끝에 좋은 결과를 얻었단다.
그 연구결과를 너한테 일착으로 특종보도감으로 알려주마.
박혁거세께서 일흔넷이 되던 서기 4년경 신라에는 연 삼년이나 혹심한 가믐이 들었단다.
하늘에서는 비나 눈이 내리지를 않았고 땅위에서는 물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웠지.
두 해를 연다라 곡식, 과일과 채소를 심고 거두어 들이지 못해서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배고픔을 달래는 국민들이 많았단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왕이 나쁜 마음을 먹고 잘못을 많이 저질러 하늘님이 노해서 비를 내려 주시지 않는다고 왕을 원망했단다. 아들인 남해에게 자리를 물려주면 않되나 라고 말하는 신하도 있었어.
늙은 임금님은 이 가믐이 자신의 덕이 부족한 탓이라고 크게 부끄러워 하면서 왕위에서 물러날 뜻을 굳혔단다.
임금님은 자신이 건국의 아버지이니까 특별 대우를 해달라고 주장할 생각이 없었고, 백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자 했지.
그래서 단지 왕위에서 물러날 뿐만 아니라, 자기 몸을 기우제의 제물로 바치기로 결심했지.
그런데 사람몸을 제물로 바치는데 곤란한 문제가 하나 있었어.
나라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솟대가 서라벌에 동서남북과 중앙, 이렇게 다섯 군데가 있었단다.
기우제의 희생물은 갖 잡은 신선한 동물이어야 하늘님이 받아주시는데 임금님의 몸은 하나니까 하나의 몸을 가지고 차례로 돌아가면서 기우제를 드리게 되면 제물이 상하게 되지 않겠니?
그래서 임금님은 아들인 남해차차웅에게 자신이 숨을 거두면 즉시 몸을 다섯 조각으로 나누어 기우제를 다섯 곳에서 동시에 올리라고 지시하고 날카로운 칼로 자신의 심장을 찔렀단다.
아들인 남해거서간은 아버지의 다섯 조각난 몸을 제물로 기우제를 정성껏 지냈지.
그러자 그 날 밤부터 하늘이 시커멓게 구름이 몰려들더니 단비가 주룩주룩 7일간 내렸다지.
온누리가 해갈이 되자 강,개울과 연못엔 하얀 물이 그득하고 숲과 초원은 푸른 잎과 풀로 뒤덮혔고 새들이 노래하고 소와 말이 새 싹으로 배를 채웠지.
농부들은 논과 밭에서 쌀, 보리 , 콩, 조, 수수, 이걸 오곡이라 하는데 이 오곡의 종자를 땅에 뿌리고, 배추, 무우, 호박같은 채소의 씨를 밭에 심었단다.
이제 물이 풍족하니 그런 농작물들은 잘 자라서 때가 되면 수확해서 맛있게 먹을 수가 있지.
그러니 하늘에서 내린 비는 마치 곡식이 하늘에서 내린 것과 다름없을 정도였단다.
나라의 온 백성이 환호작약, 기뻐 펄쩍 뛰면서 자신을 희생하신 임금님에게 감사하는 노래를 불렀는데 그 가사는 이렇단다.
"하늘에서 단비가 내리네. 먹을 것이 내려오네. 우리 임금님 덕분이라네. 제 몸 잘라 바치신 값이라네."
이 노래가 인기곡은 아니었거던. 그래서 곧 불리워지지 않게 되고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선 노래가사도 뒤죽박죽 거의 다 잊혀져서 "하늘에서 임금님 몸이 조각나 내려오네."라는 귀절로 변해서 전해 내려오게 되었단다.
비가 그치자 임금님의 시신을 왕릉에 모시려고 하는데 큰 뱀이 따라 오더라지.
그래서 남해차차웅이 약초의 연기를 마시고 신탁, 그러니까 하늘의 말씀을 들었더란다.
신탁이 나오기를 다섯 솟대의 신들이 각자 임금님의 몸을 희생으로 받아 흡족한데 몸조각을 한데 모으면 구분이 안되니 합치지 말라는 것이었어.
너희들 피자 나누어 몫몫이 먹듯이 말이야.
그 큰 뱀은 서라벌 중앙에 있는 솟대에 있는 神明이 보낸 동물이었어. 임금님의 신체중 머리와 몸통을 제물로 받은 신이니까 제일 이해관계가 컸기 때문이지.
그래서 박혁거세왕은 다섯 왕릉으로 모시게 되었단다.
뭐? 아! 왜 그 다음 왕들중에는 몸이 조각난 분이 없느냐구?
좋은 질문이구나.
그건 임금이 되신 남해차차웅이 자기도 몸이 조각나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동서남북과 중앙에 있던 솟대들을 중앙에 다 모아서 크게 천지신명과 일월성신에게 기도하는 큰 솟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이야기가 잘 끝나가는데 어느새 와 있던 아내가 분위기를 깬다.
"그럼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통령이 책임지라고 하는 것이 박혁거세처럼 자결하고 몸을 절단하라는 뜻이에요?"
"에이! 그러기야 하겠어? 지금은 21세기라고. 헌데 당신은 왜 허락도 안받고 맘대로 도강을 하고 그래?"
앞으론 19세이상 방청금지라고 팻말을 써붇여놓아야겠다. (끝)
첫댓글 장흥 보림사에서 삼국유사를 쓴 일연이 수도하였다고 합니다.
같이 갔었으면 신라시대의 작품 구상에 도움이 되었을텐데, 아쉽네요.
아쉬울 것 없습니다. 다녀온 분들이 작품을 대신 쓰면 되니까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정통 밀양 박씨로서 verdad공에게 위 이야기는 가납할 만 합니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