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반의 스피커를 타고 나오는 힘찬 행진곡을 들으면서
교복을 입은 빡빡머리 중학생들이 삼삼오오 교문에 들어섭니다.
교련 꼰대들과 양똥 생활주임 (고양병룡 선생님, 유난히 많았던 양씨성을 가진 선생님들:
양재각 중학교 영어 담당 교장선생님, 양무석 윤리 담당 교감 선생님, 양승학 원예 선생님) 등
기율부의 살벌한 심사 관문을 통과하면
“휴-”하는 한숨소리와 함께 개구쟁이 중학생들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쭈욱 뻗은 길로 곧장 오르면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고
그 왼편으로 담장 너머 삼립빵의 추억이 있지요.
그러니까 2교시가 끝날 무렵부터 일명 ‘북아현 크림빵 대첩’은 막을 올리곤 했지요.
“저요- 저요-” 하며 십원짜리 지폐를 꼬깃꼬깃 접어서 힘껏 담 아래로 공수하면
애타는 수십초의 대기 시간 후에 빵봉지가 담벼락을 타고 절묘하게 넘어 올라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것이 바로 나의 크림빵이로구나.”
남에게 빼앗길세라 철조망 사이에 날렵한 손동작으로 가로채는 순발력.
침을 흘리며 둥그런 빵조각을 열면
아이스크림처럼 하얀 크림이 환하게 빛을 발하며
우리의 식욕을 자극합니다.
유난히 개걸스런 중학 2년생의 극성 입맛을 달래주던
그 삼립 크림빵의 달콤한 맛을 우리는 지금도 잊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그 담장은 우리들이 밀어부치던 몸무게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점차 비스듬히 쓰러져 갔고 어느날 드디어 학교 당국에서는
빵 공급로를 차단 봉쇄키로 방침을 굳히기에 이르렀던 것이었지요.
언덕 위에 붉은색 벽돌로 치장한 그 중학교 3층 건물의 복도는
그대로 효창동 럭비구장입니다.
비지땀을 뻘뻘 흘려대면서 먼지가 풀풀나는 신발 주머니를
패스로 돌려대는 바람에 최악의 스모그가 잠잘 날 없습니다.
쉬는 시간 10분을 최대한 활용해 럭비연습과
크림빵 사먹는 낙으로 살았던 시절.
1층에는 교무실과 양호실이 있었고
맨 오른편 끝에는 풍금의 건반 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음악실이 있었습니다.
우관혜 권태주 김민자 이근태 선생님이 거쳐가신 곳.
우리들 마음 속에 음악의 고향으로 자리잡은
그 곳에서 배우던 노래가 생각납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봄 처녀 제 오시네, 새 풀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중학교 1학년 변성기 섞인 우리들의 봄노래가 교정에 울려 퍼졌지요.
김민자 선생님이 새침떼기이자 신참 울보역을 단단히 치루었다면
권태주 선생님은 악명 높은 여걸이었고
이근태는 음악도의 인상을 풍겼으되 성질이 다소 괴퍅했는데
뭐니뭐니해도 우리의 우상은 수려한 외모와 날씬한 몸매를 보유한
우관혜 선생님이었습니다.
중학생들의 굴뚝같은 호기심은 여지없이 짖궂은 장난기를 유발시켰으니
그 예를 들자면 스커트 내부의 팬티가 보이도록 바닥에 거울 비추는 행위로부터
화장실 쉬 장면 훔쳐보기, 그리고 계단 밑에 매복 들어가기 등 다양했는데
항상 우리의 공격을 원만한 분위기로 타협하며 위기를 극복하셨던 그녀,
우관혜 선생님.
그녀를 뉴욕에서 동창들이 만났습니다.
지금은 뉴저지의 메다니아 교회의 성가대장으로 활동하시는
중년의 나이를 훌쩍 넘긴 그녀의 모습을 공개합니다.
지난 구정 때 동문 모임에 참석하셨던 만찬장에서
함께 찍힌 동창생들의 모습이나 그녀의 모습이나
이제 같이 늙어가는 동연배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근거리에서 보는 그녀의 외관은
아직도 싱싱(?)하다고 전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문회 파티에서 만나면 블루스 타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밴드가 나올 때 서로가 경쟁적으로 뒤질세라 손을 내밀어
춤을 청한다고 합니다.
"사모하던 스승과 함께 춤을 - " 그럴 듯 하군요.
지금 뉴욕에 눈이 내렸습니다.
60년만의 폭설이라고 합니다.
한성 중학교 교정에도 눈이 내렸을 텐데...
그 교정 복도엔 이제 신발 주머니도 아니 보이고
담장엔 삼립빵 아저씨의 모습도 찾을 수 없습니다.
또한 양똥 생활 주임 선생님도
교실에서 명창을 읊으시던 김한태 선생님의 모습도
이미 이 세상에 더이상 아니 계십니다.
다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우리들의 합창 소리.
강당에서 열렸던 합창 경연 대회 기억납니다.
가죽 피리 고김중옥 선생님의 성화와 극성.
후니쿠니 후니쿨라, 호프만의 뱃노래, 켄터키 옛집,
오 수재너. 올드 블랙 조, 스와니 강...
얼마나 지겨워하면서도 억척스럽게 연습을 해댔던지.
이제 머지 않아 봄이 오면
뉴욕의 맨하탄에도 잊혀진 한성 악동들의 합창 노래가
우관혜 선생님 반주에 맞춰 울려 퍼질 것입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꽃 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세월따라 녹슬어버린 우리들 마음도
어느새 까까머리 시절의 삼립빵 까먹던 추억을 따라
언덕 위에 풍금소리 들리는 음악실로 달려 갑니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 음악실이 그립습니다.
오늘은 우관혜 선생님,
그녀가 보고 싶은 날입니다-
사진 : 우관혜 선생님 부부의 모습
참고로 이 자료는 뉴욕의 함태용 동문이 보내온 것을 김준하가 정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상근(3-7반:샌드위치 삽)모습이 안잡혔구요. 이외에도 이수봉(3-1반:의류 도매업/메다니 교회 성가대) 김종갑(3-6반:기프트 삽) 임성부(3-1반:무역업 상담차 해외 출장 중)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진1 : 김병대 부부(3-5반:한인 커뮤니티 활동)
사진2 : 전길엽(3-6반:세탁업) 함태용 부부(3-4반 :청과 도매업)
사진2 : 남수현(3-5반:기러기 교수님)
사진3 : 최종구(3-6반:일식당) 이흥수(3-1반:신혼 신랑 적응 중)
사진4 : 전철희(3-8반:메릴랜드 거주)
사진6 : 홍인기(3-3반:태권도장) 강성국(3-4반:마켓)
참고로 뉴욕 초원교회팀은 골프실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음주에 5박6일코스로 동계 훈련차 플로리다로 전지훈련을 떠난다고 합니다. 각 선수들의 핸디(괄호안)를 파악해 보았습니다.
함태용(7) 배상근(8)) 홍인기(12) 김병대(12) 임성부(15) 전길엽(25)
골프팀에 합류를 원하는 동창은 전화 (203)952-4538 초원교회 함장로에게 연락 바랍니다.
이상 동창들의 신상 자료를 제공한 뉴욕 임성부 동창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
첫댓글 그리운 얼굴 다들 건강하시고,항상 행복하시길 .....
준하야! 옛 추억에 젖게하는 글 .... 고맙구나. 중2학년 2반 합창경연대회때 불렀던 <후니쿨라 후니쿨라>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네. 반주가 녹음된 구형녹음기(넓적한 상자모양에 음질도 더럽게 나쁜)에 맞추어 노레연습하던 생각도 나는구나. 맛있는 글 올려준 준하 자네의 천진(?)했던 미소가 그립네.....
우관혜 할머니는 언젠가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하셨을 때보다도 지금의 사진 모습이 훨씬 아름다우시더라고 엄 살이가 그러더라고 꼭 전해드려....
우관혜 선생님에 대한 글은 내가 올렸지만 이곳 LA에 있는 중이라 나도 아직 뵙질 못했네. 나도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는데 옛모습이 남아있긴 하지만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오는 얼굴 모습이네. 중학교 당시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관혜'라는 이름도 참으로 특이한 이름이었구만. 상용,부인과 함께 항상 건강하길
다들 반갑고, 준하의 글 솜씨에 옛날을 생각한다. 근데 난 울타리 넘어 크림빵은 기억에 없는 것을 보니 천상 범생이었던갑다. 우~ 나의 연인(?) 우관혜선생님 많이 늙으셨고만, 수현이는 또 언제 .. 홍길동이 따로 읍넹...
내가 고등학교만 한성을 다녀서인가 오래되어서 인가 함태용이만 알겟구마는... 함태용 옛모습 그대로구마는 ... 이렇게 창에서라도 만나서 반갑다...
야..., 김병대, 전길엽 얼마만에 보는 얼굴인가? 병대 처도 신혼일때 보곤 처음이구나. 흥수는 이민갔단 소식 들었다. 내내 건강하고 행복했음 좋겠다. 수현이는 방학 끝남 다시 올테니까 그때 대전에서 보자. 준하 정겨운 소식 고맙다. 우관혜 선생님 반갑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차렷경롓 ! 반장 목소리가 너무 작아!! 우관혜선생님의 첫만남 40년전 그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군, 사진으로 보는 병대를 비롯한 8명의 친구가 낯설지가 않군. 특히 신혼인 흥수야 깨 값을 떨어트리지 마라? 우리 친우들 두루두루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빌께.
해웅, 서로 얼굴을 대한지도 무척 오래 되었구나. 언젠가 학교 뒤운동장에 축구대회 할때 본듯. 가족들은 평안하게 지내고 있는지. 인생이란 시련과 고통을 통해서 깊이를 더한다는것을 나도 체험했다. 가정과 사업의 실패가 날 성숙시켰던것같다. 일어서서 보아라. 환한 태양빛을 보아라.자신감을 갖고 자연을 만나라.
간만에 태용,성국.철희...모습을보니 너무 반갑네! 준하의 구석 구석 친구및 은사님...들을 찾아 추억의 끈을 이어주는 옛기억-훌륭하구나 건강하고,즐거움이 항상 가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