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로 인한 국토 황폐화를 막기 위한 새로운 장묘문화인 납골묘(납골당) 제도가 전국의 문중(門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기도 연천군 중면에 전주李씨 용장공파의 문중 납골묘(본지 2001년 8월 25일자 27면)가 등장한 이후 전국 50여개 문중이 납골묘를 조성했거나 추진 중이다.
김영환(金永煥.60.회사원.광주시 북구 풍향동)씨는 지난해 12월 전남 함평군 신광면 백운리에 50기 규모의 문중 납골당을 만들었다. 金씨는 "아흔이 넘은 부모님이 먼저 문중 납골당을 만들도록 제안했다"며 "납골당을 둘러본 주변 사람 가운데는 납골당 사진과 자료를 요청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시 용탄동의 안재영(安在榮.61.사업.충주시 용탄동)씨 가족도 올해 문중 납골묘를 만들기로 했다. 安씨는 "앞으로 20~30년만 지나도 후손들이 이산 저산을 옮겨다니며 조상묘를 찾기 어려울 것 같아 가까운 거리에 납골묘를 마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해金씨 가평 규석공파(奎錫公派) 9대 종손인 김동진(金東震.73.전 고등학교장.서울 강서구 등촌동)씨는 정년퇴직 후 6년 동안 문중 어른들을 설득한 끝에 3천만원을 들여 강원도 강촌에 문중 납골당을 만들었다. 부근의 여러 산에 흩어져 있던 50여기의 조상묘를 한곳에 모아 납골당을 세우자 올해 첫 시제에 평소의 두배가 넘는 80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같은 납골묘 확산에 복잡한 행정절차가 장애가 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납골당을 세우려면 공원법.도시계획법.도로법 등에 따라 도로와 민가에서 일정 거리를 두어야 하고, 납골당 규모에 관계없이 면적도 30㎡를 넘어설 수 없도록 돼있다. 형질변경 등 관청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만만치 않다.
광주시의 김영환씨는 "관련 법규정이 많고 까다로워 네번이나 부지를 옮겨야 했다"고 말했다.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박복순(朴福順)사무총장은 "매장을 고집할 경우 10년만 지나도 묘지용 토지가 포화상태가 된다"며 "문중이나 가족 납골묘는 화장문화의 정착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