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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지맥 3구간
2016. 7. 15(금)
산길 : 갈부재~내성천(한천)
거리 : 17.1km / 06:15
갈부재~2.0~냉정산~1.4~돌고개~2.5~세아아파트~5.1~월포리고개~0.8~오백이재~1.7~고산고개~3.6~끝 / 17.1km (06:15)
있잖니껴,
우리나라에서 제일 물이 맑은 곳이 어덴지 아니껴?
바로 여기 예천잇시더
물이 글쿠로 맑다는 거를 어예 아는지 아니껴?
저러쿠러 순한 예천 사람들 눈 좀 들이다보소.
사람도 짐승도 벌개이도 땅도 나무도 풀도 허공도
마카 맑은 까닭이 다 물이 맑아서 그렇니더.
어매가 나물 씻고 아부지가 삽을 씻는 저녁이면
별들이 예천의 우물 속에서 헤엄을 친다 카대요.
우물이 뭐이껴? 대지의 눈동자 아이껴?
예천이 이 나라 땅의 눈동자 같은 우물 아이껴? (안도현詩 ‘醴泉’ )
목금 이틀 비번이라, 못다한 자구지맥 마지막 구간과 이번 일요일 못 갈 자개지맥 3구간을 해보자는 통빡을 굴려보는데, 기상청에서는 금요일에 전국적인 장마란다. 예보야 바뀔 수도 있으므로 일단 올라가보자. 예보도 그렇지만 이런 무더위에 이틀을 뛰겠나 반신반의다. 일단은 하루 해 보고 할 만하면 이틀이고, 안되면 하루만 하고 와도 그만이다.
언제나 의욕이란 놈은 나보다 앞서 나간다. 산행 마치고 택시기사한테 물어봐도 '내일은 비가 온다 카더라' 했는데 비가 오고 안오고 보다도 가시덤불에 치대고 보니 이틀은 고사하고 오늘 분량마저 때려치우고 고만둘까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솟아나더라. '제발 예보 틀리지 말아라, 내일 비 윽쑤로 퍼부어라' 고만하고 내려갈 명분만 찾아 지더라.
기대한 대로(!) 오후 늦게까지 고집불통 기상청의 구라는 한결같이 '전국적인 장마'를 고수하고 있었다. 장마 핑계를 대고 집으로 내려왔고, 다음날 아침 말짱한 하늘을 보고도 그리 욕이 안나오는 것이, 그나마 그 구라 덕분에 일찍 토낀게 몸 간수에 보탬이 되었다는 안도감이랄까...
06시 집을 나서, 놀매 쉬매 최대한 안전모드로 살살 몰아 서안동에서 빠지고 예천 들어가니 아홉시가 넘는다. 동명휴게소에서 라면 하나 사먹고 점심은 빵을 준비했다. 시내 근처니까 잘하면 식당을 만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결국은 이 빵이 점심이 되었다.
안도현 시인의 고향이 예천이다.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 내성천변이다. 미처 몰랐는데, 예천 이곳저곳에 안도현 시인의 시가 눈에 띄는 이유가 그거다.
09:30 갈부재
09:50 28번국도
10:12 냉정산(△191.6m)
10:27 용화사도로
10:44 돌고개
11:06 남산 갈림
11:27 세아아파트
11:50 34번국도
12:25 시멘트길 고개
13:37 월포리 고개
13:56 오백이재
14:27 △161.8m
15:34 고지고개
16:15 담암리
갈부재
갈부재 (140m)
경북 예천군 예천읍 우계리. 마을회관 앞에 [광대원] 표석이 있길래 물어봐도 우계리의 옛이름이라는 것 뿐 더 이상의 내력은 모른단다. 예전에 역이나 원이 있었던지 모르겠다. 택시기사한테 갈부재라 하니 못 알아듣는다만, 다음 지도에도 검색이 되는 갈부재다.
정면 비탈을 피해 왼편으로 올라가는 수렛길을 따라 마루금에 올라서고, 180쯤 되는 첫봉에서 근심을 내려놨다. 올라오면서 동명휴게소에서 근심보따리를 한 번 풀었었는데 그걸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라, 남은거 마저 풀어내고 나니 몸이 아주 가벼워졌다.
28번국도
28번국도
국도 갓길로 떨어졌는데, 달리는 차의 속도가 100은 더 되어보여 무단횡단은 엄두가 안난다.
왼쪽 아래로 내려가 굴다리를 통해 안전하게 지났다.
도로 건너편 마루금 능선 초입에는 농가 한 채 있는데 개들이 요란스레 떠들어 우측 밭을 따라 들어가니 일하던 아주머니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야 이눔들아,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나 떠드냐~"
남 뭐라할거 없이, 삼복날에 이런 산줄기 타러 여기까지 온 나도 정상이 아닌거는 마찬가지네.
울진임씨 납골묘를 통해 마루금에 올라서고, 201.9봉 부터 아주 조은 길이 우측에서 올라온다.
이만한 길이라면 삼박사일인들 못가겠나마는, 이 길은 냉정산 앞뒤로만 있는 등산로다.
그러고보니 201.9봉이 오늘 최고봉이 된다. 이런 야산지대에 최고봉이 무슨 의미가 있냐만, 수치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냉정산 등산로 (×201.9m)
냉정산 (191.6m △예천427)
냉정산(191.6m △예천427)
삼각점은 퍼렇게 녹이 쓸었지만 지리원에 찾아보니 <예천427번>으로 현재 운용중인 삼각점이다. 지맥꾼들 몇몇이 다녀갔음을 증명하는 리본이 걸려있을 뿐, 생각없이 지나가면 냉정산인지 알아 보지도 못하겠다.
冷井이란 이름을 보면 주변에 찬물샘이 있는 모양이다. 용화사 일주문 현판이 [냉정산 용화사]인데 찬샘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신산경표를 따라서...]
'산경표를 따라서', '산경표 따르기', '산경표'를 어찌한다는 문구는 많이 봤다만, '신산경표'는 처음 본다.
박성태선배님께 사진을 보냈더니, 아는 분이라면서 아주 열렬한 신산경표 팬이란다.
그렇다고 산경표와 신산경표가 따로 존재하는 별개의 책은 아니다. 누구는 신산경표가 산경표를 왜곡했느니, 훼손했느니 말들을 한다마는 이는 신산경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이라 안타깝기 그지없다. 신산경표의 모든 내용은 산경표에 근원을 두고 있다.
다만, 산경표가 대동여지도의 축척 20만분의 1 지도라면, 신산경표는 현재 국토지리원 발행 1/25,000 상세지도인 셈이다. 산경표는 1700년대 당시의 과학과 지식 수준을 바탕으로 해서 작성된 문서이고, 신산경표는 21C 현재의 지리정보가 바탕이 되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 옛날 시대적인 상황으로, 의도했거나 혹은 불식했거나 산경표의 일부 애매모호한 부분을 수정 보완한 것이 신산경표다.
누가 나더러, "당신, 어디서 왔느냐" 물었을 때,
"부산서 왔습니다" 하면 산경표식 표현이고,
"부산시 진구 전포동에서 왔습니다"는 신산경표식 표현이라.
어느게 옳고 어느게 그르단 말인가?
냉정산 전후로는 일반등산로 수준이다
공설운동장
우측으로 예천공설운동장이 보인다. 에드블룬을 띄워놨는데, 곤충박람회 준비 중이다.
그 우측으로는 예천군청 뒷산인 흑응산(217.3m), 정자도 보인다.
흑응산(217.3m)
용화사도로
우측은 공설운동장, 왼쪽으로 용화사 건물이 보이는데 꽤 큰 규모다.
둘이놀기
용화사
왼쪽 옥밖골마을과 옥밖골지가 보이고, 정면은 밭인데 울타리를 쓰고 버린 플랭카드로 둘러놨다.
타 넘어 들어가려다가 밭에 일하는 아줌마가 보여, 왼쪽 아래로 돌아 내려가니 우측에서 올라 온 시멘포장 임도가 끝나는 고개다
들깨밭 갓길을 따라 노란 수조통을 보고 올라간다. 수조 주위로 도라지꽃이 만개했고, 고구마도 꽃을 피웠다.
수조통에서 왼쪽으로 가다보니 트랙에서 벗어난다. 돌아와 수조통을 그대로 넘어가니 고구마밭이 가로질러 밟고 지나기가 애매하다
이리저리 돌아 내려가니 4차선 대로에 떨어진다
옥밖골
도라지
지맥 마루금에 등대 역할을 하는 수조통
하나 넘으면, 도로가 반복된다.
돌고개
돌고개 (110m)
예천읍에서 보문면으로 가는 928번도로. [돌고개자원]이라는 간판에 고개 지명이 남아있다, 재활용품 수거장인 모양이다.
건너편 기왓집 우측 길로 올라가 산길로 들었다.
예천읍 주변을 맴돌고 있다
무연고삼각점
풀숲에 박혀있는데, 지도에도 없고 지리원에 찾아봐도 검색이 안된다.
세아아파트가 보인다
무심코 능선을 따라 가다보니 아니다. 남동이 아니고 남서로 내려가야 된다. 고구마밭을 가로질러 건너편 망부석있는 묘를 보고 올라간다. 학생흥해배공묘에서 예천읍이 보이고 세아아파트가 보인다. 세아아파트는 주변에 높은게 없어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데, 아침에 안동에서 들어오면서 국도에서도 보이더라.
여기서 서쪽으로 남산(121.1m)이 갈라지는데, 남산은 시내 공원으로 조성된 산이고 왕복하면 1km 정도 되겠다.
큰 도로 건너편이라 생략한다.
들깨밭을 가로질러,
예천중학교 고개
건너편 밭에는 호박을 수확해 큰 마대자루에 담아놨다
남부초등학교
학가산
묘터에 올라서면 서쪽 바로 아래 예천남부초등학교, 동쪽 멀리 학가산이 보인다.
하늘에 전투기가 지나가는지 보이지는 않고 소리 요란하다. 국사지맥 하면서 예천비행장을 빙 돌아 갔었는데 여기서 불과 7km 거리다. 밀양이냐 가덕이냐를 두고 신공항을 선정할 때, 비행기 소음이 하나의 이슈가 되었었는데 여기야 하루에 몇 대 안되니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꼭두새벽부터 5~10분 간격으로 땅을 박차고 오르는 그 소음에 시달리는 김해사람들의 그 넌더리를,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이제야 모두 '나가리' 되었지만, 내륙에 비행장을 그것도 국제공항을 만든다는 자체가 넌센스다. 밀양 유치론자들, 한 이틀만 김해 돗대산 아래로 와서 살아보지. 밀양 운운 소리가 나오는지.
참으로 한심한 바는, 대구 사람들이 밀양 유치를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어 댄 이유가, 정작 밀양 보다는 대구 동촌에 있는 K2 비행장을 들어 내려는데 있었다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들깨밭 수로를 따라 나가니 시멘포장 농로로 이어지고 세아아파트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아스팔트 도로에 내려서니 도덕골로 들어가는 도로다. 우측 멀리 세아아파트를 바라보고, 점심 때가 되니 배꼽시계 울어댄다. 어디 식당이나 있을까 그냥 길을 따라 가보기로 한다.
지맥 마루금은 세아아파트 동쪽 능선이다만, 서쪽으로 가는 도로는 세아아파트 정문을 지나게 된다. 아롱다롱어린이집을 지나 사거리에 이르면, 유효사거리 안에 보이는거라고는 부동산, 무슨개발 간판 뿐이고, 세아아파트 정문에도 매점 같이 생긴게 없다.
세아아파트
배가 고파 그런지 계란후라이로 보인다.(개망초)
세아아파트로 간다
심심한데 은행이나 털어보까...
읍내도로지만, 변두리라.
세아아파트 정문
편도 6차선의 넓은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살펴보지만, 식당 간판은 보이지 않고 건너편 주유소에 들어가 물어보니 중국집 배달이 오긴 오는데, 한 그릇 보고 오겠나 한다. 그리고는 바로 저 아래(동)로 넘어가면 차정비소 뒤에 식당이 하나 있다며 친절을 베푸는데, 그 친절에 감사하며 가보니, 바로 아래가 아니라 허벌나게 아래라, 마루금에서 너무 멀어져 포기하고 맥을 이어간다. 아마도 식당은 34번국도를 만나는 교차로 부근까지 가야 있을 모양이다
경북선 육교
경북선
도로 아래로 경북선 철로가 지나간다. 도로를 건너 농협쌀 저장고 옆 땅콩밭을 통해 산으로 올라갔다.
또 한 봉우리 넘어 내려가니 [타조, 오소리농장] 간판 앞으로 나가고 바로 앞은 철조망 울타리가 쳐진 34번국도다
농협쌀 저장고에 붙은 광고
안도현 시인의 표현대로라면 '예천 벌개이 잔치'
예천 타조농장
예천에서 안동으로 나가는 34번국도.
아침에 서안동IC 내려 여기로 지나왔고 마치고 나갈 때도 이 고개를 넘었다. 높은 울타리라 넘을 수도 없고, 설사 넘는다 하더라도 교통량을 볼 때, 무단횡단은 불가하다. 좌우 어디든 돌아가야 하는 장면인데 우측으로 조금 나가 살펴보니 길은 보이지 않고, 왼쪽이 답이다
왼쪽(동)으로 150m 내려오니 굴다리가 있어 안전하게 도로를 건너갈 수가 있다, 건너편의 높은 창고형 건물은 쓰레기 처리장이다. 꾸리한 냄새가 난다 했더니 여기서 나는 거였네. 우측으로 돌아 올라가 능선에 서니 바람이 시원하다. 모처럼 만나는 바람이라, 윗도리 벗어놓고 앉고, 앉은 김에 점심을 먹고 간다. 식당을 못 만나는 바람에 오늘도 점심은 american style - 양식이다.
34번국도 / 멀리 학가산
점심은 양식, american style...
어느 american이 이래 묵더노?
[예천군 순환매립장] 후문 앞을 지나 다시 산길로,
딸기도 귀찮다
가족 묘 (평장묘)
넓직하게 자리를 준비했다만, 비석 서너개 놓고는 끝이다.
왼쪽 빈 자리에 들어 올 비석 있겠나?
물컹거리는 바닥
망초밭을 휘저으며 올라가 봉우리 하나 넘으니 우측에 벌건 흙이 드러난 개활지라 얼씨구나 내려갔는데,
바닥에 비닐이 깔려있고 땅이 물컹 물컹 밟힌다. 체중이 더 나가면 늪 처럼 빠질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거 혹시 돼지 살처분한거 갖다 묻은거 아녀?
골프연습장과 학가산
멀어지는 세아아파트
시멘트길 고개
수렛길을 따라 올라간다. 길 양편에 심은 호박이 넝쿨을 뻗어 내는데, 이쪽은 저쪽으로, 저쪽에서는 이쪽으로 서로 마주보며 넝쿨을 뻗어낸다. 호박은 아직은 내 주먹 만한 크기다.
수렛길 끝까지 올라가니 처사 김해김공영구에서 끝나고 뒤편 산길이다
세아아파트가, 오전에 처음 봤을 때 거리만큼 멀어졌다
종미마을 고갯길
오른쪽 종미마을에서 올라 온 고갯길인데, 아래로 굴을 뚫고 있다. 이렇게 외진 산길 고개에 터널을 뚫는 이유가 뭔지 아리쏭하다만, 우리한테는 절개지로 깎는거 보다야 훨씬 나은 일 아닌가. 안도현 시인의 고향인 호명면계를 만난다.
그런데, 이 후 186봉 오름부터 고난의 길이 시작된다. 여지껏 풀숲에 치댄거는 일도 아니고, 아까시아 나무가 밀림을 이루고 있다, 발 아래 유심히 보면 묵은 길 흔적이 보인다만, 윗부분은 자랄대로 자라나 밀치지 않으면 지나 갈 수가 없는데, 아까시 바늘이 좀 거센가.
우회할 만한 길도 없고 -아예 멀찌감치 돌아가면 모를까- 167봉 지나 월포리 도로를 만나기까지 거의 1시간 가량 계속된다. (거리는 짧아도 시간이 그렇게 걸렸다)
ㄷ자 형태로 돌아가는 능선은 예전에 불이 났던 모양이라. 불이 나고 제일먼저 세력을 뻗치는 놈이 아까시 이 놈이다. 환장할 노릇이다. 아까시 숲에 포위되었다가 다시 빠져 나오고, 다시 포위 되고를 몇 차례나 반복한다
아까시아 정글만리
월포리 고개
하얀 시멘트길이 뱀처럼 구불거리며 넘어가는 고갯길. 양쪽 높은 절개지는 마사토가 흘러 내린다.
주루룩 미끄러져 내렸다가 다시 낑낑대며 기어오르고, 숲은 여전한 밀림이다. 이제 온전히 호명면으로 들어왔다.
내성천이 보인다
오백이재
오백이재
당산나무와 성황당 흔적이 남은 고갯길이다. 아래 윗도리 몽땅 벗어 널어놓고 바람을 맞는다.
아직도 남은 거리는 4km 이상이다. 온 몸이 난자 당하고, 쐐기에 물리고, 넌들머리가 난다만 어쩌겠는가.
오백이재 (호명면 월포리 산 88번지)
오백이재는 지금의 월포리 오백이지(못)에서 북쪽으로 산고개를 넘어 종산리 맏질지(못)를 지나 예천(醴泉)으로 가는 옛날의 험한 산길이었으며, 현재 고개 정상에는 작은 돌이 흩어져 있는 서낭당이 있다. 옛날에는 수목(樹木)이 우거지고 산이 험하며 산적(山賊)이 은거하고 있어 500명 이상이 모여서 이 길을 지나야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하여 오백이재라 불렀다고 한다. 지금도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정도의 길이 남아 있다. 또 오백을 한자로 오백(五百)말고 오백(烏白)으로 표기해서 석탄(石炭)이나 흑연(黑鉛)의 광맥(鑛脈)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여 탐사(探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벗지 않은 옷은 ㅃㅆ ?
178봉을 향해 넘어가는데 문득 발 아래 높은 절개지가 나오고 공사현장이다.
지도에 아무 표시가 없어 깜짝 놀랐다. 아래를 보니 터널을 뚫고 있는게 아니라 만들고 있다. 그것도 쌍터널을. 콘크리트로 굴을 만들고 다시 묻을랑가?
묻어줘야 우리같은 사람들 지나가기 쉽지.
공사판 건너 178봉으로 간다는것도 우습고 - 불가하다- 2시방향의 161.8봉으로 직행하자.
공사중인 도로 바닥에 내려와 대각선으로 161.8봉을 향해 곧장 진행한다.
터널을 뚫는게 아니라, 만들고 있다
저 건너편 능선으로 바로 붙자
삼밭에 빨간 삼 열매가 달렸다. 저 다섯장 짜리 이파리에 눈도장 단디이 찍어놓자. 혹시나 아나, 산길에서 하나 만날 일 있을랑가...
161.8m (△예천429)
161.8m (△예천429)
터널공사중인 지맥 마루금을 피해, 한 칸 건너편 절개지 가장자리를 타고 올랐다. 이 봉우리 마루금은 남쪽에서 올라왔다가 남서방향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는데, 나는 동쪽에서 바로 찔러 들어온 셈이다. 삼각점 번호는 판독불능이나, 지리원 홈에 들어가서 번호를 찾았다.
다시 내려가면 시멘트길에 떨어지고 잠시나마 시멘트 길이 마루금이 된다. 길을 따라 남쪽으로 200m 가량 가다가 다시 산길로 들어가는데, 망초 우거진 산길을 보니 정내미가 떨어져, 좀 멀더라도 차라리 길을 따라 돌아갈까 싶은 생각이 굴뚝이다. 아니면, 고산마을로 내려가 아예 끝까지 길을 따라 가버리까~? 마루금과 거의 나란히 가는 도로다.
고산마을로 들어가는 도로
그 산길 입구에 수풀더미에 묻힌 차가 있다. 번호판도 붙어있고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내 키만큼 자란 망초밭, 그 너머로 보이는 숲과 왼쪽으로 돌아가는 하얀 길을 보고, 길 따라 돌아갈까 우짜까. 잠시 갈등하다가 막판이라 한번 더 돌진해 보기로 한다. 망초밭을 밀고 올라간다
고산마을에서 나오는 도로
10분 만에 150 되는 봉우리 하나 넘고 내려가니 다시 시멘트길 임도다. 직전의 길이 고산마을로 들어가는 길이라면, 이 길은 고산에서 나오는 길이되겠다. 지도에는 산봉우리 옆에 고산이라 표기해 놨는데 산 이름이 아니라 마을 이름이다.
[종산-내신 도로 확포장] 표석이 있는 길. 왼편 저 아래 제실같은게 보이고, 다행히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수렛길이다. 봉우리 하나 넘으면 도로, 이런 시골길 도로를 숱하게 지났다. 마을 인근의 맥이다 보니 농로가 숱하게 지나간다.
수렛길은 묘터에서 끝나고 또 다시 밀림 숲속을 허우적 거리다가 들깨밭으로 탈출해 내려오니 시멘길이 나온다
점잖게 올라 가지만, 묘터에서 끝이다
저 윗쪽 안부에서 좌틀해 내려오면 여기가 되는데,
직진해 왼쪽 숲으로 들어갔다가 허우적 거리며 탈출했다.
고지고개
고지고개
시멘포장된 밭으로 올라 온 농로다. 건너편에 잔디 깨끗이 정리된 묘터에 올라오니 왼편 저멀리로 내성천 강물이 보이고, 할 일 없어 보이는 비행기 요란스레 지나간다.
마지막까지 뻗대는 밀림을 30여분 더 치댄 후에 날머리 내려섰다.
내성천
백두대간 선달산에서 발원하여, 문수지맥, 자개지맥을 나누고 여기서 한천을 흡수하며 자구지맥을 갈무리 하고, 더 아래로 흘러 삼강주막에서 낙동강에 스며든다.
담암리 날머리
담암리 산자락 끝
마지막까지 고이보내주지 않으려는듯, 배낭을 붙잡아 당기고 발목을 걸고, 모자는 얼마나 자주 벗겨내는지 산초나무와 아까시 나무가 환장하게 치근덕댄다. 밤이 아무리 길어도 새벽은 오는 법이다. 숲이 끝나고 논 바닥이 보이면서 고난의 길은 끝이 난다.
아주머니 한 분이 보이길래 혹시나 놀랠까봐 미리 기침을 하면서 천천히 내려섰는데도 깜짝 놀랜다. 사람이 나올 구멍이 아닌데서 사람이 나왔단다. 몰골을 이리저리 한참을 훑어본다.
이상한 놈 아니니 안심하라 해 보지만,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놈이 맞는데. 말이 안되는 말을 하고있다.
수로에 물이 가득 흐르고 있어 씻어도 되는 물이냐 하니, 마셔도 되는 지하수란다. 안도현 시인이 보증한 예천 물이다.
아줌마도 여자라, 벗지는 못하고 입은 채로 물을 뒤집어 썼다.
택시를 부를라는데, 어디로 오라해야 알아 듣겠능교, 물었더니 바로 전화기를 꺼내 번호 몇 개 누르고는,
“아재요, 우리 논 있는데로 오소” 한 마디로 끝~.
내가 택시를 불렀더라면 이 넓은 벌판 한 귀퉁이서 어떻게 설명을 하겠노.
합수점은 논 저편에...
경북 예천군 호명면 담암리. 마을 표석에는 (담바우)라 새겨져 있다.
담암리
담바우, 담암(淡岩), 장암(墻岩) : 仁同 張氏가 世居하고 있는 마을로 마을 입구에서 서북쪽으로 돌아서 1km가량 떨어진 산밑 漢川변에 둘레 10m, 높이 2m 정도의 칼모양의 바위가 있었으며 바위 밑에는 항상 깨끗하고 따뜻한 물이 自生하여 고여 있어 담암이라 하였다.
갈부재가 어딘지 못 알아듣는 기사 옆에 앉아 오룩스맵 켜놓고, 이쪽 저쪽 안내를 한다. 현지 택시 기사한테 외지 사람이 길 안내를 하는 꼴이라니, 13,000원 지불하고 목욕탕을 물으니 따라 오시란다.
군청 가는 길에 파라다이스 사우나에서 목욕하고, 나오니 바로 옆에 '파라다이스 한정식'이 있다.
예천 한정식
여덟가지 반찬, 남긴거 하나 없이 다 핥아 먹었다.
첫댓글 더운데 고생하십니다.
참 맛갈스런 표현을 하셔서 끝까지 읽었습니다.
욕 보셨습니다. 더운날에...
자구지맥이 한천의 내성천 합수부가 그 끝이네요.
더운날 잡목속 야산 마루금 걸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담암리에서 무더위에 자구지맥 한 줄기를 마무리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정감어린 산행담에서 멋스러움을 오늘도 확인합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더운데 지맥하느라 고생 했네요. 부채는 챙겨 갔는기요?
반갑습니다. 조은산님!
왕성한 식물들을 헤쳐 나가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늘 안산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