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어 누운 그리스도(Christ Anapeson (Christ Reclining)), 크레타의 테오판네스. 스타브로니키타 대수도원 성 니콜라스 성당, 1545, 그리스. 지난번에 소개한 것과 같이 수염이 없는 그리스도 임마누엘께서 누워 자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한 이콘이 ‘기대어 누운 그리스도’(Christ Anapeson)이다. 이러한 형태의 이콘은 13세기 그리스 아토스 산의 판토크라토르 수도원에 처음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평화로이 잠자는 아이로 묘사된 이 이콘은 Anapeson(Αναπεσ?ν)이라고 불리는데 이 말은 그리스어로 ‘기대다’, ‘눕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리고 “보라,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 졸지 않고, 잠들지도 아니하신다.”(시편 121,4)라는 구절에 따라 두 눈이 떠 있는 모습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왼쪽 위에는 천사가 나타나 한 손에 십자가를 들고 있는데 이는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신중히 비유한 것으로, 이렇게 누워서 잠을 자는 그리스도 임마누엘은 훗날 그가 십자가 위에서 죽은 후 무덤 속에서 깊은 영면에 드셨던 모습을 예표 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성당의 건축은 동, 서방 교회 모두 종말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주님께서 다시 오시리라는 믿음에 제단을 동쪽에 배치하고 해가 지는 서쪽에 입구를 배치하여 이곳에 주로 최후의 심판을 그리거나 조각했다. 즉 이 Anapeson 이콘에서 그리스도 임마누엘은 하느님 아들의 육화를 역설적으로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명상으로 묘사된다. 아기 그리스도는 자신의 어머니의 보호 속에 깊이 잠들고 있는 모습으로, 음식과 따뜻함과 휴식이, 그리고 보호가 필요한 작고 여린 신생아로 묘사된다. 머리 주위의 후광 속에는 십자가 모양으로 선을 그리고, 그 안에는 불타는 떨기나무에서 모세에게 ‘나는 곧 나다’(탈출 3,14)라고 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그리스 문자로(? ?ν) 써서 우주를 창조하고 관장하시는 하느님, 바로 그분이 자신을 낮추어 이렇게 어린아이로 태어나셨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
출처: 평화와 착함 원문보기 글쓴이: 착한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