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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년 전 엄마(박 미현)를 때리고 지갑에서 돈을 털어가는 아빠(권해요)와
울고 있는 동생을 안아주는 준호의 모습으로 3회가 시작됩니다. 흑백사진에
비친 권해요의 비주얼이 쩨쩨하고 몰상식한 폭력 가장의 전형 같습니다.
아빠한테 맞기 싫어서 복싱을 배웠다는 준호의 어린 시절이 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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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을 잡아서 포상휴가를 얻게 된 준호와 호열, 후임 준호의 휴가를
위해 워커에 불 광을 내주는 시퀀스가 정겹기도 하고 몸서리치기도
합니다. “혹시 시간 되면 만화 펜 하나 사다줄 수 있어?(석봉) “
휴가 준비는 상병 감들이 했어요. 석봉이가 개인적으로 후임 준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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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를 닦아는 게 아니라 중대 차원의 일괄적인 일이란 뜻이에요.
군화 닦는 건 헌병대와 전경, 의장대가 프로급입니다. 일병 땐 주로
워커 닦는 수입포(융)를 빨았고 저는 잠실 검문소 파견 때 징글징글하게
수입포를 빨았어요. 하루 근무 3시간짜리 4번서고 짠 밥 해야지,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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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지, 틈틈이 수입포를 빨았는데 겨울에 물이 얼어서 잘 안 나와요.
찬물에 검정 구두약이 잘 빠질 리 없으니 환장할 노릇이지 말입니다.
워커에 물 광을 내보았나요? 일병 때는 워커 닦으려고 상병이 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광을 잘 내려면 수입포에 비누 끼가 전혀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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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구두약이 휘발성이 비교적 많이 함유된 ‘직업용‘을 써야 합니다.
제가 요새 빨래 빠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것처럼 군화에 물 광을 내는
것도 하다보면 재미가 있어요. 병장 군화는 2시간도 넘게 광을 낸
적도 있어요. 전경들은 워커 코만 광을 내지만 헌병대는 군화 전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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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코처럼 반짝반짝 광을 내야해요. 워커 맥-끼 입히는 요령은 패스
하겠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휴가는 인류의 로망입니다.
연병, 휴가 중 본부 호출은 김새는 일이지요. 라면을 끓여 먹다가 온
개 중사의 호출은 날벼락입니다. 수방사와의 공조를 위해 지금
부산으로 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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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과 도시 놈이 만났으니 힘겨루기가 필요합니다. 저는 수방사와(서울)
3군단(강원도)을 모두 경험해보았는데 확실히 수방사가 모든 보급품은
특급입니다. 공조미팅을 나누는 내내 표정이 일그러진 호열 상병. 알고
보니 호열이 훈련을 마치고 먹으려고 아껴놓은 초코파이를 훔쳐 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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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훈련소 동기)이 바로 D. P 조장인 김 규(배유람)이었던 겁니다.
김 규가 알려준 여자 친구네 집으로 가지 않고 똘똘한 준호가 스캔한
아버지 집으로 선수 쳐 온 촌놈 D P그레이. 역시 수사는 촉이 필요합니다.
뭐여? 아비가 탈영병 아들을 도피시킵니다. 액션 신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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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열은 허리가 나갔고 준호는 복싱 배운 것 맞나요? 허투루 배웠어요.
그 둘 앞에 뺀질이 김 규가 덩어리 태 성곤(한 우열)과 나타났습니다.
물론 제가 호열이 입장이었다면 놈들은 무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호빠 선수로 일하는 정 현민을 찾아 돌던 중 정현민의 여친 문 영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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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안)만납니다. 이름이 다들 제가 아는 이름입니다. 정 현민 목사는
제가 청년부 때 부목사로 있었는데 강남 ‘충현 교회’로 갔을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준이에요.” 문 영옥의 마음에 든 준호는 영옥과 자주
만나며 정보를 얻고 마침내 정 현민을 유인하는데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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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탈영이 애인 영옥에게 돈(300만)을 요구하고 돈을 준비한 영옥이
밥을 먹고가라며 시간을 끄는 시퀀스가 3회의 클라이맥스일지 싶네요.
영옥이 돈300만원을 가짜 돈으로 만들고 서울DP가 마련한 현금을
갖고 튄 것은 반전입니다. 초코파이 봉지와 300만원 이체까지는
좋았는데 준호의 집에서 꼴통 아버지가 쓰러졌답니다.
2.
우리시대만 해도 군인 끝 발이 상당했고, 육사, 해사, 삼사 심지어 정치판에도
‘군종종식’이란 Agenda가 먹혔습니다. 고교 때 군인들의 군화 발(광주 항쟁)
에 짓밟힌 Trauma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욕하면서 습득하는 근성을
오롯이 배운 오욕의 상흔을 용서하시라. 필자가 군 생활 33개월 동안 실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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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착한 총을 차고 혼자서 작전을 수행한 경험이 3번 있었어요.(잠실, 양구
선착장, 홍천 술집) 그중 잠실 검문소 시절(1984.9.18-11.2)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빡센 피 교육생활을 마치고 괴물 같은 고 참들을 피해 첫 파견지를
나갔어요. 그때의 환희는 아는 사람만 알 것입니다. 졸병의 일상이라는
것이 근무, 청소, 짠 밥이 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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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검문소가 1984년에 증축 공사를 하고 있었어요. 1층 도로에 상황실이
바짝 붙어있었고. 검문소에서 50m쯤 강다리 위에 파라솔 초소가 서 있었어요.
지하가 내무반이었던 것 같아요. 지하에서 상황실로 연결되는 비상구가 맨 홀
뚜껑으로 연결되어 있었어요. 한 번은 내초근무 중에 특전사 병사를 갈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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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지나던 버스의 노킹이 쾅하고 터지는 바람에 총기사고가 난 줄 알고
초소가 발칵 뒤집어졌어요. 맨 홀 뚜껑에서 놀란 고 참들이 튀어 나왔어요,
병사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본 고 참이 내 총기를 빼앗더이다. 지하 벙커 안에는
헌병 근무자 외에도 전경, 보안, 청원, 방공포까지 한집에서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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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소라는 것이 크게 하는 일이 없는 것이 임무입니다. 전시 효과 기능이
전부지요. 각 기관마다 본부에 첩보를 보고 하는 일말입니다. 저는 동기
경진이랑 막내로 있었는데 우리 초소에 육사39기 심 중위가 초소 장으로
왔고 34기 김 덕호, 38기 유 현희 병장 말고도 악명 높은 군기 고 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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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쯤이나 더 있었으니 막내인 우리는 잔 밥을 해주는 방위 병이나 싼따루
(전경)들 하고 놀았습니다. 물론 하루근무 18시간 씩 서면서도 고 참 없는
근무시간이 제일 좋았습니다. 그때 제가 짠 밥이 1년만 됐어도 38기 유
병장 정도는 받아버렸을 것인데 6개월 신병이라 허구한 날 얻어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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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지게 맞은 날은 전경 오토바이를 탔다고 유병장이 개 거품을
내면서 괴뢰군 폭행을 했고 42기 이 은직 상병이 기수 빠 따를 쳤습니다.
조폭도 아니고 공사장 시커먼데서 쇠파이프로 5대씩 53기까지 내려왔으니
몇 대를 쳐 맞은 겁니까? 최하50대입니다. 총 있으면 갈겨 버리겠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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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동안 못 걸어 다녔고 화장실에서 바지를 내리고 담배를 피우면서
이를 악물었을 것입니다. 한강다리10월은 왜 그리 추운 것이여. 시커먼 구두
약이 베인 수입포(융)를 무슨 수로 화이트로 만들어요? 시바. 온수도 아닌
생 지하수로 1시간 동안 수입포를 빠는데 되지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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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근무 나와서 바지를 내리고 거울을 봤더니 완전 지브라입니다.
저 개10세들을 내가 어떻게 죽여야 할지 이빨을 득득 갈았을 것입니다.
당시는 12시간부터 4시까지 야간 검문을 했어요. 졸라 무거운 바리게이트를
빛의 속도로 치고 검문을 했는데 갑자기 잠실에서 인 서울 하려던 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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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으로 나가지 뭡니까? 제가 누굽니까? 반대차를 잡아타고 추적해서
반포에서 잡았습니다. 지구대에 들어가 피의자 신원파악을 해보니까 간첩은
아닙디다. 라이온스 클럽 회원이었던 놈이 지구대장을 잘 알고 있더이다.
난 간첩 잡아서 헬기타고 포상휴가를 가려고 했는데 뭡니까?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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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면서 2만원을 주는데 찢어 버리려다가 못이기는 척 받아왔습니다.
2시간 만에 상황 종료하고 들어왔는데 총 들고 시내에 들어갔다고 개지랄을
하는 겁니다. 연병, 난 간첩인줄 알았다고. 새벽 근무 서는데 개 힘들더이다.
3시간 막대기처럼 강다리 위에 서 있는 일 아무나 못합니다. 아침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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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고 세면장에 가는데 손등이 재다 갈라지고 터졌습니다. 동지섣달도
아니고 만, 손이 트다니 여기가 탄광이야, 시바 수용소야? 복장 해제하고
라면 끓이기 1시간, 잠 좀 자자. 제발. 1시간 잤는데 기상하래요.
어제 다친 손이 막 저려오는데 설거지는 해야 하고, 근무는 나가야 하고
니미럴 군대 엿 같네(84.10.21).
2021.9.16.thu.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