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숙
비슬산 산행
2002년 11월 28일 오전 8시 45분 달비골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오늘 산행은 킬리만자로 등정 연습의 일환으로, 혼자서 했다. *** 군에게 연락할까 하다가 그냥 홀로 출발했다. 왠지 혼자 가고 싶었다.
달비골을 거쳐 10시 50분쯤 청룡산 정상에 도착했다. 사진 몇 장 찍고, 귤 하나 까서 먹고, 11시 7분쯤 다시 출발했다.
용연사 약수터 갈림길 못 미쳐 라면과 (가지고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 먹는 시간은 산꾼에게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오늘은 술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용연사 약수터 갈림길에 도착하니 오후 1시 45분. 그만 용연사로 내려 갈까 생각도 했지만 초지일관하기로 하였다. 걸음을 조금 속보로 해야 어둡기 전에 유가서 주차장에 도착할 것 같았다.
비슬산 정상은 오후 3시 30분에 도착하였다. 오늘은 목요일이라 산꾼이 많지 않아 산이 조용하였다. 정상에서 귤과 사과 한 개를 나누어 산불 감시원에게 주었다. 감시원은 산에 늦게 오셨다고 하면서 속히 내려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권고하였다.
정상에서 3시 37분경 출발해 주차장에는 오후 4시 45분에 도착하였다. 평소 적어도 1시간 반 걸리는 거리를 1시간 8분 걸렸다. 갈증이 나서 맥주 2캔을 단숨에 마시고 버스에 올랐다.
홀로 등산하는 재미는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때때로 혼자 있고 싶고 혼자 걷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 있을 때만 무념무상無念無想 경지에 이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당唐 시인 송지문宋之問의 시가 떠올라 적어 본다.
歸來物外情
세상 밖의 정취로 돌아와
負杖閱巖畊
짝지를 메고 바위 틈새 밭 가는 모양을 보고
源水看花入
물줄기는 꽃을 보면서 들어가고
幽林採藥行
그윽한 숲에는 약 캐는 사람이 가고
野人相問姓
들사람은 서로 성을 묻고
山鳥自呼名
산새들은 스스로 이름을 부르는구나
去去獨吾樂
걷고 걸으면서 홀로 내 즐거움을 누리니
無能愧此生
나의 삶에 대해 부끄러움이 없구나
* 빼앗긴고향 제14호(2023년 2월호)에 발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