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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단순한 글자들의 조합이 아니다
강원아동문학 3집은 1975년 8월 15일 발행되었다. 나는 이 작품집에 동시 ‘호수’를 발표하였다.
요즘 들어 글에 대해 생각하다가 알게 되었다. 글은 단순한 글자들의 조합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문학은 특히 더 그렇다는 것을 알았다. 글자와 글자가 만나 새로운 세계를 여는 것이었다. 희로애락을 머금기도 하고 의미의 낯선 얼굴들이 새롭게 친구처럼, 또는 손님처럼 찾아오기도 한다. 이 얼마나 신기하고 기적인가.
강원아동문학 3집 발간사는 임교순이 썼다. 그는 회장으로 [흙과 문학]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시작하였다.
흙처럼 진실한 문학, 흙처럼 잉태의 무궁함을 자부하자고 하였다. 그렇다. 흙처럼 진실한 것이 어디 있으랴. 심은대로 거두고 심은대로 키우고 심은대로 거두게 한다. 비오면 비오는 대로 바람불면 바람 부는 대로 식물을 키워준다.
임교순 회장은 글의 서두에 멋진 말을 하고 있다. 흙은 생명을 창조하고, 기르고, 또 돌아가는 고향이 된다고 하였다.
동시에는 심우천, 박유석, 이연승, 김종영, 김학선, 조규영, 엄순영, 박봄심, 최도규, 이호성, 최형섭, 고유환, 홍의재, 유화자, 남진원, 함종억 등 16명이었다. 동화에는 임교순, 전상기, 오인숙, 등의 회원이 참여하였다. 박유석은 [동시의 경향과 전망. (강원아동문학 2집을 중심으로)]이라는 단평을 발표하였다.
이분들 중에 박유석, 이연승, 조규영, 최도규, 함종억 등은 이미 이 세상을 떠나셨다.
호 수
쑤욱 쑥 나무들
누구 키가 더 크나
들여다보고
울긋불긋 나무들
누가 더 예쁜가
들여다보고
볼 때마다
커지는
나무들의 꿈
클 때마다
보고 싶은
나무들 마음
그때마다
빙그르르
바람 따라 웃고
그때마다
방글
해님 따라 웃는
나무들의
꿈이 크는
호수
(1975. 3. 강원아동문학 제3집)
동시 ‘호수’는 공식적인 문단의 전문지에 발표한 첫 작품이다. 그러니 금 년인 2024년은 문단 50년이 되는 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