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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변웅전(85세)에 이어 이순재 씨(90세)가 25일 새벽 별세 소식을 알렸습니다. 인명은 제천이고 우리 모두 죽긴 할 테지만 이별이 슬픈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두 분 다 금수저로 한 평생 멋지게 살다 가신 겁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모친께서 한 달 있으면 90세가 되니 세월이 참말로 야속합니다. 장남인 내게 상의도 없이 5월 구순 잔치를 누가 기획했을까요? 만약 당신이 기획을 하신 거라면 100살까지 안 살고 이별을 준비하시겠다는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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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그랬싸 정신 나가불었냐!(백가)" "대장이 철두를 디지게 패부러갖고(꺽쇠가 현에게)" "각오는 섰응께 엄니 면천만 시켜주시라우(이강)" "이방이 니 팔자여!(백가)" "아부지! 나좀 놔두쇼. 내 엄니랑 같이 살 자신 있당게라(이강)" "그려, 그러라고(백가)" "인자 고생 직살나게 할 거구먼(이강이 어메 유월이에게)" "디지기 밖에 더혀!" 장두 전봉준에게 손등에 칼침을 맞고(사망 선고) 도적에서 의적으로 바뀌었나 수상쩍었는데 4회부터 아부지와 단판을 지는 걸 보니 거시기가 이강으로 변한 게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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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패 출신의 장길산이 사형과 죽음을 거쳐 임춘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을 기억하시나요? 이 역시 신학적 의미의 새 창조에 가깝습니다. <녹두꽃>의 작가가 임꺽정-장길산의 영향을 받은 걸까요? "전주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고관 대작들만 쓰는 사치품 이거든요(이현이 이강에게)" 뭐야! 이거? 송자인이 이강을 위해 수갑 한 짝을 준비한 것을 어찌 해석해야 할까요? 두 사람의 핑크빛은 두고 볼 일이고 회개와 동시에 보혜사 성령을 붙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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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 추측에 일리가 있다면 작가는 프로테스탄트 일 개연성이 높습니다. "거시기 그놈한테 와 그러십니까?(최행수)" "궁금한 게 있는데요, 객주님 거시기 그놈아 좋아합니까?(최행수)" "영감! 홍가를 이방으로 앉힙시다(백가 처)" 백가가 홍가를 불러 뭔가 지시를 합니다. "받어! 뭐여? 다친덴 좀 어뗘!(이강이 철두에게)" "백가네 유월이 말이어라" "싸전은 홀라당 타불고 돈은 니가 구해라! 엄니랑 잘 살 자신 있다면서 그럼 보란 듯이 옥에서 니 엄니 꺼내든지!(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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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을려면 자신감을 힘으로 착각하면 안돼야. 디지는 지름길인게(백가)" 권혁권(백가)이 이놈아 고급 느와르에 숨은 인재같네요. 눈빛이며 대사 강약이 찰집니다. 현역 때 가끔 쓰던 문장을 똑같이 따라하니 말입니다. "우선 고부를 빠져나가야 합니다(이현)" 선운사에서 형제가 술 마셨던 신이 멋집니다. 잘생긴 놈들이 하얀 옷을 입고 찍어서 그런가. "어머니 누명부터 벗겨야제(이강)" 백가가 홍가와 짜고 유월이를 동비로 만들어 서자 거시기를 이방으로 붙들고 싶었는데 균열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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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바리 홍가가 기회 포착을 하고 이강이와 철두를 싸움 붙였고, 철두가 죽자 관찰사에게 살인자로 모는 것으로 이강에게 못할 짓을 하는 이유가 분명해졌습니다. 나가 봤는디 남자 1은 백가가 죽였고 철두는 정당방위입니다. 범죄 심리학에 따르면 홍가가 이방을 가장 하고 싶은 자이니 범인입니다. 백가는 자신이 유월이와 이강을 필요에 따라 악담도 하고 궁지에 몰기도 하지만, 유월이가 고문을 당하는 것도, 거시기가 자신을 떠나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유월이를 피신 시킨 사람은 뜻밖에 믿었던 둘째 아들 이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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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 놈은 사태를 주시하면서 이번엔 황석주를 찾아가 백 가와 이강을 모두 사정없이 씹습니다. "백가가 고로코럼 흉학한 놈인디 혼사를 시킬 것인가라우" 어리바리 홍가의 존재감이 이 정도일 줄 몰랐네요. 완전 사탄 마귀입니다. 콜링을 한 후 성도에게 유혹과 시련이 찾아오는 것은 수순인 것처럼, 거시기에서 이강으로 새로 태어난 강이의 운명은 어찌 될까요? "작은 어머니는 화도 안 나세요. 지는 지금 화가 나서... (이현)" "어쩌면 지는 동학 쟁인지도 몰라 유... 우리 이강이 귀천 없는 시상서 사람같이 살라고요(유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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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를 가지세요. 전봉준을 찾아야 나카무라한테 위약금을 탕감 받을 것 아닙니까?(송자인이 행수에게)" 선운사에서 무료 급식을 하고 있는 가운데 관군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전봉준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샅샅이 뒤져라!" 유월이가 추포된 가운데 저격수가 나타났습니다. 검은 새(버들) 김태리(유행하)-새총-혜승-등록개-김가와 함께 동비군이 닥쳤쓴 게 니들은 다 다졌어! 이현과 유월이를 전봉준이 구해줍니다. "이강이는 철 좀 들었소? 보시오! 새 세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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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여! 이현이를 선운사에서 봤다고?(백가 처)" "긴장하지 말게 아비의 죄를 자식에게 묻는 짓은 하지 않아. 자네 우리와 함께 할 의향은 없는가?(전봉준)" "송구한 말씀이지만 소신은 나리의 방식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개화된 세상의 선진 문명 말입니다(이현)" "가장 참담한 것이 무엇인 줄 아는가? 약소국에 쳐들어가... 문명을 만든 것도 사람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사람이네... 걸어가면 길이 되는 것이네(전봉준이 이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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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모았을까요?' "나카무라가 아니라 관찰사한테 알려줘야하겠구먼(최행수)" 강바닥에 버려져있는 이강이 송자연에게 발견된 것은 운명일까요? "어째 말을 안 들어! 두 번 다시 내 눈에 띄지 말라고 했잖아!(디져가는 놈 살려줬더니 이강 이 송자인에게)" "근디 어째 혼자 온 것이여? 자인은 왜 같이 안 왔냐고?(송객주)" "이게 어찌 된 사단이여(이강)" '전주 가는 길에 널 발견했고 어째 하다 보니 이리 된 거고(송)" 이강의 몽타주가 방에 떡하니 붙어있습니다. "이현이가 왔다고" 오메 내 새끼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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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인 어찌 됐냐!(백가)" "소자가 죽여버렸습니다. 이 위대한 집안과 안위를 위해서라면 거시기 놈도 죽여버릴 겁니다(이현이 미친놈처럼 가족들에게 하는 절규)" "나한테 왜 이러는 거여(이강)" "세상에 "그냥"이라는 게 있다며(송)" "이녁이 뒤에 타! " "뭐!" "뭐긴 뭐여 꼴도 뵈기 싫다는 것이제" "내 혼례 전까지 오지 말라했거늘(황선비)" "혹시 제가 돌아온 것이 기쁘지 않습니까?(이현)" "썩 물러가거라!(황선비)" "선운사라니 어찌 그런 위험한 짓을 하셨습니까?(명심)" 선운사에서 부자 상봉이 있었고, 그것을 송자인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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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장사치들이 묵고 가는 곳이라 누추합니다(송)" "송 객주 거시기 고맙구먼(이강)" "똑 부러지고 강단인 것이 진국이구먼(유월이 이강에게)" "안주 먹으면서 술 마셔! 속 버린 게(백가 가 이현에게)" 모자가 송 객주의 거처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아침이 되었습니다. "이강이 떠났습니다! 선운사에게 그랬던 것처럼 기다려 달라고... 가다려주시면 반드시 만날 거라고(송자인이 유월이에게)" "떠나면 어디로 갈 거라고.?(유월)" "전봉준이...(송자인)" "자네가 이방을 혀! 배신은 용서를 안 해 썩어도 준치라고 허제(백가가 홍가에게)" "소모관이 곧 당도할 것이니 징병할 장정들 명단이나 뽑아놓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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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객주께 귀한 물건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전해주세요(이현)" "징병대상에 혹 이현이가 들어 있는가?" "이현일 징집 시키라고요(홍가)" "미안하다 니 말대로 난 니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랬다(황선비 독백)"
2.
3화가 거시기 -이강’으로의 변신, 즉 존재론적 회개의 시작이었다면, 4화는 그 새 주체가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르는 회차다. 거대한 구조(조선 후기의 신분제, 관군, 탐관오리, 동학의 압력)가 새롭게 태어난 인물을 시험하며, 누가 가장 먼저 밀려나고, 누가 버티고, 누가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였다. 서평을 시작하기 전 언급한 변웅전·이순재 씨의 별세, 그리고 90세를 맞는 어머니의 생일 이야기는 우연히도 <녹두꽃>의 정서와 정확히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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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전체가 부모와 자식의 이별, 죽음의 문턱, 세대 교체, 주체의 탄생 비용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별이야 슬프지만, 이별이 주는 쓴맛이 삶의 선택을 더 날카롭게 만든다는 사실처럼 작품 속 아비와 자식들의 대면이 꼭 그러하다. “정신 나가불었냐!” 아버지(백가)와 아들(이강)의 결투가 3화에서 이미 ‘거시기’는 죽었다. 4화에서는 ‘이강’이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공식 통보한다. “이방이 니 팔자여!”(백가) “아부지! 나 좀 나두쇼.”(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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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단순한 가족싸움이 아니라, 주체성의 탄생을 둘러싼 구조주의적 ‘랑그’와 후기구조주의적 ‘빠롤’의 충돌에 가깝다. 1. 백가 = 가문의 규칙(랑그) 2. 이강 = 새롭게 튀어나오는 발화(빠롤) 아다. 아버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단순히 악행이 아니라 구조가 깨질까 두려운 자의 발악이다. 그는 아들을 사랑하지만, 사랑만큼 두려움도 크다. 4화의 서사 구조는 장길산의 죽음은 임춘삼의 재탄생과 닮았다. 이는 작가가 의도했든 아니든, 분명 한국적 ‘구원 서사’의 문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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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사형 혹은 칼침)-버려짐-이름 교체-새 인연 등장-새로운 소명 이 흐름은 기독교적 ‘새 창조’, 동학의 ‘개벽’, 장길산의 ‘다시 태어남’을 모두 연상시키는 구조다. 이강이 송자인에게 건네받은 수갑 한 짝은 ‘속박’인지 ‘은총’인지 아직 판별이 안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관계가 그의 정체성을 다시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4화의 진짜 주인공은 이강이 아니라 홍가다. 그의 욕망은 단순하다. 이방이 되고 싶다. 그러나 그 욕망이 단순하다고 해서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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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는 구조가 낳은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상처받은 자존심-낮은 신분-인정 욕구-권력의 달콤함 이 네 가지가 결합하면, ‘사탄의 모방 주체’가 된다. 당신이 말한 “완전 사탄 마귀입니다”라는 표현은 정확하다. 그는 늘 옆에서 지켜보다가, 가장 약한 틈을 찌른다. 후기구조주의적 용어로 하면, 구조의 ‘은폐된 구멍’을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자인 셈이다. 유월이의 고통과 체포, 그리고 구출은 4화에서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숭고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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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는 동학쟁인지도 몰라유… 우리 이강이 귀천 없는 시상서 사람같이 살라고요.” 이 대사는 어미의 사랑을 넘어 100년 전 민중이 개벽을 꿈꾸게 된 역사적 심장소리이기도 하다. 이 강렬한 문장이 4화의 도덕적 중심을 단숨에 붙잡았다. 이현은 드라마에서 가장 복잡한 인물이다. 가문의 의무-개화의 논리-동학의 이상-형제애-자책-출세욕 이 모든 것이 뒤섞여 폭발하는 장면이 바로 “이 위대한 집안과 안위를 위해서라면 거시기 놈도 죽여버릴 겁니다!” 라는 절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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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은 구조를 비판하는 진보적 언어를 쓰지만, 정작 행동은 구조를 가장 강하게 옹호한다. 그의 모순은 매우 현대적이다. 마치 포스트모던 주체의 이중적 분열을 보는듯하다. 강바닥에서 기절한 이강을 송자인이 발견하는 장면은 멜로드라마의 전형이지만, 그 전형이 깊은 울림을 준다. 구조가 짓눌러 죽이려 할 때, 타자가 다가와 손을 뻗는 장면은 늘 희망의 예외를 제공한다. 그 ‘예외’야말로 바디우적 사건’이며, 오히려 이 강의 삶을 또렷하게 분기시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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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면 길이 되는 것이네” 4화 후반부에서 이현과 전봉준의 대화는 철학적 깊이가 가장 높은 장면이다. “문명을 만든 것도 사람이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사람이네.” 이 문장은 동학의 핵심을 가장 정확히 현대어로 번역한 대사다. 그리고 이현이 흔들리기 시작한 순간이다. 전봉준은 ‘새 길’을 보여주고, 이강은 그 길을 향해 걸음을 떼었으며, 이현은 여전히 길목에서 망설이고 있다. 부모가 남기는 마지막 말은 늘 단순하다. “사람답게 살어라.” “너는 억울하지 말아라.” “니 팔자 네가 정해라.” “사람은 구조가 정해준 대로만 살아야 하는가?”
2025.11.26.wed.악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