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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작가그림책 02 양초귀신
강우현 글·그림 40쪽|8,000원|2000년 11월 8일 출간 4*6배판 변형|유아, 초등 저학년 |
구한 말 개화의 물결이 밀려들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구전동화 《양초 귀신》이 그림 동화 작가 강우현 선생님에 의해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이미지로 다시 태어났다.
구전 동화는 시대를 초월하여 거듭되며, 할머니와 어머니의 목소리로 가장 먼저 듣게 되는 매력적인 장르의 이야기다.
지금 우리 어린이들은 어린이 고유의 놀이 문화보다는 컴퓨터 게임과 텔레비전, 인터넷에 의존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것들도 꼭 필요하지만, 그들이 접하는 문화가 단지 기계를 통한 것이라면 전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해 정작 필요한 깊이 있는 감동과 지혜, 사고력은 얻기 힘든 현실인 것이다.
그러므로 21세기 문명의 전환점에서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한 편의 이야기를 다시 보게 되는 것에는 분명 깊은 의미가 있다.
새로운 문명의 대명사였던 양초 때문에 벌어지는,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이 이야기는 새로운 것을 접하고, 또 그것에 적응하며 성장해야만 하는 이 시대의 어린이들에게도 여러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 이웃간의 정, 사물을 올바로 이해하는 방법들을 오해와 거짓 행동이 낳은 재미난 사건들을 통해 어린이들이 책을 읽으며 상상력을 발동시켜 스스로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로부터 전해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 하나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양초 귀신》은 눈이 소복하게 쏟아지던 겨울 밤, 스산한 바람 소리와 함께 이불 속에서 숨죽이며 듣던 옛이야기입니다. 잘난 척하는 글방 선생님이 착하고 순진한 마을 사람들을 무식한 촌놈들이라고 깔보다가 망신을 당하는 이 이야기 속에는 웃음과 진한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처럼 우리 동화 《양초 귀신》은 유머와 재미, 감동과 지혜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뿍 담긴 이야기이다.
현재 외국 그림책은 넘쳐나는데, 우리 작가가 쓰고 그린 좋은 그림책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우리작가 그림책’의 두 번째 권《양초 귀신》의 발간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의 특징과 줄거리
《양초 귀신》은 서울을 방문한 송 서방이 양초라는 새로운 물건을 처음 보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송 서방은 그것이 어찌나 신기한지 잔뜩 사 가지고 고향으로 내려와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이것이 이야기의 발단이다.
한 아낙네가 서울서 남편이 사 온 거울 안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남편이 필경 새색시를 데리고 왔다고 오해를 하는 옛이야기처럼, 양초는 동네 사람들에게 건네져 엉뚱하고도 우스운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 양초를 무엇에 쓰는 것인지 알지 못하는 동네 사람들은 그 마을에서 가장 유식하기로 소문난 글방 선생에게 그것을 가지고 간다.
그런데 글방 선생은 체면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양초를 말린 생선이라고 알은 체하고, 거기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양초로 국을 끓여 먹는다. 결국 송 서방의 출현으로 불을 밝히는 양초임을 알고는 모두 놀라 냇가로 도망쳐 그 곳에 몸을 담근다.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하는 것은 바로 냇가에서의 사건이다. 때마침 그 곳을 지나던 한 나그네가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머리들을 도깨비로 잘못 알고, 도깨비가 가장 무서워한다는 불을 당긴다. 순박한 시골 사람들은 그 불이 자신에게 옮겨 붙을까 봐 기겁을 하며 머리까지도 물에 담가 버린다.
재미있는 글에 재치 있는 그림을 그려 준 강우현 선생님은 한빛문고의 《소나기》《농구화》《선생님의 밥그릇》에서도 글에 딱 맞는 좋은 그림을 그려 주었던 우리나라 최고의 그림 동화 작가이다. 이번 《양초 귀신》에서도 짜임새 있는 글의 구성과 너무나 엉뚱하고 무섭기까지 한 사건 전개를 다이내믹한 붓놀림과 강렬한 보색으로 그 움직임을 더욱 크고 생동감 있게 보여 주었다.
선생님은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재미와 볼거리를 줄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어 주기 위해, 여러 가지 화법을 시도한 끝에 고전과 현대를 접목한 기법으로 그림을 완성하였다. 붓, 먹, 화선지 같은 한국적 재료와 컴퓨터 그래픽의 조합, 구상과 비구상, 과감한 생략을 사용한 화면 처리는 마치 이 이야기가 지금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갖게 한다. 특히 본문에서 양초를 먹어 생긴 고통을 마치 슬로우 모션과 같은 화면으로 처리하였고, 물감통을 쏟아 부은 듯한 많은 색의 사용으로 혼란스러움을 묘사하였다. 또 마침내 양초를 켜게 되는 장면은 환하고 안정감 있는 구도로 올바른 양초의 용도를 알게 된 것과 모든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양초 귀신》은 재미와 긴박감은 물론 문명의 발견으로 인한 기쁨과 환희,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준비 없는 자가 당하는 고통, 문제의 해결과 지혜의 생성 같은 다양한 교훈을 화려하고 아름다운 화면에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