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에 진학하는 시기가 끝났다. 비교과 활동, 자기소개서, 면접 등 다채로운 전형 요소를 활용해 학생의 잠재력과 자기주도성을 엿보는 고입 ‘자기주도학습전형’이 자사고 입시 전형에 시행된 지 올해로 5년차다.
자사고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최근 중학교 현장에서 성취평가제, 자유학기제 등의 다양한 교육적 시도가 실시되면서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성취평가로 인해 변별력이 사라진 학교 내신 반영 비율을 줄이고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을 통해 학생의 발전가능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또 다른 학교는 면접을 강화하는 등 학교별로 다채롭게 입시전형을 변화하는 양상이다.
상산고는 350명 정도의 재학생 중 해마다 200명 내외의 학생을 국내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명문 전국단위 자사고. 상산고는 2016학년도 대입에서 총 57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 중 좁은 정시모집 합격문을 통과한 학생만 47명. 주요대학의 수시모집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정시모집 비중은 상산고가 해결할 숙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만큼 수능에서 요구하는 학업 역량이 우수한 학생들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다.
상산고는 총 2단계 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지난해의 경우 1단계에서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를 토대로 교과 성적과 출결상황으로 모집 정원의 2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1단계 점수 및 서류평가와 면접평가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총점 600점을 기준으로 각 전형요소의 배점은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성적 400점,
□출결상황은 30점,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영역 70점,
□면접 100점이다.
상산고 면접은 학교생활기록부, 교사추천서, 자기소개서 등 제출된 서류를 바탕으로 학생의
△학습경험 및 학습계획
△학습 잠재력 및 학업태도
△지적호기심 등 창의적 인재로 발전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진행된다.
2~4명의 입학전형위원이
△지원자 4, 5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집단면접을 20분 내외로 실시하고
△개별면접을 10분 내외로 실시하고
△인성․독서면접도 10분 내외로 실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상산고 측은 “집단면접은 지원자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답변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지원자 상호간의 이해와 소통 및 경청의 자세도 평가한다”면서 “개별면접에선 개인의 학습 잠재력 및 학업 태도 등을 심층적으로 질문한다”고 밝혔다.
🔷상산고 핵심 평가 요소는 ‘면접’
집단면접, 개별면접, 인성․독서면접 모두 진행.
올해 상산고 입시는 다른 전국단위 자사고와 마찬가지로 역시 ‘면접’이 합격을 좌우할 핵심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형 요소의 배점만을 살펴봤을 땐 400점 배점인 교과 성적이 절대적으로 보이지만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 교과별 성취도만을 평가 근거로 활용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배점보단 실질 반영율이 낮다.
상산고는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체육 교과의 성적을 반영하는데, 사실상 상산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모든 과목에서 A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내신 성적으로는 학생을 변별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 출결은 결석이 없다면 30점 만점으로, 봉사활동은 36시간 이상 했다면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등 서류는 어떨까? 상산고는 공개적으로 홈페이지에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는 점수화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상산고 측은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는 면접 내용의 중요자료이므로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면서 “자기소개서의 작성영역은 ‘꿈과 끼’, ‘독서’, 인성‘이며 영역 구분 없이 2000자 이내로 자유롭게 작성하면 되는데 이를 토대로 면접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자기소개서는 면접을 진행하는데 있어 보조 자료로 활용될 뿐 유의미하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 면접이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인 것이다.
🔷집단면접, 시사이슈 대비 철저히 해야.
집단면접, 개별면접, 인성․독서면접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상산고 면접. 개별면접이 40점 이 배점돼 비중이 가장 높고 집단면접과 인성․독서면접의 배점은 각각 30점이다.
집단면접은 집단 토론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에는 순번을 정해 한 사람당 1분 가량의 발언 기회가 3차례 주어졌다. 예를 들어 ‘마약이나 담배 등에 죄악세와 같은 간접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그렇다면 패스트푸드나 탄산음료에도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사회 진화론과 사회 순환론 두 관점 중 하나를 선택해 의견을 전개하라’와 같이 하나의 사안에 대해 양측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주제가 논제로 제시되고 학생들은 그것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토론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1분간의 발언 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말하려면 기출문제나 최근 주요 시사이슈를 바탕으로 예상문제를 뽑아 친구들과 실제로 토론을 해보는 훈련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최근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의 면접 기출문제 중 시사 이슈를 반영한 문제들이 있다면 해당 문제로 연습을 해보라.
🔷개별면접 시간에 주어지는 공통질문이 당락 좌우
개별면접과 인성․독서면접은 지원자가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서류의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질문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특정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자기소개서에 썼다면 면접위원이 “책이 요지가 무엇이냐” “책 속 특정한 내용에 대한 너의 생각은 어떠냐” 등을 물어보거나 지원자가 중학교 때 했던 창의적체험활동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언급했다면 해당 내용에 대해 질문하는 식이다.
개별면접과 인성․독서면접이 서류의 진위여부를 묻는 간단한 질문이라고 해서 대비를 소홀히 하면 곤란하다. 면접위원의 질문에 대한 지원자의 1차 답변을 토대로 꼬리를 무는 2차 질문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산고의 경우 단편적으로 서류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이 주를 이뤘지만 올해는 달라질 수 있다. 자기소개서나 추천서 같은 서류, 학생부로 변별이 힘든 만큼 면접 질문의 변화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해 상산고 지원자들이 가장 애를 먹은 면접 질문은 개별면접 시간에 주어지는 ‘공통질문’. 수학 관련 질문들이 주로 출제되는 공통질문은 지난해의 경우 ‘강물의 속도가 3m/s이고, 배의 속력이 5m/s일 때 강물과 배가 한 방향일 때 배의 속력은?’ ‘한 방향으로 10분 동안 이동한 거리는?’ 등과 같은 문제가 여학생들에게 주어졌고,
남학생들에겐 ‘정사면체를 그려보아라’ ‘그렸으면 서로 만나지 않는 두 모서리를 제외하고 다시 그려보아라’ ‘정사면체 한 변이 1일 때 중점을 이은 도형의 둘레를 말해보아라’와 같은 문제가 출제됐다.
지난해 상산고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면접 답변을 살펴본 결과 이와 같은 공통질문에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 지원자들은 가차 없이 떨어진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합격하려면 기출문제를 바탕으로 공통질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면접 질문의 근간 되는 자기소개서
학습역량보단 ‘끼’ 드러내라
자기소개서의 경우, 자기소개서만으로 평가요소로 활용되지 않지만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개별면접과 인성․독서면접이 이뤄지는 만큼 전략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자 수 제한이 있어 많은 내용을 담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특기’ 만큼은 확실하게 다뤄야 한다.
학생을 평가하는 입학위원 입장에선 지원자가 상산고에 와서 공부를 얼마나 잘할까를 눈여겨서 평가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해당 지원자가 학교에 입학해 다른 친구들한테 어떤 학업적 영향을 미칠까’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공부법, 자기주도학습 습관 등에 관한 단편적인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쭉 나열하기 보단 자신이 어떤 특기를 갖고 있고 입학한 뒤 그 특기를 어떻게 활용해 친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를 강조하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자료: 동아 김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