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따스한 바람이라도 스치면 사무치게 보고 싶은 그녀
바람에게 보낸다
그녀가 떠난지 일 년이 되는 밤
첫 제수(祭需)를 차리는데
텅 비어 있어야 할 방구석에
어느 하루처럼
흰 머리카락 한 올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흔적없이 사라진 줄 알았던 그녀가
미처 발을 떼지 못했을까
한 점 먼지처럼
하얗게 웃으며 앉아 있다
별빛처럼 왔다가
어쩌다 맺은 인연들과 찰나를 살았을
당신의 진실한 소망은 때묻은 앞치마 속에서
바지런해야만 했던,
말을 아끼며 살아야 했던
순간순간을 풀지 못한 채
주름진 손 모으고 앉아 있다
가녀린 그녀의 흔적
마당을 지나는 바람에게
흰 머리카락 한 올 실려 보내고
바람의 손 끝이 눈물 닦아주는 마루에
나도 우두커니 앉아 있다
바람에게 이별을 부탁하기도 한다.
버팀목처럼 나를 지켜주던 가까운 사람을 바람에 꽃잎 날리듯 보낼 수밖에 없는 슬픈 순간이 있다.
이름 모를 풀꽃으로 살면서도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해마다 꽃을 피울 만큼 부지런하던 그녀가 별이 됐지만
늘 곁에 있는 것만 같다.
일 년 전 어머니는 들판에 꽃잎이 눈처럼 날리는 날 꽃잎따라 갔는데 머리카락 한 올 방을 지키고 있다.
헤어짐이 아프고 힘들지만 아름답게 머물다 간 영혼을 위로하며 바람에 실려 보낸다.
일상을 나누며 사랑했던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그리움으로 남은 오늘, 우연히 따스한 바람이라도 스치면 그녀가
사무치게 보고 싶다.
“당신을 그리워하는 고통은 당신을 사랑하는 기쁨을 상기 시켜주는 아름다운 것이다”
-Dean Jackson
▲삽화 이선옥
http://www.thegolf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408
[태라의 시詩꽃ㆍ마음꽃 하나 4회] 바람에게 보낸다 - 골프타임즈
바람에게 보낸다그녀가 떠난지 일 년이 되는 밤첫 제수(祭需)를 차리는데텅 비어 있어야 할 방구석에어느 하루처럼흰 머리카락 한 올벽에 기대어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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