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자체등반 및 3Pass트레킹 4일차(팡보체~딩보체~추쿵)
- 일 시 : 2011. 11. 24(목)
- 거리 및 시간 : 12km(팡보체~추쿵)/6시간 30분
- 날씨 : 맑음
- 일정 : 팡보체 출발(07:30)~Shomare(08:10)~초르텐(08:15)~Sunrise로지(08:35)
히말라야티샵(09:06)~딩보체전언덕(09:44)~딩보체(10:10)~콩마갈림길(12:54)
Dusume(13:07)~추쿵(14:00)
오전 7시 30분에 팡보체를 출발하고, 오전 8시 10분에 Shomare에 도착한다. Shomare는 조그만 마을이다. 동네 주민들은 아침부터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청소를 하고 있고,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이후 등로는 평탄한 카르카 한가운데로 계속 이어지고, 카르카 중간에 Sunrise 게스트하우스가 외롭게 서있다. 카르카 지대는 황무지나 다름이 없지만 듬성듬성 조그만 수림이 형성되어 있어 야크들이 이것을 먹고 자라는 것 같다.
<Sunrise 게스트하우스>
카르카 지대를 아무 생각없이 계속 걷고 있는데 셀파가 왼쪽 산을 가리키며 촐라체 들머리라고 설명을 해준다.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인다. 촐라체는 얼마 전에 고김형일 대원이 운명을 달리한 곳이기 때문이다. 연속적인 한국 등반대의 안타까운 소식에 슬품을 가눌 길이 없다. 평탄한 카르카 지대가 끝나갈 무렵 왼쪽에 허름한 티샵이 하나 보인다. 히말라야 티샵이다. 하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촐라체>
오전 9시 40분에 딩보체가 아주 잘 보이는 언덕에 도착한다. 이곳은 칼라파타르로 가는 길과 추쿵으로 가는 길이 갈리는 곳이다. 딩보체가 한눈에 보인다. 딩보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형의 마을이다. 마을 북쪽은 Nangkar Tshang(5616)이 우뚝 솟아 있고, 마을 앞쪽은 Imja Khola가 유유히 흐른다. 딩보체는 임자콜라가 꺽이는 부분에 자리잡고 있고, 그래서 마을이 편평하고, 입지조건이 좋기 때문에 마을이 아주 큰 편이다.
<Nangkar Tshang(5616)>
<딩보체와 로체>
딩보체는 조망이 아주 좋은 곳이다. 북쪽에는 로체가 병풍처럼 장막을 치고 있고, 동쪽에는 임자체, Amphulapche, Kali Himal, Barunche 등이 진을 치고 있고, 남동쪽으로는 아마다블람이 어깨를 쩍 벌리고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 남쪽에는 탐세르쿠와 캉테가 연봉이 힘찬 기상을 드러내고 있고, 서쪽에는 촐라체가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있다.
<딩보체에서 바라본 촐라체>
<딩보체에서 바라본 동쪽 설산 연봉>
이곳에 정오 12시 경에 도착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10시 10분 경에 도착했으니 무려 1시간 50분이나 빨리 도착했다. 계속 진행할까 고민하다가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한다. 차한잔 마시면서 이곳저곳 사진을 찍으면서 휴식을 취한다. 점심은 피자를 한번 먹어보기로 한다. 피자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런 대로 먹을만 하다.
딩보체에서 약 1시간 30분을 보낸 후 추쿵을 향하여 출발한다. 딩보체 이후부터는 넓고 긴 카르카가 계속된다. 마치 서부영화에 나오는 황야와 흡사하다. 쓸쓸한 황야를 걷고 또 걷는다. 임자콜라를 건너니 저 멀리에 있는 추쿵이 희미하게 보인다.
오후 2시에 오늘의 종착지인 추쿵에 도착한다. 추쿵은 임자콜라 오른 쪽에 자리잡고 있고, 로지가 몇채 되지 않은 비교적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주로 임자체 등반팀이나 추쿵리 등반팀, 그리고 쓰리패스 트래킹을 하는 팀이 머무는 곳이고, 이쪽 방향에서는 마지막 로지이다.
<추쿵에서 바라본 로체>
<추쿵에서 바라본 칼리히말>
추쿵의 로지는 주변 peak 등반을 위한 장비임대를 겸하고 있다. 임자체 등반만 1년에 2000명이 신청한다고 하니 장비 임대수입이 숙박비 수입보다 오히려 많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추쿵의 로지는 전기시설이나 샤워시설 등이 매우 열악하고, 식대 등 물가는 매우 높은 편이다. 등반이나 트래킹이 아니면 별로 머물고 싶지 않은 곳이다.
<추쿵 히말라얀 마칼루 로지>
임자체 등반 계획을 세우면서 고도를 기준으로 세번의 고비를 상정해 놓았다. 첫번째가 추쿵이고, 두번째가 하이캠프이고, 세번째가 임자체 정상 등정이다. 추쿵의 고도는 약 4,800미터이고, 고산등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걱정할 고도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랑탕트레킹 시 Lauribina Pass(4,610m) 넘으면서, 그리고 첼코리(4,984m) 등정을 하면서 고산병 때문에 매우 고생한 적이 있다. 그래서 추쿵이 그렇게 높은 고도는 아니지만 지난 트라우마 때문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현재 컨디션이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아직 고소증은 오지는 않은 것 같다. 이제 한 고비를 넘겼고, 두 고비만 더 넘기면 된다. '고소증은 고도보다는 속도에 민감하다' 라는 사실을 지난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오늘도 '비스따리'를 되뇌이면서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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