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산행 후기

[황명하]

그 하고많은 좋은 곳 다 놔두고

왜 하필 산으로 가느냐는 마눌을 꼬득여 옆구리 끼고

답십리 전철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행여나 하는 기대와 설렘으로

제법 시린 꽃샘바람을 애써 외면한 채,--------------------------------

군자역에서 7호선으로 환승 후 두 번째 역 용마산에서 하차

헉헉대며 계단을 올라 1번 출구를 빠져나오며 주변을 급히 훑어보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텅 빈 휴식 공간에 찬바람만 어지러이 먼지를 휘몰고 다닐 뿐,

늘상 북적대던 사람 흔적마저 자취를 감췄다.

몰아닥친 꽃샘추위가 인적까지 끊어놓고 몽니를 부린 듯,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듯한 덩그라니 혼자 놓인 의자를 끌어다

벤치에 붙여 놓고 각시를 눈짓해 마주보고 앉는다.

배낭을 열고 집에서 챙겨 나온 삶은 호박과 고구마를 꺼내서

고개를 잔뜩 웅크려 옷깃 속에 자라목처럼 목을 감추고

손가락처럼 가늘고 길쭉한 고구마를 베어 물고 오물거린다.

호박을 먼저 맛보던 아내가

“호박이 여~엉 맛나네!!~”

“호박함 잡숴봐!!~”

건네주는 삶은 호박 한 조각을 입으로 받아 물고 오물거리자

그 맛이 참 달콤하고 부드럽고 감칠맛이 새록새록 난다.

썰렁한 휴식공원 벤치에 오붓하게 둘만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달콤한 맛에 빠져드는 사이 소박한 행복감에 두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고

한기 묻은 하늘은 봄맞이 대청소를 마친 것처럼 맑고 푸르다.

14:30분이 임박해 오자

인적마저 드문 길고 긴 계단을 올라서 1번 출구를 막 빠져나온 두 사람이

동시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금방 우리와 눈이 마주친다.

순간 서로 손을 들어 보이며 반가운 눈인사와 함께 다가서

악수를 나누며 안부를 확인한다.

지동촌 모임 회장님 재석이아우 께서

부인을 대동하고 기꺼이 동참을 해와 준 것.

번개산행에 관하여 의견을 이야기 했던 적이 있었던지라

재석아우님도 다소 기대는 있었던 듯,

휑한 주변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나서는 아쉬운 듯 썰렁한 표정을 감춘다.

지동촌 카페의 한계를 서로 공감하며 서로를 위로하듯

카페에 관한 이야기며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동안

두 여인(?)들께서도 담소가 이어지고,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미련을 접고 애써 눈 돌리며 아쉬운 듯 길을 뜬다.

편의점에 들러 날씨와 분위기를 고려하여 막걸리 1병을 사서 배낭에 넣고

넷이서 일행이 되어 천천히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꽃샘바람의 입산을 허락한 산은

우리들한테도 쾌히 길을 내 주고

겨울 뭉개진 하늘은

푸르른 봄빛을 한가득 품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까끄막을 더듬는 걸음에

어느새 등줄기는 땀으로 흥건하고

서로들 가슴엔 흐뭇함이 묻어난다.

흥겨운 새 소리에 심신이 정화되고

거칠게 휘몰아쳐오던 꽃샘바람마저

솔잎 끝에 머물러 휘파람을 불어댄다.

땀을 훔쳐가며 이내 용마산 삼각점에 서니

서울 도심은 오밀조밀 손바닥 안

마음은 어느새 꽃피는 춘삼월.

한적한 산모퉁이 벤치 하나를 차지하고

막걸리와 함께 챙겨온 것들을 꺼내놓으니 재석아우님도

빨갛게 잘 익은 방울토마토에 이어

빵이며,멸치 등등 막걸리 안주꺼리를 그득히 꺼내놓는다.

종이컵에 넘칠 만큼 가득히 잔을 채우고

두 여인의 시선에 다소 미안스러움을 느끼며 목구녕을 쳐들고 흘러 넣는다.

차디찬 막걸리가 목구녕으로 흘러 들어가며 일상의 이야기들로

다소 화기가 돌며 서로의 삶을 조금씩 열어 보일 듯 하는 참에

한 병 막걸리가 이내 곧 속을 다 비워내고

꽃샘추위에 찬 막걸 리가 한기를 가중시킨 탓인지 몸이 떨려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길을 재촉한다.

아차산 유적발굴지(제4보루)를 지나 대성암으로------------------------

(중략)

아내의 울렁증으로 인하여

서둘러 산을 내려오게 되면서 재석이 아우님네와

맘 먹었던 이쁜 마무리를 다 하지 못 하였음이 심히 미안하고 안타깝지만

나름 지동촌 카페를 통하여 번개산행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큰 의미부여를 함과 함께,

우리 지동촌 카페가 더 한층 활성화 돼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유사한 행사에는

보다 많은 지동촌인들의 관심과 성원을 불러 일으켜

정겨운 우리 여러 지동촌인들의 마음과 가슴에 고운 추억을 심고

현실을 살아가며 쉽지 않은 우리들 삶에 서로한테 진정한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지동촌인을 위한 소통의 공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방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아울러 “신지리민의 날”

아니 “신지리민 화합의 날!!”

모든 지동촌인들이 한자리에 함께하여

모두가 하나 된 채,

신지리 사람임에 자신감을 키우고,

지동촌인 임에 자존감을 불어넣는

귀하고 유쾌한 화합의 날로 이끌어

지동촌인이라는 사실에 다 함께 행복할 수 있고,

지동촌인이었기에 만나서 진정 기뻐 할 수 있는

마음을 닮은 사람들 이라는 사실에 십분 공감하고

기꺼이 동참 할 수 있으시기를 빌어본다.

재석아우님 그리고 아주머니!!~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마음을 활짝 열어드리지 못했음에 용서를 청하면서--------  

2012년 3월 11일 오후

[노고단]

전할허제.......알림장을 안바쓰까?????

[황명하]

죄송!!~ㅎ~
인자부터 오시거든 방방마다 꼭꼭 문 다 열어보고 가서유~~~~

[신지리성만]

추억을 대살리며ㅡ 좋은글귀 잘보고갑니다,,,,,

[황명하]

별것도 없는 사연을 자알 보셨다니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
두루 편안 하시리라 걍 믿어두 무방????~~~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