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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칭)비정규연대 조직화를 위한
비정규투쟁사업장 조직투쟁 평가 워크샵
제 1 차
독자적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투쟁과 조직사례
○ 일시 : 2001년 9월 19일 오후 7시
○ 장소 : 파견철폐공대위 사무실
<참고>
* 이 부분은 글 전체 중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존재 양태와 조직화의 필요성, 그리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정규직의 확대에 대해 다루는 부분입니다. 사례를 통해서 본 조직과 투쟁 방안 전체적으로 앞 부분에 들어갈 글인데, 독자조직화 사례를 통해서 본 조직과 투쟁방안을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사전에 인식을 같이 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여기에 넣습니다. 여기에서는 특수고용직이나 영세사업장 문제는 다루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 번째 워크샵에서 따로 다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는 간접고용 노동자들과,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존재 양태와 조직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1.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존재 양태
(1)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존재양태
간접고용이라 함은 중간착취자가 매개가 되어 있는 고용형태를 의미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도급이니 용역이니 파견이니 사내하청이니 하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질적으로는 원사용자가 고용비용을 절감하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막으면서도 자신은 실질적 사용주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여러 고용형태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모든 간접고용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간접고용 노동자들 중에서도 노동자들이 독자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한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정규직과 함께 조직되지 못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일반화하고, 그것으로부터 교훈을 도출할 것이다. 우리가 분석하게 될, 독자적으로 노동조합을 만든 노동자들은 다음과 같다.
① 파견 : SK텔레콤, 방송사 비정규노동조합, 길병원 노동조합, LG캐피탈
파견이라 함은 파견사업주가 노동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당해 노동자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형태를 말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실질이 파견임에도 불구하고 아래에 설명하는 다양한 형식으로 위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일반적으로 '파견'이라고 할 때는 정식 허가를 받은 파견업체가 사용업체와 근로자파견계약을 맺고 인력을 파견하는 형태만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파견은 고용은 파견업체가 하되 사용업체 사업장에서 사용업체의 지휘·명령을 받아 근무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간접고용으로서, 직업안정법에 의하여 근로자공급사업으로서 금지되었으나 파견법 제정으로 1998년 7월 1일부터 일정한 요건 하에 합법화되었다. 대상업무는 26개 업무로 한정되고 있는데, 주요 업무로는 비서, 타자원, 전화외판원, 운전원, 수금원, 건물청소원 등이 있다.
② 불법파견 : 캐리어 사내하청, SK인사이트 노동조합, 대송텍 노동조합
불법파견이라 함은 실질적으로는 파견업을 사용할 수 없는 업종인데도 파견의 형태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노동부의 행정고시에 의하여 불법파견과 완전도급을 구분하는 기준이 나와있는데, 원사용업주의 관리감독이나 업무지시 여부가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고용형태에서 완전도급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고, 대다수가 도급(사내하청)의 형식을 띤 불법파견이다. 행정고시에 조항에 의해 우리 스스로 완전도급이냐 아니냐를 나눌 것이 아니라, 자본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에 사내하청 노동자를 사용하고 있다면 이것은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으므로 스스로 '비정규직'으로 간주하고, 불법적 중간착취에 맞서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
불법파견이 확인된 경우 원청회사에 정규직으로 고용되도록 해야 함이 마땅하지만 행정관청에서는 임의로 '파견법'을 적용해서 2년 이상자에 한해서 정규직화하라'는 이상한 주문을 내고 있다. 이것은 불법파견을 모두 합법화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으며 불법을 행한자들은 면죄부를 주고,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게 만드는 이상한 행정지침이다.
③ 사내하청 : 한라중공업 사내하청, INP중공업, 대상식품 사내하청, 광주카스코, 인천제철 거림산업,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내하청은 하청회사가 원청회사의 일정한 생산 업무를 도급받아 이를 원청회사 사업장에서 원청회사의 생산시설을 이용하여 수행하는 경우로서, 하청업체가 자체 생산한 물품을 원청업체에 납품하는 일반 하청과 구분된다. 사내하청도 원청업체의 기업 외부에서 인력이 공급되는 것이고 그 업무의 위탁은 도급계약에 의하므로, 용역 또는 도급의 한 유형에 해당한다.
그런데 사내하청의 경우 대부분 원청회사의 지휘·감독 하에서 원청회사 직원들과 함께 섞여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간접고용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파견법이 절대적으로 금하고 있는 제조업 등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그 특징이 있다.
소사장제는 사내외 분사경영의 한 유형으로 동일사업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반장, 장기근속자 등)에게 일부 생산라인이나 제조공정을 도급주는 형태로서, 사내하청의 초보적인 단계라 할 수 있다. 소사장이 원회사로부터 독립하여 경영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소사장은 형식만 독립사업자로 해놓았을 뿐 실제로는 회사의 지휘·감독 하에 근무하는 업무담당자의 지위에 불과하다. 따라서 소사장 밑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경우 실제로 회사의 지휘 감독 하에 근무하지만 형식상으로는 독립사업자인 소사장에게 고용된 것으로 되어 있어, 고용과 사용이 분리된 간접고용문제가 발생한다.
④ 시설관리(용역) : 서울대 시설관리, 경원대 시설관리, 동우공영, 서울대공원 시설관리, 삼창프라자, 기은서비스노조, 중앙인쇄노조
용역이라 함은 통상 사회적으로 기업 외부에서 인력을 공급받아 사용하는 형태를 말하며, 사용업체가 용역업체에게 일정한 업무를 맡겨 수행하게 하는 형태다. 청소, 수위, 전기 등 시설관리업종을 비롯하여 업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으며, 그 수는 적어도 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등 간접고용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정 업무를 용역받은 용역업체가 소속 직원들을 직접 지휘·감독하여 당해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면 별 문제될 것이 없겠으나, 대부분의 용역업체는 용역받은 업무에 소속 직원들을 공급할 뿐이고, 사용업체가 그 직원들을 지휘·감독하여 당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역시 간접고용에 해당한다. 나아가 사용업체가 채용 과정부터 깊숙이 개입하여 사실상 사용업체가 채용까지 한 것이나 소속만 용역업체 직원으로 해놓아, 사실상 직업소개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한편 경비업법에 의한 경비용역사업,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한 청소용역사업,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에 의한 기술용역사업, 주택건설촉진법 및 공동주택관리령에 의한 아파트위탁관리사업 등이 행해지고 있다. 역시 이 경우에도 용역업체가 직접 소속 직원들을 지휘·감독하여 용역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한 간접고용에 해당하고, 관련법이 예정하고 있는 형태는 용역업체가 소속 직원들을 직접 지휘·감독하여 당해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므로 위 법들에 의해 간접고용이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 각각의 형태는 간접고용이라는 동질성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몇 가지 차이도 발견된다. 첫 번째로 파견노동자들의 경우 합법화된 간접고용으로서, 특정한 업무(26)개 업종에 한정되어 있고, 고용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난점이 가장 크다. 특정한 업무이기 때문에 정규직과 일상적으로 부딪히지만 동시에 비정규직들만의 독자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시설관리도 마찬가지인데, 건물 시설관리와 아파트 시설관리로 나누어진다. 시설관리는 대체적으로 경비, 청소, 정비 등을 담당하는 특수한 업무에 한정되고 있고, 일하는 공간도 정규직과 구분되어 있다. 그 점에서 정규직과의 관계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계약갱신이라는 한계가 이 노동자들을 괴롭힌다.
사내하청과 불법파견은 고용의 형태는 같다. 지금 대부분의 사내하청은 사실상 불법파견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사내하청의 경우 직접 생산라인에서 정규직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정규직과의 관계가 그래서 더욱 중요하기도 하다.
(2)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존재양태와 특징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간접고용처럼 사용사업주와 고용사업주가 달라서 나타나는 이중착취의 문제는 없지만, 대다수가 고용의 불안정화 속에 놓여있다. 자본은 임시직과 계약직, 그리고 단시간 노동자들을 활용하는 이유를 '임시적이고 간헐적인 노동력의 사용'이라는 측면을 들어서 강변하고 있으나 사실상 임시직 노동자들이 장기임시노동과 파트타임이라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즉 장기임시근로는 남자가 28.6%, 여자가 53.4%이고, 파트타임은 남자가 4.1%, 여자가 13.5%나 된다. 이런 점에서 임시직 고용은 자본이 노동자들에 대한 초과착취를 위해서 만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노동경제학회에서는 이러한 '장기임시근로'를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분류하면서 비정규직 수치를 줄이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근로기준법 23조에 의하면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과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기간이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이들 장기임시근로는 모두 정규직으로 간주되어야 하나, 이들은 수차례 계약을 반복갱신하면서도 임시직이어서 고용불안정과 저임금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현실인 것이다. 이들은 특히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러한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특징을 보면 대체적으로 여성노동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여성이 전체 임금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6%이지만 상용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7%밖에 안된다. 반면 여성이 임시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6%이고, 단시간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8.3%에 이른다.(통계청, 단시간 근로자 실태조사)
도소매·음식숙박업이 35.4%로 가장 많은 임시직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조업도 17.0%를 보이고 있다. 임시직의 경우 노동시간은 정규직보다 짧으나 정규직의 67.7%의 임금수준이고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단시간 노동자는 여성이 80%로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는 단시간 노동이 여성 미숙련 노동력을 주 대상으로 하는 고용제도라는 사실을 반영한다.
① 계약직 : 한국통신계약직노조, 농협 계약직 노조, MBC 계약직 노조
임시직이라고 하면 상용이 아닌 노동자들을 일컫는 말로써 계절노동자나 직업훈련생, 프리랜서 컨설턴트, 유기계약 노동자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계약직의 규모가 큰데, 현행 판례에 의하면 수차례에 걸쳐 반복해서 고용계약이 갱신된 경우에는 정규직으로 간주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의 계약직이 수차례 고용계약이 갱신되는 사실상의 정규직 노동자들이면서도 정규직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통신 계약직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6년이 넘게 3개월짜리 단기계약이나 1년짜리 장기계약을 반복하면서 도장을 완전히 맡기고 계약이 이루어지는지도 모르는 채 계속 근무를 한 경우가 다반사이다. 물론 계약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임금격차는 정규직의 50%에 불과하다. 그러다가 구조조정이 일어나면 이들 노동자들이 제일 먼저 희생되고, 정규직들이 다시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계약직이 확대되었다.
② 단시간 노동자(파트타임) : 초중고 미술 강사노조
단시간 노동자 도는 파트 타임이라 불리는데 흔히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노동기준법상 '1주간의 소정노동시간이 당해 사업장의 동종업무에 종사하는 통상노동자의 1주간의 소정노동시간에 비하여 짧은 노동자'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주당 노동시간이 35시간 이하인 노동자를 단시간 노동자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단시간 노동자 중 통상노동자와 동일한 시간, 또는 그 이상을 일하는 유사단시간 노동자가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흔히 주유소나 편의점,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단시간 노동은 유휴인력 활용이나 업무의 변환이라는 대응이라는 목적 이외에 신규채용의 대체형으로 다수가 채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유통이나 금융부문에서는 단시간 노동자들이 상용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1997년 상업연맹 유통산업 비정규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단시간 노동자의 주된 노동시간은 평균 45.76시간으로 실질적인 단시간 노동자라 볼 수 없는 경우였다.
2.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정규직의 확산과 조직화의 필요성
(1)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정규직의 확대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는 단지 노동자계급의 '연대'라는 원칙적 수준에서만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대한 총체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자본은 구조조정을 통해서 계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한다. 외주, 용역, 아웃소싱 등으로 표현되는 구조조정은 이미 너무나 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양산하고 있으며, 이것은 직접적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한다. 뿐만 아니라, 사무직 여성노동자를 중심으로 정규직 채용을 전면 중단하고 계약직, 임시직을 늘려나간다. 지금 임시직 계약직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예전에는 정규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정규직의 확산은 엄청나다.
먼저 구조조정으로 인한 간접고용의 확대 양상을 보자. 한공정을 분리하여 독립시키는 '분사', 공정마다 사장을 두어 독립채산 방식으로 운영하게 하는 소사장제가 활성화되는데 전자는 사외하청, 후자의 경우 사내하청과 비슷하다. 이로 인하여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사외하청 혹은 사내하청 노동자로 전락하게 된다. 센추리의 경우 핵심부서인 압축기를 분사하고, 나머지 부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서 없애고자 하기도 했다. 현대전자는 반도체만 남기고 분사한 후 매각해서 인원정리를 추진하고 있다. 효성 창원의 경우도 2000년에 분사를 해놓고도 2001년에 또다시 분사를 추진하기도 한다. 대우조선에서도 두 번씩이나 분사를 시행하려고 했다가 노동조합의 저지로 무산되기도 했다. 조폐공사도 공장을 외주 하청 처리함으로써 소사장제를 통한 민영화를 시도하였다. 한국통신의 경우 선로유지보수 파트를 도급으로 전환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114 전화번호 안내국을 분사하여, 대부분의 노동자들을 간접고용 노동자로 전환시켰다. 이러한 분사나 아웃소싱은 몇몇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기업 구조조정 양식으로 선호되고 있으며 그 효과도 매우 크다.
99년 10월 상공회의소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아웃소싱과 분사의 도입 목적은 '인건비 등 비용절감'이 53%이며 '인력감축을 통한 고용부담 경감'은 21%에 달했다. 반면 '기업역량을 핵심업무에 집중한다'든가 '업무처리 시간을 단축한다'는 응답은 모두 합해서 21%에 불과했다. 분사나 아웃소싱의 효과에 대해서도 '비용절감 효과'와 '임시 비정규직 확대로 고용유연화', '인력감축으로 인한 고용부담의 경감'이라는 답변이 모두 80%에 달했다. 비용을 절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노동자들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간접고용이라는 조건 속에서 저임금과 나쁜 노동조건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사나 아웃소싱 못지 않게 용역, 사내하청 등도 급속하게 확장되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사내하청의 비율을 18.9%로 확정해놓았으나 사실상 이 비율은 지켜지지 않았고, 전주공장의 경우 사내하청 비율이 40%를 육박한다고 한다. 조선업종의 경우 워낙 하청 비율이 많이 차지하고 있었으나 최근 삼호조선소의 경우 하청 비율이 60%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서울지하철도 정비창을 분사시켜 통째 용역으로 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현재 식당, 청소, 도장은 모두 용역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효성 T&C의 경우도 사측에서 특정 공정이나 과를 하도급으로 전환시켰다. 울산지부의 경우 전체 조합원 900명 중 비정규직이 500명이며, 대부분은 하도급이고 나머지는 이주노동자들이다. 대규모 제조업체의 대부분은 용역업체와 사내하청을 많이 고용하고 있으나, 그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캐리어 사내하청의 경우도 정규직 900명 중에서도 600명에 달했으며, 신호제지의 경우도 90년부터 사내하청이 해마다 증가하여 현재 400여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있다. 인천제철 포항지부의 경우 90년도(13개업체, 237명)를 기점으로 하청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회사의 자료에 의하면 2000년 9월 34개 업체에 1천26명에 달해 있다. 한창 많을 때는 40개업체에 1천2백명이 될 만큼 하청노동자가 늘어났다.
이미 청소, 세탁, 식당, 시설, 운전, 안내, 주차 등 단순업무는 하청이 된지 오래이고, 하청을 도입할 때만 해도 일부 부서의 보조업무에 한해 시작되었던 것이 이제는 직영라인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즉 하청이라고 해도 특정한 부서가 아니라, 원청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하청의 확대는 대부분 원청의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게다가 사무직 여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파견의 확장은 규모가 매우 크다. SK, LG, 삼성 등 대기업 사무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파견노동자로 교체되었다. 이렇듯 구조조정으로 인한 간접고용의 확산은 그만큼 심각하다. 그런데 사무직 여성 노동자들은 간접고용으로만이 아니라, 정규직에서 파견으로, 파견에서 임시직으로, 임시직에서 단기계약직으로, 다시 파견으로 고용형태가 다양하게 변화하는 경험을 겪어왔다. 그만큼 고용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고용구조가 사측의 의도에 따라 가능한 착취를 많이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며, 이에 대해서 노동자들은 아무런 규정력도 가질 수 없다.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하여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으로 비정규직의 확산이 늘고 있는데 기존의 정규직을 해고하고 그 사람을 다시 계약직으로 채용하거나 계약서만 비정규직으로 바꾸는 경우가 있다. 또한 도급의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을 가시 파견 등의 형태로 간접고용으로 전환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비정규직 형태가 법망을 넘나들며 변형되는 것이 문제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사무·금융에서 많이 드러나는데 은행권의 경우 구조조정이후 명퇴한 대부분의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97년부터 99년까지 3년 동안 은행권에서는 단시간 노동이 급격히 증가하여 한일 은행은 246.1%가 늘었고 상업은행은 183.4 %, 외환은행의 경우 102.2%가 각각 늘어났다. 은행권에서는 비정규직의 80%가 이전에 여성노동자들이 하던 일반직무를 대체했다.
은행권에서의 비정규직으로의 대체가 주로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면, 증권업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증권의 경우 비정규직의 비율이 10%정도 되는데, '투자상담자' 라고 해서 개인 사업자 등록을 내고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한 사람들이다. 정규직에 비해 오히려 보수가 많아서 이런 계약직을 선호하는 노동자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굿모닝 증권에서는 '정규계약직'이라는 것이 생겨서 약 70∼80명 정도가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과의 차이는 1년 계약자라는 점과 사주를 마음대로 팔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측은 이를 계기로 연봉제를 전면화하려고 하고 있다.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경우에는 이처럼 양극화현상이 뚜렷하다. 은행권의 경우 비정규직화는 노동조건의 현저한 저하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반해 증권업계에서는 비정규직, 특히 계약직제가 지위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 등 민간서비스업에서의 임시직 계약직, 일용직의 활용은 이미 70%를 넘어섰다고 한다. 80년대 이래로 급격하게 성장한 민간서비스업에서는 과당경쟁이 일어나면서 인건비 축소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노동력을 비정규직으로 활용하게 되었고, 특히 여성 노동자들을 임시직, 계약직, 일용직으로의 활용했던 것이다. 즉 임시직 고용은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조업에서 미숙련 노동자의 활용을 위한 고용형태였으나, 1993년 이후 경공업부문 제조업의 대폭적인 후퇴와 더불어 감소했다가, 미숙련 노동력이 서비스산업의 기간 노동력에서 임시직의 형태로 자리잡게 되는 것과 더불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와서는 그나마 정규직으로 고용되었던 노동자들마저 사무업무의 자동화로 인해 미숙련 노동의 영역이 되면서 전체적으로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국면임을 이해할 수 있다.
(2) 비정규직의 확대로 인한 노동자들의 분할과 조직의 어려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이렇게 확대되면서 노동조합은 현실적 어려움에 봉착한다. 일단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힘이 줄어든다.
하청의 확장이 원청을 대체하는 것인 만큼 조합원수의 축소는 필연적이다. 금속산업연맹에서 2001년 6월에 사업장별 조합원 수 대비 비정규직 현황을 조사한 바 있다. 그 자료에 의하면 대우모터(352.6%), 현대강관(213.4%), 삼호중공업(125.9%), 대동조선(218.5%)은 조합원 수보다도 훨씬 많은 비정규직이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반증하고 있다. 이보다는 덜하지만 비정규직이 조합원 수의 50%를 넘는 곳도 8개 사업장이나 되며, 대부분의 사업장은 20%-40%의 조합원 수 대비 비정규직 현황을 보였다. 이처럼 조합원에 비해서 비정규직 숫자가 많아지면서 이것은 결국 노동조합의 조직력 약화로 귀결되는 것이 필연적이다.
또한 하청의 확대 자체가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어 노동조합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대림석유화학의 경우 5개로 분사가 되었는데, 이것을 통합해서 노동조합을 유지하려다가 실패한 바 있다. 한일(경주)의 경우 핵심부서를 분사한 후 그 부서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한 탄업과 폐업 협박으로 인해 노동조합은 해산하고 말았다. 멀티데이타 시스템의 경우에도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분사를 하고, 그 전 사업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센추리의 경우에도 압축기 부서를 분사하고, 나머지에 대한 탄압으로 노동조합 무력화를 꾀했다.
증권사들도 노동조합의 힘을 무력하게 하기 위해 계약직을 많이 활용하는데, 예를 들어 굿모닝 증권의 경우 쌍용증권에 굿모닝 증권으로 바뀐 후 상장을 하게 되자, 노동자들에게 사주를 매각할 수 있게 해준다면서 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여 결국 많은 노동자들이 계약직으로 전환했고, 노동조합의 힘이 현저하게 약화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비정규직이 확대되면 파업의 효과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인천제철 포항지부(구 강원산업)의 경우 조합원의 숫자가 1989년에 1800명에서 2001년 현재 1400명으로 줄었다. 나머지 400명은 하청이 확대된 숫자이다. 이 노조는 99년 42일간의 파업을 한 바 있다. 하지만 공장은 그대로 돌아갔다. 1,400여명이 되는 하청과 직반장들을 중심으로 조업이 계속 이루어졌기 때문에 파업의 실질적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하청 노동자들을 조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하청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하청의 증가로 인해 파업의 효과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금호타이어의 경우도 임시직 계약직의 확대가 파업의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기에 파업이 끝난 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은 그만큼 깊어지기도 했다.
또한 비정규직의 확대는 노동자들을 고용불안정으로 내몰아서 노동자간 경쟁을 격화시키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간접고용이 확대되면 그만큼 노동자들은 자신의 힘으로라도 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노동자간 연대의 정신은 사라지고, 경쟁만 격화된다. 그것이 바로 자본이 노리는 바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들은 바로 자본의 구조조정이 목표로 하는 바이다. 현장에서 자본의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여러 투쟁은 이렇듯 비정규직의 확대를 저지하는 투쟁, 일자리 확대와 그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투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수세적인 대응으로만 일관하게 되면서 현장을 다 내주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를 구조조정 문제로 접근한다는 것은 이것이 비정규직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 전체의 과제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통의 요구로 싸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 7,000명이 도급화 반대 및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고, 한국통신 정규직 114 노동자들이 분사화 저지에 맞서 싸우는 것은 결국 한국통신이 12,000명을 정리해야 한다는 구조조정 방침 때문이다. 따라서 그 방침 자체를 철회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정규직이 더 많이 짤릴 것이냐, 비정규직이 더 많이 짤릴 것이냐를 놓고 제로썸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즉 구조조정에 대한 공동투쟁의 전선을 만들 수 있어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사는 것이다. 비정규직 조직화는 철저하게 이런 관점에 입각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 당장 내 발등의 불이 급한데'라는 대기론과 '조직화는 힘드니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애를 쓰겠다'는 차선론을 극복하고, 지금 당장, 함께 투쟁하면서 조직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다.
(3) 비정규직을 확대하기 위한 법 제도의 완비
자본은 이렇듯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이것이 노동자들의 단결을 효과적으로 가로막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데 기능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려고 한다. 이러한 법과 제도는 첫 번째로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 비정규직의 확대 시에 노동조합으로의 단결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확대하기 위해서 어떤 법안이 준비되고 있는가? 가장 큰 것은 '파견법'의 확대이다. 이 파견법은 중간착취를 용인하는 최초의 법으로서 결국 간접고용 모두를 합법화하기 위한 시도였는데, 대체적으로 지금의 간접고용들을 불법파견이 된다. 하지만 현행법에 대부분의 불법파견은 오히려 노동자들을 짜르는 데 유리하게 이용된다. 자본측은 파견제를 더 확대하여 불법파견 자체를 없애고, 모든 간접고용과 중간착취를 합법화하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계약직 임시직 노동자들을 늘리기 위해 계약직의 계약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계약기간이 늘어나면 계약직 노동자들이 급격하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 계약직을 활용하는 이유가 임시적 간헐적 사용 때문이라는 자본의 논리가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일한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살펴보자. 먼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단일한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 것을 막는 법안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2001년 노사정위원회의 주요 의제인 '기업의 인수·합병시 고용승계, 노조승계, 단협승계'에 관한 문제이다. 애초에 '기업구조조정 특별법'이 상정될 때 이 내용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노동자들의 투쟁 때문인지 이 내용은 여전히 노사정위원회의 몫으로 떠넘겨졌다. 이것은 결국 기업을 구조조정 함으로 인해서 확대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원래 있었던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는 것을 막아서 단결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고, 단협을 적용받지 못하게 하여 노동조건을 떨어뜨리는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자본의 의지를 내포한 것이다. 이것은 바로 '삼미특수강'에 대한 대법원 판례에서도 확인된다. 무려 4년을 끌어온 삼미특수강 사례에서 대법원은 고법까지의 판례를 깨고 기업의 인수 합병시 영업양도의 내용에 대해 '자산의 양도'라는 편법에 손을 들어서 결국 포괄적 고용승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서 대부분의 고용조정 때 고용승계만이 아니라, 당연히 노조승계나 단협승계도 무시된다.
또한 잘못된 행정해석으로 인해서 통합노조 건설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후지쯔의 경우 자회사들을 포괄해서 노동조합을 건설하고자 했으나, 노동부에서는 질의회시를 통해 '법인체가 다른 사업장의 경우 통합노조를 건설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려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2001년 8월 행정관청에서는 이랜드 노동조합이 도급노동자들을 포괄하기로 한 규약개정안에 대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직접고용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가로막는 가장 대표적인 악법은 '단위사업장의 복수노조 금지조항'이다. 2001년 2월 말일에 복수노조 금지조항 해제를 5년 유예함으로써 자본은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 가능성을 가로막았다. 이로 인해서 워커힐호텔 명월관 노동조합이 설립 신고필증을 받지 못했고, 홍익매점 노동조합이나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조합도 우여곡절 끝에 노동조합이 합법화되었다. 게다가 경총에서는 2001년 단협지침을 통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단협포괄범위에 넣음으로써 그들이 독자적으로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것을 막으라'는 지침을 전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에서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규약을 변경하고 단협을 쟁취해서 이 노동자들까지 조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지침을 만들었는데, 이 지침이 얼마나 허구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법 제도의 완비에 맞선 투쟁도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현실에서부터 무력화시켜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공동투쟁은 구조조정을 박살내는 중요한 투쟁의 일환인 것이다.
1. 독자조직화 될 수밖에 없는 상황
2000년 동안의 투쟁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은 매우 중요한 화두였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은 누구나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이 현실화된 곳은 거의 없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처럼 정규직 자체가 없는 곳도 있지만, 정규직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래서 같이 조직할 가능성이 많으면서도 정규직과 함께 조직되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싸웠던 곳은 다른 비정규직들보다 더 힘든 투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고, 그 투쟁들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은 우리 운동 내에 통합노동조합 건설이 익숙하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과정을 보면, 비정규직이라서 임금과 고용조건에서 설움을 많이 당했고, 설령 정규직 노동조합이 있더라도 자신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는 불신이 팽배해있으며, 경제위기나 회사 구조조정의 책임이 비정규직들에게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비정규직들이 독자적으로 노동조합을 건설하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많이 만들어진 것은 2000년 이후이다. 1999년만 해도 한라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이나 대교교사 노동조합 등이 만들어졌으나 운동진영 내에 일반화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2000년 들어와서는 폭발적인 조직률을 보여서 90여개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경제위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혹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때는 그럭저럭 감수했지만 2000년 들어와서 경제가 회복되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정규직과는 달리 비정규직들은 전혀 임금이나 노동조건에서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열악한 환경을 강요받았다. 임금삭감은 계속되었고, 더 열악한 비정규직 처지를 강요당했다. 예를 들어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은 계약직에서 도급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모순을 딛고서 노동조합 건설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1)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대체적으로 독자조직화되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조직화는 대체적으로 독자적으로 이루어졌다. 그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업별 노조가 고착된 현재 상황에서 법인체가 다른 간접고용 노동자들까지 포괄한다는 것은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내하청을 포괄할만한 정규직 노동조합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도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청에서 직접적으로 심혈을 기울여 조직한 사례로는 이랜드 노동조합이나 인천제철 포항지부 정도이다. 이랜드 노동조합은 도급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조직했는데, 현재 행정관청의 편의적 해석 때문에 규약 변경을 인정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제철 포항지부의 경우에는 산별노조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지회의 규칙을 변경하고, 하청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독자조직화되었는데, 정규직과의 불평등한 대우나 고용불안정에 원인이 있다. 즉 정규직보다 심하게 경제위기의 고통이 전가되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들은 비정규직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지 않거나 오히려 고통을 전가하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해왔다. 그러다 보니 비정규직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때에도 정규직과 함께 노동조합을 만든다거나 정규직 노동조합에 들어간다는 생각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조직하고자 할 때 정규직으로 포괄되는 과정이 쉽지 않다. 규약도 변경해야 하고, 정부와 자본의 간접이 심해진다. 그러느니 차라리 손쉽게 먼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조직해놓고, 노동조합을 안정화한 이후에 조직통합 등을 모색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 또는 정규직 노동조합으로 들어갔을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충실하게 보장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선도적으로 먼저 조직을 건설하고자 했을 때 독자적으로 조직하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 못지 않게 그동안 우리 운동에서는 정규직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데 협조를 하더라도 완전히 자신의 노동조합으로 받아들이려는 계획을 갖고 결합하지 않았던 문제가 더욱 크다. 그것은 기업별 의식의 연장이거나 자본이 주입한 우월의식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실제로는 불법파견에 불과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른 기업의 노동자라는 이중적 인식을 하고 있고,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바라보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괄하면서 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을 것인지 자신감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제도적으로도 함께 조직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속에서 적극적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던 것이다.
비록 비정규직들이 먼저 조직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정규직 노동조합과 함께 하고자 하는 목적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정규직 노동조합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독자조직화를 시작했을 때 그것은 어떻게 함께 받아안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준비는 필수적이다.
(2) 직접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독자조직화보다는 정규직 조직화 방식을 택한다.
민주노총에서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경우 '규약을 변경하여 정규직 노조로 포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규약변경이 많이 되지 못했다. 한국중공업처럼 규약변경안을 올렸다가 대의원대회에서 번번이 부결되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한국통신처럼 계약직을 조직하려고 규약을 변경했다가 제대로 조직을 하지 못해서 결국 이 조항이 비정규직의 독자조직화를 가로막는 조항으로 악용되기도 하였다. 또한 규약을 변경했다 하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민주노총의 규약변경 방침이 사실상 허구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즉 정규직 노동조합에서 계약직 노동자들을 받아들였을 때 이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이 간다면 파업까지도 불사한다는 결의가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결의를 갖고 조직한 서산의 한국항공우주산업이나 롯데호텔 등에서만 긍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자.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독자조직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대체적으로 업무의 구조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거나 정규직의 보조역할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에서의 계약직이 사라지고 OA시스템의 개발로 사무직에서 임시직 계약직이 많아지고, 서비스업에서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많아진 이래로 이들의 업무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조직화의 길을 걷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었다.
또한 임시적으로 거쳐가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노동자들에게 지배적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독자적을 조직화를 하는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올라가는 통로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그런 가능성이 사라진 지금은 기업에 애착이 사라져서 조직화보다는 개인이 떨어져나가는 편을 택한다. 그러다보니 정규직에서 포괄하지 못하는 경우 독자적인 조직화보다는 여성노조나 지역노조로 포괄되는 경우가 많다.
(3)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독자조직화되는 경우는 구조조정 때문이다.
직접고용 노동자들은 대체적으로 독자조직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조합 등 독자적으로 조직되어서 투쟁하는 사업장들도 있다. 이것은 왜 그런가? 바로 구조조정 때문이다. 자본은 구조조정을 하면서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간접고용으로 내몰기도 하였다. 고용인원을 줄이면서 외부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간접고용 노동자가 되면 더 열악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직접고용 노동자들은 스스로 조직해서 투쟁하게 된다. 구조조정은 일단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것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정규직을 더욱 열악한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포함하기도 한다. 예전의 계약직의 경우 승진사다리를 통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경우가 많았고, 또 반복갱신해서 계약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고용의 안정성은 보장받는 편이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이 전면화되면서부터는 계약직을 간접고용화하거나 계약기간을 단기간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고용의 불안정성을 계속 부추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규직 노동조합에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투쟁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직접고용 비정규직들은 독자적으로 조직하는 방안을 택해서 투쟁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정규직 노동조합에서 비정규직들을 포괄하려고 하지 않을 경우 독자조직화는 필연적이겠지만, 이것은 우리 운동의 낙후성을 표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노동자 내부의 분할을 획책하는 자본에 맞서 노동자계급의 통일과 단결을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에서는 정규직이 규약을 변경하여 비정규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으나 그것은 여전히 공문구이다. 비정규직들이 독자조직화를 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살펴보고, 대안을 찾지 않으면 계속 '산별노조가 건설되면'이라는 단서 조항 속에서 허덕이거나 규약변경 운운하면서 조직화를 늦추면서 비정규직들이 독자노조 건설, 그리고 힘겨운 싸움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2. 독자조직된 노동자들의 현실적인 문제점
(1) 불안정한 고용관계로 인한 노동조합의 유지 어려움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파견법에 의한 주기적 고용불안으로 노동조합 유지가 어려운 것이다.
파견노동자들은 파견법을 악용한 사업주들에 의해 항상적인 해고의 위협에 처해있다. 파견법에는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2년 이상 고용한 파견노동자는 사용업체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그러나 사용업체들은 이렇듯 파견법 6조 3항에 명시되어 있는 직접고용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량해고 및 배치전환을 자행하였다. 실제로 노동현장에서는 '당신은 파견노동자이기 때문에 2년 이상 이 사업장에서 일할 수 없다'는 사용업체의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계약기간 2년을 채운 파견노동자들의 해고가 주기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 2000년 7월 17일 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파견근로제 시행 2년째를 맞아 파견기간 2년 제한 규정을 처음 적용받게 된 파견노동자들 중 86%가 고용을 보장받은 것으로 나타나 우려되었던 대량해고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고용이 유지되었다고 하는 5,025명의 고용형태를 살펴보면,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395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다수는 계약직(2,039명), 임시·일용직(547명)의 형태로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계약직이나 임시·일용직의 대다수는 안정적인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초단기 계약직이 차지하고 있다. 일례로 SK 텔레콤의 경우 파견법 시행 2년을 앞두고 파견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한 이후 해고한 노동자들을 그대로 다시 채용했는데, 모두 1개월 짜리 단기 아르바이트였다.
더욱이 정부 발표에 의하면 원래 사용업체로터 계약해지되어 파견업체에 계속 고용된 채 다른 사용업체에 파견되거나 유급휴가훈련을 간 인원이 771명, 도급 계약으로 전환된 인원 등 기타가 1,970명에 이르렀다. 정부 발표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실제로 노동현장에 만연한 불법파견실태를 고려한다면,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파견근로실태는 대단히 제한적인 것으로 노동현장의 실태반영과 거리가 멀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한 노동자는 극소수이고 대다수의 파견노동자들은 언제 다시 잘릴 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처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서 노동조합을 만든다 하더라도 노동조합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태이다. 조합원들이 2년마다 갈리기 때문이다. 방송사 비정규노조의 경우 2년이 된 노동자들의 계약해지를 막기 위해 노동조합을 건설했는데, 매월 주기적으로 2년된 노동자들이 해고되다보니 새로 오는 조합원들을 다시 조직해야 하고, 또 2년이 되어서 나가는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활동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새로 들어오는 노동자들에게 조합 활동을 하지 말고, 2년 동안 관리자들에게 잘 보여서 잘 버티라고 말하고 나가기도 한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2년 후에 짤릴 것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힘들지 않게만 보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자리는 계속 있으되, 노동자들의 고용형태가 계속 바뀌고, 2년마다 해고되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활동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또한 대부분의 간접고용은 원청과의 계약관계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유지가 매우 어렵기도 하다. 하청은 원청과의 계약관계에 의해 생존할 수 있고, 시설관리 회사들의 경우 공개 입찰을 통해 사업자가 선정되므로 공개입찰에서 실패하고 나면 회사를 계속 운영할 수 없게 된다. 시설관리 노동자 30만명은 '용역계약 만료'라는 이유로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시설관리의 경우 업무용과 비업무용 모두 직접고용형태(직영, 자치관리)와 간접고용형태(용역, 위탁관리) 방식으로 고용되고 전국 약 90%는 간접고용(용역관리)이다. 계약기간은 대략 1-2년이며 아파트 등은 수시로 바뀐다. 용역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전직원이 한꺼번에 길거리로 내몰리거나 자의적으로 선별하여 재고용되거나, 재고용을 조건으로 엄청난 근로조건 저하를 강요하는 비상식적인 모습들이 반복된다. 이로 인해서 노동조합의 활동 자체가 마비되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임시직이나 계약직으로 활용되는 비율이 높아졌다. 그래서 하청업체가 계속 원청과의 계약관계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원청의 단가인하 압력을 견디기 위해 노동자들이 임시직과 계약직이라는 점을 활용하여 매번 주기적으로 더 낮은 노동조건을 강요하고, 노동자들을 갈아치운다. 이러한 불안정한 고용상태가 노동조합의 지속적 유지를 매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인 것이다.
이러한 불안정한 계약관계로 인한 어려움은 계약직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계약직 노동자들의 경우 계약기간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들면 계약기간 동안은 그대로 두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 가차없이 짤라버린다. 꼭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짜르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은 계약직 자체가 예전과는 달리 일상적인 고용불안정을 목표로 하는 것이고, 또한 노동자들의 고용형태가 너무나 다양하게 바뀌기 때문에 안정적인 노동조합 활동이 매우 어렵게 된다. 계약직이었다가 도급이 되었다가 파견노동자가 되었다가 하면서 왔다갔다 하고, 기껏 조직이 되었어도 문제가 생기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풀기 보다는 그냥 개인이 퇴사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크다. 그만큼 계약직의 경우 회사에 대한 애착이 적고 잠시 머물다 가는 곳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약직들은 여성 노동자들이 아니면 이미 정년퇴직을 한 노년층, 그리고 군대 가기 직전의 남성노동자들로 구성되기 일쑤이다. 이것이 노동조합의 안정적 활동을 방해한다.
코리아정공의 계약직노동자들은 99년 5월과 6월 사이에 계약직인지도 모른채 50명 정도가 입사하였고, 회사에서 정규직 사원 채용을 할 것으로만 믿었던 계약직 사원들은 6개월 단위로 반복되는 재계약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계약만료일이 지난 상태에서 계약서를 쓰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치면서 1년 6개월 동안 세 번의 계약을 하였는데, 회사는 재계약 날짜가 되면서 선별적인 계약 종료를 실시하였다.
(2)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업체 전체의 폐업과 계약해지와 해고
독자조직화된 노동자들이 가장 크게 걸리는 문제는 노동조합 건설을 이유로 한 각종 부당노동행위이며, 이 행위에 대해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먼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이 사용자책임을지지 않기 때문에 계약직의 경우는 사측이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들어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기 때문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에서 가장 큰 문제는 원청업체가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곧 원청업체가 부당노동행위의 당사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사내하청 업주는 아무런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원청업체의 힘에 의해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는데, 법적으로는 아무런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각종 부당노동행위가 난무한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조합 건설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그로 인한 업체의 폐업이다. 여기에 많은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다.
가장 흔한 사례는 노동조합 결성을 이유로 파견·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파견·용역계약엔 노동조합이 결성되거나 파업을 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이런 조항이 없더라도 사용업체는 '생산 차질'등의 이유로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 한다. 실제로 간접고용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할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계약이 해지되면 법적으로 구제받을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를 보건대 사용업체의 계약해지 위협은 노동조합의 결성 자체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AMPM은 힐튼호텔과 청소도급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로 객실정비를 맡을 노동자를 공급하고 있다. 2000년 서울지역여성노조 호텔종사원 지부가 힐튼호텔에 결성되자 도급계약에 '노동쟁의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행동으로 본 계약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계약해지 할 수 있다는 내용을 거론하며 위협하였다.
대상식품은 2000년 4월 사내하청 업체에 노동조합이 생기자 노동조합 해산을 직간접적으로 종용하였고, 노조파괴에 실패하자 5월 31일 사내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였다. 대상식품과의 계약서에도 노조결성시 계약해지 조항이 있었고 사내하청 노동자는 노조활동 시 해고된다는 각서를 입사할 때 제출해야 했다. 계약해지와 동시에 사내하청업체는 '생산 부진'을 이유로 폐업하였다. 이에 의해 조합원들은 대상식품 공장으로의 출입권조차 빼앗기고 본사와 공장 앞에서 농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6개 업체들은 조합원들에 대해 부분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리고 불법파견 판정을 받자 캐리어는 이 사업장과 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내하청의 경우 볼보측에서 아림을 대상으로만 노동조합을 결성하면 용인해주겠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대부분 숙련 노동자들이었기 때문에 쉽게 해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비조합원을 중심으로 대체인력을 준비한 후 1년이 지나자 아림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노동자들은 다시 길거리로 쫓겨났다.
'동명'은 파견업체로 광주 하남공장 카스코(구 기아정기) 공장에 파견노동자를 투입해 일을 시켜왔다. 2000년 5월 2일 파견노동자들의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노조를 만들어 광주지역금속노조 분회로 가입하자, 동명은 노조활동 인정과 단체교섭을 하기로 합의하도록 5월 31일 폐업을 단행하였다. 이에 앞서 원청인 카스코는 동명과 용역계약을 해지했다.
삼창프라자 역시 2000년 9월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자 건물주는 곧바로 용역계약을 해지하고 전원 해고한 후 3개의 용역회사로 분할하여 계약 관리하기 시작했다. 99년 장기간 천막농성 투쟁을 진행했던 한라중공업, 2000년 노동조합을 설립한 후 곧바로 계약을 해지당했던 인천제철의 거림산업 등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계약해지 당하고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또한 노동조합 건설로 인한 계약해지만이 아니라, 불법파견 판정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도 많다. 불법파견이라 함은 겉으로는 도급이나 용역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원청이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불법의 당사자는 원청과 파견업체 모두이다. 하지만 불법파견임이 발견되면 피해를 당하는 것은 바로 파견노동자들이다. 지금의 행정해석으로는 불법에 대해 파견업체가 벌금을 내고 업무를 폐쇄하게 된다. 그 노동자들은 이미 원청이 직접고용해야 하는 것을 불법적으로 도급 형태를 취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직접고용으로 이어져야 하나, 원청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불법파견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해서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곧이어 또다른 불법파견을 저지른다. 게다가 행정해석상 이러한 불법파견 역시 파견법의 적용을 받아 2년 이상자만 정규직으로 하면 된다는 이상한 해석이 난무하여 불법 행위 자체를 합법적 행위로 눈감아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파견업을 26개 업종으로 제한해놓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사이트코리아의 경우 노동조합에서 불법파견으로 진정을 냈고, 결국 승소했다. 하지만 원청인 SK는 핵심 조합원들을 해고한 후 나머지 조합원들만 1년짜리 계약직으로 고용했다. 1년 이후에는 다시 도급으로 전환할 움직임도 있다. 이랜드의 경우도 부곡물류센터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냈으나 오히려 도급업체를 폐업하고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기도 했다. 또한 캐리어에서도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놓고도, 2년 이상 일한 사람만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합법적 파견법의 적용을 받겠다는 이상한 논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대송텍의 경우도 불법파견으로 판정을 받자 오히려 계약을 해지하고 노동자들과의 어떤 논의도 하지 않는 등 대한송유관공사의 태도가 오만하기 짝이 없다.
이처럼 불법적 행위를 저지른 자들이 문제를 피해가고, 오히려 노동자들만 계약해지의 피해를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법이 파견법이다. 이로 인해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노동3권은 완전히 무시되는 것이다.
계약직 노동자들에게도 노동조합의 건설을 이유로 한 각종 탄압이 가해진다. 명월관 노동조합의 경우 복수노조 금지조항 때문에 노동조합이 합법성을 인정받지 못했는데, 사측에서는 이것을 핑계삼아 노동조합 간부 및 활동가 11명을 해고해버렸다.
한국통신에서도 노동조합 건설을 놓고 각종 부당노동행위들이 자행되었다. 노조 행사날인 일요일에도 강제근무를 시키는가 하면, 노조 체육대회 행사를 이유로 한 연월차 신청도 무조건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회유와 협박, 노조에 대한 비방이 지속되었다. 그리고 노동조합 간부를 징계해고 하는가 하면 가족을 동원한 지속적 회유와 협박을 자행하기도 했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성과급도 지급하지 않는가 하면 파업시에 업무 공백을 메운다는 이유로 불법적 대체근로를 자행하기도 했다.
비정규직들은 대체적으로 아는 사람의 소개로 들어온 경우가 많다. 사측에서는 소개를 시켜준 사람을 동원해서 회유와 협박을 하기도 하고, '당신이 파업에 계속 동참하면 당신을 소개시켜준 사람이 다친다'면서 협박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인력감축 위주의 구조조정 시나리오에 입각하여 작년 5, 6월경부터 계약직 노동자에대한 계약해지 조치를 남발했다. 이 때 회사쪽에서 들이댄 근거는 '계약직은 2년 이상 초과 근무할 수 없다'는 계약직 관리지침 제11조 제7항이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3개월 내지 1년 단위로 본인도 잘 모르는 사이 재계약이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한국통신에서, 이 조항은 제정 당시부터 사문화되어 있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따라서 이제 와서 이 조항을 들먹이는 것은 해고의 정당한 근거가 전혀 될 수 없었다. 더욱이 5, 6월 대량 해고사태가 있은 후, 한국통신은 재계약이 불승인된 계약직원들에게 '다른 사람 명의로 다시 계약하자', '도급으로 다시 들어와라', '아르바이트로 일해라'는 등의 요구를 해와, 일이 없어서 해고한 것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3) 정규직과의 갈등 증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되는 양식을 보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조직하려고 노력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정규직에서 조직계획을 갖고 결합을 한 곳은 반드시 정규직과 통합노조를 건설했다. 이랜드 노동조합이 그랬고, 인천제철 포항지부가 그랬다. 독자조직화 된 곳은 준비과정에서 비정규직들이 먼저 조직화를 시작하고, 이후에 정규직과의 관계를 모색하게 되었던 곳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초기에 조직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정규직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형성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독자적으로 노동조합을 건설한 이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정규직과의 갈등이며, 자본은 정규직과의 갈등을 부추겨서 노동조합을 깨는 데 주력하게 된다.
이렇게 갈등이 벌어지는 데에는 정규직의 배타적인 태도가 큰 몫을 차지한다. 정규직의 배타적 태도를 낳는 가장 큰 원인은 구조조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정규직 노동조합은 비정규직이 고용의 안전판으로 기능하기를 원한다. 구조조정이 진행될 때 비정규직이 먼저 짤리면 정규직 노동조합으로서도 큰 부담을 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에서 '고용안정협정서'를 만들면서 사내하청 비율을 16.9%로 제한하고, 구조조정이 진행될 때 사내하청을 먼저 정리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미 전주공장이나 아산공장에서는 하청의 비율이 40%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면서 정규직의 고용불안을 더욱 심화시킨다. 한국통신에서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원정리의 명수가 확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장 조건이 나쁜 계약직 노동자들부터 짜르고자 했다. 그래서 계약직 7,000명이 한꺼번에 정리해고 되었는데, 정규직 노동자들은 오히려 이것이 자신들의 고용안정성을 높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들의 투쟁에 오히려 배타적인 태도를 보였다.
명월관 노조의 경우 기존노조인 한국노총 소속의 워커힐노조에 수차에 걸쳐 실제로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가입을 받을 의사가 없을 경우 규약을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민주노총 가입을 하려고 하여 이념이 틀린 노조이다.' '받아줄 수 없다' '면밀히 검토하여 볼 터이니 인내하고 기다리라, 그러나 오직 노조설립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면 법률적으로 대응하겠다' 거나 '비정규직을 노조에 가입시켜 주면 상여금, 복리후생 등을 정규직과 똑같이 해주어야하는데 당신들 같으면 받겠느냐?' 라는 등 명월관 노조에 대한 탄압을 일삼았다. 또한 명월관 노조가 노조 설립에 따른 회사측 탄압, 근로기준법 위법 사항 등에 대해 구제신청 및 고소를 진행하자 명월관 조합원들과 면담을 추진하며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해보겠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조합원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수차에 걸쳐 노조설립 시도를 무마시키려고 시도를 하였다.
조합원들은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크다.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개인의 힘으로라도 살아남기를 원한다. 비정규직의 존재 자체가 노동자들을 안심시키는 기제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노동조합에서 신뢰를 주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시키지 못하는 이상 조합원들의 의식수준은 비정규직에 대한 배타적 태도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함께 조직을 만들어나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캐리어 사태에서 우리는 이것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정규직 노동조합이 아무리 비정규직 노동조합과 함께 하고자 하더라도 이런 조합원들의 의식수준에 편승하는 이상 절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통합노조의 건설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외자기업이 빠져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암감,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자신들이 먼저 짤릴 것이라는 직반장들의 불안감을 극복하는 투쟁의 전망을 제공해주지 못하면서 결국 정규직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배신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처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명백한 반대, 기업의 틀을 넘어서는 노동자계급의 입장을 견지하지 않는 이상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필연적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함께 부여안고 가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한노사연에서는 이러한 노동자들에게 점잖게 충고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의 어려움은 정규직과의 연대를 통해서 극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정규직과의 연대를 배척하지 말고 가자. 캐리어 사태에서도 정규직과의 관계를 슬기롭게 조절하지 못한 상급단위 활동가와 지원단체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고 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치고 정규직과의 연대를 부정하는 노동자들은 하나도 없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투쟁을 통해 절실하게 깨닫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번이 벽에 부딪힌다. '고용 문제'가 닥쳤을 때 정규직들이 얼마나 매몰차게 비정규직들을 내팽개치고 자신들의 살길을 찾는지 뼈아프게 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계를 조절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정규직과의 관계를 슬기롭게 조절하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를 자본의 논리에 빠뜨리는 일부 기회주의적인 지도부를 정확하게 비판하고, 노동자계급의 통일과 단결이라는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정규직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조직하는 것이지, 상층 차원에서의 적당한 타협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각종 차별을 통해 정규직의 우월의식을 재생산하며 고용을 매개로 둘 사이를 갈라놓는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굴복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를 극복하게 하는 것은 기업별-정규직주의를 극복하자는 도덕적 훈계가 아니다. 현실 속에서 기업별-정규직 주의가 어떻게 재생산되는지를 밝혀서 현장투쟁을 통해 그것을 극복하고, 구조조정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동투쟁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정규직의 배타적인 태도 때문이고, 그것은 구조조정에 대한 왜곡된 인식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런 왜곡된 인식은 자본의 철저한 관리전략 속에서 재구성된다. 자본은 원청 노동자들에게 이런 왜곡된 우월의식을 심어주고, 일상적으로 차별을 강화하는 관리체계를 만들어간다.
그 전략들을 몇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첫 번째가 위험하고 힘든 일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활용하게 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노동자들이 작업을 기피하는 라인, 산재빈도가 높은 일에 많이 투입된다. 자동차의 경우 유기용제, 솔벤트와 관련된 일이 매우 많다. 조선업종의 경우 도장 중에서도 어둡고 위험한 곳을 하청이 맡는다. 밀폐된 공간에 가스가 꽉 차 있는 곳은 당연히 하청의 몫이다. 원청 노동조합은 심지어 '그라인딩 등 유해업무는 하청을 활용한다'는 단협조항을 자랑스럽게 여기기까지 한다. 자신들의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투쟁해야 할 하청 노동자들을 배제하는 일상적 매카니즘이 하청과 원청을 분리시키고, 투쟁 시에도 함께 하지 못하는 요인이 된다. 한국통신 계약직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계약직은 정규직이 하기 싫어하는 일, 비오는 날의 일을 도맡아 한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시다바리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자본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차별체계를 동원한다. 노동자들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차별을 당한다. 이름표, 작업복, 안전장비, 식당의 밥에서까지 말이다. 하도급 작업복하고 직영 작업복이 서로 다르다. 원청은 옷을 벗어서 세탁기에 넣으면 빨아주는데 하청은 직접 빨아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작업복이 완전히 다르다. 정규직은 겨울에 따뜻하지만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다. 식당은 아주 추접스럽게도 직영이나, 하청이라고 식권에 찍혀서 나온다. 밥값도 서로 틀리다. 안전장구를 사는데도 정규직은 좋은 장구를 사고, 비정규직은 금액이 낮은 안전장구를 산다. 심지어는 안전장구를 비정규직 자신이 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차별을 하는 이유는 단지 돈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자신들은 뭔가 비정규직과 다르다는 허위의식을 심어놓아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공동투쟁을 꺼리게 만든다. 하청 노동자들은 축구를 하고 있다가도 원청이 가면 축구장을 비워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같이 바둑을 두다가 싸움이 벌어졌을 때 하청이 원청의 뺨을 때렸다고 해고당한 일도 있다. 심지어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생일을 알아서 챙겨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허위의식으로 물들어 비정규직을 깔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본의 이런 차별 때문에 자신을 이류노동자라고 생각하여 차별을 내면화하고 적극적으로 개선의지를 갖기 보다는 못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자본의 분리전략이다. '자신들도 하인이면서 우리를 노예취급한다'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자본가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시에 하청 노동자들을 투입해서 파업을 방해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 사이에 불만이 쌓이도록 만든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우 계약직 노동자들까지 조직하여 함께 투쟁하고 정규직화한 모범적 사례이지만 이들이 투쟁할 때 도급노동자들은 공장을 돌렸다. 이로 인해서 도급 노동자들에 대한 불만이 매우 쌓였고, 이후 이 노동자들을 조직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정규직이 파업을 할 때 자신들이 일을 못하게 되면 그것을 곧바로 생계의 어려움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정규직의 파업에 적대적일 수밖에 없고, 기회가 닿으면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분리전략은 파업투쟁 기간 동안 더욱 극명하게 효과를 나타낸다.
이것이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골을 깊게 만들어서 단결투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자본의 관리전략이다. 이러한 관리전략이 함께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공동투쟁을 하는 것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런 차별적 의식 때문에 한국중공업에서는 5번이나 규약변경안을 올렸다가 부결되기도 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들과 같은 노동조합활동을 하는 것이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이 노동자들을 분할통치하고 그를 통해 힘을 최대한 빼려고 하는 작전을 구사하는데 노동자들이 놀아나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인격적으로 멸시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 노동자들이 있는 한, 그래서 자본의 의도에 놀아나는 노동자들이 있는 한 통합노동조합 건설은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이런 조합원들의 심리는 노동조합이 튼튼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심리를 핑계삼아서 통합노조 건설을 미루거나 비정규직과 함께 하지 않는 것은 노동조합 스스로가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다. 때로는 악의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그 투쟁을 망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한국노총의 홍익회는 성과급영업사원인 홍익매점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교섭 때마다 홍익매점 노동자들을 교섭 카드로 활용해왔다. 그들이 독자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자 복수노조라면서 오히려 노동조합을 무너뜨리려 했다. 워커힐호텔의 명월관 노동조합도 마찬가지이다. 자신들의 규약을 변경해서 그 노동자들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해놓고는 그 노동자들이 독자적으로 조직되는 것을 가로막는 일을 한 것이다. 이런 악의적인 정규직 노동조합의 태도 때문에 독자적으로 노동조합을 건설하고도 힘겨운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
구조조정에 대한 불철저한 태도를 버리고, 조합원들의 낮은 의식수준과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편승하기를 그만두고 원칙적 입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투쟁하기를 촉구하면서 교육하고 선전하고 투쟁하지 않는다면 함께 조직을 건설하기도 요원하고, 투쟁으로 자본에 맞서 승리하기도 어렵다.
3.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특히 더 문제가 되는 점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함께 투쟁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조직에서 다양한 쟁점들이 도출되어 있기도 하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쟁점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노동자들이 조직과 함께 투쟁에 돌입하게 된다. 따라서 조직의 문제점과 투쟁의 문제점은 일치한다. 이 문제점을 살펴보면서 어떤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지 검토해보자.
(1) 실질적 사용주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
현재 노동부의 입장에 따르면, 파견·용역업체와 사용업체가 노동3권 보장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떠한 법적, 제도적 강제도 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사용업체에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 노동부와 사용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온전하게 활동하려면 조합활동이 인정받고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을 통한 교섭력이 보장되어야 하기에, 노동법은 이를 사용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파견·용역업체만을 상대로 노동3권을 주장하라는 노동부와 사용자의 주장 때문에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은 실질적으로 박탈되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주된 활동장소는 당연히 사용업체의 사업장이며 파견·용역업체에 가본 적도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파견·용역업체 사무실에 가서 조합활동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으며, 작업장과 분리된 조합활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 대부분의 사용업체는 '우리 회사 직원이 만든 노동조합이 아니니 우리 사업장에선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논리로 조합활동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 간부의 출입을 금지하거나 사업장에서의 회의를 금지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한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업체는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고, 파견·용역 업체는 '우린 아무 능력이 없으니 어찌할 수 없다.'며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한다. 설령 성실하게 교섭에 임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파견·용역업체를 통해서는 단체교섭의 실질적인 성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임금 및 노동조건은 전적으로 사용업체의 재량에 달려있으므로 파견·용역업체에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노동3권 보장의무가 전가되는 상황에서 파견·용역업체가 책임질 능력이 없음을 잘 알고 있는 노동자들은 노동3권의 행사를 스스로 포기하기까지 한다. 책임질 사용자가 없는데 나서봤자 무얼 하냐는 것이다.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파견노동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파견법 제34조는 임금, 고용 문제에 대한 책임은 파견업체가, 노동시간 및 노동조건에 대한 책임은 사용업체가 질 것을 규정하고 있다. 최소한 사용업체가 책임질 부분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파견노동자는 다른 간접고용 노동자에 비해 유리하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파견법은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 책임에 대해선 거의 규정하지 않는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노동조합과의 교섭의무를 누가 져야 하는지, 사업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지, 해고된 조합간부의 사업장 출입을 막을 수 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조항이 전혀 없다. '정당한 노동조합의 활동을 이유로 근로자 파견계약을 해지해서는 안 된다'는 파견법 제22조만이 사용업체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책임을 규정하는 유일한 조항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동부가 사용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사례가 없으며, 그러한 의지 또한 없는 상황에서 파견법 22조는 알맹이 없는 선언에 그치고 만다.
결국 파견법의 기준을 따라 합법적으로 파견된 노동자들 또한 노동3권은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른 간접고용 노동자들과 마찬가지이다. 이는 현행 파견법이 파견노동자 보호보다 파견근로 합법화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사용업체가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조합을 아예 인정치 않음으로 인해 조합활동에 치명적인 제한이 가해진다. 해고된 조합간부의 작업장 출입을 금지하거나 사업장에서 조합활동을 금지하기도 한다.
한라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만성적인 임금체불에 항의하여 99년 3월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 이에 대해 한라중공업과 하청회사는 노조 집행부에 대한 납치, 협박, 현장출입 봉쇄 등의 노조탄압을 자행하였고, 노동조합은 사업장 밖에서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홍익매점 노동조합의 경우, 노동조합이 사측에 단협을 요구하자, 개인사업자로 되어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를 모두 제외하면 단협에 응하겠다고 해서 단협이 계속 늦춰지고 있는 상태이다. KBS는 방송사 비정규 노동조합 위원장이 해고되었다는 이유로 사업장 출입을 금지하였다. 또한 조합원들이 휴게시간에 회의나 집회를 하면 파견업체 직원이니 방송사 내에서 해선 안 된다고 하였다. 방송사에서는 2001년에 방송사가 공익 시설이니만큼 집회를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당했다. 그러자 또다시 서류를 고쳐서 두 번째로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현재 심리 중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사용업체의 사업장에서 사용업체의 노동조직에 편입되어 노무제공을 한다. 그런 만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구체적으로 좌우하는 자는 사용업체이다. 대개의 파견용역업체가 사용업체와의 관계에 있어서 열등한 지위에 있고, 또 사용업체의 필요에 따라 노동자를 모집하여 공급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노무지휘·감독을 하지 않는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임금수준도 파견·용역계약의 내용에 따라 정해질 수밖에 없고, 사용업체가 계약해지를 요구하거나 어떤 노동자의 해고를 원한다면 그 노동자는 어떠한 보호도 받을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였을 때 단체교섭을 원하는 상대방은 사용업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용업체는 실질적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단체교섭 거부로 일관한다. 현실적으로 능력이 없는 파견·용역업체에 단체교섭 의무가 주어짐으로써 간접고용 노동자는 실질적인 단체교섭 기회를 박탈당한다. 사용업체는 근로계약서상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제도적 공백으로 인해 간접고용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이 침해되는 것이다. 대상식품, KBS, SBS, 이랜드, 한라중공업등 대부분의 사용사업주는 단체교섭 거부로 일관하거나 비공식적인 교섭만을 고집한다.
서울대에서 경비, 미화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2000년 1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서울대를 상대로 파업을 벌였다. 노동조합은 서울대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는데, 이에 대해 서울대는 공식적으론 단체교섭을 거부하였다. 그러나 학내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비공식적인 대책기구를 통해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나섰다. 결국 서울대와 노동조합의 협상 끝에 파업에 종료되었다.
LG캐피탈엔 약 3500여명의 파견노동자가 카드 상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파견노동자에 대한 부당해고에 항의하면서 서울지역여성노조 카드사 지부를 결성하고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LG캐피탈은 사용사업체는 파견노동자와 교섭할 의무가 없다며 교섭을 회피하였다. 이와 관련해 LG캐피탈에서 노동부에 질의하자 서울강남지방노동사무소는 '일반적으로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되는 사용자는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파견업체'라 하였다. 노동부의 비현실적인 법 해석에 의해 파견노동자의 노동3권이 무력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송유관공사 역시 노동부에서 불법파견이므로 대송텍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면서 직접고용 또는 완전 도급으로 전환하라고 하였으나 이미 업체가 폐쇄된 대송텍을 중간에 끼워넣어 도급전환을 모색하는가 하면 노동조합과는 모든 교섭을 완전히 거부하면서 대송텍과 계약해지를 하고, 그 자리에 대한송유관공사 직원들을 투입했다.
사용업체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면서 교섭예정 시간에 교섭위원을 작업에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사용업체는 단체교섭 상대방이 아니므로 교섭위원의 교섭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파견·용역업체의 의무라는 것이다. 사용업체의 이런 주장은 간접고용 노동자 노동3권 보장의 제도적 허점을 명백히 드러낸다. 사용업체가 교섭시간을 보장하지 않으면 파견·용역업체가 시간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섭시간조차 맘대로 확보할 수 없는 업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하는 것은 형식적인 무의미한 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2)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각종 부당노동행위의 만연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노동조합을 결성해도 파견·용역업체와 사용업체의 합작에 의해 무너지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사용업체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할 제도적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횡행하는 것이다. 사용업체가 노동조합을 방해하는 조치를 해도 그것이 부당노동행위인지 구별할 법적, 제도적 방법이 없으며, 현재 노동부의 노동법 해석엔 이런 문제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어 보인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 사용업체가 노조 간부나 핵심조합원을 해고 또는 전근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부당노동행위이다. 이러한 조치는 '형식적으로는' 사용업체와 파견·용역업체간의 인력공급 계약 내용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용업체가 노동조합 파괴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노동부와 사용자의 입장이다. 대부분의 인력공급 계약엔 사용업체의 요구에 따라 파견·용역업체는 직원을 교체하거나 배치를 바꿀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 의해 단지 업무상 필요에 따라 업체에 요구했을 뿐, 노동자를 직접 해고한 것은 아니라고 사용업체는 주장하는 것이다. 아예 사용업체의 요구도 없는데 파견·용역 업체가 알아서 해고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
INP중공업 사내하청의 경우 노조를 결성하자 계약해지와 함께 하청업체 이름을 바꾸어 재계약하면서 조합 간부들을 고용승계에서 탈락시켰다. 결국 위원장이 끝까지 남아서 농성투쟁을 전개하다가 울산 효성투쟁과 관련하여 구속되었고, 투쟁은 마무리되었다.
SBS는 운전직 파견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하자 SBS지부 지부장을 해고하였다. 해고사유는 지부장이 근무하던 취재촬영부의 차량이 남아돈다는 것이었으나 촬영부에선 차량이 오히려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SBS의 해고사유는 용역업체가 아니라 SBS에 의해 해고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일개 용역업체가 각 부서에 차량이 부족하다는 결정을 내리긴 어렵기 때문이다.
SK의 저유소에 인력을 파견하는 인사이트 코리아에 2000년 3월 노동조합이 설립되자 SK와 인사이트 코리아는 노조해산 작업에 나섰다. SK의 관리과장 등은 개인면담을 통해 ' 너희들은 도급제이므로 SK가 계약을 하지 않으면 끝이다.'는 식으로 협박하면서 노조탈퇴를 강요하였다. 조합원들은 용역업체가 아닌 SK에 탈퇴서를 제출해야 했다. 이렇게 SK가 노조파괴의 중심이었음에도 지방노동위원회는 SK는 근로계약상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분당의 삼성-한신아파트의 경우 2000년 평소 노조의 존재에 불만이 있었던 입주자대표자회의가 용역회사에 경비용역으로 전환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러자 용역회사는 조합원만 해고를 통보한 후 경비용역으로 전환하였고, 비조합원들만 신규입사 형식으로 재입사하였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이것을 '합법적 해고'로 판결하기도 하였다. 재채용된 비조합원들은 결국 임금삭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중앙로얄오피스텔의 경우에도 99년말 시설관리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자 용역으로 전환시킨 후 위원장을 해고하였다. 위원장은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복직판결을 받았으나 복직을 시키지 않고 있다. 하남의 꿈동산 신안아파트의 경우에도 재계약시에 전직원 사직서를 요구하고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노조 분회장이 거부했고, 다른 조합원들은 탈퇴서를 제출했다. 이에 98년 9월 용역전환시 분회장만 선별 해고 후에 임금이 삭감된 채 고용이 승계되었다.
부당노동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부분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면 이후에 블랙리스트에 시달린다. 그 지역 내 사업장에 취업을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철저하게 원청 회사가 하청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기도 하다.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사내하청업체 신아기업의 한 노동자가 총선과 관련해서 민주노동당 울산지부 현대 미포조선 대의원 활동을 한 바 있다. 그런데 그것을 이유로 하청 사장이 출입증을 빼앗아갔고, 대부분의 현대 계열사에는 전혀 취직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지역을 떠나야만 했다.
대우조선 하청업체 소영기업의 한 노동자의 경우 일이 너무 힘들고 생계 해결이 안되는 데다가 업체가 너무나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했다. 다른 하청회사로 옮긴 후 안전 교육을 받는데 퇴사처리가 안되었다면서 쫓겨나고 말았다. 원청의 정보시스템으로 관리가 되고 있어서 노동자들이 불만을 갖고 다른 하청으로 이동하려고 할 경우 취업 자체를 완전히 봉쇄하면서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불법파견 판정 이후 6개 사내하청이 모두 계약해지 당했고, 거기에서 일하던 노동자 600명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취직을 하려고 하는데, 그 어떤 기업에도 취직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처음에는 캐리어에서 일했다고 말했기 때문에 취직이 안되는 줄 알았는데, 이력을 아무리 속이더라도 이름 석자 치면 캐리어에서 일했던 것이 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지역에서의 취직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처럼 원청에서 하청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하청 노동자들을 노예노동시킨다. 또한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 자체를 완전히 차단하는 부당노동행위를 마음대로 저지르는 것이다.
하청업체는 원청업체에게 철저히 종속되어있다. 영세업체가 과열 경쟁하는 상황에서 원청업체의 의도에 반하는 행위는 곧 다음 입찰에서의 탈락, 당장의 계약해지를 의미한다. 하청업체의 생사여탈권을 사용업체가 쥐고 있으므로 업체는 원청업체의 뜻을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래서 하청업체는 원청의 요구에 따라 노동조합을 강제 해산시키기 위한 각종 방법을 동원하지만 실질적 지배주인 원청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대부분의 부당노동행위는 사용업체의 뜻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고 사용업체의 처벌없이는 근본적인 규제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사용업체는 노동부의 편파적인 법 해석을 무기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사용업체가 노조탄압에 앞장섬에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책임을 사용업체에게 물을 수 없다는 것은 정부의 편파적이고도 안이한 현실인식의 결과이다.
부당노동행위의 만연은 노동3권이 구조적으로 억압되는 상황 속에서 더욱 심해진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실질적인 노동3권은 법, 제도적으로 전혀 보장되지 못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을 결성해도 사용업체에 의해 전혀 인정받지 못하므로 온전한 조합활동이 힘들어진다. 이렇게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이 구조적으로 억압받는 상황에서 사용업체와 파견·용역업체의 부당노동행위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사용자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인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으며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조합을 '부당하고 터무니없는 요구'로 인식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권을 방치하는 가운데 부당노동행위가 만연하게 되는 것이며, 이를 처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다는 점이 사태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노동3권이 억압되면서 부당노동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악순환을 끊지 않고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권은 결코 보장될 수 없는 것이다.
(3)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가로막는 정부의 태도
노동부의 비현실적인 노동행정 때문에 간접고용 노동자의 단결권이 침해되는 경우도 있다. 한 사업장에 여러 개의 사내하청 업체가 있는 경우 모든 사내하청 업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설립되는 것이 사용업체에 대한 교섭력 확보에 유리하다. 지역의 중심산업인 중공업 부문에서 자주 있는 현상으로, 1999년 한라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그 지역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노조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형태로 노조를 조직하는 것도 단결권의 내용이니 만큼 법리적으로는 어떠한 제한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행정관청이 노조설립신고 처리를 부당하게 지연시키거나, 사용업체가 노동조합의 명칭을 바꾸지 않으면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파견사업체에 압력을 가해, 노동조합 명칭을 바꾸게 한 경우가 있다. 파견·용역 노동자가 사용업체의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경우에도 노동부에 의한 단결권 침해가 일어난다.
한국후찌쯔 노동조합은 2000년 들어 규약개정을 통해 파견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려 하였다. 그런데 노조의 투표 공고를 본 회사는 노동부에 위법성 여부를 질의하였고, 노동부는 '특정 사업(장) 소속 근로자를 조직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일방적으로 규약을 변경하여 다른 사업(장)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포함한다면 그 규약 변경의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며, 다른 사업(장) 소속 근로자는 당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답하였다. 이에 노조는 일단 규약 변경안을 유보한 상태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실제 노무제공을 하는 장소가 사용사업체인만큼 사용사업체 노조에 가입하여 노동조건을 개선하려하는 것은 정당한 단결선택의 자유이다. 그럼에도 노동부가 행정해석을 통해 사실상 기업별 노동조합 체계를 부당하게 강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볼보기계 건설 코리아의 사내하청 업체인 (주)아림의 노동자들이 볼보코리아 내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99면 11월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 애초 창원 시청은 볼보코리아에 직접 고용된 임시직 노조로 오인된 소지가 있으므로 명칭을 바꿀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노조가 계속 요구하자 결국 노조설립 필증을 발급하였다. 이후 아림 사장은 볼보측에서 노조의 명칭을 바꿔야 아림과 재계약 하겠다고 하였고 결국 노조는 (주)아림 노동조합으로 명칭을 변경한다.
이랜드 노동조합은 규약을 개정하여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도급업체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다. 이랜드는 노동부에 규약개정의 합법성에 대한 질의 회시를 하여 노동조합을 압박하려 하였다. 뿐만 아니라 도급노동자와 임시직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것을 핑계로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265인간의 파업투쟁 끝에 이 노동자들을 결국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행정관청에서 다시 도급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것을 핑계로 규약개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다시 새로운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
성남노동사무소에서는 불법파견으로 판정을 받는 대송텍에 대해 업무폐쇄조치를 내리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대한송유관공사와 완전도급을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대한송유관공사에게는 2년 이상 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는 없다면서 오히려 정규직 고용을 방해하기도 했다.
노동부만이 아니라 법원도 임의적 해석을 하고 있다. 방송사 비정규노조의 사례처럼 파견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기 위해서 2년마다 주기적으로 해고하는 것을 타당하다고 판결하는가 하면, 분당의 삼성-한신아파트의 경우처럼 조합원만 해고하고 비조합원을 새로운 용역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합법적 해고'로 판결하기도 한다.
행정관청이 이렇게 임의적 해석을 하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 자체가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무력화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은 원청업체, 하청업체, 그리고 행정관청이라는 세가지 벽을 뚫고 나가기 위한 투쟁이 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욱 힘든 투쟁을 전개하게 되는 것이다.
4.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특히 더 문제가 되는 점
(1) 단위사업장의 복수노조 금지조항의 문제
직접고용 노동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노조 설립' 자체가 어려움을 들 수 있다. 한국통신 계약직노조, 명월관 노조, 홍익매점 등의 사례를 보더라도 계약직 노조의 대부분은 노조 설립필증을 받는 것이 초반기 투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대부분 1년 가까이 노조 설립필증을 받기 위한 투쟁이 진행되야 하고 명월관 노조와 같이 아직까지도 법외노조로 투쟁을 진행하는 단위도 적지 않다.
명월관 노조는 워커힐 노조의 규약이나 단체 협약을 검토해 보아도 설립신고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복수노조'라는 이유를 들어 설립신고를 4차례나 반려했다. 뿐만아니라 노조설립의 이유로 부당노동행위와 부당전직 등이 이루어졌고, 노조 결성이후 위원장을 비롯하여 11명의 집행부가 부당해고 되었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의 경우 약 4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정규직 노조가 있었고, 여기에 계약직도 가입할 수 있는 규약이 있었기 때문에 노조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정규직 노조로부터 거부당하였다. 계약직 대량해고시 희생자구제기금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통신 이동걸집행부가 제시한 계약직의 노조가입거부 이유였는데, 이에 독자노조를 건설하기로 하고 2000년 4월에 설립신고서를 냈으나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이유로 반려되었다. 결국 2000년 10월 11일 한국통신 정규직 노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계약직을 조직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약변경을 한 후 10월 14일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노조설립 신고필증을 받을 수 있었다.
우편물을 분류하는 대전의 상시집배원들의 경우 체신노조의 규약에 체신산업 관련한자로 가입대상을 설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야간에서 일하는 이들은 체신노조에 가입신청을 냈지만 확답이 없어서 독자노조를 만들기 위해 설립신고를 냈으나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걸려 설립신고가 반려되었다.
(2) 계약기간이 정해져있어서 노동조합을 만든 후 자동적으로 해고될 수밖에 없는 상태
한국통신의 경우 계약직의 상당수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근로를 해왔고, 이미 대법원의 판례나 사측의 약속을 보더라도 당연히 정규직 고용을 해야 했다. 하지만 2000년 들어서서 1개월짜리나 3개월짜리 계약서를 계속 들이밀면서 고용불안을 야기해왔고, 2000년 12월 3일까지 전국 10,000여명의 계약직 중 7,000명을 대량해고 되는 사태가 있었다. 부당해고 역시 아무런 설명 없이 계약해지통보서만 달랑 주거나 그냥 통보하는 것이라는 거짓말로 계약해지통지서에 서명을 강요하기도 했고, 계약해지 통보서에 서명을 유도하여 사직과 관계없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하였다. 또한 근거 없는 근무불성실을 이유로, 다리가 부러지는 안전사고로 입원해있는 계약직에게 해고 통보를 하기도 하였고, 노조 간부이기 때문에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하기도 했다.
5. 결론
비정규직 독자조직화에서 어떤 난점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앞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모아보자.
(1) 독자조직화는 한계가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일하는 곳에서 비정규직이 독자적으로 조직되면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가장 큰 어려움은 노조 자체의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노동조합을 만들자마자 이것은 큰 위력을 발휘해서 노동자들은 길거리에 내몰린다. 사내하청의 경우 노동조합을 만들면 바로 계약해지가 들어오고, 하청 사업장은 폐업을 한다. 파견노동자들 역시 일정한 파견기간이 지나면 바로 계약을 해지당한다. 이것은 계약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인데 일정한 계약기간이 있고, 이 계약해지에 대해 노동자들이 어떤 제한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곧바로 길거리로 쫓겨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설관리 등 도급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면 다음 번 입찰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기 때문에 언제라도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다.
자본가들이 비정규직들을 활용하는 이유는 저임금과 열악한 고용조건을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것을 통해 노동자들을 분할하고 노동조합의 힘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정규직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자신들의 권익을 행사하려고 하면 비정규직을 쓰는 이유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요구를 내걸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노동운동진영 일부에서는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규직화'등의 요구는 내걸지 말고 낮은 수준부터 차근히 요구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당장의 생존률을 높이는 데는 그것이 의미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지나면 문제는 달라진다. 즉 요구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자본가들에게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독자조직화를 한 경우 모든 사업장에서 예외없이 계약해지와 위장폐업, 해고 등의 사태가 있었다. 인사이트코리아,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방송사 비정규직, INP중공업, 대상식품 사내하청,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조합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물론 정규직과 함께 조직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욱 손쉽게 이런 부당노동행위가 이루어지면서 노동조합의 생존 자체에 온 힘을 쏟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설령 노동조합 자체를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실질적 사용주와 교섭을 하지 못하면서 노동조합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서울대 시설관리의 경우도 단 몇 만원의 임금을 올리기 위해 46일간이나 파업투쟁을 해야 했다. 실질적인 사용주인 서울대가 최저가입찰을 한 것이기 때문에 고용사업주로서는 도저히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조합도 마찬가지이다. 파견회사를 상대로 교섭을 해도 실질적인 권한을 모두 쥐고 있는 방송사와의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질적 성과는 만들기 어려운 것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에서 정규직과의 공동행동이 마련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이 깊어진다는 점이다. 사측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놓는 각종 이데올로기 공세를 취하는데 그것은 관념적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현실적 근거를 갖는 것이기도 하다. 캐리어 사내하청의 투쟁에서 사측이 직반장들에게 사내하청이 정규직화하면 너희들이 먼저 짤린다고 협박해서 구사대로 뛰게 만든 것이나, 외자기업이므로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다고 협박해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용위협을 가하면서 비정규직과의 공동행동을 하지 못하게 만든 것을 생각해보라. 한국통신 계약직도 구조조정을 해야 할 인원은 정해져있고, 그것을 계약직으로 먼저 채우면 정규직은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정규직들의 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등을 돌리도록 만들었다. 만약 정규직 노동조합이 비정규직들을 완전히 끌어안고 자본과 사측의 구조조정 그 자체에 대한 공동의 투쟁전선을 만들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들은 증폭되기만 할뿐이다. 이것은 도덕적 훈계나 선전으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동투쟁을 해서 함께 자본의 구조조정을 박살 낼 것인가, 아니면 비정규직을 볼모로 자신만이라도 살 길을 모색할 것인가의 기로에 놓여있는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함께 하자'고 이야기하려면 당연히 투쟁에 대한 신뢰와 공동투쟁의 위력을 보여주어야 하고, 그것은 같은 노동조합으로 만들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때 가능하다.
(2) 구조조정 분쇄의 관점을 갖고 정규직 노조에서 조직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에 있어 구조조정 분쇄의 관점을 갖지 못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는 만리장성이 생긴다. 우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비정규직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동투쟁을 통해서만 노동자 전체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함께 조직하지 못한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할시키는 자본의 전략에 놀아나게 되고, 이것은 투쟁의 힘을 더욱 위축시켜서 결국 자본에 순응하는 인간들만을 만들게 된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은 단지 조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박살내는 투쟁에 함께 하기 위해서임을 이해해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확산시키는 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서 싸워야 한다. 분사, 용역, 외주화, 아웃소싱 등에 맞서 힘있는 싸움을 전개하지 않는다면 간접고용이 정규직의 목에 칼날이 되어서 돌아온다. 이것은 계약직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금융이나 사무의 경우 계약직화는 여성노동자들에게 편중되어 있지만 이것은 곧 관리직의 비정규직화로 연결될 것이다. 서비스업에서도 비정규직의 확대는 곧바로 노동조합의 무력화를 뜻하는 것이고, 이것은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구조조정 앞에 내몰리거나 비정규직화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적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반드시 정규직 노조로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의 조직방침에 따르면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정규직 노조로 조직하되,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차별철폐를 위해 먼저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스스로 현재의 구조조정에 대한 잘못된 관점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 역시 정규직에서 함께 조직하지 않는다면 독자 생존은 거의 어렵다. 물론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함께 조직하는 데 있어서 걸리는 점이 너무나 많다. 일단 행정관청이 임의적으로 함께 조직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투쟁으로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비정규직을 함께 조직하는데 있어서 현실적인 어려움은 투쟁으로 돌파하면 되지만 진짜 어려운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미 비정규직들을 자신의 고용안전판으로 사고하거나 차별의식에 찌들어있는 정규직들을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다시 조직하고 함께 조직해야 한다는 중요성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기에 많은 노동조합들이 그 현실적 한계 앞에서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한계는 우리가 돌파해야 할 한계이지 편승해야 할 한계가 아니다. 힘들겠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조장하는 자본의 일상적 관리체계를 분쇄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깊숙하게 들어왔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지속적인 선전과 작은 실천을 통해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하나로 아우르는 것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조합원들을 설득해가야 한다. 그것이 곧바로 우리 운동의 계급성을 복원하는 것이며, 진정 구조조정 분쇄투쟁을 제대로 힘있게 하면서 모두가 사는 길이다.
(3) 만약 독자조직이 필요하다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독자적으로 조직된다면 각종 부당노동행위에도 속수무책이며, 정규직과의 갈등관계가 더욱 깊어진다. 그래서 함께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정규직 노동조합이라고 하더라도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노출되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리시키는 자본의 분리전략에 놀아나는 경우도 많고, 구조조정에 대한 불철저한 태도 때문에 비정규직을 총알받이 시켜서라도 자신은 살아남고 싶어하는 현재의 고통 때문에 노동조합을 함께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독자적으로라도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정규직에서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미명 아래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것이며, 간접고용 노동자들 역시 투쟁을 통해 자신을 노동자계급의 일원으로, 주체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우리는 몇 가지 고민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의 요구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고 그것을 투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내용은 첫째로 간접고용 자체를 합법화하고 있으면서 파견 노동자들의 고통의 근원인 파견법 자체를 완전히 철폐하는 것이며, 실질적인 사용주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도록 만들어서 투쟁의 당사자와 부당노동행위의 당사자를 분명하게 확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업무가 계속 존속된다면 반드시 그 업무의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복갱신된 계약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와 임의로 계약해지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 투쟁의 주체는 한편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겠지만, 우리 운동 전체의 과제로 삼아서 대정부 투쟁을 힘차게 벌여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투쟁을 배치하면서 동시에 연대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생존은 그동안 연대투쟁의 힘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연대투쟁의 힘이 위력을 발휘했다. 또는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고강도 투쟁을 통해 자본에 실질적 타격을 입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생적 조직과 투쟁의 지원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제는 목적의식적 기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에서 승리하기는 어렵다. 지금 투쟁의 씨앗을 바탕으로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비정규직 노조운동을 일반화할 때, 그리고 이것을 우리 운동 전체의 과제로 삼아서 전체적인 투쟁을 만들고 기획할 때 승리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4) 비정규직 노동조합 운동을 일반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선도적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힘겹게 투쟁을 사수해왔으나, 이제 이러한 방식의 투쟁은 한계에 부딪힌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제도적인 한계나 기타 한계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아무리 투쟁해도 그 성과를 잘 확산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운동 자체가 일반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화는 자생적 투쟁으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비정규직의 조직화는 몇몇 정치조직이나 활동가들 사이에서 목적의식을 갖고 결합한 사례들도 많기는 했으나, 여전히 자생적인 노동조합 건설과 그 투쟁을 지원하는 방안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는 이것을 넘어서는 목적의식적 조직화가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도 특히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조직하고, 이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하나의 계기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 사내하청이 대규모로 있는 자동차나 조선업종, 그리고 이런 노동자들이 집약되어 있는 울산이라는 조건 등을 감안하여 가능한 수준에서 목적의식적 계획을 통해 이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조직하고, 조직된 이후 이 투쟁에 대한 대규모적이고 집중적인 투쟁을 만들어내며, 이렇게 만들어진 투쟁과 조직을 다시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조직화를 하기 위한 전초전의 성격으로 지금 대다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하에 있는 점을 감안하여 대대적인 불법파견 고발운동을 시작하자. 대대적 불법파견 고발과 이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에 대한 직접적 요구들을 만들고, 이 투쟁의 성과를 이어서 전략 지역을 중심으로 한 조직을 만들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인권유린과 건강 상황 등에 대해 폭로하면서 사회적 여론을 만들어가고 그것을 통해 결국 비정규직 노동조합 자체를 안정화해야 한다.
이 외에도 민간서비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70%가 넘는 임시직 계약직 일용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목적의식적 계획도 필요하다.
또한 정규직 노동조합에서는 적극적으로 조직한 사례들을 널리 알리고 그것의 의미와 가능성을 선전하고,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배신한 사례가 있다면 명백히 낙인을 찍어서 우리 운동 속에서 비정규직과 함께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 자체를 명백하게 해야 한다. 비정규직이 중요하다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일반화되면 그 자체로 동력이 살아나서 노동조합의 조직 자체가 수월해지고, 그 힘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가로막는 제도적 요인들을 철폐할 수 있다.
독자조직화된 노동자들은 매우 힘겨운 싸움을 거쳐왔다. 200일이 넘어가는 힘든 싸움 속에서 많은 동지들이 떠나갔고, 노동조합은 와해되었다. 하지만 어떤 동지들은 아직도 싸우고 있다. 구조적 어려움과 정부, 원청업체, 하청업체 등 3중의 대상과 싸워야 하는 조건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투쟁을 이끌어나가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동지들이 있다. 독자적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의 투쟁을 평가하면서 우리가 이후 투쟁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해보자.
1. 독자조직화된 노동자들은 어떻게 싸워왔는가?
여기에서 독자적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 다루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의 결과를 놓고 보면 결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끈질긴 투쟁으로 나름대로의 승리를 쟁취한 곳도 있다. 예를 들어 전주 삼양화섬의 사내하청인 동산산업 노동조합의 경우 노동조합을 만든 후 계약해지를 당하고,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당연히 업체는 폐업했고, 삼양화섬측에서는 삼일개발이라는 회사와 용역계약을 다시 맺은 후 하청 노동자들을 그곳으로 재입사하도록 회유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탈퇴하여 삼일개발로 들어갔으나 2명의 노동자들은 굳건하게 천막농성을 사수하였다. 지역의 연대투쟁도 매우 활발해서 지역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농성에 결합하였다. 2월 말부터 시작된 농성투쟁은 5월 중순 전국순회투쟁단이 함께 투쟁을 한 이후 마무리되었다. 사측에서 2명의 노동자들을 상용직으로 직접고용하기로 한 것이다. 지역의 연대투쟁과 전국적 투쟁의 힘이 승리를 쟁취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캐리어 사내하청의 경우 불법파견 판정 이후 600여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F1 조립룸 점거투쟁이라는 극한투쟁과 지속되는 경찰과 사측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30여명의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사수하면서 투쟁을 지속해왔다. 그 결과 2년 이상자에 한해서 87명을 정규직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것은 자본이 법적으로 밀린 상태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서 열심히 투쟁했던 대오 중에서 정규직화 된 인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노동조합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투쟁으로 정규직화를 쟁취한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아직 2년 이하자들은 천막농성을 사수하면서 전원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고 있다.
캐리어의 부분적 승리는 현재의 불법파견에 대한 법적인 조치에 의한 것이지만, 그 역시 전체 노동자들의 정규직화가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노동조합을 인정한 상태에서 정규직화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분리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점에서 부분적 승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대단위가 지속적으로 결합하면서 투쟁의 파고를 높이고, 노동자들 역시 구사대와 경찰의 폭력탄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독자적인 전술들을 만들어가면서 버틴 것이 이렇게 정규직화를 쟁취하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투쟁 요구에는 못 미쳤으나 어느 정도 요구사항을 쟁취한 곳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동일한 어려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승리를 했다고 볼 수 없다. 시설관리 노동조합들이 대부분 그러한데, 대표적으로 서울대 시설관리의 경우 50여 일이 넘는 파업투쟁을 통해 임금인상과 단협을 쟁취했다. 하지만 다음 해 새로운 용역계약이 되면서 새로 들어온 용역회사가 기존의 단협과 임금안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파업을 준비해야 했고, 그 결과 간신히 기존 수준의 단협을 체결할 수 있었다. 서울대 시설관리가 이 정도의 성과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이 드신 노동자들의 힘찬 투쟁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서울대 학생동지들의 연대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용역업체들은 학생들의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교섭기간을 만들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서울대에서는 용역업체를 6개로 분할하여 노동자들의 통일성을 지속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서울대 시설관리로 대표되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경우 나름대로 업무의 독자성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 자체가 유지되고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이 체결되는 곳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간신히 노동조합을 유지했다 하더라도 사측에서는 곧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계약기간 만료라는 칼을 휘두르고 이것은 곧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으로 바로 이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설관리 노동조합이 3년을 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 실질적으로도 그렇다. 시설관리 노동조합뿐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인데, 이것은 사측이 계약해지나 계약만료라는 무기를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사내하청인 아림 노동조합의 경우도 워낙 고숙련 노동자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쉽게 하청 노동조합을 깰 수는 없었고, 그래서 '아림'으로만 제한해서 사내하청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아림 노동조합을 만들고 임단협도 체결하면서 나름대로 승리를 거두었으나 사측은 1년동안 대체인력을 준비한 후 1년만에 계약을 해지하고 노동조합을 깨고 말았다. 이처럼 부분적 승리는 항상 결과적인 패배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아직 독자적인 조직화의 사례가 많지 않아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만들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나 현재로서는 그다지 큰 성과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외에 힘겹게 긴 투쟁을 한 곳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상식품 사내하청의 경우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계약해지를 당한 후 농성투쟁에 들어가서 120여일이 넘는 투쟁을 전개했다. 대상식품에서 노동자들을 회유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떨어져나가고 2명이 남아서 힘겹게 대오를 유지했고, 대상식품에서는 '하청으로의 재입사'를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노동조합을 유지한 선에서 2명의 노동자들이 하청으로 재입사를 했다. 하지만 일이 너무나 힘들고 현장에서 제대로 조직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감시체제 때문에 2명의 동지들 모두 견디지 못하고 나오고 말았다. 결국 대상식품 사내하청 노동조합은 해산하였다.
한라중공업 사내하청의 경우도 아직 노동조합이 해산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투쟁을 통한 정규직화의 요구는 힘든 상태가 되었다. 다만 한라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 활동을 했던 동지들이 장기 전망을 갖고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다른 현장으로 들어갔고, 한라중공업 사내하청으로 인해서 비정규직 활동가들의 모임인 비정규직 전국모임이 만들어진 것이 하나의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INP 중공업도 다른 동지들이 모두 떨어져나간 채 위원장 혼자서 농성장을 사수하다가 울산 효성 싸움 때문에 구속되면서 사실상 투쟁은 마무리되었다.
이처럼 대체적인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동일한 과정을 반복한다.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그 후에는 계약해지를 당한다. 그러면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밀려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천막농성을 택하게 되고, 농성이 장기화되고 투쟁의 전망이 세워지지 못하면서 결국 하나둘씩 떨어져나가 투쟁을 정리하게 되는 것이다.
투쟁의 강고함과 장기전, 그리고 힘찬 연대투쟁에도 불구하고 이 투쟁이 사수되지 못하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제도적 요인과 정규직과의 갈등을 해결할 수 없었던 상황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런 노동조합은 그대로 장기투쟁을 했고, 끈질기게 투쟁전선을 유지했던 곳이지만 길병원 노동조합이나 SK텔레콤 노동조합 등은 노동조합을 만들자마자 싸움다운 싸움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사측의 공작에 의해 뿔뿔히 흩어지고 노동조합은 해산하고 말았다. 이처럼 독자적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렇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시 스스로를 조직하고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길거리로 내몰리고, 더 열악한 처지를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결코 투쟁을 멈춘 채 앉아서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투쟁하거나 새롭게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다. 8월 말 현재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살펴보면, 사내하청(불법파견) 중에는 SK인사이트 코리아 노동조합 동지들이 정규직으로의 복직을 요구하며 180여일째 투쟁하고 있고, 대송텍 노동자들이 계약해지에 맞서서 정규직화를 요구하면서 상경투쟁을 하고 있다. 파견노동자로서는 방송사 비정규노동조합이 지속적인 계약해지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직접고용된 노동자들로서는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이 250여일째 파업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명월관의 해고 노동자들이 복수노조 금지로 인한 노동조합 활동을 가로막는 워커힐호텔에 맞서 투쟁하고, 부당해고 철회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홍익매점 노동자들도 도급으로의 전환을 막기 위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 투쟁들은 승리의 전망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며 연대투쟁과 고강도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실로 투쟁의 전망이 불투명하다 하더라도 강고한 투쟁을 통해 승리의 가능성을 만들겠다는 결의가 매우 높은 것이다.
2. 투쟁의 요구는 어떠했는가?
지금 투쟁의 요구를 둘러싼 논쟁들이 시작되고 있다. 노동운동 일부 진영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요구를 내세우면 정규직과의 갈등이 증폭되고, 현실적으로 자본을 강제하기 어려워 투쟁이 장기화되므로 낮은 수준의 요구부터 내걸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일견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이것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정규직과의 갈등이 증폭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이기 때문에 투쟁이 어려워진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한다는 사실 자체가 투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인 것이다.
(1) 계약해지에 맞선 노동3권 쟁취와 정규직화 요구로의 발전
2000년에 들어와서 많은 사업장들이 투쟁을 하게 되었는데, 그들 중에는 노동조건에 대한 요구를 내걸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불만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하자마자 그것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당하고 길거리로 내몰렸기 때문에 고용 문제 해결이나, 노조 인정이 주요 요구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명월관 노동자들의 경우 복수노조 금지조항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들 수도 없었고, 결국 노조 인정을 향한 긴 싸움에 들어갔다. 그 때문에 8명의 핵심 조합원과 간부들이 해고당하고, 이제는 해고에 맞선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대상식품 사내하청의 경우 임금체불이나, 임금삭감, 그리고 계약서조차 체결하지 않는 것에 항의해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하지만 요구는 고사하고, 바로 업체가 폐업을 해버렸기 때문에 결국 대상식품이 고용 문제를 해결하라면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조합 역시 노동조합을 만들자마자 SK 측에서 탈퇴 공작을 벌여왔기 때문에 노동조합 인정이 중요한 싸움이 되었다. 불법파견으로 판정 난 이후에는 간부들의 임의 해고에 대해 장기간 투쟁해야 했다.
한라중공업 노동조합의 경우도 평균 3개월치의 임금 체불과 사내하청 업체를 없애겠다는 소문으로 인해서 노동조합이 결성되었다. 하지만 임금체불에 맞서 싸우기도 전에 온갖 탄압 후 계약이 해지되었고, 계약해지에 맞선 긴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카스코, 즉 동명분회의 경우 면접시 제시한 임금과 실제 급여의 차이가 크자 잔업거부등 노동자의 반발이 컸다. 이에 대해 동명 사장이 오히려 노동자에게 징계를 가하자 5월 2일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었다. 노조가 설립되자 집으로 전화를 걸어 노조탈퇴를 종용하였고, 조합설립이후 4개의 용역회사를 생산라인에 투입하면서 조합원을 위협했다. 동명은 조합측과 일체의 대화, 교섭을 거부하면서, 도급제로의 전환을 모색 중 이라는 소문을 흘렸고 자신들은 카스코의 꼭두각시일 뿐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결국 동명은 5월 31일 폐업하였고, 카스코는 동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지금 몇 가지 투쟁사례를 이야기했다. 여기는 투쟁 요구랄 것도 없다. 형편없는 노동조건에 대항하여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바로 계약해지의 조건이고, 길거리로 내몰려서 투쟁하게 된다. 당연히 이 노동자들은 '고용승계'를 내걸고 투쟁하게 된다. 그 고용승계의 내용은 '정규직화'일 수밖에 없다. 안 그렇다면 결국 다시 짤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독자조직화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3권 보장이라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요구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정규직화' 요구를 내걸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점을 망각한 채 '낮은 수준의 요구부터 시작하라'는 등의 주장은 그야말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가 얼마나 기본적인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짤리는 노동자들에게 낮은 수준의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라고 말하는 것만큼 어처구니 없는 일은 없다.
파견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기 때문에 해고된 것이 아니라, 해고되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래서 당연히 요구는 고용안정이 될 수밖에 없다. 방송사 비정규노조의 요구는 당연히 정규직화였다. 당연히 정규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을 파견으로 쓰고, 2년이 되었다고 해서 하루 전에 해고하고 다른 사람을 다시 쓰는데 어떻게 정규직화 요구가 제출되지 않을 수 있는가? 물론 이후에는 고용안정을 뒤의 싸움으로 돌리고, 단협을 요구하면서 투쟁했지만 그것 역시 묵살되었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생각해보자. 이들은 자본의 구조조정으로 7,000명이 집단해고되었다. 이들에게 어떤 요구가 필요한가? 당연히 정규직화 외에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직화 요구를 하면서 투쟁하는 것이다.
(2) 생존권 쟁취의 요구에서 정규직화 요구로의 발전
2000년에 들어와서 투쟁한 많은 비정규직 사업장의 투쟁 요구는 정말로 소박한 '생존권 쟁취'였다.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조합의 경우 임금을 45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것이 요구였다. 대호라는 용역업체가 최저가 낙찰을 받으면서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임금을 강요했기 때문에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39만원의 임금을 받으면서 노동하던 노동자들이 못살겠다고 노동조합을 만들고 무려 50여일 간의 파업투쟁을 해야 했다. 단지 이 임금을 위해 동지들은 계약해지의 위협을 견디면서 투쟁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껏 투쟁에서 승리한 후 임단협을 따냈어도, 결국 다음 해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용역업체에 맞서 또다시 똑같은 투쟁을 준비해야 했다.
동우공영 노동자들 역시 10년 근속한 노동자의 연봉이 1,500만원에 불과할만큼 중간착취가 심했고, 3년 째 임금이 동결된 것에 항의하면서 파업투쟁을 시작했다. 주당 평균 72-80시간의 근무, 한 달 10회의 야간당직, 연중무휴 교대근무라는 열악한 노동조건도 문제였다. 임금을 경제위기 전으로 회복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파업투쟁을 해야 했다.
기은서비스의 경우 99년 12월에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이후 4개월동안 14차례에 걸친 교섭을 진행했는데, 2일간의 파업투쟁으로 임단협을 쟁취할 수 있었다. 기은서비스 용역노동자들은 60-70만원 정도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임금이 계속 동결되어 왔다. 용역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은 기업은행과 기은서비스의 용역계약 내용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는데, 기은서비스가 매년 순이익을 남기고 자본금을 늘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용역노동자들의 임금은 바닥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파견노동자들의 경우 기업은행의 동종업무의 계약직에 비해 약 40% 정도의 저임금이었다. 노동조합은 2일간의파업투쟁으로 임단협을 쟁취할 수 있었다.
창동 하나로 마트의 경우 임금 및 노동조건의 향상, 용역계약서 공개를 요구하며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을 시작했다. 이 때 임금은 80만원 선으로 용역계약금의 60% 수준이었다. 입사 당시 상여금을 지급한다는 약속은 있었으나 실제 한번도 지급되지 않았고, 연월차수당도 없었다. 임금명세서도 없었는데 노조가 임금명세서를 요구하자 총액 80만원에 맞춰 연월차/상여금 명목을 할당하기도 했고, 4대 보험도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조합 건설 이후 사측의 노조 파괴 공작으로 인해 핵심들이 모두 탈퇴하고 노동조합은 무력화되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노동조합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을 때 '아림'이라는 사내하청으로만 제한하면 인정해주겠다고 해서 결국 '아림' 노동조합으로 만들었고, 단협을 쟁취했다. 하지만 사측에서는 대체인력을 착착 준비하고, 결국 다음 해에는 계약을 해지해버렸다. 노동조합은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비정규노조'로 다시 이름을 바꾸고, 고용안정 투쟁을 해야만 했다.
이처럼 투쟁을 시작하고, 노동조합이 살아남은 곳에서는 낮은 수준의 생존권 요구를 시작한다. 그런데 살아남은 노동조합의 한가지 특징을 볼 수 있다. 대다수가 시설관리 노동조합이라는 점이다. 시설관리 노동조합의 경우 업무의 독자성이 강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설립하자마자 바로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시설관리(용역) 노동조합은 임금이나 근로조건 향상 등의 낮은 요구를 내걸고 투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그 투쟁도 워낙 낮은 용역체결금액과 중간착취로 인한 구조적 한계 때문에 힘든 투쟁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최근 지금까지 시설관리 노동조합들의 생존률을 보았을 때 대체적으로 3년을 못버틴다는 것이 확인된다. 즉 노동조합을 만들고 낮은 수준의 요구를 통해서 노동조합을 안정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사측에서는 계약만료라는 무기가 있기 때문에 곧 그 무기를 휘두르게 된다. 그러면 노동자들은 또다시 앞에서 특징적이었던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긴 고용안정 투쟁을 하게 되고, 결국은 '정규직화' 외에는 대안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시설관리 노동조합에서도 '사용주가 직접 고용하는 형태의 확대'를 중요한 요구로 내놓고 있는 것이다. 또 숙련도가 높아서 살아남은 사내하청 조차도 이후에는 단협이나 임금이 아니라, 또다시 고용안정을 놓고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인다. 즉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화'는 저 멀리 있는 요구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요구 그 자체인 것이다.
(3) 구조조정 저지와 정규직화의 요구로 발전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투쟁을 구조조정 투쟁으로 승인하고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정권과 자본의 구조조정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얼마나 열악한 처지로 내모는지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투쟁은 2001년 비정규직 투쟁의 특징이기도 하다. 2000년에 생존권 투쟁을 시작하게 된 것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비정규직들에게 떠넘긴 자본 때문이었다. 비정규직에게 형편없는 임금을 강요하다가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는 상황에서도 전혀 임금을 회복시키지 않고 정규직에게만 임금을 올려주었다. 이에 항의하면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2001년 들어와서 자본은 기업 내에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는데, 그것은 첫째로 임시직·계약직들을 도급의 형태로, 즉 간접고용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었다. 직접고용 형태를 없애면서 고용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또한 간접고용을 확대시키는 과정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정규직 노동자들을 채워넣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하기도 했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래저래 새롭게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에 맞선 투쟁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은 한국통신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길거리로 내몰렸다. 한꺼번에 7,000명을 정리해고 한 후 도급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이다. 같은 비정규직의 처지이지만 간접고용으로의 전환을 인정할 수 없었고, 더욱 열악한 처지로 내모는 것에 항의하며 파업을 감행했다. 그리고 또다시 노동자들을 몰아내는 114 분사를 저지하기 위해 정규직 동지들과 연대하며 투쟁했다.
홍익매점 노동자들 역시 철도청의 구조조정에 맞서는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홍익매점 노동자들은 성과급 영업사원이다. 그동안 70만원도 안되는 낮은 임금과 하루 10시간이 넘는 노동시간 속에서도 힘들게 일해왔는데, 철도청에서 홍익매점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로 전환시키는 구조조정 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미 홍익회의 완전한 관리감독을 받고, 앞으로도 전혀 매장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노동자들만 개인사업자가 되어서 자칫 입게 되는 손실을 모두 개인이 떠맡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자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도급저지 투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송텍 노동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송텍은 대한송유관공사의 하청 업체이다. 대한송유관공사는 민영화를 하면서 동시에 구조조정을 단행하고자 했다. 내부적으로 남는 정규직 인원을 정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하청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정규직 노동자들을 채워넣으려고 했다. 특히 대송텍이 일하던 TKP 업무가 2002년에 폐쇄되기 때문에 대송텍 노동자들을 먼저 짤라 그 자리를 정규직으로 메우고, 그 후 TKP 폐쇄와 함께 그 정규직 노동자들도 정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대송텍 노동자들은 8월 10일자로 해고 통보를 받았으나, 집단 상경하여 투쟁 대오를 형성하면서 정규직화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고 있다.
생존권을 외치며 투쟁하는 것을 넘어서 생존이 압살당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인 구조조정을 분쇄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 가능성을 높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더욱 필요하게 만든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구조조정 반대투쟁으로 진전시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들 모두의 연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3. 투쟁에 대한 평가 : 한계와 그것의 극복을 위한 노력들
비정규직 운동에 대해 누구나 한마디씩 하게 된 데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이 기여하는 바가 많다. 2000년에 들어서 급격하게 증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어떻게 보면 해마다 허물어지기 쉬운 투쟁전선을 강고하게 유지해온 동력이기도 했다.
그런데 독자적으로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동일한 투쟁양상을 보인다. 일단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면 계약해지를 당한다. 설령 계약해지를 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파업을 하게 되면 현장을 지키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투쟁을 시작한다는 것은 곧바로 현장에서 분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비정규직 그렇게 되면 그것은 파업의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취할 수 있는 전술은 대체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대체적으로 장기투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게다가 그 투쟁은 매우 강도가 높은 점거투쟁을 동반하곤 한다. 또한 연대투쟁이 매우 활발해서 비정규직 노동조합간에, 또는 지역간에 연대투쟁이 지속적으로 벌어진다. 왜 이런 투쟁양상이 나타나는지, 이 투쟁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1) 대오를 유지하기 위한 거점 문제
비정규직 대오는 대부분 대오를 유지하기 위해서 천막농성이나 거점농성을 한다. 비정규직 대부분이 해고 상태에서 투쟁하게 되고, 현장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천막농성 등이 마련되면 이것을 중심으로 연대투쟁도 벌어지고 상징적 의미도 갖는다. 하지만 이러한 거점 하나를 사수하기 위해서도 피눈물나는 투쟁을 해야 한다. 한통계약직의 분당 본사 앞 거점의 침탈, 캐리어 천막농성에 대한 침탈, 건설운송의 여의도 거점에 대한 침탈 등에서도 볼 수 있는 바이다. 이렇게 거점이 침탈당하면 지도부가 위험해지고, 그러면서 투쟁의 장기적 전망을 세우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깨지지 않는 거점으로 대학을 선호하게 된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이나 린나이 코리아 노동조합, 건설운송 노동조합 등은 대학을 거점으로 택했다. 그런데 대학거점은 거점으로서의 상징성은 별로 없이 숙소의 역할만 하게 되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 대학에서 시설보호요청을 하면서 대학으로 들어가기도 쉽지 않은 상태이다. 기껏 대학으로 들어갔어도 대학본부 측의 요청에 의해 결국 다른 대학으로 옮겨 다니는 일이 반복되기도 한다. 대학으로 들어가기가 어렵다면 건설운송노조처럼 하루에 20여만원씩을 내면서 장소를 빌리기도 한다. 그런데 안정적인 거점을 선호하게 되면 긴장감에서 큰 문제가 생긴다. 자본과 대립하면서 항상적인 긴장감이 있을 때에는 비록 철거의 위험이 있긴 하지만 내부 규율도 유지되고, 조합원들의 투쟁의지가 유지되는데 막상 안정적인 거점으로 들어서면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투쟁의 대오라는 거점의 의미가 매우 희석화된다. 이런 점에서 현장과 분리된 상태에서의 거점 유지가 큰 문제로 떠오른다.
거점은 단지 숙소가 아니다. 거점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이 모이고, 그 속에서 교육과 선전을 하면서 조합원들은 노동자와 자본가간의 대립과 모순을 깨닫게 된다. 거점을 마련한다는 것은 파업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을 노동자계급을 재구성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거점은 자본에게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의미이다. 투쟁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거점은 지역의 연대투쟁을 조직할 수 있게 한다. 농성장 중심으로 지역 동지들이 지속적으로 연대하고, 거점을 사수하기 위한 투쟁을 공동으로 조직하면서 투쟁의 의미들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농성투쟁, 즉 거점은 숙소의 의미를 넘어선 방식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사수할 대오가 제대로만 마련된다면 자본과의 관계에서 긴장감을 높이고 투쟁의 의미를 확산하기 위해 회사 앞 거점을 중요하게 상정해야 할 것이다.
(2) 자본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전술 문제
현장과 분리되어 있다보니 파업투쟁을 통해 자본의 이윤에 타격을 주지 못하면서 파업의 효과가 떨어진다. 그러면서 투쟁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강하다. 특별한 전술의 변화 없이 투쟁이 장기화되면 노동자들은 하나둘씩 지쳐서 나가떨어지고, 마음이 서로 급해진다. 일반 파업사업장과는 달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버티기는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새로운 전술을 구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비정규직 노동자들 대부분은 고강도 전술을 고민하게 된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동지들 역시 신나를 들고 본관을 점거했는데 이는 정치적으로 사측을 압박하기 위함이었다. 캐리어의 경우 조합원 전체를 이끌고 F1룸을 점거했다. 점거한 곳에 대한 구사대 침탈 소식이 들리면서 많은 노동자들을 밖으로 내보내기는 했으나 이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파업의 효과를 누리고자 했다.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조합의 경우 목동전화국을 점거했는데 이것은 투쟁의 의미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일을 못하게 해서 파업의 효과를 누리겠다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고강도 전술은 일회성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 투쟁의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을 때에는 오히려 투쟁이 지속되는 것을 가로막는 역효과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고강도 전술은 정치적 쟁점화를 위한 선도투적 개념이 아닌 대중투쟁으로서의 점거라는 독특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의미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또한 비정규직 투쟁에서는 비리폭로, 불매운동 등 이벤트와 대언론전이 활성화되고, 그를 위한 전술 개발에 고민이 집중된다. 건설운송노조에서는 건설비리 폭로가 매우 중요한 전술이었고, 린나이 코리아도 린나이의 보일러 비리에 대해 폭로하면서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대상식품 사내하청 등은 실제로 불매운동이 효과를 갖기도 했다. 이 외에도 1인 시위나 독특한 선전전 등 언론을 타거나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노력이 많이 진행된다.
비정규직들의 경우 파업 투쟁 자체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곽지원의 형태로라도 압박을 가하고자 한다. 외부의 연대투쟁에 많이 의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설운송 노동조합은 시민단체들의 대규모 연대에 힘입어 100인위원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동력을 갖고 자본에게 타격을 주는 투쟁을 주체적으로 만들어나가지 못하게 되면 여론적 영향력이 있는 언론이나 국회의원이나 시민단체에 의존하게 되는데, 내부의 주체적 동력이 없다면 지원은 말 그대로 지원에 머물게 되지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결정적 요소가 되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외부 지원에 의존하게 되면 이것이 투쟁방향을 왜곡되게 만들기도 한다. 자기 중심을 잡아나가는 투쟁을 배치하면서 여론을 지원방식으로 자리잡게 하지 않으면 주객이 전도된다.
(3) 기본동력이 작은 것을 연대투쟁의 힘으로 돌파하고자 함.
비정규직 투쟁대오는 그다지 투쟁 대오가 많지 않다. 건설운송 노동조합이 초기 투쟁에는 약 800여명이 결합했으나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결국 하나둘 떨어져나가, 나중에는 300대오 정도가 남았다. 이 정도가 가장 큰 대오이고,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00미만의 인원으로 투쟁을 하게 된다.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인원이 떨어져나가면 2명에서 4명 정도의 적은 인원이 장기투쟁으로 가기도 한다. 현장에서 나와있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전술도 제한적인 데다가 기본 동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서로 연대투쟁을 함으로써 이 한계를 돌파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비정규직 투쟁은 연대투쟁으로 이루어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들은 투쟁사업장의 일정을 서로 공유해가면서 그 일정을 피해서 집회를 잡고, 집회에 서로 가주는 품앗이 투쟁을 발전시켰다. 이런 품앗이 투쟁은 비정규직 투쟁의 전통이 되었다. 하지만 비정규직 투쟁이 개별 단위사업장의 문제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전체적인 공동투쟁을 통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품앗이 투쟁을 넘어선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필수적이다. 또한 품앗이 투쟁은 아무리 열심히 연대했다 하더라도 현재 투쟁중이라는 조건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며, 투쟁이 끝난 사업장은 이전과 같은 헌신적 연대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투쟁이 끝까지 지속되는 사업장에서는 품앗이 투쟁에 피해의식을 갖기도 하고, 투쟁이 끝난 사업장은 그것이 부담으로 작용하며, 인원이 적은 사업장에는 연대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문제도 생긴다.
최근에 와서는 품앗이 투쟁을 넘어선 공동투쟁의 문제의식도 생겨나고 있으나 아직은 맹아 수준이다. 특히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들은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공동투쟁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2001년 8말9초 투쟁을 공동투쟁기간으로 설정하고, '비정규직 철폐와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구속촉구 결의대회'를 함께 열고, 국회의원회관 점거농성을 통해 정권에 해결을 촉구하는 등 공동투쟁의 시도들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이것이 품앗이 투쟁을 넘어선 전체의 투쟁으로 확대되지는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간의 연대투쟁만이 아니라, 학생단위의 연대투쟁도 많은 힘이 되고 있다. 최근 신자유주의적 고용유연화에 대한 학생동지들의 고민이 확대되면서 학생단위의 연대가 매우 활성화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가장 중요한 연대단위인 정규직 노동조합의 연대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점은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4) 현장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
현장의 노동자들, 이들이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이 노동자들을 조직하면서 투쟁의 동원력을 최대한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투쟁의 과정에서 현장 안에서 받쳐주는 힘이 없다면 투쟁의 지속 자체가 어려움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는 사업장 앞에서의 선전전도 하고, 현장의 비정규직을 조직하기 위해 호소도 하고, 개별접촉도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려고 한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의 경우 114 계약직들이 분사화하기 이전에 114 전담반을 만들어서 현장에 남아있는 계약직들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 성과가 114 조합원들이 분사화저지투쟁을 할 때 계약직들이 함께 결합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SK인사이트코리아 노동조합은 4명의 동지가 해고당한 후 지속적으로 서울 뿐 아니라, 울산을 오가면서 현장 앞에서 집회를 했다. 이 결과 울산에서는 파견노동자들의 분위기가 살아나서 결국 사측이 파견노동자들을 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비록 조직적으로 이 노동자들을 포괄하지는 못했지만 현장과 결합하기 위한 노력을 어떤 형태로든 조금씩은 성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일단 현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떨어져나오면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더욱더 위축되고, 자본의 공세가 강화되기 때문에 이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꺼리게 된다. 사측에서는 해고자들이나 투쟁 대오와 만나는지 아닌지를 감시하고, 온갖 악선동을 하면서 유언비어를 퍼뜨린다. 그러면서 투쟁대오에 들어오는 것을 더욱 힘들어하게 된다.
또한 현장에 있는 정규직들과의 연대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막상 비정규직들의 투쟁이 시작되고, 그 투쟁을 만드는 과정에 깊숙하게 함께 하지 않았다면 투쟁이 시작됨과 동시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는 잘 형성되지 않는다. 또한 정규직들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갈라치면서 고용불안을 매개로 정규직을 협박하는 자본의 공세에 노출되어 연대투쟁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현장의 동력을 재조직하기 위한 과정은 매우 힘들다. 하지만 아무리 작더라도 현장의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의식적으로라도 현장에 활동가들을 남겨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민주적인 정규직 활동가들과의 연대를 투쟁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현장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계기들을 놓치지 말고 하나하나씩 붙잡아서 함께 투쟁동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록 획기적인 조직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작은 성과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
(5) 투쟁기금을 해결하기 위한 재정사업
자본으로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투쟁을 가로막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별로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이윤에 실질적 타격을 입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자본으로서도 쉽게 타협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비정규직 투쟁이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투쟁을 하게 되는데, 100일 이전에 타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워낙 임금도 작고 4대 보험 혜택을 못받기 때문에 투쟁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남들이 누리는 고용보험의 혜택도 지극히 낮게 받게 된다. 그러면서 생존의 문제가 매우 크게 닥친다. 그래서 많은 노동자들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생계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허덕이게 된다.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투쟁의 대오는 줄어들고, 마지막 남은 대오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원래의 요구들은 희석화되고, 낮은 수준의 요구로도 투쟁을 접게 된다. 재정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특판이나 모금 등 투쟁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 많이 모색되는데, 최근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의 경우 투쟁채권의 발행을 통해 투쟁의 정당성과 중요성을 선전하면서 동시에 투쟁기금을 모으는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 투쟁채권은 투쟁에서 승리하면 다시 갚는다는 것을 전제하고 발행하는 것이다. 채권 발행을 통해 채권을 산 노동자들은 그 투쟁과의 연대를 다시 확인하고 투쟁의 의미와 정당성을 공유하게 되는 효과도 있고, 채권을 발행한 투쟁사업장은 이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결의를 다시 다지면서 책임성을 갖게 된다. 투쟁채권을 발행하고 승리한 이후 그것을 다시 갚게 될 때 개인에게 다시 돌아가기도 하겠지만 대체적으로는 투쟁기금으로 적립하게 되고, 그것은 이후 다른 장기투쟁사업장의 투쟁기금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투쟁기금을 마련하는 전통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4. 투쟁에서의 과제와 지향
(1) 정규직화 요구가 중요하다.
결국 '정규직화'가 우리의 요구여야 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라는 존재 조건 자체가 자본이 원하는 바인데, 그것은 노동3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선상에서, 무한정한 착취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아무리 사소한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더라도 자본은 무자비하게 탄압한다.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 계약기간을 1년 연장해달라는 것, 또는 몇 가지 사소한 권리 보장이 대부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초창기 요구였다. 하지만 자본에게 있어서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자신들이 간접고용을 늘리는 이유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자비한 탄압을 계속하는 것이다. 즉 요구수준을 낮추면 살아남을 수 있고, 정규직을 요구하면 짤리게 되는 것이 전혀 아니다.
또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간접고용이라는 존재 조건 자체가 노동3권을 가로막는 요소 그 자체이기 때문에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생존권 쟁취를 위해서라도 정규직화 요구는 필연이다. 정규직이 되지 않는 이상 설령 노동조합을 조직했다 하더라도 각종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노동조합이 깨질 뿐만 아니라, 설령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재계약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규직화' 뿐이다.
(2) 투쟁전술에 대한 재구성 : 대중적 점거투쟁
지금까지의 비정규직 투쟁이 주체적으로 정세를 열어나가는 투쟁이 되지 못했고, 사회의 여론의 향방에 좌우되거나 버티기로 일관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 새롭게 비정규직 투쟁의 전술을 재구성하면서 주체적인 투쟁을 만들고자 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다.
그 흐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고강도 투쟁, 즉 점거투쟁이다. 그동안 점거투쟁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었다. 첫째는 지도부를 보위하고 투쟁을 지속시키기 위한 점거이다. 현대중공업의 골리앗점거투쟁이나 효성투쟁에서의 옥탑점거 등이 그러한 의미였다. 이러한 점거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대중투쟁동력이 소진될 때는 점거를 마무리하는 시기나 그 의미를 극대화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두 번째로는 선도적인 투쟁을 통해 업무를 마비시키고 투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점거이다. 이랜드 노동조합의 전산실 점거투쟁 등이 그러한 것이었다. 세 번째는 투쟁의 정치적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여론화하기 위함이다. 정당에 대한 점거나 국회의사당, 정부기관 등에 대한 점거가 그런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파업투쟁의 한 형태인 공장점거로서 선도적인 투쟁이 아니라 대중동력에 의존하는 대중투쟁이다. 공장점거를 통해 파업의 효과는 극대화되고 노동자들은 점거를 위한 훈련과 점거 과정에서 노동자계급으로 훈련을 하면서 자신을 구성하게 된다. 그리고 점거투쟁을 통해 자본과 노동자들의 대립을 극명하게 보게 된다.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투쟁은 정치적으로 확산시키거나 선도투쟁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조합의 점거투쟁,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점거투쟁에 이르러서는 이 투쟁이 공장점거 파업투쟁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이 투쟁은 먼저 현장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더 이상 현장에서 밀려나지 않겠다.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서 투쟁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 의지는 오래 가지 않는다. 공권력의 침탈에 의해 쉽게 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거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은 자신의 현장으로 돌아가는 의지를 다지고 파업투쟁의 의미를 다시 다지게 된다. 두 번째로 대중적 점거투쟁은 노동자들에 대한 훈련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이 목동전화국을 점거하기 위해 긴장감을 갖고 자체 훈련을 거치고 그 과정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갔던 것처럼 우리가 파업을 노동자의 학교라고 이야기하는 그 의미들이 다시 새롭게 살아난다.
최근 자본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다.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것도 파업의 효과를 없애기 위한 것이며, 노동자들이 투쟁하려고 할 때 현장 밖으로 밀어내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의 전통적인 공장점거 파업투쟁의 의미를 다시 확장시키고 스스로 훈련해 가는 대중적 점거투쟁의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할 것이다.
(3)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공동투쟁으로 발전시키자.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너무 힘들게 싸웠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이 완전히 말살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사실 자체가 노동기본권의 훼손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고용의 불안정성은 곧 생존의 불안정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정성은 법적으로 제도화되어 있는데, 파견노동자들은 파견법으로 인해 2년에 한번 주기적 해고를 당하도록 되어 있다. 계약직의 경우 계약기간을 자유로 함으로 인해 3개월에 한번씩 주기적 해고를 당하기도 한다. 용역·하청 노동자들은 계약갱신기간으로 인해 고용이 불안정해진다. 이러한 고용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삶은 형편없이 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기본권을 쟁취한다는 것은 비정규직 주기적 해고를 보장하는 각종 장치들을 없애는 것이다. 파견법의 철폐와 계약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및 정규직화, 용역계약시 계약관계자가 바뀌더라도 노동자들의 고용이 승계되어야 한다는 요구는 그래서 당연한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러한 고용의 불안정성 때문에 갖가지 불합리한 차별을 감수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4대 보험 적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위배되는 저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한다. 그리고 산업재해에 완전히 노출되어서 정규직이 꺼리는 위험한 일들을 도맡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4대 보험 적용이나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너무나 당연히 쟁취해야 할 노동기본권이다.
그런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일어서는 순간 또 다른 한계에 부딪힌다. 바로 노동3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 사용자를 사용자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 법 체계 때문에 원청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임의 계약해지에 노출되고, 계약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해지 당하고, 또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의해 노동조합을 인정받지 못한다. 그리고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노동자성 자체를 인정받지 못함으로 인해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를 박탈당한다. 투쟁을 통해 노동기본권을 쟁취해야 하는데, 투쟁을 할 권리조차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현실이다. 하반기에는 반드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쟁점화하고, 이 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사회적·정치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없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의 힘겨움을 계속 반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노동기본권 쟁취라는 미명 아래 이 투쟁을 법 제도개선 투쟁을 국한하는 흐름을 경계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이미 말살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기 위해 4대보험 중 일부를 적용하는 등의 떡고물을 주고, 노동3권을 완전히 무력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런데 비정규직 보호 운운하면서 이런 떡고물과 노동3권을 맞바꿔치기 하는 것에 동의하는 흐름이 있으며, 그 흐름은 항상 법개정 문제로 비정규직들의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을 협소하게 만들면서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말살하는데 일조한다.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은 자본과 정권의 국회 일정에 따라 호소하고 협상하는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 그리고 우리 민주노조운동 전체의 투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장에서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정치적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에 대한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강력한 투쟁을 배치하고, 그 투쟁에 비정규직들이 공동투쟁으로 선두에 설 때 노동기본권 쟁취는 가능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