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사람들에게 인생의 가장 큰 목표를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 대답한다.
그만큼 결혼이 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이자 골인점이 된다.
이곳 여성들은 대부분 스무살을 전후로 결혼을 하고, 남성들은 서른을 전후로 한다.
남자들이 집을 준비하고, 가장 큰 세간살이인 장롱,침대,화장대세트 그리고 냉장고, TV 등 비싼 가전제품을 담당한다.
여자들은 부엌살림살이, 쇼파세트, 그외 집안을 꾸미는 것을 혼수로 준비해온다.
예를 들어 얼마전에 결혼한 우리 시동생의 경우 집준비, 살림살이, 예물, 잔치 등에 한국돈으로 4000만원 가까이 들었다.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신 우리 시아버님의 한달 봉급이 한국돈으로 9만원이니, 상당한 금액이다.
그러니 웬만한 집안에서는 그리고 특히 아들이 많은 집에서는 이렇게 돈을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자기가 벌어서 조그만한 집 한칸이라도 준비해 결혼하려면 자꾸 결혼을 늦게 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여자들은 어차피 따로 돈벌이를 할 수가 없으니,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결혼을 하므로, 대개 스무살전후에 결혼을 한다.
바로 얼마전까지도 고등학생중에 결혼한 사람들도 적지 않고, 결혼, 출산으로 학업을 중단하기도 하여서,
정부에서 미성년자의 결혼을 얼마전부터 금지하고 있다.
배우자를 고르는 것은 대개 중매를 통해 이루어진다.
중매인은 가족,친지,이웃들인데,
'누구집에 딸래미 누가 매우 조신하고, 괜찮다' 이런 말에서 대부분 시작된다.
친족결혼도 종종 있는데 사촌부터는 결혼이 가능하다.
10촌이내의 결혼을 금하고 있는 우리 문화에서는 좀 충격적인데,
우리 아들 미도(현재 나이 만4세)와 울 큰시누이 딸이랑 짝지어주면 좋겠다는 우리 시어머님 말씀에
헉~하고 놀래버려서는...큰 시누에게 좀 미안해져서는...한국에선 사촌끼리는 형제,자매와 마찮가지라고 설명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섭섭해 하는 시누의 표정...ㅜㅜ)
이번에 결혼한 우리 시동생도 5촌 조카와 결혼을 하였다. 나이는 여덟살정도 차이가 난다.
울 막내시누는 옆집의 맞은편 집에 시집을 갔는데, 신랑의 누나가 중매를 해주었다. 신랑의 누나가 또 울 시누의 사촌오빠 부인이다.
혼담이 오고가고 우리 시아버님께서 신랑집에 혼담 허락을 하기전에,
우리 남편이 서둘러 막내시누와 예비 신랑과의 첫대면을 주선하였다.(물론 보호자 입회하에)
얼굴이라도 먼저 한번 보고나서, 정말 아니다 싶으면 혼담을 허락하지 말도록 아버님께 압력을 넣으려는 고육지책으로..
전통적인 혼담과정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첫대면의 결과는 ^^ 울시누는 부끄럽고 정신이 없어 제대로 얼굴도 못봤다고는 하지만 싫지는 않은 표정이고, 예비신랑은 어여쁜 시누의 얼굴을 보고는 밤새 잠도 못잘 정도로 싱글벙글이였다. 신랑의 폭발적인 반응에 혼담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혼담 성사후 약혼파티를 하고 난이후로는 시누는 임자있음을 알리는 "느깦(눈만 내놓고 얼굴을 가리는 까만 스카프)"을 쓰고 외출을 하게 되었고, 예비신랑과는 보호자 입회하에 만날수 있었다.
악혼자와 약혼녀의 만남을 옆에서 지켜보니, 약혼자가 약혼녀보다 오히려 약혼녀 어머니와 더 많은 말을 주고 받을 정도인데,
결혼전의 여자들은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말을 시키면 부끄러워하며 조그맣게 대답하는 속칭 '내숭'^^을 좀 떨어줘야 가정교육을 잘 받은 처녀라는 평을 듣는 이유때문이다.
요즘 새 풍속도로 핸드폰을 이용하여 달콤한 말을 나누는 폰팅이 이들의 연애사의 대부분이다.
실제로 신체적 접촉^^이 가능한 것은 결혼이후이다.
중매가 아니고 연애결혼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드물게 들었다.
동네가 떠들썩했던 "25피에스타 결혼" 스캔들...^^
인척간으로 서로 볼 기회가 있었던 남녀였는데, 과감하게도 밤에 몰래 만나다 동네사람들에게 붙잡혔다.
경찰서에 잡혀간(여기서는 혼외정사는 범죄이다) 커플의 남자에게 경찰이 물었단다.
이자리에서 결혼하겠느냐, 감옥에 가겠느냐
그래서 그자리에서 지참금 25피에스타(한국돈으로 50원)^^을 주고 결혼이 성사되었단다. ^^
신부측의 강력한 주장으로 이혼시 위자료(결혼 서약서에 결혼 지참금과 이혼 위자료 모두 기재한다)는 한국돈 2000만원을 기재하였다는데..그래서인지,^^
아이 둘 낳고 잘 살고 있다.
하여간 여기서 연애결혼은 스캔들이다.
결혼잔치는 삼일정도 친지와 이웃들을 불러 예전 한국의 시골잔치처럼 점심,저녁을 대접한다.
둘쨋날 신랑 신부의 손에 핸나(천연염색으로 문신)를 하고,
마지막날 밤에 신랑이 신부의 집에 가서 예물을 전달하고, 춤과 노래로 피로연을 한뒤, 신부를 데리고 나온다.
신랑신부가 탄 차량을 하객들이 줄줄이 따라가며 시끄러운 거리 퍼레이드를 하고는,
신혼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결혼식의 하이라이트이다.
차량 퍼레이드를 할때 시끄럽게 온동네에 자랑을 하고, 친척들,손님들 차라는 차는 다 동원이 되고,
덜덜거리는 고물차, 오토바이까지 줄줄이 이어 큰 음악과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 주는 것이 신랑,신부를 축복해주는 방법이다.
신혼집에 들어간 신랑,신부는 신혼집에서 허니문을 보내는데,
첫날밤을 치르고는 처녀의 상징인 처녀막의 흔적이 묻은 흰 천을 신랑쪽 여자어른들에게 보이는 것으로 결혼식이 마무리 된다.
허니문을 보내는 며칠간은(예전에는 허니문이 한달이였다는데...헉) 외출을 않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통이다.
이 기간동안 신랑,신부의 식사는 신랑집,신부집에 번갈아 가며 영양식^^을 준비해 보내준다.
이제 아이들 낳고 오손도손 잘 살 일만 남았다. ^^
참, 이슬람에서는 1부 4처제까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1부 1처제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결혼을 여러번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많겠는가?
정서적으로도 부인이 아이를 낳지 못한다거나, 기타 이유로 남편수발이 어렵다거나, 형제가 죽어서 그 부인을 맡았거나 하는
특별한 경우에만 인정이 되는 경향이다.
아님, 사우디아리비아 남자들처럼 갑부이거나..
코란에 이 부인들을 차별하지 말것에 대해 나와있는데, 이 1부 4처제는 코란이 쓰여질 당시 이루어진 종교전쟁으로 인해 생긴 많은 미망인들을 남자들의 보호아래 두도록 한 제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문화와는 다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에서 예전 우리 전통문화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은가 보다. ^^
첫댓글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참 다른 이야기, 살아있는 듯한 생생한 이야기 참 재미있습니다~ㅎ 종종 올려주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