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일시 : 2009년 5월09일(토) 날씨 : 맑음
운행구간 : 노고단대피소출발(08:00)~만복대(12:05)~정령치(13:15)중식~노치마을~수정봉~준양리뒷산비박(22:00)
운행시간 : 14시간
아스팔트를 따르던 대간길이 이내 마을길로 접어든다. 노치마을이다. 비보풍수(裨補風水·풍수의 원리에 따라 재앙을 막는 것)의 한 모습인 조산탑을 돌아들어 자리잡은 마을회관 앞 느티나무 아래에 백두대간 기념물이 세워져 있는 마을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유일한” 마을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마을을 지나 산으로 오르는 길에서 당산나무를 만난다. 수백 년의 세월 속에서도 풍모를 잃지 않아 지나는 이들을 감탄케 하는 잘생긴 소나무 다섯 그루는 덕유산에서 흘러온 기운이 넘쳐 지리산에서 오는 정기를 넘어서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노치마을 당산을 지난 백두대간은 비로소 다시 산으로 오른다. 수정봉이다. 수정이 많이 나 그리 불린다는 설명은 산을 삶과 단절시킨 산맥 개념으로 풀이하는 산 이름이다. 온 나라의 70% 이상이 비탈인 탓에 삶은 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산은 사람들의 생활과 따로 있지 않는다. 춘궁기를 버텨낼 수 있는 먹을거리부터 집을 지을 재목에 겨울을 이겨낼 땔감까지 산에 기대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었던 것이 옛사람들의 살림살이다. 그만큼 산은 귀했기에 산 자체가 신앙이기도 했다. 수정봉이라는 이름의 내력에는 산을 귀하게 여기라는 가르침이 담긴 것이다.
정령치휴계소에 도착, 점심을 해결코자 식수를 찾았으나 아직 식수개발이 되어있지않아 매점에서 판매하는 생수를 구입. 엄청난
배낭무게에 짓눌려 지친몸으로 고기리 고촌으로 들어서자 가게 평상에서 쉬고 있는 초로의 산객과 조우. 서울에서 내려온 구간종주자 오영균씨를 만나 동반산행, 총괄보험법인이었는데 준족에다가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넘치는 그런 사람이었다. 노치마을의 우물물맛이 뛰어났으며 산악회에서 모객한 구간종주자들이 줄을 이어 남진하고 있었다.
마을 뒷편에 있는 네 그루의 소나무는 그 자태가 수려해 벼슬을 하사할만했다. 오영균씨가 여원재까지 사전답사를 했다하여 그를 믿고 뒤를 따랐으나 여원재로 내려가기전에 날이 저물었고 헤드랜턴을 가동했으나 내것이 줄이 떨어져 말썽을 부린데다 과중한 배낭무게때문에 가벼운 배낭차림의 오영균씨에게 짐이 되었다. 결국 갈림어디에선가 길을 잘못든거 같아 GPS를 가동해 여원재를 찾아갔으나 시간이 열시가 넘어 불빛이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짐을 풀고 가볍게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 비박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