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화
- 내성천변 오니와 돌 운반(연못 만들기)
- 서실 제초제 피해 회복을 비는 물주기
- 자동차 검사 (타이밍 벨트 교체시기라고 함, 돈이 2,30만원이라고 해서 걱정)
- 들풀님 모종 얻기(고추300주가량, 야콘,피마자,완두,동부,제비콩,들깨,풍선덩쿨,적상추,청상추,쑥갓,파,토마토,오이,옥수수 등)
- 장독대 돌 작업(블록, 기와 깨 넣기, 모래 붓기)
- 실리콘 작업(서실 할머니 지붕, 새집 제거, 욕조 구멍 메꾸기)
- 화장실 징검돌 놓기
- 초록 구렁이 한 마리 마당에서 몸 말리다 사라짐
- 참새 두 마리 옆집 처마 위에 앉아 교미를 함
- 묵은 빨래를 모아 손빨래 발빨래를 함(손빨래를 할 땐 손목이 아파 힘들었는데 발빨래로 전환하니 차가운 지하수가 온몸에 퍼지는 것 같아 상쾌하고 신났음)
마당에 비로소 빨랫줄을 맴(살림의 시작이라는 느낌이 비로소 듦)
5/9 수
- 내성천 오니와 돌 가져옴
- 불 때기, 살림집 정리
- 서실 할머니 예천 은행일(자동차)
- 민찬 데려오기(자동차)
- 오후 시골살이 아이들 지도(공부, 고추심기, 일기)
- 아침샘으로부터 연 얻음
며칠 전 서실에서 나무 작업하는데 착한 청솔모 한 마리가 나타났다. 내가 바로 옆에 있어서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죽어 벤 배롱나무 밑에 청솔모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오늘 서실 옆을 정리하자니 청솔모 꼬리와 팔 하나가 달랑 나타났다. 무엇인가 청솔모를 잡아먹고 그것은 버려둔 것이다.
송홧가루가 날려 자동차 마루가 온통 노랗게 먼지 않음, 문 닫아놓은 방도 예외가 아님.
5/10 목
- 내성천 오니 가져옴
- 아침에 연못에 연 넣기
- 오전 살림집 텃밭 이랑 만들기
- 오후 서실문밖 정리 텃밭 이랑 만들기
- 들풀님 주신 모종들 심기
- 시멘트 작업(뒷곁 배수로 보강, 장독대 마감, 서실 화장실 똥통 막기)
시골은 침묵이 넘친다. 도시의 적적함이 아닌 자연의 적요다. 7시가 넘으면 어둑해지면서 밤이 내리고 사람은 보이지 안는다. 자동차 불빛도 없다. 별과 짐승들 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없다. 텅 빈 하늘이 그대로 마당에 내려온다. 잠 깨어 오줌이라도 눌라치면 하늘이 훤하다. 시골의 침묵이 나를 낳는다. 침묵이 나를 기른다. 나는 묵묵히 과묵한 농부처럼 일만 한다. 몸을 놀려 일을 하면 힘들어도 흐뭇하다. 밤에는 다시 침묵이 나를 품는다.
5/11 금
- 변소 벽 만들기(거름 받침대인 나무 팔레트 한 개 반 이용)
- 땔감단 만들기(먼저 땅을 고른 뒤 블록으로 단의 높이를 맞추어 두르고, 흙과 모래를 채운 뒤, 남은 기와로 바닥에 깐다)
- 장독대 둘레 기와로 장식하기
- 서실 뒷담에 이랑 만들고 고추심기
- 할머니가 남기고 간 각종 그릇 설거지하기
허리가 아프다. 어제 시멘트 작업을 하면서 시멘트와 모래와 물을 섞고, 그것을 운반 하는 것도 그렇지만, 수돗가에 쭈그리고 않아 몇년 묵은 그릇들 설거지를 하자니 허리가 몹시 아프다. 그릇들은 군불 땔 때 솥단지에 넣고 팔팔 끓여 다시 세척해야겠다. 설거지를 하며 어릴 적 엄마가 사용하셨던 커다란 새우가 그려지고 테두리가 청색인 접시를 발견했다. 접시가 보시 싫었는지 아니면 깨어졌는지 사라진 것인데 할머니네에서 같은 것을 보니 몹시 반갑다. 예전에 쓰던 숟가락이 많이 나왔다. 놋수저는 네개 정도, 나머진 스테인레스이지만 모두 구형이다. 신기하다. 숟가락의 굴곡은 깊지도 옅은듯 하면서도 옅지도 않아, 입술에 국이든 물이든 알맞게 떠놓을 만하다. 이것은 밥을 퍼먹기 위해선지 뜨거운 국물을 떠먹기 위해선지 궁금하다.
절골엔 공동묘지가 있다. 공동묘지 밑엔 10년 묵밭이 있다. 버드나무도 커다란 것들이 자라고 고라니 부부가 산다. 무덤을 보면 참 신기하다. 묘를 뫼라고 하지 않던가? 뫼는 산이고 곧 무덤이다. 사람이 태어나 돌아갈 곳이 산이란 말인가? 그 뫼 곧 메가 밥도 된다. 밥, 무덤, 산이 모두 메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