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명작사진읽기-4
피터헨리 애머슨(Peter Herry Emerson, 1856-1936)의 자연주의사진 ‘쟁기질’
글: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사진은 19세기 발명 당시에 기계(카메라)를 이용해서 현실을 재현하고 결과물이 너무나도 사실적이기 때문에 예술로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술지향적인 화가출신의 사진가들은 회화와 유사한 외형을 보이는 사진이미지를 생산했습니다.
이러한 사진을 19세기 예술사진 혹은 회화주의적인 살롱사진이라고 칭하는데 1850년대부터 1890년대 사이에 미학이 정립되고 주류적인 사진경향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진경향에 반하여 사진의 발명 목적인 기계적인 기록성과 사실성에 충실하게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가 있는데 그가 바로 영국의 사진가 피터헨리 애머슨입니다.
애머슨은 인간의 육안은 특정한 사물을 바라볼 때 주된 대상 외에는 흐리게 느끼므로 사진도 이와 같은 상태로 대상을 재현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작가는 영국농민들의 일상적인 삶에 관심을 갖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기에는 소개하는 작품도 어느 농민이 쟁기질하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입니다. 이때는 아직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지만 내용적으로 다큐멘터리적인 사진입니다.
애머슨이 주장한 자연주의사진은 20세기 초반부터 등장하는 ‘스트레이트포토미학’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미국근대사진의 선구적인 인물인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는 애머슨의 영향을 받아서 독일에서 유학을 마치고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할 때 스트레이트 포토를 주창합니다. ‘스트레이트 포토’는 20세기 전반부를 지배한 사진미학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사진의 본질을 이야기 할 때 중요한 미학이자 사진철학으로 거론되고 있고 여전히 중요한 표현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개하는 애머슨의 작품은 당시의 카메라 메커니즘의 한계로 완벽하게 현실을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순간을 포착한 사진으로 중요한 사진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시각적으로 화화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현실을 표현대상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20세기 사진미학과 만나게 됩니다. 또한 19세기 영국의 농촌현실을 보여주는 아카이브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사진은 시간과 공간을 포착해서 보여줍니다. 또 시간과 기억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진이 현대예술로서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표현을 위한 사진이 아닌 기록을 위한 사진도 여전히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기록성 그 자체만으로도 사진은 충분히 매력이 있는 매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