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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전우중 기자]
벌꿀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벌꿀 등급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취지와는 달리 양봉 농가의 참여율이 미진한 ‘벌꿀 등급제’에 대해 양봉 현장에서는 “인증을 기다리다 판매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
현재 벌꿀 등급판정은 벌꿀 생산자나 소분업체가 등급판정을 신청하면 한국양봉협회, 한국양봉농협, 농축산용미생물산업육성지원센터 등 지정 검사기관에서 1차 규격검사를 실시하고, 합격한 시료에 대해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최종 품질 평가와 등급(1+·1·2)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양봉 농가들은 벌꿀 생산 이후 신속한 판매를 통해 현금 흐름을 확보해야 하는 구조여서, 등급판정을 위해 추가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특히 등급 취득 여부가 수매 가격이나 유통 조건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만들지 못하면서, 제도 참여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농가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양봉업계에서는 등급판정 결과가 실제 가격 형성이나 판로 확대, 소비자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농가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검사 접수 이후 진행 단계와 완료 예정일을 문자나 알림 시스템으로 안내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 유통 현장에서도 등급을 받은 벌꿀이 가격 프리미엄을 확보하거나 판매 경쟁력을 갖춘 사례는 아직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도매와 직거래 중심의 기존 유통 구조 속에서 등급 표시가 곧바로 구매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여기에 검사 물량이 성수기에 집중될 경우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출하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일부 농가에서는 “등급판정이 오히려 유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특히, 소규모 농가일수록 검사 비용 대비 실익이 낮다고 판단해 제도 참여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소비자 인지도 부족과 자율 참여 방식 역시 제도 정착의 한계로 지적된다. 벌꿀 등급제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가 낮아 등급 표시가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데다, 의무 사항이 아닌 선택 제도라는 점에서 참여 확산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벌꿀 등급판정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지정 기관이 제한적이어서, 검사 신청이 특정 시기에 몰리면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농가들은 등급판정을 신청하더라도 결과를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검사 인프라 확충과 지역 단위 검사기관 지정, 검사 절차 간소화와 처리 기간 단축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벌꿀 등급제가 소비자 신뢰 제고는 물론 농가 소득 안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의 취지에 걸맞은 운영 여건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실질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며 “정부 차원의 인력·장비 확충 및 지원과 검사 체계 개선, 검사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행정 지원 시스템 구축, 그리고 등급판정 결과가 가격 형성과 유통에서 실질적인 인센티브로 작동하도록 하는 정책적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