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느헤미야 7장>
오늘 본문은 성벽 완공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성벽 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람을 세우고, 공동체를 회복하며,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폐허를 지나 자유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교회와 교육, 근면과 봉사의 정신으로 산업화와 선진화를 이루어 낸 대한민국의 역사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물론 역사적 성공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기독교가 교육·의료·복지·윤리 형성에 중요한 기여를 한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1. “충성스러운 사람”이 나라를 세운다.
“내 아우 하나니와 영문의 관원 하나냐가 함께 예루살렘을 다스리게 하였는데 하나냐는 충성스러운 사람이요 하나님을 경외함이 무리 중에서 뛰어난 자라.” (느 7:2) 본문의 “충성스러운 사람”은 אֱמֶת (에메트)입니다. 이는 단순히 성실한 사람이 아니라 믿을 만하고 신실하여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예루살렘은 성벽보다 먼저 신실한 지도자를 필요로 했습니다. 느헤미야는 혈연보다 신앙과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세웠습니다.
사도 바울도 말합니다. “그리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 (고전 4:2) 교회와 나라를 지탱하는 힘은 결국 제도 이전에 사람입니다.
일제강점기에는 교회가 민족교육과 신앙을 지켰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학교와 병원, 고아원과 산업현장에서 헌신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신앙의 자유가 보장될 때 이러한 헌신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고, 대한민국은 폐허를 넘어 선진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오늘 우리도 하나님께서는 능력보다 에메트, 즉 충성을 먼저 요구하십니다.
2. “지키라”는 명령이 공동체를 보호한다.
“해가 높이 뜨기 전에는 예루살렘 성문을 열지 말고 ... 파수하되 각각 자기 집 맞은편을 지키게 하라” (느 7:3) 본문의 동사 שָׁמַר(샤마르)는 “지키다, 보호하다, 보존하다”입니다. 느헤미야는 성벽이 완성되었다고 방심하지 않았습니다. 성문을 관리하고 파수꾼을 세워 공동체를 지키게 했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나의 계명을 지키리라.” (요 14:15) 성도는 믿음을 지키고, 교회는 복음을 지키며, 국가는 자유와 정의를 지켜야 합니다.
대한민국 역시 전쟁 이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교육과 법치의 틀을 지켜 냈기에 오늘의 번영을 이루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회는 근면과 절제, 이웃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사회 속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교회 역시 다음 세대에게 신앙과 자유, 책임과 공동체 정신을 샤마르, 즉 지켜 내야 합니다.
3. “계보대로 등록하다”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권을 보여 준다.
“내 하나님이 내 마음에 감동하사 ... 백성을 모아 그 계보대로 등록하게 하시므로 내가 처음으로 돌아온 자의 계보를 얻었는데...” (느 7:5) 여기서 “등록하다”는 כָּתַב(카타브) 입니다. 느헤미야는 성벽을 세운 후 백성의 족보를 확인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누구인지, 언약 공동체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함입니다.
신약에서는 이 의미가 더욱 확장됩니다.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 (눅 10:20) 구약의 족보는 신약에서 생명책에 기록된 하나님의 백성으로 완성됩니다.
대한민국도 해방과 전쟁 이후 단순한 경제 성장만이 아니라, 어떤 가치 위에 나라를 세울 것인가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자유와 책임, 인간 존엄과 이웃 사랑의 가치가 사회 속에 뿌리내릴 때 공동체는 건강하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성도의 궁극적 시민권은 땅의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 (빌 3:20) 성벽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책에 기록된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결론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성벽을 세운 이후 더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본문은 전쟁의 승리가 아니라 공동체의 정체성 재건을 말합니다.
충성스러운(אֱמֶת, 에메트) 사람으로서 나라를 세웁시다.
지키는(שָׁמַר, 샤마르) 사람으로서 사명을 다하여 공동체를 보호합시다.
하늘에 등록된(כָּתַב, 카타브) 정체성으로 영원한 소망이 됩시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의 상처를 딛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세워진 것처럼, 교회 역시 외형적 성장에 머물지 말고 사람을 세우고, 믿음을 지키며, 하나님 나라의 시민권을 기억하여 하나님의 백성을 세우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