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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코아, 땅부자 유통전문기업의 극비계획!
(사진/이 축배를 언제까지...(주)뉴코아파이낸스 창립기념식에 참석한 김의철 그룹 회장(왼쪽서 세번째)과 이석형 사장(맨 왼쪽).)
ㅇ유통업체에서도 정치세계 처럼 전국 지향 전국구 유통 업체의 원조가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뉴코아이다.
창립2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뉴코아그룹(회장 김의철)이 본격 적인 `위기탈출' 작전에 돌입했다. 파격적일 정도의 대규모 자구계획을 극비리에 수립한 것이다.
자구계획의 핵심은 계열사 합병과 부동산 매각. 뉴코아는 현재 18개에 이 르는 계열사를 4~5개로 대폭 줄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그룹의 중점 사업군을 백화점(뉴코아), 할인점(뉴타운개발) 등 유통부문과 건설부문( 시대종합건설), 광고부문(뉴코아종합기획), 금융부문(뉴코아파이낸스) 등 4개로 나누었다. 사업영역이 중복되거나 연관성이 깊은 계열사들을 사업 군별 핵심기업에 모두 합병시켜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는 복안이다.
6월 말부터 계열사 통합작업
먼저 시대수산, 시대축산, 시대유통, 시대물산, 전자월드, 하이웨이산업, 뉴타운산업, 뉴타운식품, 뉴타운물산, 뉴타운축산, 순천코리아 등 11개사 계열사는 모기업인 뉴코아에 합병시킨다. 이들 계열사들은 모두 백화점이 나 가격파괴형 할인점인 킴스클럽에 상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다. 합병 뒤에는 백화점 내 구매부서로 운영할 계획이다.
킴스클럽 운영업체인 뉴타운개발은 다른 유통 관련 계열사처럼 뉴코아에 합병시키거나, 그대로 놔두는 두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중이다.
건설사업군은 시대종합건설이 뉴타운건설과 부동산개발업체인 뉴타운기획 을 흡수합병한다. 광고업체인 뉴코아종합기획과 할부금융사인 뉴코아파이 넨스는 그대로 유지시킨다. 뉴코아는 6월 중으로 계열사 합병 계획을 확 정지을 방침이어서 이르면 6월말부터 통합작업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계열사가 필요 이상으로 많아 관리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했다. 계열사간 합병으로 유기적인 협조가 가능해지고 각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 산을 담보로 대출도 쉬워지는 등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자구계획 은 공격경영에서 내실경영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뉴코아의 한 고위 임원은 자구계획에 대한 김의철(56) 회장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한다.
보유 부동산 매각도 대대적으로 이루어진다. 뉴코아는 백화점이나 할인점 부지용으로 갖고 있는 부동산만 전국적으로 20~30곳에 이르는 `땅부자'다 . 뉴코아는 이들 가운데 평촌의 두곳, 의정부, 분당 미금, 군산, 천안, 남양주 등 7개를 팔 계획이다. 이들의 시가가 2천2백억원에 달해 매각만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정상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코아는 이에 앞서 토지개발공사로부터 사들인 분당 미금동 땅을 최근 반납했다. 이를 통해 이미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납부한 1백30억원을 되돌 려 받았다.
또 신규점포 개설도 전면 중단한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창원과 서 울 응암동, 의정부 백화점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출점을 중단하기로 했 다. 의정부는 공사와 매각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창원과 서울 응암 동도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개점을 내년으로 늦출 방침이다. 신규출 점을 늦추면 건축비 등 추가적인 자금부담도 함께 없어진다.”
뉴코아를 중심으로 증자도 추진된다. 회사자금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계 열사보다는 김 회장 등 개인 대주주들이 증자에 중점 참여할 것으로 알려 졌다. 계열사 합병과 부동산매각, 증자 등을 통한 뉴코아의 자구규모는 최대 3천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뉴코아는 대대적인 자구계획을 토대로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 등 채권은 행들로 부터 자금지원을 받아낼 계획이다. 뉴코아는 지난 3월부터 제일은 행, 서울은행, 한일은행 등 금융권을 상대로 자금지원을 요청해 왔다. 은 행들이 전문평가기관에 신용평가를 의뢰하는 등 대출심사를 위한 준비작 업을 벌이는 상황에서 자구계획이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뉴코아는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 담보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외부차입 의존한 고속성장의 `그늘'
뉴코아는 재계랭킹 25위로 1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유통전문그룹 이다. 지난해 30대 그룹에 첫 진입(29위)한 뒤 활발한 사업확장 덕으로 1 년 사이 다시 4계단나 뛰어 올랐다.
80년 영업을 시작한 뉴코아백화점은 90년대 들어 다점포화 전략을 가속화 면서 점포수를 폭발적으로 늘려 왔다. 92년에는 과천점과 순천점 동수원 점 등 3개를, 95~96년에는 분당점 구월점 평촌점 중동점 일산점 등 5개점 의 문을 새로 열었다. 올 들어서도 이미 분당에서 서현점, 명품관, 미금 점 등 3개를 오픈해 전체 점포수를 15개로 늘렸다.
할인점인 킴스클럽의 성장세는 더욱 놀랍다. 첫해인 95년에만 서울점 등 무려 8개의 점포를 오픈했고 지난해와 올해도 각각 4개씩 문을 열어 현재 전국적으로 16개가 영업 중이다. 유통업계에서는 “한달에 한개씩 백화점 이나 할인점을 신설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뉴코아가 단기간에 점포수를 확장할 수 있었던 추진력은 지난 78년 장인 회사인 한신공영에서 독립해 유통업에 뛰어든 김의철 회장의 불도저식 공 격경영에서 나온다.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김 회장의 사무실에는 책상이 없다. 매일 12시 퇴근이고 일요일도 없다. 김 회장은 그동안 점포수를 늘 리고 매출을 높이는 것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왔다.” 뉴코아 한 임원 의 귀띔이다.
유통업에 필요한 모든 사업부문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점도 큰 비결 이다. “부지매입부터 건물 신축, 인테리어, 상품 공급까지 모두 자체 힘 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신규점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건물준공이 된 뒤 정식 오픈까지 남들은 3개월이 걸리지만 우리는 1 0일이면 가능하다.”노종문 씨 사장의 이 노하우는 몇 백 억원의 값으로도 못산다는 것도 업계 평가이다. 정설로 통한다는 사실 이다.
계열사 수가 적지 않지만 다른 재벌그룹의 문어발식 사업확장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땅 사재기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일면 인정을 하면서도 무 조건 매도만 당할 일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유통시장 완전개방으로 외 국의 거대 유통자본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 유망지역을 미리 선점하는 다 점포전략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땅투기 지적도 있지만 우리 는 아직 사들인 부동산을 판적이 없다.”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려 온 뉴코아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부터이다. 다점포화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문 이 돌기 시작했다. 올초 한보부도 이후에는 금융권이 경색되면서 악성루 머가 더욱 기승을 부렸다.
뉴코아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취약한 재무구조. 외부차입에 의존한 고속성 장이 남긴 `그늘'이다. 지난해말 현재 뉴코아의 총자산은 2조8천30억원. 그러나 자본금을 포함한 자본총계는 2천1백20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2조 5천9백10억원은 모두 부채다. 부채 가운데 금융권에 지고 있는 빚만 1조4 천억원선이다. 자기자본비율(자본총계를 총자산으로 나눈 수치)은 7.5%에 불과하다. 95년말의 10%에서 더욱 낮아졌다. 부채비율은 95년말의 920%에 서 1년 사이 1,223.9%로 높아졌다.
회사살리기, 임직원이 2백60억 모아
(사진/뉴코아는 신규점포 개설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뉴코아 반포본점. )
뉴코아는 그동안 나름대로 위기타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금융부담을 줄 이기 위해 종합금융사 등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올 2월부터 최근까지 1천 4백억원 정도의 빚을 갚았다. 이중 1천억원 정도는 부동산을 담보로 해서 은행권으로부터 새로 대출을 받았다. 자금악화설만 나오면 무조건 대출회 수에 나서는 2금융권 의존도를 줄이지 않고는 자금운용을 안정적으로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3월27일 하나은행이 3백억원을 대출해 준 것 도 큰 도움이 됐다.
연초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산을 종전의 두배가 넘는 4천3백6억원으로 늘 렸다. 재무제표상으로는 올해 말에나 반영되지만 이를 고려하면 부채비율 은 당장 602%로 낮아진다. 금융기관에 예치해 둔 4천억원의 예금으로 예 대상계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 유통업 평균 부채율은 907%에 이른다. 유통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부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미 갚은 대 출금과 예대상계 가능분까지 고려하면 부채율은 500% 수준으로 낮아진다. ” 한건용 그룹 기획실 상무의 설명이다.
지난 2월말부터는 거래업체들에 지급하는 어음의 결제기일을 종전 20일에 서 80일로 대폭 연장했다. 4월초에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살리기 모 금운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2백60여억원이 모아졌다. 일산 화정오피스텔 분양을 조건으로 했지만 어려운 회사를 돕기 위해 임직원들이 자기 주머 니를 털어 모은 `피같은 돈'이다. “여직원들을 제외하고 4천여 임직원 대부분이 모금에 동참했다. 금액으로도 적은 돈이 아니지만 임직원들의 단합된 마음을 확인한 것이 큰 수확이다. 당장 쓰러질 회사라면 직원들이 자기 돈을 내겠는가.” 이시영 판매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진로에 이어 지난 5월19일 대농그룹마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방지협약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위기감 은 높아졌다. 최근에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부실기업들이 6월중에 무더기 로 쓰러질 것이라는 `6월 금융대란설'이 나돌면서 분위기가 더욱 흉흉해 지고 있다. 대대적인 자구계획은 이런 위기국면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승 부수라고 할 수있다.
“경기침체로 유통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중에서도 뉴코아백화점과 킴스 클럽의 매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어 회사 자체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시형 이사는 자금난보다도 악성루머가 더 목을 조른다고 안타까와 한다 .
뉴코아그룹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2조2천7백80억원. 2백30억원의 순이 익도 올렸다. 외견상 18개 계열사 중 적자기업은 한곳도 없다. 올 4월까 지 백화점 부문의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 예년보다 신장세가 꺾였지만 다른 백화점업체들이 정체상태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호조라고 할 수 있다. 불경기에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킴 스클럽은 매출신장률이 70%에 이른다. “그룹 전체로 월 매출액이 2천억 원에 달한다. 자금흐름은 극히 좋다.” 그룹 자금담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 올해는 그룹 매출액이 3조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화점업 계 2위자리는 따논 당상이고 잘하면 1위인 롯데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다 .”
“연중바겐, 출혈판매 아니다”
경쟁업체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뉴코아의 매출신장은 바겐세일과 사은행사를 번갈아 가며 하는 `연중 세일'식의 변칙판매에 따 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제살깎기식 영업전략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 겠나.”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개를 젓는다.
한편 최근 뉴코아로서는 `가뭄 끝에 단비'와도 같은 희소식이 금융권에서 왔다. 엘지종합금융이 지난 5월16일 3백50억원을 전격대출해 준 것이다. 불안감을 느낀 2금융권들이 대출회수를 하고 있는 시점에서
엘지종금의 지원은 천군만마의 지원과 같은 것이다. “2금융권이 일부 자금회수를 하 고 있지만 회사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 아래 지원결정을 내렸다.” 엘지종금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통업 외길을 걸어 오면서 거대 재벌그룹이나 외국계 유통기업에 당당 히 맞서 경쟁하고 있는 곳은 우리 뿐이다.” 뉴코아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 “뉴코아는 처음부터 중저가 상품을 주무기로 한 한국형 백화점을 지향 했다. 킴스클럽도 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국내 유통시장 개방에 대비 하기 위해서는 백화점보다는 할인점으로 나가야 한다는 선견지명이 있었 다.”
뉴코아는 세계적 유통업체로 발돋음하는 것이 궁극 목표다. “국내 할인 점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까르푸는 세계 6위의 유통업체다. 우리는 100위 안에 드는 유통업체가 하나도 없다. 당장은 어렵지만 지난해 오스트레일 리아와 뉴질랜드에 각각 진출한 킴스클럽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공략할 것 이다.”
`토종'을 자부하면서도 세계적인 유통전문기업을 꿈꾸는 뉴코아의 위기탈 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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