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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초등49회 봉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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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의 사연 스크랩 동요 `산토끼`의 고향, 창녕 이방초등학교를 아시나요?
신승현 추천 0 조회 45 13.08.16 15:1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고향 나들이

동요 '산토끼'의 고향, 창녕 이방초등학교를 아시나요?

 

 

경상남도 창녕군. 드넓은 억새평원으로 유명한 화왕산이 우뚝 서 있고, 1억 4000만 년의 시간을 품은 우포늪이 우직하게 자리한 곳이지요. 알고 보면 신라진흥왕순수비(국보 33호)가 있고, 가야고분군 동산도 있는 고장입니다. 작지만 속속들이 옹골차고, 낯설지만 유서 깊은 창녕. 이곳은 구순을 바라보시는 우리 할머니께서 지금도 구수한 된장찌개를 끓여 증손자를 맞으시는 나의 고향입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이 허언은 아닌가봅니다. 명절 때마다 이곳에 오면 온 동네 사람 전부 나와 멍석 위에서 윷판을 벌이고, 겨울엔 꽁꽁 언 개울에서 썰매를 탔더랬지요. 어스름이 깔리면 금세 깜깜한 동굴이 되는 마을. 쏟아질 것 같은 별 덩어리 올려다보느라 밤을 지새우기도 했던 이곳은 창녕군 이방면 안리, 나의 시골입니다.

 

 

 

 

 

 

 

 

 

국민동요 ‘산토끼’의 고향, 이방초등학교

 

신작로 끝에서 만난 안리(雁里). 마을 어귀에 자리 잡고 있는 이방면사무소, 그 뒤에 9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방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 할머니댁에 가면 사촌오빠들과 뛰어다니며 놀던 그곳이지요. 국민동요 ‘산토끼’가 여기서 만들어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지만, 그저 그렇구나 싶었던 동심(童心).

 

몇 해 전부터 농촌 변화의 바람이 불고, 특히 올해는 토끼가 주인공이라 더 없이 주목을 받은 탓이었는지, 얼마 전 할머니댁에 가보니 거대한 토끼 한 마리가 마을 뒷자락에 웅크리고 있더군요. 할아버지 산소에서 냉큼 내려다보이는 토끼. 낯설면서도 서투른 희망이 엿보였습니다. 예전에 없던 벽화도 보이고, 토끼 동상도 있으며, ‘산토끼’ 작곡가인 이일래 선생님의 다른 작품도 살펴볼 수 있지요. 매년 학생 수가 줄어 분교 운운하던 이곳에 전학생도 늘어 제법 학교 모습을 갖추더니 이젠 ‘산토끼’를 테마로 농촌체험마을로 거듭나려 합니다.

 

 

 

사실 ‘산토끼’는 동요가 아니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산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 올테야~♬”

눈치 빠르고 영민한 토끼. 아프고 슬프다 못해 치욕스러웠던 일제강점기에 토끼 한 마리를 바라보는 이일래 선생님의 마음엔 적잖은 응어리가 움트고 있었죠. 어쩜 저리도 자유롭게 뛰어다닐까 싶은, 우리 민족도 토끼처럼 펄쩍펄쩍 뛰었음 싶은, 그런 마음. 그래서 국민동요로 알려진 ‘산토끼’가 탄생했습니다.

 

‘산토끼’는 일제강점기에 나라 잃은 슬픔을 순수한 동심에 실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민족혼을 일깨워준 국민동요지요. 더불어 일제의 압박 속에 있는 국민의 심정을 토로하고, 억눌린 항일사상이 담겨 있는 애국노래입니다. 그러고 보니, 가사가 의미심장하게 들리지요?

 

 

 

 

 

 

 

 

 

 

‘산토끼’를 영문 번역가사로 불렀다?!

 

1938년, <조선동요작곡집>에 출판되었습니다. 그것도 삽화와 더불어 영문번역가사가 실려서 말이지요. 즉, 이 책은 한영판으로 출판되었다는 것. 사실 ‘산토끼’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불려지자 일제는 민족혼을 일깨우는 불순한 노래라는 트집을 잡아 이일래 선생님의 작품 활동을 방해했습니다. 그러던 중, 당시 호주에서 파견되어온 목사가 한국의 풍물과 민속을 해외에 소개할 목적이라며 <조선동요작곡집> 한영판을 만들었지요. 하지만 일제가 압수할 것 같아 이 책을 호주 선교회로 발송해버렸고, 이후 국내에선 절판되며 자취를 감춘 것입니다.

 

그러던 1975년 겨울 어느 날, 표지가 너덜너덜한 <조선동요작곡집> 한 권이 세상에 덜컥 나타났지요. 이일래 선생님이 책 한 권을 몰래 빼내어 마음으로 연모하던 소학교 여 선생님에게 선물한 것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던 겁니다. 이일래 선생님이 작고하기 4년 전의 일이지요. 그야말로 드라마보다 극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산토끼’의 작곡가를 알고, 이 노래에 숨겨진 뜻도 알게 된 것이죠.

 

 

 

 

 

토끼의 해, 2011년. 달리고 보니 어느덧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네요. 토끼처럼 열심히 한번 살아보겠다는 초심이 잘 지켜지고 있나요? 만약 마음이 흐트러졌다면 동요 ‘산토끼’를 흥얼거려보아요. 그 어떤 장해와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뛰어다닌 그 산토끼를 말이지요.

 

 

한국농어촌공사

3기 블로그 기자

하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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