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교육개혁이 성공하지 못하고
새로운 정권마다 내어 놓는 어떤 정책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 빼고 한국의 모든 부모들은 다 알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좋은 대학이 좋은 직장을 보장할 것이란 확신에서 내 자식만은 좋은 대학 가서
순탄한 인생을 살게 하고픈 것이 자식을 둔 부모들 마음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입학시험이 자식의 인생의 미래를 결정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모든 부모들이 자녀의 시험성적표에 일희일비하며 좋은 학원 또는 쪽집게
과외 교사를 찾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떠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같은 시험이야기지만..
한국과 달리 미국 시험 이야기는 학생과 부모가 아닌 학교와 교사들이 곤란에 처해 있다.
조지 W 부시가 내놓은 새로운 교육정책이 시험성적을 통해 무능한 학교를 구별하고
차별적으로 재정지원을 줄이거나 폐교하는 것이었다. 이는 무능한 학교에 돈을 줄여
실력있는 학교에 지원해 주는 편이 궁핍한 나라 살림에선 더 지혜로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부시 재임기간에 워싱턴 DC에는 한국인 교육감 미쉘 리가
수퍼 스타로 화제에 올랐다. 미쉘 리는 그야말로 해당 지역에 무능한 교사(534명을 퇴출시킴),
무능한 학교에 잔인할 정도로 무자비했었고 이런 그녀를 언론과 부시정권은 훌륭한 인물
(2008-2010)로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이런 공포상황에 직면한 학교와 교사들 입장에서는 한국과 같이 시험성적을 위한 교육이
되지 않고선 학교와 교사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형국이 되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교사와 학부모들의 저항이 전무하다시피 조용했던 것은 부시 정권 초기
911테러가 터지고 이어진 이라크와 전쟁으로 미국은 어수선 했을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전화를 도청할 정도로 전시에 준하는 통제를 강화했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스노든"이란 CIA요원이 미정부의 대국민 전화 불법도청에 대해
양심선언을 했던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미국 교육의 정신은 한 개인을 온전한 시민으로 세우는데 맞추어져 있었고 학업성취도
역시 획일화된 성취도로 줄세우기 성적이 아닌 개인별 특성의 개인별 완성으로 판단했었다.
적어도 아들 노아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학기별 정기 학보모 면담에서 교사의
이야기는 성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교사와 소통의 질, 친구들과 어울리며 함께
유대하고 협력하는 것을 아이가 즐기고 있는지 여부에 집중했다. 공부는 언제나
잘한다는 과한 칭찬에 부모들은 올 A+라도 받은 줄 착각할 정도였다. 그 시절에
미국학교에 자녀를 보내 본 부모들은 이 말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먼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교사의 수와 학생의 비율부터 그 시절
보다 두배가 되었고 보조교사와 ESOL 교사들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물론 교외
지역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된 부유한 백인동네 공립학교는 여전히 교사대 학생 비율이
낮고 ESOL 대신 다른 활동 지원이 넘치도록 잘 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화 되고
유색인종이 많은 곳은 모든 공립학교들이 정원 포화상태에서 낙오자 양산 학교가 되고
말았다. 낙오자 양산의 의미는 학교가 시험만을 위해 존재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학생이 많아 학생 개개인을 가르칠 수 없는 상황에 교사들은 좋은 시험결과를 얻도록 시험준비를
위한 워크시트(학습문제)를 미리 풀게 해서 시험성적을 높이려는 것이 학교의 의도이고
또 그것이 학교가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제도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공부가 어려운 학생에게 좌절감을 심어주고 많은 낙오자를 만들어 내는 구조가 되고 만 것이다.
낙오자가 늘어가고 수포자처럼 학교를 포기하는 학생이 늘어 가는 문제는 가장 먼저
학생과 지역사회에 해가 되었고 교사에게는 학교 존폐와 실직의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런 정황을 잘 모르는 미국교포들조차 가끔씩 터지는 학교 스캔들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내가 아는 목회자들도 사태파악을 하지 못한 채 교사들을 탓하는 심각한 사건이 여기 저기 터지게 된다.)
그것이 바로 모의고사 성적조작 스캔들이었다.
수업을 포기하는 낙오자가 많아질수록 학교가 직면하는 위험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바로 시험을 내고 점수를 메기는 교사와 학교장이였던 것이다.
밤 늦은 시간에 일단의 교사들이 학생들의 시험지 오답을 정답으로 바꿔 점수를
조작한 사건이 여기 저기서 터졌고 재판은 작년까지 진행형이었다.
최악의 성적으로 자신들의 밥줄이 끊기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집단의 위기의식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르게 했던 것이다. 이제 미국 교실에서
교사의 역할이란 단지 시험을 위한 학습지를 나눠주고 반복해서 문제를 풀어
모의고사에 높은 점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것만이 교사가 속한 학교와
교사 자신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글은 오바마 정부 초기에 미국교실에 일어난 보도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