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유기농업 이야기
한중열
4편 - 뿌리에는 자동펌프가 달려있다.
그렇다. 뿌리에는 보이지 않는 자동펌프가 달려서 물을 흡수한다. 이것을 ‘삼투압’이라고 하며, 삼투압에 대해서는 이미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배운바 있을 것이지만,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삼투압이란?
농도가 다른 두 액체 사이에 생기는 압력의 차이를 말하는데, 그림처럼 반투막(뿌리의 표피)을 사이에 두고 발생하는 현상으로 수용액(예:소금물) 방향으로 물이 반투막을 통하여 이동하는 현상으로 좌측의 현상이 우측처럼 되는 것이다. 즉 뿌리의 농도가 토양에 있는 물의 농도보다 더 진하면 수용액 쪽으로 수분이 이동하고, 이 높낮이 차이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반투막은 그 수압의 견디는 것이고 이것을 삼투압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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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삼투압 원리에 의해 뿌리는 이온(+ , -)상태의 매우 작은 무기물 입자의 무기양분을 흡수한다. |
이것을 ‘역삼투압’이라고 하며 뿌리의 수분이 토양으로 빠져나가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여 농작물이 시들어 버린다. 그런데 만약에 거꾸로 토양의 농도가 뿌리의 농도보다 더 진하면 어떻게 될까?
또한 염류집적에 의한 피해라고 하며, 최근에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하는 비닐하우스에서는 매우 많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것은 토양검사에서 EC(전기전도도)를 검사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 EC (전기전도도=electric conductivity) - 산과 염기가 결합된 염류(비료)량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토양 내에 비료 성분이 많을수록 전기 전달이 많아진다. 그래서 토양 속에 비료가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를 전류량의 흐름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 특히 시설재배지에서는 질산태질소(질소비료)를 대표하기도 하며, EC 값이 2 dS/m 이하가 적정 염류농도이다. - 노지의 밭은 1~2, 논은 0.5~1 정도가 적정하다. - EC 값이 4 dS/m 이상이면 위험하기 시작하며 더 높게 되면 작물이 시들어 버리는 위조현상이 발생하는 등 여러 생육장애를 일으킨다. |
이러한 삼투압 현상이 과학의 물리적인 자연현상이며, 이러한 작용에 의해 뿌리는 토양의 물을 흡수하는데 이것을 능동적 흡수라고 한다.
식물이 물을 수십~백여 미터가 넘는 나무 꼭대기까지도 물을 올려주는 원리는 ①뿌리의 능동적 흡수와 ②모세관현상과 ③증산작용 등에 의한 것이다.
모세관현상은 수분이 줄기의 물관부 좁은 틈으로 상승하는 부착력과 응집력에 의한 작용으로 5편에서 다시 설명할 예정이고, 증산작용이라 함은? 수분이 잎에서 증발하는 것이며, 잎에서 증산이 되면 잎은 압력이 낮아져 밑에 있는 물을 빨아들이는 작용(펌프역할)을 하면서 물을 끌어당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능동적 흡수로 삼투압에 의해 뿌리가 토양의 물을 흡수한 후 팽팽해진 뿌리의 세포(팽압)는 옆이나 위에 있는 세포에게 수분을 전달(막압)을 하게 된다.
바로 이 삼투압, 팽압, 막압의 작용이 뿌리가 능동적으로 하는 작용으로, 식물의 줄기를 절단하거나 상처를 냈을 때 물이 뚝뚝 떨어지는 현상이 바로 능동적 흡수라 하겠고, 이 현상으로 일비현상과 일액현상이 발생한다.
♠ 일비(溢泌)현상 - 줄기를 절단하거나, 도관부에 구멍을 내면 수액이 배출되는 현상으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것도 이 원리이다. ♠ 일액(溢液)현상 - 야간에 잎끝에 물이 맺히는 현상으로 뿌리의 활력이 왕성할 때는 더 잘 나타나며, 뿌리로부터 물을 흡수하여 위로 밀어 올리는 근압이 높아지면서 잎 가장자리의 수공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이며, 낮보다는 밤에 나타난다. |
땅속은 밤낮이 없다.
그래서 뿌리는 해동이 되면 밤낮없이 물을 흡수하게 되는데, 식물은 이 수분을 낮에는 탄소동화작용과 증산작용으로 소비를 하게 되고, 야간에 흡수된 물은 소비되지 못하기 때문에 잎끝 수공에 물이 맺히는 일액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농사지으면서 물주는 시기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농작물을 보고 땅속에 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꼭 알아야 한다.
아침 일찍 해뜨기 전에 밭에 가면 입 끝에 물이 많이 맺혀 있다. 바로 이것이 일액현상이며, 노지에 경우에는 이슬과 혼합되어 있지만, 이슬이 거의 없는 비닐하우스에서는 대부분이 일액현상으로 맺힌 물을 보고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일액현상을 보고 땅속에 수분함량을 추정하며 물주는 시기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노지에 경우는 이슬 내리기 전에 관찰하면 되는데 한밤중이라서 아마도 어려울 것이지만 가능한 일이다.
즉 이러한 능동적 흡수의 일액현상은 농작물에게 물 주는(관수)시기를 판단할 수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일액현상을 관찰하여 결정한다. 노지에서는 가뭄이 심하여 토양수분이 많이 줄어들면 일액현상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옛말에 ‘농작물은 부지런한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관찰을 잘해서 농작물이 무엇을 요구하는 지를 알아야 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여기서 질문!
첫 번째 질문 : 나무를 심을 때 막걸리를 주면 뿌리가 먹고 잘 자랄까?
두 번째 질문 : 과일에 당도를 올리려고 설탕물을 주면 당도가 올라갈까?
답은 모두 ‘아니다’이다.
왜냐하면 막걸리나 설탕물은 모두 유기물이 녹은 수용액으로 뿌리(반투막)를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용성 유기물은 뿌리가 당장은 먹지는 못하지만, 미생물이 좋아하는 먹거리이기 때문에 완효성으로 천천히 분해되어 무기물로 분해된 후에나 흡수가 된다. 그래서 유기물로서의 막걸리나 설탕으로는 뿌리에서 흡수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화학비료는 어떠할까? 그렇다. 화학비료는 흡수가 잘되게 인위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토양의 수분에 녹으면서 전해질(전기를 전달해주는 물질)로 이온화되어 [-]음이온과 [+]양이온으로 나누어지며, 그런 후 뿌리의 반투막을 통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물속에 있는 물질들이 반투막을 통과할 때 통과되는 것(강전해질=소금, 황산, 질산, 염산비료 등)이 있고, 통과를 못하는 것(비전해질)이 있다. 반투막을 통과하지 못하는 유기물은 미생물과 뿌리의 작용으로 더 미세하게 무기물로 분해된 다음에 이온화가 되어 [+]양이온과 [-]음이온이 되어야 흡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잎은 비전해질도 흡수가 가능하다.
뿌리는 막걸리나 설탕물 흡수를 못 하지만, 잎은 물에 녹아 있는 수용성 상태에서는 유기물이든 무기물이든 모두 흡수될 수 있다. 이를 엽면시비라고 하며 당도를 올리려거나, 농작물의 뿌리가 빈약할 때, 특정한 양분의 결핍이 왔을 경우 급히 양분을 공급할 수가 있다.
엽면시비를 적절하게 하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지만, 너무 자주하는 것은 과유불급으로 뿌리가 퇴화할 수도 있다.
엽면살포는 생육이 좋을 때는 필요치 않고,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1주일에 1~2회 미만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삼투압현상, 일액현상, 일비현상, 모세관현상, 증산작용, 전해질, 엽면시비 등은 모두 과학적인 현상들이며, 그래서 농업은 응용과학인 것이다.
다음 5편에서는 수분의 종류에 대하여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