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천교구 내 대표적 성지 중 세 곳의 성지가 있는 강화도로 순례를 다녀 왔습니다.
강화도는 선사시대로부터 근대에 이르는 한반도의 역사를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구석기유물과 신석기유물이 출토되었고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거석(巨石)유적인 지석묘[고인돌]가 많이 있어 이 지역에서 일찍부터 사람이 살았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는 마니산 참성단이 있으며, 몽골군과의 항쟁을 위해 개성에서 이곳 강화도로 수도를 옮긴 흔적을 볼 수 있는 고려궁터 및 성곽 등이 있습니다.
또한 조선시대 인조 5년(1627년)의 정묘호란과 인조 14년 병자호란 등 두 차례에 걸친 만주족의 침입에 맞서 강화도로 잠시 피난하였던 곳이기도 합니다.
조선 말기에 들어와 수차례에 걸쳐 강화도가 서양세력 및 일본의 침략에 맞선 격전의 장소가 되었으며, 쇄국정책을 표방한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탄압의 일환으로 프랑스인 성직자 9명을 처형한 책임을 물어 프랑스함대가 갑곶 돈대로 상륙, 강화성과 문수산성을 점령했던 병인양요(1866년), 미국의 통상요구가 발단이 되었던 신미양요(1871년), 그리고 개항을 요구하기 위한 구실로 강화도 앞바다에 출현한 일본 선박과의 충돌사건인 운양호사건(1875년) 등이 그러하다. 운양호사건에 대한 배상으로 일본과 체결한 병자수호조약(1876년, 일명 강화도조약)이 맺어진 곳도 바로 강화도에서였습니다.(출처 : 강화군청 홈페이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첫 번째 순례지인 갑곶 순교 순교 성지입니다. 강화도는 1866년 병인박해로 인해 성연순과 원윤철이 통진에서, 1868년 박상손, 우윤집 등이 강화에서 순교했고, 1879년에는 통진에서 권 바오로가 순교한 곳 입니다. 이 곳 성지에는 순교자 박상손, 우윤집, 최순복 3위비가 세워져 그분들의 넋을 기리고 있으며, 평생 동안 아버지 박 바오로(앵베르 주교와 모방 신부, 샤스탕 신부의 유해를 서울 왜고개 성지에서 삼성산으로 옮긴 이)처럼 순교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순교자들의 삶을 정리하며 사셨던 증거자 박순집 베드로의 유해를 모신 묘가 있습니다.
곳곳에서 미사,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 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침묵이 최고!
십자가의 길이 조성된 곳에서 보이는 강화 앞 바다
3위비 광장 한 켠에서 미사가 집전되고 있습니다.
삼위비 옆에 겟쎄마니 동산을 조성해 놓았네요. 예수님만 기도하고 계시고 함께 기도해야 할 3명의 제자들의 자리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다음 기회에는 시간 여유를 갖고 예수님과 함께 기도해야 겠습니다.
오전 11시 갑곶순교성지 성당에서 토요미사에 참례
고려시대 몽골의 침략으로 인해 수도를 개성에서 이곳으로 천도, 궁궐을 건립하여 39년간 사용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걸쳐 파괴되거나 소실되었던 곳을 이후 고려궁지로 지정, 조선시대 유수부 동헌과 이방청, 외규장각 등이 남아 있습니다.
한옥과 양옥 양식이 어우러진 아담한 강화성당 전경과 내부
강화성당 마당에 있는 성가정 상 앞에서 인증샷
진무영 성지는 원래 조선 숙종 때 해상 방어를 위해 설치하였으나 1866년 이후 최인서 요한 등 수많은 천주교 신자 처형지로도 사용되였다네요.
진무영 성지 안에 있는 그리스도왕,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과 성모 성심상 등
일만 위 순교자 현양동산으로 가던 중 12시각 훌쩍 넘어 점심식사를 위해 우연히 들렀던 강화읍 국화리에 있는 호산정이라는 음식점, 음식 메뉴가 '맛있는 밥상'이라기에 호기심 삼아 주문했는데 정말로 끝내 주는 맛있는 밥상입니다. 명태코다리, 메밀전병, 된장찌개 등 반찬이 무려 12가지. 더구나 주인장의 몸에 밴 친절함이 우리를 참 편하게 해주더라구요. 이구동성 다음에는 매운갈비찜 먹으러 꼭 와야겠다고...
인천교구에서는 2002년 이곳에 '한국 일만 위 순교자 현양동산'을 조성하여 한국의 순교자들, 특히 '무명 순교자들께' 봉헌하였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전국의 유명 성지의 상징물들이 있는 '순교자의 길'이 있고, 순교자 현양당과 무명 순교자상, '일만 위 순교자 현양탑'등이 있습니다. 또 '성모당'과 연못을 돌며 묵주 기도를 바칠 수 있는 '묵주 연못'이 있으며 '개인 성체조배실'과 '위로의 주님상'을 모시고 있습니다. 1866년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홍봉주와 함께 참수 치명한 성 남종삼 요한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남종삼 기념관'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주님 위로의 동산. 주님 얼굴을 보니 위로를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순교자의 십자가의 길을 함께 바치러 갑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전래와 박해, 그리고 신앙의 자유를 얻기까지의 역사를 십자가의 길로 꾸며 놓아 14처를 따라 천천히 기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 천주교회 역사를 모두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십자가의 길 각 처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곳곳에 피어있고 쭉쭉 벋은 나무들이 쭈욱 늘어선 숲속에 조성되어 그늘지고 시원함 속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천주교신자들이 호야나무에 매달려 모진 고문을 받고 숨져간 해미읍성 안에 있는 호야나무와 같은 종류라고 합니다.
연못 주위를 돌며 5단 묵주 기도를 바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는 묵주 연못입니다.
일만 위 순교자 현양동산을 순례하고 내려오는 길에 피정의 집이 있는데, 주위 환경이 너무 좋아 이곳에서 피정을 하며 순례를 마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인증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