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수)
50.
內見外見總惡(내견외견총악): 안이라는 견해와 밖이라는 견해는 모두 나쁘니,
佛道魔道俱錯(불도마도구착): 불도와 마도가 모두 착각이네.
51.
被此二大波旬(피차이대파순): 이 두 큰 마구니에게 사로잡히면,
便卽厭苦求樂(변즉염고구락): 문득 괴로움을 싫어하고 즐거움을 찾게 된다.
52.
生死悟本體空(생사오본체공): 나고 죽음에 그 본 바탕이 비었음을 깨달으면,
佛魔何處安著(불마하처안착): 부처와 마구니가 어느 곳에 붙겠는가?
53.
只由妄情分別(지유망정분별): 다만 허망한 정식으로 분별하기에,
前身後身孤薄(전신후신고박): 앞과 뒤로 받는 몸이 외롭고 고달프다.
54.
輪廻六道不停(윤회육도부정): 육도에 윤회하며 멈추질 않으니,
結業不能除却(결업불능제각): 단단히 뭉쳐진 업을 없애지 못해서네.
55.
所以流浪生死(소이유랑생사): 이런 까닭에 생사윤회에 떠돌아다니니,
皆由橫生經略(개유횡생경략): 모두가 제멋대로 좇아갈 꾀를 내기 때문이다.
56.
身本虛無不實(신본허무부실): 몸은 본래 허무하여 실답지 않으니,
返本是誰斟酌(반본시수짐작): 근본으로 돌아가면 뉘라서 생각이나 할까?
57.
有無我自能爲(유무아자능위): ‘있음’과 ‘없음’은 내 스스로 지었으니,
不勞妄心卜度(불로망심복탁): 망령된 마음으로 애써 헤아리지 말라.
58.
衆生身同太虛(중생신동태허): 중생의 몸은 허공과 같으니,
煩惱何處安著(번뇌하처안착): 번뇌가 어느 곳에 붙으랴?
59.
但無一切希求(단무일체희구): 다만 아무 것도 바라거나 구하지 않으면,
煩惱自然消落(번뇌자연소락): 번뇌는 저절로 무너지리라.
(제7수)
60.
可笑衆生蠢蠢(가소중생준준): 우습구나! 중생들의 꿈틀거리는 모양이여,
各執一般異見(각집일반이견): 하나같이 제각기 다른 소견에 집착하네.
61.
但欲傍鏊欲餠(단욕방오욕병): 다만 지짐냄비 옆에서 부침개를 바랄 뿐,
不解返本觀麵(불해반본관면): 근본을 돌이켜 밀가루를 볼 줄은 모른다.
62.
麵是正邪之本(면시정사지본): 밀가루가 옳고 그름의 근본이지만,
由人造作百變(유인조작백변): 사람이 조작하여 백 가지로 달라지네.
63.
所須任意縱橫(소수임의종횡): 모름지기 얽매임 없이 자유로워야 하리니,
不假偏耽愛戀(불가편탐애연): 굳이 치우쳐 애착에 빠지지 않는다.
64.
無著卽是解脫(무착즉시해탈): 집착 없음이 곧 해탈이요,
有求又遭羅罥(유구우조라견): 구함이 있으면 다시 그물을 만나 걸린다.
65.
慈心一切平等(자심일체평등): 자비로운 마음으로 모든 견해에 평등하면,
眞如菩提自現(진여보리자현): 진여의 보리가 저절로 나타나리.
66.
若懷彼我二心(약회피아이심): 만약 ‘남이다, 나다’ 하는 두 마음을 품으면,
對面不見佛面(대면불견불면): 부처가 앞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리라.
(제8수)
67.
世間幾許癡人(세간기허치인): 세간에는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이 많은가?
將道復欲求道(장도부욕구도): 도를 가지고 다시 도를 구하네.
68.
廣尋諸義紛紜(광심제의분운): 온갖 경전의 뜻을 찾아 이리저리 바쁘지만,
自救己身不了(자구기신불료): 자기 한 몸 구제도 다 마치지 못한다.
69.
專尋他文亂說(전심타문난설): 오로지 남의 글과 어지러운 말만을 찾아서,
自稱至理妙好(자칭지리묘호): 지극한 이치가 묘하고 좋다고 스스로 칭찬하며,
70.
徒勞一生虛過(도로일생허과): 일생을 헛되이 보내며 헛고생을 하니,
永劫沈淪生老(영겁침륜생로): 겁이 다하도록 생노병사의 바다에 빠져 잠기리.
71.
濁愛纏心不捨(탁애전심불사): 더러운 애착과 묶인 마음을 버리지 못하면,
淸淨智心自惱(청정지심자뇌): 해말쑥한 지혜의 마음이 저절로 번거로워진다.
72.
眞如法界叢林(진여법계총림): 진여법계의 울창한 숲에,
返生荊棘荒草(반생형극황초): 도리어 가시나무와 잡초가 자란다.
73.
但執黃葉爲金(단집황엽위금): 누런 낙엽을 황금이라 고집하며,
不悟棄金求寶(불오기금구보): 황금을 버리고 보배를 찾을 줄 모르네.
74.
所以失念狂走(소이실념광주): 그 까닭에 생각을 놓치고 미쳐 달리니,
强力裝持相好(강력장지상호): 겉모습을 꾸미고 다니는데 온 힘을 쏟는다.
75.
口內誦經誦論(구내송경송론): 입으로는 경도 외우고 논도 외우지만,
心裏尋常枯槁(심리심상고고): 마음속은 구덩이처럼 좁고, 말라죽어가는 나무 같다.
76.
一朝覺本心空(일조각본심공): 하루아침에 마음이 본래 텅 빈 것을 깨달으면,
具足眞如不少(구족진여불소): 진여를 모두 갖추어 모자람이 없다.
(제9수)
77.
聲聞心心斷惑(성문심심단혹): 성문은 생각 생각마다 미혹을 끊지만,
能斷之心是賊(능단지심시적): 능히 끊으려는 그 마음이 바로 번뇌의 도적이다.
78.
賊賊遞相除遣(적적체상제견): 도적과 도적이 번갈아 서로 밀고 쫓아내니,
何時了本語黙(하시료본어묵): 어느 때에 근본을 깨달아 말이 잠잠해지려나?
79.
口內誦經千卷(구내송경천권): 입으로는 수없이 많은 경전을 외우지만,
體上問經不識(체상문경불식): 바탕자리에서 경전을 물으면 알지 못하네.
80.
不解佛法圓通(불해불법원통): 불법이 두루 통하는 이치를 알지 못하고,
徒勞尋行數墨(도로심행수묵): 헛되이 수행을 찾고 글씨를 세며 애쓴다.
81.
頭陀阿練苦行(두타아련고행): 한적한 곳에서 두타행 하는 고행으로,
希望後身功德(희망후신공덕): 뒷세상 받을 몸의 공덕을 바라지만,
82.
希望卽是隔聖(희망즉시격성): 바램이 있으면 곧 성인과 멀어지니,
大道何由可得(대도하유가득): 대도를 어떻게 얻을 수 있겠는가?
83.
譬如夢裏度河(비여몽리도하): 비유하면 꿈속에서 강을 건너는 것과 같아,
船師度過河北(선사도과하북): 뱃사공이 강 저쪽으로 건네주었으나,
84.
忽覺床上安眠(홀각상상안면): 홀연히 침상 위 단잠에서 깨어나면,
失却度船軌則(실각도선궤칙): 건너던 배와 뱃길도 모두 잃어버린다.
85.
船師及彼度人(선사급피도인): 뱃사공과 저쪽으로 건넌 사람,
兩箇本不相識(양개본불상식): 두 사람은 본래 서로 알지 못하듯,
86.
衆生迷倒羈絆(중생미도기반): 중생이 어리석고 전도되어 고삐에 묶여,
往來三界疲極(왕래삼계피극): 삼계에 오가느라 괴롭기 그지없다.
87.
覺悟生死如夢(각오생사여몽): 나고 죽은 일이 꿈과 같음을 깨달으면,
一切求心自息(일체구심자식): 모든 구하는 마음이 저절로 쉬어지리.
(제10수)
88.
悟解卽是菩提(오해즉시보리): 깨달아 알면, 곧 보리이니,
了本無有階梯(료본무유계제): 근본을 깨달으면 단계가 없네.
89.
堪歎凡夫傴僂(담탄범부구루): 슬프다! 곱사등이 같은 범부들이여,
八十不能跋蹄(팔십불능발제): 팔십 나이에도 올가미를 차지 못하고,
90.
徒勞一生虛過(도로일생허과): 일생을 헛되이 보내면서 헛고생만 하며.
不覺日月遷移(불각일월천이): 세월이 바뀌는 것을 깨닫지 못하네.
91.
向上看他師口(향상간타사구): 저 스승의 입만 쳐다보는 모양은,
恰似失嬭孩兒(흡사실내해아): 마치 엄마를 잃은 아기와 같다.
92.
道俗崢嶸集聚(도속쟁협집취): 출가자와 재가자가 가파른 산에 무리를 짓고는,
終日聽他死語(종일청타사어): 종일토록 저 죽은 말만 듣고 있구나.
93.
不觀己身無常(불관기신무상): 자기 몸이 무상한 줄 관하지 못하고,
心行貪如狼虎(심행탐여랑호): 마음 쓰는 것이 이리나 호랑이 같다
94.
堪嗟二乘狹劣(감차이승협열): 슬프다! 성문 연각의 좁고 못남이여,
要須摧伏六府(요수최복육부): 오직 육근을 억눌러 항복받으려고만 하네.
95.
不食酒肉五辛(불식주육오신): 술과 고기 오신채를 먹지 않고,
邪眼看他飮咀(사안간타음저): 삿된 눈으로 남이 마시고 씹는 것을 보는구나.
96.
更有邪行猖狂(갱유사행창광): 거기다 삿된 행위로 어지럽게 날뛰며,
修氣不食鹽醋(수기불식염초): 기운을 닦는다고 소금과 식초도 먹지 않는다.
97.
若悟上乘至眞(약오상승지진): 최상승의 지극한 진리를 깨달으면,
不假分別男女(불가분별남녀): 굳이 남녀를 분별하지 않으리라.
(대승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