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맑음
치앙마이의 이 즈음은 한국인들에겐 가장 좋은 기후와 기온이다.
한국의 늦여름이나 초가을, 즉 10월 초중순 정도라고 보면 좋을 듯 하다.
새벽이면 자신도 모르게 이불을 가슴께로 끌어올리고,
한 낮이면 따가운 햇살을 피해 그늘 밑을 찾아들게 한다.
건기에 접어들어 하늘은 늘 맑고,
습기가 없어 햇살은 따가우나 날씨가 덥지는 않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 시기를 택해 치앙마이에서 한달, 두달살기를 하는 것은
이러한 기후조건 때문일 것이다.
새벽엔 15-19도, 한낮엔 27-30도 정도인 듯하다.
추위에 유독 약한 나에겐 최적의 기후조건임에 틀림없다.
누룽지로 간편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편한 옷차림으로 숙소 주변 골목길을 돌아봤다.
대부분 넓고 현대식인 집들에 의외로 인적이 드물고,
낮은 담장 너머에도 사람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현지인들의 생활 패턴에 익숙치 않으니 궁금할 뿐이다.
호기심으로 남겨둔 채 급한 취사도구를 구하기 위해
2km 정도 떨어진 센트럴갓쑤언깨우라는 쇼핑몰에 갔다.
마야몰에 비해 덜 화려하지만 작지 않은 5층 대형쇼핑센타이다.
본격적인 쇼핑 전에 가까운 올드시티에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올드시티 또는 올드타운은 여행 준비과정에서
너무나 익숙해진 단어였으므로 기대에 부풀었다.
대부분의 여행담은 찬탄이었다.
15분 정도 걸으니 올드시티 서북면 무너진 성벽과 해자가 나타났다.
700년전 Lanna 왕국의 잔해이니 온전할 순 없지만 성벽은 남은 것이 많지 않고
해자의 물은 썩어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도 했다.
더 견딜 수 없어 사진 몇장만 남기고 걸어서 쇼핑몰에 돌아왔다.
올드시티에 대한 첫인상은 결코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2층에 올라가 20바트샵에서 생필품을 구입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마사지샵이 여럿 보인다.
가격이 시간당 150바트여서 매우 저렴했다.
피로도 풀겸 전신 타이마사지를 받았는데 시설이나 위생 등이 별로였다.
싼 가격 때문에 마사지사들의 정성이 과분하게 느껴졌다.
지하 슈퍼마켓에서 식료품도 구입하고
숙제인 취사기구로 전기인덕션을 구입했다.
1300바트로 싸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전기인덕션 구입은 실수였다.
인덕션은 동봉된 스테인레스 남비만 사용할 수 있어 밥을 할 수 없는 기구였다.
나중에 다시 가스랜지를 사야했으니 적지 않은 지출이었다.
마침 몰 광장에서 무대공연이 펼쳐져 구경하면서
야외식탁에서 현지 음식과 맥주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공연은 무성의한 가수로 인해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다시 쏭태우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번잡한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