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저주받은 가정
사회의 한 구석에서
예전에는 흔히 저주받은 집안이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곤 했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남의 마음이나 신앙에 쏠려 있었기 때문에
그런 집안이 오늘날보다도 눈에 더 띄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현대는 어떤가 하면,
현재는 과거보다 신앙의 형태가 내용보다는 형식으로 많이 치우쳐져서,
신앙은 단순한 의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옛날보다 비교적 그러한 화제나 문제가 훨씬 적어졌으며,
또한 병이나 재난이 생기면, 신앙이나 마음의 문제보다도,
의사에게 달려가면 해결이 된다고 생각함으로써,
정신적인 이야기가 자연히 멀어지도록 되어 있기 떼문이다.
하지만 실태는 어떤가 하면,
옛날도 지금도 저주받은 집안은 존재하고 있으며,
그와 같은 가정은 사회의 한구석에서,
닥치는 재난과 고통에, 가만히 견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3대에 걸친 변사(變死)
이시다 하루, 53세인 그녀의 가정은,
실로 3대에 걸쳐, 늘 좋지 못한 사건에 휘말려들어, 괴로움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인 가메따로오는, 결혼 3년 만에 자동차 사고로 급사했다.
덤프 트럭이 느닷없이 앞차를 앞지르려다가 중앙선을 벗어나
그가 운전하고 있던 차의 정면으로 달려나옴으로써
핸들을 꺾을 겨를도 없이 덤프 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해 버렸다.
그의 작은 차는 덤프 트럭 밑에 깔렸고,
가메따로오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가메따로오의 죽은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현장검증에 입회한 경찰관도 기겁을 할 지경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이미 그러한 사고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사고가 일어나기 며칠 전.
이시다 부인은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스쳐 홀로 가슴을 쓸고 있었다.
옆에서 자고 있던 남편은 한밤중에 가위에 눌렸는지
괴로운 듯이 몇 차례나 몸을 뒤적이고 있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 남편을 흔들어 깨웠으나,
그때 남편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
‘살려 달라ㅡ‘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그녀는 남편이 잠꼬대를 하는 걸로 알고,
"여보, 여보! 왜 이러시는 거예요?"
하고 두 손으로 어깨를 잡고 흔들자
그녀의 손을 뿌리치듯 하며, 방에서 나가려고 한다.
그녀는 서둘러 남편의 잠옷자락을 잡고,
"여보, 저예요. 하루예요, 하루란 말예요."
큰 소리로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남편은 겨우 정신이 들어,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어휴! 지금의 것은 꿈이었군. 휴-꿈이었군...
이렇게 말하고 깊이 숨을 내쉬자,
무엇과 격투를 벌인 다음인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촛점을 잃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고는 그로부터 며칠 뒤에 일어났으나, 이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그때는 가위 눌린 다음 날에,
자전거로 아는 분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옆에서 승용차가 달려나와,
가메따로오는 방향을 바꿀 겨를도 없이 길에 나가 떨어졌었다.
자전거는 핸들을 쓸 수 없을 만큼 휘었으나
이때는 기적적으로 허리를 조금 다쳤을 뿐으로 이상은 없었다.
그녀는 남편이 이런 사고를 한 차례 당했던 만큼
다시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가메따로오에게 특별히 조심하도록 당부했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아무 일도 없었다.
가메따로오는 가위눌린 밤의 일을 깨끗이 잊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래도 무슨 일인가가 일어날 것만 같아서
남편이 집을 나서면 돌아오기까지 불안했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남편의 참혹한 죽음과,
저주받은 이시다 집안의 공양을 위해
그녀는 그로부터 15년간 도인이나 신흥종교 단체를 찾아다녔으며
소아마비인 아들을 데리고, 한결같이 염불공양으로 살아온 것이었다.
저주받은 이시다 집안을 보면 이렇다.
가메따로오의 아버지인 고오는 현회의원으로까지 나설 정도로 정치를 좋아했다.
남의 일을 돌봐주느라고 집에 있는 일이 드물었으며,
집으로 돌아올 때는 술냄새를 항상 풍기고 있었다.
그는 술을 좋아했다.
아내인 기미에는 남편이 술을 좋아하는 게 교제상 할 수 없다고 체념을 했으나,
3번에 1번은 술로 인한 싸움이 벌어져서 집안이 항상 시끄러웠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에는 분별있는 남편이었으나,
술이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변하여 난폭해졌다.
남편의 술버릇을 알고 있는 아마모또라는 후원자는,
늘 고오의 시중을 들고, 그가 고오의 곁에 있을 동안은 별 일이 없었다.
기미에에게 있어 야마모또는 다시없는 구세주였으므로
밖에 나가서도 하나에서 열까지 고오의 시중을 들게 했던 것이다.
고오의 주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었다.
그와 함께 그의 난폭성도 더해만 갔다.
어느 날 밤 반대파 의원들과 연회가 있어,
술자리가 한참 무르익을 무렵 싸움이 시작됐다.
야마모또가 화장실에 가고 없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고오는 술상을 뒤엎고, 반대파 의원이 있는 사이로 끼어 들어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난동을 부렸다.
반대파 의원 중의 한 사람이 참다못해 마침내 싸움이 맞붙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마루에서 굴러떨어졌다.
그때 고오는 떨어질 때 머리부터 마당에 있는 연못에 떨어졌다.
모두들 놀라 고오를 연못에서 건져 냈으나,
급소를 맞았는지, 심장마비를 일으켰는지 연못 속에서 건졌을 때는,
고오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내인 기미에(가메따로오의 어머니)는 남편인 고오가 급사를 하자,
어찌된 일인지 술을 마시게 되었다.
또한 외아들인 가메따로오 앞에서 곧잘 저녁반주를 즐겼다.
이따금 생전에 고오의 시중을 들던 야마모또가 동석했다.
기미에의 주량은 급속히 늘었다.
친척들이 와서 주의를 주었으나, 그녀는 듣지 않았다.
불과 얼마 사이에 아침부터 술을 마시게 되었고,
그러는 사이에 갑자기 정신이 이상해지더니 미치고 말았다.
고오가 급사한 지 1년째이다.
가메따로오는 겨우 열두살이 되었을 뿐이었다.
이시다 집안은 대대로 내려오는 명문으로,
큰 집안이었으므로 기미에의 병간호와 가메따로오가 아직 어리기때문에
한가한 일가친척이 와서 돌봐주고 있었다.
가메따로오의 일상생활은 이때문에 조금도 지장을 받지 않았다.
기미에의 정신이상은,
남편의 주벽과 비슷해서 폭력을 휘둘렀으나 술이 들어가지 않으면 얌전했다.
술로 인한 정신이상이라는 것을 알고는
집안에 술은 일체 두지 않았다.
정월 초사흩 날은 아침부터 큰 눈이 내렸다.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한랭한 저기압이 동북 일대를 에워싸고,
모진 눈보라는 밤이 되어도 그치지 않았다.
바로 다음날 아침이 되어 기미에가 방에서 사라진 것을 알고,
소동이 벌어져 팔방으로 손을 써서 찾아보았으나,
어딜 갔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파출소 순경을 오게 하여 의논을 했다.
그 결과 어제 밤 계속 내린 큰 눈으로 1미터나 눈이 쌓였으므로
어쩌면 이 눈 속에 파묻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집 부근 일대의 눈을 샅샅이 치웠다.
몇 십명의 인원을 동원하여 눈을 치운 결과,
마당 가운데에 있는 큰 매화나무에 등을 대고 쪼그린 채 얼어죽어 있었다.
그것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발가벗은 채로
눈은 어느 한 곳을 노려보듯 하며 죽어 있었다.
아마 깊은 밤, 혼자서 살며시 집을 빠져 나간 것까지는 좋았으나
추위때문에 집으로 돌아올 수 없어서 동사했으리라는 것이었다.
이시다 집안의 저주스러운 전통은 조부의 대에서부터 생겼다.
가메따로오의 조부인 겐노스께는
대대로 내려오는 면장직을 이어받아서 동네 사람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었다.
그런 겐노스께가 어느 신흥종교에 미치기 시작하면서 성격이 변하고 말았다.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