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냉면 한 그릇의 가격이 평균 1만원을 기록했다. 재료비가 2000원이라고 했을 때, 인건비와 임대료, 기타 유지비를 제하고도 마진이 3500원 정도는 되는 셈이다. 먹으면서도 한마디씩 한다. “냉면이 비싼 이유를 모르겠어.” 하지만 자신들만의 노하우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은 어쩌면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논리에서는 싼 것이 서민음식이지 서민음식이어서 싼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친 듯이 치솟는 물가에 열 받고 날씨에 열 받은 서민들이 이제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먹기도 힘들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저 냉면이 비싸다는 투덜거림이 아니다. 서민의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조차 서민을 외면할 때 받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육수가 관건이다. 슈퍼에서 살 수 있는 시판용 냉면에는 육수도 들어 있다. 하지만 시판용 냉면으로 대체하는 것은 과연 옳은 선택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거의 독점에 가까운 몇 개 대기업이 냉면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결국 서민음식 냉면까지 대기업에 내주어야 하는 것인가, 자본가에게 서민의 취향마저 착취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냉면이, 면옥이, 원조 할머님은 돌아가신 그 집의 아드님이, 우리에게 먼저 등을 돌렸으므로 서민인 ‘나’는 1만원이면 서너 번은 먹을 수 있는 봉지냉면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 결국 ‘이 냉면을 어떻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가?’라는 가장 인간다운 명제가 남는다. 몇 가지를 첨가해 수준급의 맛을 낼 수 있는 레서피를 만들어봤다.
1 시원한 수박육수 물냉면 > 냉동실에 얼린 수박과 냉면용 육수를 1:1로 섞어 믹서에 넣고 곱게 갈아준다. 취향에 따라 식초나 겨자를 곁들인다. 매운맛을 좋아하면 고춧가루나 송송 썬 고추를 더 첨가한다. 얼린 수박 대신 얼린 배나 참외도 가능._풀무원 평양 물냉면 2인분 930g 5380원
2 얼큰 개운한 오이냉면 > 냉면 육수는 냉동실에 차갑게 살얼음이 얼도록 보관하고 고추장과 식초, 설탕을 1:1:1로 섞어준다(혹은 함께 들어 있는 비빔양념장 1/2봉을 섞어도 좋다). 오이 반 개를 곱게 채 썰고, 통깨를 굵게 간 후 골고루 함께 비벼준다. 취향에 따라 식초를 가감한다. 강판에 갈은 무를 무순과 함께 곁들여도 좋다._ CJ 지리산 칡냉면 2인분 861g 5100원
3 향긋하고 상큼한 비빔냉면 > 사과 반 개를 갈아 비빔양념장과 섞어준 후 취향에 따라 식초나 겨자를 넣는다. 아삭한 채소를 곱게 썰어 함께 곁들이면 좋다. 양배추는 나트륨 배출을 도와주고, 매운 맛을 좋아하면 채썬 풋고추를 첨가한다. 사과 대신 아이스홍시, 배나 복숭아로 대신해도 OK! _ 농심 둥지냉면 비빔냉면 1인분 162g 12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