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할아버지 일기!
글 김동석
그림
010-7334-4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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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는 책꽂이에서 아주 오래된 할아버지 일기를 봤어요.
누렇고 곰팡이 냄새까지 났지만 책상에 앉아 펼쳐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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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불 밑에서 공부해야 했다!”
일기장 첫 페이지 첫 문장이었어요.
“아침에 보리밥을 먹고 학교에 도착하면 배가 고팠다!”
할아버지는 아주 먼 거리를 걸어서 학교에 다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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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오늘은 꼭 내야 해요!”
육성회비를 내야 하는 데 아버지가 주지 않았어요.
“다음에 줄게!”
아버지는 매일매일 다음에 준다고 말씀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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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기 싫다!”
할아버지는 육성회비를 내지 않아서 선생님에게 맞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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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라도 팔아서 가져와야지!”
선생님은 할아버지를 때리면서 말씀하셨어요.
“돼지가 없어요!”
할아버지는 선생님에게 크게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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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버지라도 팔아서 돈을 내야지.”
선생님은 더 세게 할아버지 엉덩이를 때렸어요.
할아버지는 정말 화가 났지만 참아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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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일기를 통해 손녀는 과거 여행을 하고 있었어요.
지금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매일 횡설수설 하며 살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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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가 먹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는 돈이 없다.”
할아버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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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를 꺾으러 가야겠다!”
할아버지는 봄에 고사리를 꺾었어요.
여름에는 미꾸라지를 잡았고 가을에는 밤을 주었어요.
그리고 겨울에는 산에 덫을 놔서 산토끼를 잡아 팔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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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도 잡다니!”
손녀는 할아버지 일기가 점점 재미있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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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을 갔었다!
돈이 없어서 친구들이 사먹는 사탕도 껌도 살 수 없었다.”
소녀는 갑자기 가슴이 멍멍 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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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걸 먹다니!”
할아버지는 친구들이 씹다 버린 껌을 몰래 주어 씹었어요.
땅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찾기 위해 할아버지 소풍은 엉망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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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야 조금만 주라!”
할아버지는 친구가 먹고 있는 솜사탕을 조금 달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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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사먹으면 되잖아!”
할아버지는 침을 삼키면서 꾹 참아야했어요.
“그 만수는 죽었어!”
하고 손녀에게 말했어요. 할아버지가 만수를 기억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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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할아버지는 5일장이 서는 날 읍내에서 아버지를 찾았어요.
“국밥 한 그릇 주세요!”
아버지는 5일 장터에서 돼지 국밥을 사줬어요.
아버지는 막걸리 한 잔을 먹고 아들에게 국밥을 사준 이유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할아버지는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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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할아버지는 지금도 고향에 가면 그때 먹은 국밥을 생각하며 쓰러져가는 국밥집을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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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필요해!”
할아버지는 학교에서 다른 반 친구들과 축구시합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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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
할아버지는 모두가 잠든 시간에 부엌으로 나갔어요.
항아리에서 보리쌀을 훔쳐 감나무 밑에 숨겨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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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할아버지는 다른 날보다 일찍 학교에 갔어요.
“저 녀석이!”
학교에 일찍 가는 아들을 보고 엄마는 영문도 모르고 한 마디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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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감나무 밑에 숨겨둔 보리 자루를 들고 학교에 갔어요.
“아저씨! 보리 가져왔어요.”
“어디 보자.”
읍내 쌀가게 아저씨는 할아버지가 가져온 보리를 큰 대에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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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 이천 원.”
할아버지는 돈이 생겼어요.
오늘 축구시합에 선수로 출전할 수 있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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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원!”
반장이 축구시합에 나갈 선수들에게 돈을 거뒀어요.
할아버지도 당당하게 오백 원을 냈어요.
주머니에는 아직도 천오백 원이 남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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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시합에서 이기면 천 원을 받을 수 있었어요.
할아버지 반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어요.
하지만 지고 말았어요.
할아버지가 돈만 생각하고 뛰었는데 물거품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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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이기자!”
할아버지 친구들은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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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이 또!”
엄마는 밥하기 위해 항아리를 연 순간 놀랐어요.
할아버지 때문에 항아리가 텅 비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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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나가!”
엄마는 식구를 다 굶겨 죽일 녀석이라며 나가라고 했어요.
할아버지는 집을 나와 동네 끝자락에 있는 저수지 둑에 앉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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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엄마가 들어오래.”
바로 밑 여동생이 어두컴컴한 시간에 할아버지를 찾아왔어요.
쫄쫄 굶은 할아버지는 여동생 뒤를 말없이 졸졸 따라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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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는 주무시고 계셨어요.
할아버지는 여동생이 차려준 보리밥과 된장국을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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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 뤼팽!>
할아버지는 모리스 르불랑의 동화책을 읽고 또 읽었어요.
31p
“부끄러운 짓은 하지말자!”
할아버지는 동생들에게 부끄러웠어요.
반성하고 다음부터는 내기 축구를 하지 않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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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손녀는 할아버지가 불쌍했어요.
손녀는 매일매일 할아버지 일기를 읽어주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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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잘 들어보세요!”
할아버지는 손녀가 말해도 대답이 없었어요.
치매는 점점 더 심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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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일기>
오늘은 2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먹었다.
교실에 냄새가 가득했다.
“도시락 먹은 녀석 누구야!”
선생님에게 들켜 나는 많이 맞았다.
엉덩이가 아파 의자에 앉을 수 없었다.
엉덩이를 조금 들고 있으려니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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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많이 아팠어요?”
손녀가 일기를 읽어주고 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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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팠어! 선생님을 죽이고 싶었지.”
할아버지 목소리가 떨렸어요.
그때 일을 다 기억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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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손녀는 눈물을 글썽이는 할아버지를 꼭 안아주었어요.
“점심시간에 먹지 그랬어요!”
손녀는 할아버지에게 조용히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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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너무 고팠어!”
할아버지는 손녀 말을 듣고 말했어요.
“할아버지! 내일 다음 일기 읽어줄게요.”
손녀는 할아버지 일기를 읽으면서 좀 더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갈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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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일기>
오늘은 일기를 안 써서 형에게 맞았다.
형은 매일매일 일기 검사를 했다.
나는 형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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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가 읽어주는 일기 덕분에 할아버지는 건강이 많이 좋아졌어요.
손녀와 함께 추억 여행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린이 여러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