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간 813호 [159.8]
작은 지혜
살림살이, 독서, 경전공부, 마음공부, 산책,
등산, 여행 등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들을 모아
‘작은 지혜’라는 꼭지로 소개합니다.
천도교게시판, 카페, 밴드, 카톡 등에 올린
짧은 글들도 모았습니다.
독자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실
칼을 품은 웃음
소파 방정환
웃음에도 칼을 품은 웃음이 있다
하지만 칼도 웃음 속에 섞여 온다면
애교 있는 귀여운 칼이라 할 것이다.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
그것이 어떻게 사람들의 빡빡하고 팽팽한 생활을
늦추어 주고 또 축여 주는 힘을 가졌는가.
그것은 밥 먹은 후에
숭늉이나 차를 마시는 것이나 보약을 먹는 것보다
지지 않는, 아니 그보다도 더한 효과가 있는 것이다.
/ 『방정환 말꽃 모음』175쪽
불택선악
도상록_대구시교구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르다는 말은
옛날 이야기입니다.
지구 전체의 열섬현상을 치유하기엔
요즈음 말로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습니다.
살면서 어떤 경우라도
비관적인 말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요지는 이렇습니다.
이론상으로,
앞으로 화석연료사용을 극한적으로 줄이고
최대한 햇볕의 힘과
바람 물의 자연낙하를 이용할 수 만 있다면
지구의 열섬화는 어느 정도 늦출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자연의 섭리에 위배되는
편리, 편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삶의 양식은
속도를 줄일 수 있을 뿐
파국으로 치닫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에너지보전의 법칙을 잘은 모르지만
조금만 이해한다면 햇볕 바람 물마저도
유일한 대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 올 여름을 선풍기 없이 지냈습니다.
만약 내년에도 올해처럼 덥다면
자신이 없습니다.
한울 몸과 한울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대안 에너지도 대안일수 없을 겁니다.
어머니 지구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그 또한 불택선악 입니다.
그렇다고 비관론에 빠지진 않으렵니다.
우주의 법엔
죽으라는 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칼국수
명암 이갑식_서울교구
무더운 여름철 복날이면
자가 밭에서 수확한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로 얇게 밀어
마당 가장자리에 걸어 둔
백철 솥에 금방 민 칼국수에
감자와 호박을 숭숭 썰어 넣고
멸치 한줌을 투하,
가만있어도 땀이 절로 쏟아지는 저녁나절
보리짚으로 불을 지펴
땀과 연기의 범벅으로 탄생한
엄마표 칼국수를 아시나요!
마당 한 곁에 멍석을 펴고 온 식구들이 둘러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맛있게 먹었던
그 칼국시가 먹고 싶다.
정제를 하지 않은 토종밀가루 탓에
색상이 누렇게 탁했어도
구수한 엄마표 손맛을 잊을 수가 없다.
저녁을 먹고 어둠이 찾아들면
마당 한 곁에 매캐한 모기불을 피워놓고
가끔씩은 종일 우물에 줄을 매달아 넣어두었던
수박을 꺼내
시원 달콤한 수박파티가 벌어지기도 했던 저녁 한때...
현대식의 고급스럽고
위생적인 코스요리는 아닐지언정
당시는 복달임의 여름 특식코스였다.
복날에 국수를 먹으면 명줄이 길게 늘어난다며
힘들고 귀찮았지만 가족들의 무병장수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던 엄마의 힘,
그 희생이 새삼 그리운 게 다.
옛날 얘기가 되고 만 그때 그 시절
식구는 많고 먹거리는 부족한지라
밀가루 칼국수로 늘여 먹었다고
칼국수란 명칭보다는
'늘음국'이라 불렀던 칼국시...
그 어원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지만
그렇게 짐작만 할 뿐이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숙달 된 홍두깨질로
널따랗게 밀어내던 엄마손은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흑백사진으로 남는다.
칼로 자르고 남는 자투리 밀가루 조각을
맛있다며 화덕에 구워먹던 생각도
그대로 영상에 남는다.
계속되는 불볕에 극심한 가뭄으로
가로수마저
탈수증으로 시들어 가는 이상한 날씨.
제발 이제 그만 볶았으면 좋으련만
하늘이 내 말을 들어야 말이지.
이 모두
인간들이 자연에 끼친 자업자득이 아닐까!
문득 천지부모라는 경귀가 떠오른다.
/ 천도교게시판
정좌존심靜坐存心
- 마음일기
현아炫雅 이은영_송도교구
일이 있으면
사리를 가리어 일에 응하고
일이 없으면
조용히 앉아 마음공부를 하라 / 대인접물
사람의 생각과 표현이 각자 다르나
성공을 위한 길과 지혜의 자리에는
한마음이어라.
늘 분주함에 익숙하여 지내다가
어느날은 지치기도 하지만,
가족의 사랑이
언제나 비타민이 되어주더이다.
해야 할 일들. 귀찮아하는 마음 접고,
미루지 않아 노력한 결실에는
뜻은 하나씩 이루어가고,
다듬어진 일상 맞아
분주함 속에 약각의 여유가 주는 행복에
참 기쁨이어라.
하여, 나만을 위한 휴식 시간,
짬짬이 주문과 진리의 말씀으로
오늘의 그릇된 마음 내려놓고
내일을 위한 희망의 씨앗 창출하니
평온함에 삶의 에너지가 되어주네.
행운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라
지극한 정성과 노력이 하나 되어
좋은 기운 일어
반드시 준비되어질 때 맞이하나니.
내일에 오늘이 후회스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예쁜 오늘 맞이하시길
심고드립니다.
/ 『마음으로 그린 한울빛 기적』 107쪽
수련 열심히 한 사람만 남는다
광암 윤철현_전주교구장
지금 천도교인들의 연령층을 살펴보면
대체로 연세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노인들만 남은 것이 아니라
수련을 열심히 한 사람들만
남아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다리 아프게 앉아 있는 수련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리 아프게 앉아서 수련하기보다는
시대에 맞게 수련 프로그램을
바꾸어야 한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반대로 젊으니까
더 쉽게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테니스나 배드민턴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을 예로 들어보면
테니스와 배드민턴은 라켓으로
공을 치는 운동으로 비슷한 운동처럼 보이지만
공도 다르고 치는 방식도 다른 운동입니다.
그러한 운동을
이론만 듣고 실제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운동의 맛을 모릅니다.
테니스를 배드민턴 기술로 배우거나,
배드민턴을 테니스 기술로 배울 수는 없습니다.
테니스는 테니스처럼,
배드민턴은 배드민턴처럼 배워야 기술이 늘 것이고,
한 달에 십 수 만원씩 레슨비를 내고
더운 여름 추운 겨울에도 열심히 하여
실력이 향상되어야 그 운동의 맛을 알게 되고,
그 운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련을 지극히 하여
도의 맛을 본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 도를 즐길 것입니다.
우리 도道의 수련은
정좌正坐하여 주문을 생각하며 외우는 것입니다.
수련은
허리를 펴고 바르게 앉는 정좌법을 주로 씁니다.
무릎 꿇고 앉을 수 있고,
가부좌를 틀고 앉을 수도 있고,
의자에 앉을 수도 있습니다.
다리가 아픈 것을 참는 것에
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에
그 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문은 무시로 계속해서 생활 중에도
외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정좌하여 주문 외우기를 하여야 하는가?
그것은 의암상사 법설에서 말씀하시는
"조용히 천지미판전의 소식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천지미판전天地未判前'이란,
지구가 생기기 전을 말씀하심이 아니라,
음양陰陽으로 나뉘기 전 마음, 태극심太極心,
즉 '본래의 마음'을 찾으라는 말씀으로 생각합니다.
'영부'가 '태극심'이니,
영부靈符를 받으라는 말씀으로 생각해도 되겠습니다.
무병지란無兵之亂,
앞으로 사람들은 자기 안에서 생겨나는 마음을
감당하지 못하고 서로 부딪히고
혼란스러울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세상에 보이는 현상에만 반응하여
자신의 마음을 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극한 주문수련으로
영부(태극심)를 받아
세상을 살아가라는 가르침입니다.
앞으로는 손바닥에
시천주 주문을 써 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말씀을 생각해봅니다.
천도교에는 노인들만 남은 것이 아니라
수련을 열심히 한 사람들만
남았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천도교게시판
"내나이 십사세라 전정이 만리로다"
원암 이승민_송탄교구
이해를 위한 해의
/ 용담유사 몽중노소문답가 (경전182면)
내 어려운 생활고와
(주유천하 할 일과 철점)사업을 하기위해,
나이(挪移=전답을 담보하여 금전을 둘러 씀)한지
어언 십사十四 해(세歲)라.
아직 식솔들을 살펴가며 살아갈 일과
뜻한바 이루어야 할 일들로
앞길(前程전정)이 만리(萬里=구만리)인데,
이 일로 전정(前程)을 망칠 수는 없음이로다.
이해를 위한 연구
대신사는 1858년(무오년) 가산이 탕진되어
빚이 산과 같이 쌓이게 되었다고
도원기서에 기록되어 있다.
살펴보면, 부친 근암공께서
1839년(기해년 음2월20일) 몰하시니
대신사 나이 16세라 하여
3년 탈상을 한 19세 되는 1842년(임인년) 3월에
울산 박씨와 결혼하였다.
그리고 달이 차서
첫 아들 세정을 1843년(계묘년) 동짓달에 얻고,
첫 아이 출생 16개월만인
1845년(을사년) 4월 봄에 처자산업 다 버리고
주유천하 길에 올라 10년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10년 유랑을 접고
가족을 의탁하고 떠났던 울산 처가
여시바윗골로 들어가 생활을 이어가다가,
가족을 데리고
용담으로 돌아가기를 결심한 것이
1859년(기미년) 9월이요,
기미년(1859년) 10월에 용담에 들어와
불출맹세 하니 나이 36세라 정리하고 있다.
살펴보면 가산이 탕진되어 송사에 휘말린
1858년(무오년)부터 아래로 14년을 되 집어보면
부친 3년상(1839년 음2월20일 몰歿~
1842년 음력2월 탈상脫喪)을 마치자
곧이어 임인년 음력 3월에 울산박씨와 결혼하여
1843년(계묘년) 동짓달에 아들 세정이 태어나고
그 아기가 16개월 되는 해인
1845년(을사년) 4월(봄)에
주유천하 길에 올랐었으니,
세정이가 태어난 1843년(계묘년 동지)이나
이듬해가 되는 1844년(갑진년) 쯤에
생활고와 뜻한바 일을(철점, 주유천하)
행하기 위해 갖고 있던 논(田畓)을 담보로
돈을 빌리게 되고 이로 인해 송사가 생겼다고
하는 1858년(무오년)은
햇수로 14년째가 된다.
∎인간적 진솔함과 광제창생의 도를 이루고
깨우침을 얻으려는 집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참고
⓵ 나이(梛移/那移):돈이나 물건을 잠시 둘러댐.
여기서 나이는 연령(年齡 1.age 2.years)을
말하는 것이 아님.<원암>
⓶ 십사_세(十四_歲):~을 한지
햇수로 십사 해(歲=年)나 되었음을 말함.
⓷ 내 나이 십사_세라: 내가 사업과 생활자금으로
금전이 필요해서 저당 잡힌 논을 둘러대어 쓰고
그것을 갚지 못하고(해결하지 못하고) 보낸 세월이
햇수로 14년이나 되었다라는 말씀임.<원암>
⓸ 만리전정(萬里前程):[명사]만리까지 펼쳐진
앞길이라는 뜻으로,
젊은이의 희망이 가득 찬 앞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천도교게시판_송탄교구에서 함께 공부하는
원암圓菴의 여시아해如是我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