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생은 영화 이끼의 원작자로 알려진 윤태호작가(44)의 또 다른 흥행작이다.
그는 1993년 만화를 시작했으나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생계가 되는 상황에서
이끼의 성공으
로 인해 새로운 성공신화를 써가고 있는 작가중 하나이다.
윤태호 작가는 얼마전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작품이란 인기가 아닌 작품성이 평가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웹툰작업에 관한 소신을 밝히기도.. 그의 말대로 그의 작품은 많은 누리꾼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이에 만스 첫번째 웹툰리뷰로 미생을 살펴보기로 하였다.
첫번째 리뷰로써 부담없이 비교적 짧은 글로 분석해 보았다.
그의 그림을 먼저 보면 그림이 참 경제적으로 그려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을 복잡하게 그리기 보다는
인물들의 표정과 구도, 나레이션, 여백 등을 잘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서 그림보다 대사가 차지하는 공간,
여백이 더 많은 경우가 많다. 하여 이 분은 만화가이기 전에 뛰어난 연출가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살펴보자.
한 바둑지망생이 기대에 부흥하며 성장하다 현실의 한계에 부닥쳐 세상에 나오게 된다.
의기소침한 가운데 그를 지원해 주는 후원자 덕에 들어간 상사회사.
그는 그가 배운 유일한 지식, 바둑을 통해 일을 배우고, 사람을 판단하며, 하루를 복기한다.
마치 갓난아이가 세상을 하나하나 낯설게 배워가듯이 주인공 장그래 역시 하루하루 긴장하며
배우고 복기하며 자신이 처한 경쟁에 맞선다.
그는 인턴으로 들어갔기에 같은 인턴사원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인턴사원끼리 모이는 스터디, 경쟁을 한다면서 협력을 빙자한 모임에 주인공은 꽤나 낯설다.
그러나 그 또한 주인공이 바둑에서 배워온 것에서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을 다르다 여겼기에
그의 시행착오는 계속된다. 이제 PT발표가 있고 팀을 만들어서 발표하고 선발되어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데 주인공의 어리숙함을 경쟁자들을 이용할 수도 있다. 같이 하자며 팀을 만들려는 사람이 꼭 호의적이지 않다.
돋보이기 위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작전일 수도 있다.
장그래가 좋게 생각한 같은 인턴 여자 동료에 대한 장그래의 시선도 마찬가지이다.
보이는 그대로 믿기에는 불안하다. 그런데 그 여자 어느날, 신뢰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둑의 고수란 무엇인가? 상대를 못 믿는 것이 고수인가? 아니면 믿는 것이 고수인가?
이 이상은 아무래도 스포일링 소지가 있기 때문에 줄이고..
전체적으로 이제 보면 윤태호 작가님은 참.. 이래저래 꼼꼼한 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잘 보면 분명 스토리 연구를 많이 하시고 자료조사까지 참 열심히 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꼼꼼하고 준비만 잘한다고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이야기와 소재를 어떻게 융합하고 구성하는가의 문제인데
작가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이 정도 구성력을 갖추기란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닌 것은 당연.
그런데 윤태호 작가는 이런 부분에서 매끄럽고 전문가의 솜씨가 돋보이는데
고로 이분은 대한민국 몇 %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전개에 있어 작가가 사용하는 플롯은 발견과 추구 정도가 될 듯 하다.
주인공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세상의 현실에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궁리하고 찾고
결국 깨달음을 얻게 되는 식이죠. 그리고 그는 이 세상에서 생존하고 또 성공하길 희망한다.
이제 세상에 나온 풋내기 주인공. 평생 바둑만 두어 세상에 어두운 듯 보이지만
바둑과 세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을 통해 세상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정말 바둑은 인생과 동치일까?
정확히 같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바둑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할지...
아마도 당연하게도 바둑과 인생은 일치하지 않는다가 답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이제 미생을 조금 냉정하게 보면
스토리의 빈틈이 여기저기 발견되기 시작한다.
아주 치밀하게 짜여진 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생기기 시작한다.
뭐지? 그렇다면 이 작품은?...
그럼에도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갖는 힘은
이야기 순간순간마다 긴장을 만들어내 줄 알고 그것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구성한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그 긴장된 장면들이 다채롭게 준비된 자료, 지식들과
짜맞춰진 날카로운 상황인식으로 독자들의 동조를 얻는데서 얻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지혜를 주는 작품에 대해 빈틈을 찾기보다는
그 지혜를 주는 작가와 작품에 대해 경외심을 찾기 마련이고
윤태호 작가의 미생은 그런 작품의 미덕을 충분히 갖고 있기 때문에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시 한번 환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의 작품을 감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