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떼에 숨은 갈치!
글 / 김동석
그림 /
010-7334-4876
인물 /
사건 /
배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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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새끼 한 마리는 상어밥이 되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이 바다에서 헤매고 있을 때 갈치 새끼 한 마리는 멸치 떼 속으로 숨었다.
"날 찾지 못하겠지!"
갈치 새끼는 멸치 무리들과 함께 헤엄치며 바다 이곳저곳을 행복하게 다녔다.
"저리 가라고!"
멸치들이 자신보다 크고 긴 갈치 새끼를 보고 말했다.
하지만 갈치 새끼는 꼼짝도 하지 않고 멸치 떼 한 가운데로 꼭꼭 숨었다.
"난!
너희들을 안 잡아먹을 거야!"
하고 갈치 새끼가 작은 멸치들에게 말했다.
"상어가 널 찾으면 우릴 모두 공격할 거야!"
멸치 떼는 상어가 공격하면 한꺼번에 수만마리의 멸치들이 죽는다는 것을 알았다.
"싫어!
나는 너희들이랑 같이 살아갈 거야!
너희들을 잡아먹지 않고 살면 되잖아!"
하고 갈치 새끼가 크게 말했다.
멸치들은 갈치 새끼를 쫓아내려고 했지만 한 가운데 자릴 잡고 나가지 않았다.
..
"상어다!"
멸치 한 마리가 깊은 바다 속에서 멸치 떼를 향해 헤엄쳐 오는 상어를 봤다.
"빨리 도망 가!"
갈치 새끼가 멸치들에게 말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멸치들이 대답하고 이리저리 헤엄치며 도망쳤다.
"어디로 도망갈 거야!
산으로 갈 거야!
아니면!
들판으로 갈 거야!"
상어는 멸치들이 도망가 봤자 바다라는 것을 알았다.
"더 빨리! 더 빨리!
상어가 가까이 오고 있잖아!"
갈치 새끼는 멸치들에게 크게 외쳤다.
"빨리 헤엄치고 있다고!"
멸치들은 이리저리 헤엄치며 대답했다.
"흐흐흐흐!
한 입 먹어볼까!"
상어가 입을 크게 벌리고 바닷물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으아악!"
수천마리의 멸치들이 상어 입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살려 줘!
살려 달라고!"
멸치들이 간절히 상어에게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프하하하!
이렇게 배불리 먹을 수 있다니!"
상어는 멸치 떼가 헤엄치는 것을 발견하면 제일 신났다.
상어는 배를 채우고 멀리 헤엄쳐 갔다.
..
"내 동생이 죽었어!"
"내 친구도 죽었다고!"
멸치들은 동생과 친구를 잃어서 슬펐다.
"미안해!
내가 살아있어서!"
갈치 새끼는 수많은 멸치들이 죽는 것을 보고 미안했다.
"무슨 방법을 찾아야 해!"
멸치 떼를 이끄는 대장 멸치가 말하자
"더 빨리 헤엄치는 법을 배워야 해!"
"우리 모두가 상어를 공격하는 거야!"
"우리가 힘을 합쳐 큰 물고기처럼 보이게 하는 거야!"
"좋은 생각이다!
큰 물고기처럼 보이게 하면 상어가 공격하지 않을 거야!
고래처럼 우리 모두 큰 물고기를 만들어 보자!"
하고 멸치 대장이 말했다.
"나도 도와줄게!"
조용히 있던 갈치새끼가 말하자
"좋아!
너도 큰 물고기 지느러미를 하나 만들어 줘!"
하고 멸치 대장이 말했다.
"알았어!"
갈치 새끼는 멸치들을 도울 수 있어서 좋았다.
..
"상어가 나타났다!"
멸치들이 춤추며 놀고 있는 데 멀리서 상어가 헤엄쳐 오고 있었다.
"빨리!
큰 물고기를 만들어!"
하고 멸치 대장이 크게 외쳤다.
"알았어!"
멸치들이 대답하며 큰 물고기를 만들었다.
갈치 새끼도 큰 물고기 지느러미를 하나 만들고 조용히 상어를 지켜봤다.
'크어엉! 크어엉!'
상어가 입을 벌리고 큰 물고기를 향해 외쳤다.
"움직이지마!"
멸치 대장이 말하자
"알았어!"
하고 대답한 멸치들은 겨우 숨만 쉬며 움직이지 않았다.
"고래였나!"
상어는 멸치 떼를 보고 헤엄쳐왔는데 이상했다.
"내가 고래를 보고 헤엄쳐 왔다니!"
상어는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크어엉! 크어엉!'
상어는 크게 외치더니 멀리 도망갔다.
"하하하!
아주 잘했어!"
멸치 대장은 상어에게 멸치들이 잡아먹히지 않아서 좋았다.
"다음에 또 올 거야!
그러니까 우리 모두 큰 물고기로 변신하는 연습을 하자!"
하고 멸치 대장이 말하자
"좋아! 좋아!"
멸치들이 모두 좋아했다.
갈치 새끼도 멸치들이 죽지 않아서 좋았다.
..
바다가 평화롭자 멸치 떼가 군무를 췄다.
보면 볼수록 멸치 떼의 군무는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앞으로! 뒤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하늘 높이! 더 높이!
바다 깊숙히! 더 깊숙히!"
멸치 대장의 목소리에 맞춰 군무를 췄다.
"힘들지!"
멸치 한 마리가 몸이 긴 갈치새끼를 보며 물었다.
"아니!
재미있어!"
갈치 새끼는 멸치들과 춤추는 게 좋았다.
"힘들면 갈치 떼를 찾아 가!"
하고 멸치 한 마리가 말했다.
"아니야!
힘들지 않아!"
갈치 새끼는 멸치들과 오래오래 춤추며 살고 싶었다.
..
"상어가 나타났다!"
하고 멸치 한 마리가 외쳤다.
"빨리! 빨리!"
멸치 대장이 외쳤다.
멸치들은 큰 물고기를 만들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갈치 새끼도 지느러미를 만들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크어엉! 크어엉!'
하고 크게 울부짖던 상어는 멸치들이 큰 물고기를 만들기도 전에 멸치 떼 속을 뚫어 헤엄쳐 들어왔다.
"으아악!"
멸치들은 모두 흩어져 도망쳤다.
"도망가지 마!
모두 다시 모여서 큰 물고기를 만들어야 해!"
멸치 대장이 외쳤지만 혼란에 빠진 멸치들은 모두 모일 수 없었다.
"멀리 도망쳐야 해!"
멸치들은 온 힘을 다해 멀리 도망쳤다.
"다시 돌아 와!"
멸치 대장이 큰 소리로 외쳐도 혼란에 빠진 멸치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
큰 물고기를 만들지 못한 수만 마리의 멸치들이 상어밥이 되었다.
멸치 떼는 평화롭게 헤엄치면서도 기쁘지 않았다.
친구를 잃고 동생을 잃은 멸치들은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정신 차려!"
아직 우리는 이렇게 많이 살아있잖아!"
멸치 대장이 슬퍼하며 흐느끼는 멸치들을 보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우리 모두 힘내자!"
갈치새끼가 멸치들을 보고 말했다.
수많은 멸치가 죽었는 데 갈치 새끼는 살아있어서 미안했다.
"우리 모두 멋진 군무를 추자!"
하고 갈치 새끼가 멸치들에게 말하자
"좋아! 좋아!
상어밥이 되든 인간의 그물에 걸려 죽듯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자!"
멸치 대장이 말했다.
"모두!
다시 협력해서 바다에서 최고의 멋진 군무를 추자!"
젊은 멸치 한 마리가 크게 외치자
"좋아! 좋아!"
하고 대답하며 멸치들이 군무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
"앞으로! 뒤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하늘 높이! 더 높이!
바다 깊숙히! 더 깊숙히!
바다에서 최고의 군무를 추는 멸치!
상어밥이 되어도 좋아!
인간이 쳐논 그물에 걸려 죽어도 좋아!
앞으로! 뒤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바다 깊숙히! 더 깊숙히!
상어가 있는 곳으로! 전진! 또 전진!"
멸치 대장 목소리는 우렁찼다.
"멋지다!"
문어와 오징어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다.
태평양을 건너 온 돌고래들도 멸치들의 군무를 지켜봤다.
"정말 멋지다!"
돌고래들은 멸치들의 군무를 보면 항상 행복했다.
..
"상어가 온다!"
멸치 한 마리가 크게 외쳤다.
하지만 멸치들은 군무를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 뒤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하늘 높이! 더 높이!
바다 깊숙히! 더 깊숙히!
바다에서 최고의 군무를 추는 멸치!
상어밥이 되어도 좋아!
인간이 쳐논 그물에 걸려 죽어도 좋아!
앞으로! 뒤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바다 깊숙히! 더 깊숙히!
상어가 있는 곳으로! 전진! 또 전진!"
멸치 대장의 목소리는 통곡에 가까웠다.
'크아앙! 크아앙!'
상어들이 멸치 떼를 향해 입을 벌리고 집어삼켰다.
"으아악! 으악!"
수많은 멸치들이 상어밥이 되었다.
하지만 멸치들은 더 강렬한 군무를 췄다.
"앞으로! 뒤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하늘 높이! 더 높이!
바다 깊숙히! 더 깊숙히!
바다에서 최고의 군무를 추는 멸치!
상어밥이 되어도 좋아!
인간이 쳐논 그물에 걸려 죽어도 좋아!
앞으로! 뒤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바다 깊숙히! 더 깊숙히!
상어가 있는 곳으로! 전진! 또 전진!"
"저건 갈치새끼잖아!"
멸치들은 갑자기 멸치 대장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의아해 했다.
"앞으로! 뒤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하늘 높이! 더 높이!
바다 깊숙히! 더 깊숙히!
바다에서 최고의 군무를 추는 멸치!
상어밥이 되어도 좋아!
인간이 쳐논 그물에 걸려 죽어도 좋아!
앞으로! 뒤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바다 깊숙히! 더 깊숙히!
상어가 있는 곳으로! 전진! 또 전진!"
멸치 대장이 상어밥이 되자 갈치 새끼는 더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멸치들의 목소리가 바다를 쩌렁쩌렁 울렸다.
멸치 떼는 아름답고 화려한 군무를 추며 더 멀리 더 깊숙히 헤엄치며 나아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