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간 158.10
지상강좌
<인오동포人吾同胞, 물오동포物吾同胞>
김시형 (영등포교구)
1. 모든 생명체는 같은 조상으로 부터
2. 우리 모두는 태양과 지구의 자식
3. 패러다임의 전환
4. 지구는 나
“사람은 한울을 공경(敬天)함으로써
자기의 영원한 생명을 알게 될 것이요,
한울을 공경함으로써
모든 사람과 만물이
다 나의 동포(인오동포人吾同胞,
물오동포物吾同胞)라는
전체의 진리를 깨달을 것이요,
한울을 공경함으로써
남을 위하여 희생하는 마음과
세상을 위하여 의무를 다할 마음이 생길 수 있나니,
그러므로 한울을 공경함은
모든 진리의 중심이 되는 부분을
움켜잡는 것이니라.”
(해월신사법설 “삼경三敬” 중에서)
퇴직 후 시민단체에 참여하여
환경과 소비자보호운동을 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정신적 바탕을 늘 아쉬워하다가
이를 탐구하기 위해 생명분야를 공부하고 있고
그러던 중 생명사상에 있어 우리 역사에
태산과 같이 해월신사님이
우뚝 서 계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천도교 종학대학원에 작년부터 다니면서
천도교의 전체 모습을 엿볼 수 있었고
그래서 작년에
천도교에 입교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공부 과정 중에
2016년 10월 천도교 신인간 잡지에
본인의 졸고
“동학생명사상과 치유”를 게재한 적이 있었고,
그 글 속에서 천도교가 모든 생명의 조상이 같다는
진화론적 생명통찰 (다윈의 진화론은
진화과정을 나무에 비교하여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그 뿌리인 조상이 같다라는 통찰과
모든 생명체는 돌연변이가 생기고
이 돌연변이에 대한
자연선택에 의해 생명이 진화한다는 것
두 가지가 핵심 내용이다.)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한 바가 있었다.
그러나 이 지적은
인오동포, 물오동포라는
해월신사님의 말씀을 간과한 것으로서
해월신사님 말씀의 배경이
진화론적 인과관계가 아닌 경천사상에 있지만,
전혀 다른 생각이 아니라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사물과 생명들이
내외적 인연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통찰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생명에 대한 이러한 통찰이 없으면
인오동포, 물오동포라는 용어를
쓸 수가 없다고 보여졌다.
이 점은
생명의 이해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서
해월신사님의 “인오동포, 물오동포” 사상을
생명과학적 발견들과 비교해서
좀 더 고찰해보고자 한다.
1. 모든 생명체는 같은 조상으로 부터
우리는 지구상 여타 생명과 조상이 같다.
유전인자가 1% 밖에 차이가 없는 침팬지와
우리는 조상이 같다.
(침팬지는 우리의 조상이 아니고
단일한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친척이다.)
침팬지와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는
원숭이류와 조상이 같다.
이렇게 조상을 찾아 포유류 조상,
척추동물 조상, 좌우대칭동물 조상,
원생생물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45억년 지구 역사에서
생명이 탄생한 40억년 전부터
20억년 이상 지구를 독점해온 원핵생물
(대부분의 동식물처럼
유전자를 별도로 보호하는 세포핵이 없고,
혼자서 스스로 분열 복제할 수 있으며
서로 유전자를 주고받아 유전자를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박테리아를 말한다.)이라는
최초의 조상으로 귀결된다.
모든 지구상의 생명체가 이와 같다.
길거리 소음과 매연 속에서도
말없이 서있는 나무들과도,
멸종한 공룡과도,
우리가 끔찍하게 괴롭히고 있는 닭과도
우리는 조상이 같다.
이 최초의 조상인 박테리아들은 그 후손들인
지구상의
모든 다세포 생명체들이 대부분 멸종하고
현재는 1%만 살아남았음에도 불구하고
40억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바다와 땅과 대기를 점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몸속까지 점령(인간의 몸에는
2-3kg 정도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고 한다.)하고 있다.
그런데 다윈의 진화수-생명계통도를 보면
모든 생명체의 조상인 원핵생물이
나무의 밑둥에 한 부분으로 그려져 있어
그 존재감이 마치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화석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미치고 있는 그 비중을 생각해 보면
박테리아라는
커다란 나무 줄기기둥나무를 버티고 있고
그 위에 수많은 생명체들이
가지들과 잎들과 꽃들과 열매들처럼,
때로는 삼엽충이, 때로는 공룡이, 때로는 맘모스가,
때로는 인간이 피고 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달리 보면 박테리아라는
풀들이 끝없이 펼쳐져 지배하는 초원에
인간을 비롯한 여타 생물체들이 여기저기 듬성듬성
제각기 자리잡은 들꽃들처럼
피고 지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생물은 진화를 계속하는
미생물이 교묘하게 조직화된
정교한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미생물은 진화에 사다리에서
가장 아랫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미생물은 우리와 함께 있으며
우리는 그들에게 둘러 싸여 있다.”
(“마이크로 코스모스”-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
이 박테리아 조상님들은 때로는 병원균이 되어
인간과 여타 생명들을 죽이기도 하고
유익한 미생물이 되어 도와주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이산화탄소로 가득찬 지구에
지구대기의 21퍼센트나 되는
엄청난 산소를 만들어 내어
동식물이 존재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냈고,
이들이 서로 공생하여
모든 생명체의 기본단위인 세포로 융합진화했다.
모든 생명체는
이 세포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 진 것으로서
인간은 평균
60조개의 세포가 쌓여 만들어 진 것이다.
이 정도면
우리의 조상으로서 그리고 현재에 있어서도
우리 인간을 포함한
지구생명의 바탕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지구 생명계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원핵생물, 박테리아를 중심으로
우리는 이 지구상에서 해월신사님이 밝혀주신
이천식천의 방식으로 서로 생명을 나누는 동포다.
저 물속의 잉어 붕어며
저 물가의 갈대 숲이며
그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와 비둘기들하며
그리고 여기에 서서
그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하고
우리 모두는 지구 행성 안의
같은 조상의 후손들,
깜깜한 허공 가운데
불과 흙과 물이
돌고 돌고 돌아
태초에 생명이 있었고
그 생명이 낳고 낳고 낳아
잉어 삼촌
붕어 이모
갈대 누이
나비 조카
비둘기 고모
그리고 나..
서로의 다름만 알았을 때는 잊고 있었던
사랑의 감정이
마치 이산가족 상봉 때처럼 애잔하다.
늘 바라보면서도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이
내 잃어버린 형제며 친척이었다니..
더 이상 너와 내가 남이 아니요
더 이상 존재의 목적이 내가 아니다.
우리 모두일 뿐..
메마른 우주에 피어난
아름다운 생명의 정원일 뿐..
(“생명의 정원” - 김시형 2016년)
2. 우리 모두는 태양과 지구의 자식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조상이 박테리아이며
우리는 한 동포라는 생각을 넘어
조금 더 생각을 넓혀 보면
해월신사님의 천지부모라는 말씀과 같이
태양과 지구가
나를 포함한 모든 지구 생명체의 부모이다.
우리가 지금 산책하거나 일하고 있다면
그에 따라 움직이는 온갖 근육에 필요한 힘은
다름 아닌 식물이
탄수화물 형태로 흡수한 태양에너지이다.
지금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다 해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는
마찬가지로 태양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지구상에
햇빛이 못 미치는 깊은 물 속과 땅 속에는
태양이 아닌 다른 열이나 화학에너지로 존재하는
극소수 생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생명들은
태양의 에너지로 존재가능하고 있으니
우리는 태양의 자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와 인, 황, 칼슘 등
지구의 대기와 땅의 물질로 이루어진
단백질 덩어리다.
그러니 우리는
태양뿐만 아니라 지구의 자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태양과 지구의 자식인 우리는
부모와 따로 떨어진 개체로 살아가고 있는게 아니다.
우리는 지구적인 차원에서
태양과 대기와 땅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에너지와 물과 탄소와 질소의
순환 한가운데 존재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세면대 물이
하수구로 흩어져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소용돌이 구조와 같다고 해서
물리학자 프리고진은
이를 생명의 산일散逸구조라 했다.
우리 인간의 몸은
평균 60조개의 세포가 연합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한 번 만들어지면
죽을 때까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교체된다.
세포의 수명에 대해서는 자료마다 동일하지 않지만
“생명의 그물”(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이라는
책에서 인용하면
“사람의 췌장은
24시간만 지나면 세포전체를 교체시킨다.
위벽의 세포들은 3일에 한 번씩 재생된다.
백혈구는 10일에 한 번씩,
그리고 우리 뇌 속 단백질의 98퍼센트는
한 달만 지나면 모두 새것으로 바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우리의 피부가 분당 10만개의 속도로
세포를 교체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집 안에서 발생하는 먼지의 대부분은
죽은 피부세포들이다.”라고 하고 있으며,
“생명”
(연세대 생화학 교수 송기원)이라는 책에서는
“우리 몸에서 매일 500-1000억 개의 세포가
세포사멸로 사라지고 있고
1년간 죽는 세포들의 무게를 합치면
우리의 몸무게와 같다고 한다.
세포 사멸에 의해
우리 몸의 노화된 세포나 이상이 생긴 세포가
계속 제거되기에 우리가 제대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 편에서는 음식물을 통하여 끊임없이
태양에너지와 지구물질이 내 몸으로 들어오고
한 편에서는 배설물뿐 만 아니라
열과 죽은 세포로
끊임없이 내 몸에서 빠져나간다.
그 가운데 우리는 각기 나라는 형상을
잠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 흐름이 약해지고 마침내 중단되면
우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마치 세면대의 물 소용돌이와 같이.
3. 패러다임의 전환
위와 같은 생명의 이치를 생각해 보아도
해월신사님의 세상 모든 것이 동포라는
인오동포, 물오동포라는 말씀이
사실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말씀만 쪼개놓고 보면
모든 존재는 같은 존재의 뿌리를 공유하고 있으며
함께 공존하고 번성해야 할 이웃이며,
나 중심에서
우리 중심으로의 사고전환을 의미한다.
그러나 해월신사님의
인시천 사사천 물물천이라는
말씀과 같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하나라는
더 근본적인 사고전환을 의미하고 있다.
이제 생명과학에서도 나라고 하는 존재의 경계가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다.
나라고 하는 존재가
단단한 껍데기를 가지고 있는
한 개체의 생명체라는 생각에서
세면대의 물 소용돌이와 같이,
또는 회오리 바람 같이
잠시 보였다 사라지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며,
세상 만물과 분리될 수 없는,
경계가 없는 네트워크 상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세상과 경계가 없는
하나의 현상, 흐름으로 보고 있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생각은
나에 대한 과거의 생각에 남아 있지만
적어도 생명과학적 생각은 이미 이렇게 바뀌었다.
(그러나 일부 생명과학자들은 생명체라면
그 뿌리인 유전자에서부터 나를 고집하는
이기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4. 지구는 나
이러한 나와 나 이외의 존재와의 관계에 대한
과학적 발견과 시대적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라
우리는 하나임이 자명해지고 있다.
해월신사님은 이미 150여 년 전
지구적으로나 이 땅에서나
온 세상이 서로 물어뜯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인오동포, 물오동포라 하셨다.
한울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생명의 근본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인간사 모든 문제의 핵심이며
나와 세계를
끊임없이 분리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나에 대한 생각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이제는 나와 나 이외의 존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
그 모든 것이 나”라는 선언도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
어떤 존재가 성립하기 위해서
있어야만 하는 조건이라면
그 존재와 그 모든 조건은
나누어서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나를 돌아보면, 생각은 이렇게 하면서도
일상의 삶에서는
오로지 두 눈의 좁은 시야에 묶여 살면서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너는 너, 나는 나”하고 앉아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이 심장이 없으면 내가 없으니
이 심장도 나인 것처럼
저 물도, 나무도, 흙도 나고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이 나이며
지구도, 태양도, 우주도 나.
이를 잊지 않고 가슴에 새김에
어느덧
나는 지구이며, 태양이며, 우주...
(“지구는 나” - 김시형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