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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양이시대!
동화작가 김동석
그림
인물 / 독수리로뎅, 목동, 양 떼, 양치기 개 잭슨,
고양이밍밍, 고양이양양, 그 밖의 많은 고양이
사건 / 고양이 양양의 죽음, 함께하고 싶은 고양이 밍밍의 소원
배경 / 양떼 목장이 있는 숲속 골짜기,
반려동물이 죽으면 건넌다는 무지개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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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이 없어!"
고양이밍밍은 밤하늘을 보며 소곤거렸다.
"아직!
죽으면 안 돼."
독수리로뎅의 공격을 받은 고양이양양은 심장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아니야!
난 살만큼 살았어."
양양은 숨을 가쁘게 쉬며 말했다.
"이봐!
이제부터 가장 행복한 세상이 시작되는 거야.
고양이시대!
고양이문명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니까.
그러니까!
죽으면 안 돼."
하고 밍밍은 양양을 쳐다보며 말했다.
"고양이문명!
고양이시대라고 하지만 아직 우린 강아지시대를 밀어내지 못했어."
양양도 강아지시대를 밀어내고 고양이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런데
아직도 사람들은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더 좋아했다.
조용한 고양이보다 시끄러운 강아지를 더 좋아했다.
자신을 지켜주고 낯선 사람들을 보면 짖는 강아지가 사람들은 좋았다.
"아니야!
고양이시대는 이미 왔어.
다만!
우리가 조용히 살아서 그렇지.
도시를 봐봐!
사람들이 고양이를 더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살아야 한다는 희망을 가져."
밍밍은 양양이 죽는 게 두려웠다.
하지만
사람들이 시끄러운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며 양양에게 말했다.
"밍밍!
난 죽어도 좋아.
새끼고양이들이 있잖아!
저 녀석들이 고양이시대를 활짝 열을 거야.
그러니까!
난 후회없어."
하고 양양은 마지막 힘을 모아 말했다.
"무슨 소리야!
고양이시대가 왔다면 넌 죽으면 안 돼.
널!
사람들이 살려내야 해.
그래야!
진정으로 고양이문명의 시작점이 될 거야."
하고 밍밍은 다 죽어가는 양양을 붙잡고 말했다.
"그렇지!
고양이시대라고 하지만 조용히 있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
이제부터라도!
고양이들이 할 말을 하고 살았으면 해.
주는 밥이나 먹고 조용히 있을 게 아니야!
사람들처럼 나 여기 있다고 말하고 당당히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살아야 해."
양양은 그동안 너무 조용히 살아온 게 후회되었다.
"밍밍!
앞으로 고양이시대를 열기 위해선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살면 안 돼."
"그건!
나도 알아.
많은 고양이들이 죽고 난 뒤 알았지만 말이야."
하고 밍밍이 대답하며 양양의 고개를 받쳐주었다.
"밍밍!
앞으로 어떤 시대가 온다해도 고양이는 고양이답게 살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고양이는 또 누군가의 적이 되고 죽음의 표적이 될 거야."
"알았어!
그러니까 힘을 내라고.
고양이들의 시대를 위해선 너같은 지도자가 필요해."
밍밍은 양양이 있어야 했다.
고양이 삶이 좋아지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가기 위해선 양양같은 리더십이 강한 고양이가 필요했다.
"밍밍!
너는 나보다 더 잘 할 거야."
양양은 더이상 삶을 애걸하고 싶지 않았다.
빨리 숨이 멈추길 바랬다.
"양양!
지푸라기라도 붙잡아.
그래야!
살 수 있다고."
밍밍은 쉽게 양양을 보내지 않았다.
다행이,
양양의 심장에서 흐르는 피가 멈췄다.
"잠깐!
다녀올 데가 있어."
하고 말한 밍밍은 밖으로 나갔다.
..
"좋은 수가 있어!
내가 그걸 이제야 생각하다니."
밍밍은 밖으로 나와 숲으로 향했다.
"무지개다리를 없애야지!
없앨 수 없으면!
지워버려야지."
밍밍은 양양이 건널 무지개다리를 없애고 싶었다.
무지개다리만 없으면 양양이 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지!
무지개다리를 없애야지.
그러면!
절대로 양양은 죽지 않을 거야."
밍밍은 더 빨리 달렸다.
"얘들아!
무지개다리가 어디에 있지?"
하고 숲으로 들어온 밍밍이 소리쳤다.
"무지개다리!
숲속 골짜기에 있어."
하고 새들이 외쳤다.
"고마워!"
하고 인사한 밍밍은 숲속 골짜기를 향해 달렸다.
"무지개다리!
그 다리만 없애면 양양은 죽지 않아.
다리를 건널 수 없으니 절대로 죽지 않을 거야!"
밍밍의 생각대로 무지개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양양이 죽지 않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봐!
뭘 찾는 거야?"
어둠속에서 밍밍을 노려보던 독수리 로뎅이 물었다.
"무지개다리!
무지개다리를 찾아."
하고 밍밍이 대답했다.
"무지개다리!
그 다리는 새벽이 와야 보일 거야.
안개가 자욱할 때 무지개다리가 솟아오를 거야."
하고 로뎅이 말하자
"그렇지!
새벽이 와야 무지개다리가 보이겠지.
다시 돌아가야겠다!"
밍밍은 다시 양양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이봐!
양양이 죽으면 내가 먹어도 괜찮지?"
하고 로뎅이 물었다.
"누가 죽어!
양양은 절대로 죽지 않아."
하고 밍밍이 대답하고 달리자
"히히히!
무슨 소리야.
내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심장을 할켰는데!"
하고 로뎅이 말하자
"그래도 소용없어!
양양은 죽지 않을 테니까."
하고 말한 밍밍은 더 빨리 달렸다.
"이것들이!
죽은 고양이도 먹지 못하게 한다면 나도 생각이 있지."
하고 말한 로뎅은 달려가는 밍밍을 향해 더 빨리 날았다.
"밍밍!
조심해."
하고 나무에서 고개를 내밀고 밍밍을 보던 다람쥐가 말했다.
"고마워!"
밍밍은 나무 사이사이를 오가며 뛰었다.
로뎅이 쉽게 날아올 수 없도록 머리를 썼다.
"히히히!
보통 머리가 아니군.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줄 알아.
천만에!"
로뎅은 더 빨리 날았다.
죽은 고양이 양양을 먹지 못한다면 눈에 보이는 밍밍이라도 잡아먹고 싶었다.
'쉬이익! 타다닥! 쉬이익! 타다다닥!'
나무 사이로 독수리 날개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밍밍은 앞만 보고 달렸다.
..
"양양!
로뎅이 오니까 자리를 옮겨야겠어."
밍밍은 양양을 끌고 나무그늘 아래로 갔다.
나무 밑 그늘에 숨은 양양과 밍밍을 로뎅은 찾을 수 없었다.
"밍밍!
거기 숨은 거 다 알아.
내가!
널 잡아먹을 거야."
하고 쫓아온 로뎅이 말하며 나무 사이를 뒤졌다.
하지만
밍밍은 보이지 않았다.
죽어가는 양양도 찾을 수 없었다.
"양양!
내게 좋은 방법이 있어.
아침까지만 살아있으면 돼!"
큰 소나무 밑으로 숨은 밍밍은 양양의 상태를 확인했다.
"미이잉 미이잉(밍밍)!
난 이제 죽어도 좋아.
살만큼 살았잖아!"
하고 양양이 말하자
"아니야!
너는 나보다 더 살아야 해.
그러니까!
죽을 생각은 하지 마."
하고 말한 밍밍은 주변을 살폈다.
로뎅의 눈을 피아지 않으면 양양도 밍밍도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었다.
"밍밍!
어디로 숨은 거야?"
로뎅이 소리쳤다.
갑자기 사냥감이 사라진 것을 안 로뎅은 불안했다.
로뎅은
갈수록 사냥하기 힘들었다.
들쥐도 산토끼도 로뎅이 나타나면 동굴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들판에 고양이들이 많아서 로뎅은 고양이 사냥을 하며 살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고양이들도 동굴에 들어가 숨거나 나무 뒤에 숨어서 사냥할 수가 없었다.
고양이들에게 숨게 교육시킨 걸 양양이와 밍밍이가 한 짓이라 생각했다.
"밍밍!
양양의 시체를 내놓지 않으면 널 잡아먹을 거야."
로뎅은 사냥을 포기하고 하늘 높이 날았다.
"밍밍!
로뎅이 멀리 날아갔어."
하고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새 한 마리가 외쳤다.
"고마워!"
밍밍이 인사하며 나무 밑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양양!
여기서 조금 기다려.
내가 가서 무지개다리를 없애고 올 테니까!"
하고 밍밍이 말하자
"아니야!
무지개다리를 없애면 안 돼.
죽은 동물이나 고양이들이 천상으로 올라가지 못한다고!"
하고 양양이 말하자
"그래!
죽지 않고 오래오래 살면 좋잖아."
하고 밍밍이 말하고 무지개다리가 있는 골짜기를 향해 달렸다.
"밍밍!
무지개다리를 없애면 안 돼.
절대로!
무지개다리를 없애면 안 된다고."
양양이 온 힘을 다해 외쳤다.
하지만
밍밍은 벌써 무지개다리를 볼 수 있는 골짜기에 도착했다.
"안개 속에 솟아오르겠지!"
밍밍은 나무 뒤에 숨어 골짜기를 내려다봤다.
"무지개다리!
무지개다리만 없애면 양양은 죽지 않아.
만약!
무지개다리를 없애지 못하면 어떡하지?"
갑자기
밍밍은 무지개다리를 없앨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워버려야지.
지우개로 지워버리면 되겠지!"
밍밍은 무지개다리를 없애던지 지우던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
"무지개다리가 솟았다!
숲속 골짜기에 무지개다리가 솟았다!"
나무 위에서 다람쥐 한 마리가 외쳤다.
"무지개다리!
누가 건너기 전에 빨리 가서 없애야지."
밍밍은 달렸다.
"호호호!
잭슨 오늘은 더 멋진 곳으로 양들을 데리고 가자."
아침 일찍,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양치기 목동이 있었다.
그 뒤를 양치기 개 잭슨이 따르고 그 뒤로 양 떼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어떡하지!"
밍밍은 무지개다리를 없애지도 못하고 다리 밑에서 망설였다.
"잭슨!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조심해야 해.
여긴!
로뎅이 지키고 있는 길목이니까."
하고 목동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로뎅은
무지개다리가 생기는 날마다 이곳을 건너는 동물들 사체를 훔쳐 먹었다.
동물들이 죽으면 건너는 걸 안 로뎅은 무지개다리가 솟아나길 나무 가지에 않아 기다렸다.
"아니!
목동이 양 떼들을 데리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다니.
이상해!
무지개다리는 죽은 동물만 건넌다고 했는데 목동이랑 양 떼들이 건너다니."
로뎅은 갑자기 나타난 목동과 양 떼들의 이동에 놀랐다.
"무지개다리가 이상해!
죽은 동물만 건너는 곳이 아니었어.
산 사람도 양 떼들도 건너다니 어떻게 된 거야?"
로뎅은 그동안 보지 못한 광경에 놀랐다.
"무지개다리를 없애야 하는 데!"
나무 뒤에 숨은 밍밍도 목동과 양 떼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밍밍!
거기서 뭐해?"
나무 위에서 놀던 파랑새가 밍밍을 보고 물었다.
"안녕!
무지개다리를 없애려고 왔어.
양양이 죽지 않게!"
하고 밍밍이 파랑새에게 말하자
"밍밍!
무지개다리는 없앨 수 없어."
하고 파랑새가 말하자
"그럼!
지우개로 지워버리면 되잖아."
하고 밍밍이 말하자
"밍밍!
무지개다리를 지워도 또 생길 거야.
왜냐하면!
하루에도 수십 마리의 동물이 죽으니까.
죽은 동물들에게는 천상으로 올라가는 무지개다리가 필요하거든!"
하고 파랑새가 말했다.
"양양이 죽으면 안 돼!
이제야 고양이문명이 시작되었는데 죽으면 안 돼."
하고 밍밍이 말하자
"밍밍!
양양은 죽어서도 고양이들을 지켜줄 거야.
여기서 못다한 일을 천상에 올라가서 또 할 거야.
양양이 죽었다고 고양이문명이 멈추는 건 아니야.
고양이문명이 시작되었다면 멈출 수 없는 것이야!
그러니까!
양양을 천상으로 보내주는 게 좋을 거야."
하고 파랑새가 말했다.
"안 돼!
아직 죽으면 안 된다고.
고양이문명이 도래하면 리더십이 강한 고양이가 필요하다고.
그 고양이가 바로 양양이라고!"
하고 밍밍이 주저앉으며 말하자
"밍밍!
널 보니까 고양이문명은 활짝 꽃을 피울 것 같다.
양양이 널 잘 키웠구나!"
하고 말하더니 파랑새는 무지개다리로 날아갔다.
..
"히히히!
저 녀석이 여기에 오다니."
로뎅은 나무 위에서 밍밍이 앉아있는 걸 봤다.
"밍밍!
빨리 피해.
로뎅이 널 봤다고?"
하고 나무 위에서 다람쥐가 외쳤다.
"고마워!"
하고 말한 밍밍은 일어서서 무지개다리를 봤다.
"양양!
미안해.
무지개다리를 없애면 안 된다고 해.
어떡하면 좋지?"
밍밍은 망설였다.
양 뗴들이 무지개다리를 다 건너자 순식간에 안개가 무지개다리를 삼켰다.
"아니!
사라졌잖아."
밍밍은 더 이상 무지개다리를 볼 수 없었다.
"히히히!
널 사냥해야겠다."
하고 말한 로뎅이 밍밍을 향해 날았다.
"밍밍!
빨리 도망치라고."
나무 위에서 새들이 외쳤다.
"빨리!
더 빨리 도망쳐."
하고 다람쥐도 외쳤다.
"고마워!"
하고 대답한 밍밍은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저 녀석이 도망치다니."
로뎅은 도망치는 밍밍을 봤다.
"양양!
죽으면 안 돼!"
하고 외치며 밍밍은 달렸다.
"양양!"
밍밍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이 멎어 있었다.
"밍밍!
고양이문명이 도래했다며 고양이들을 잘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어."
하고 새끼고양이가 다가와 밍밍에게 말했다.
"양양!
죽으면 안 돼."
밍밍은 양양을 안았다.
'야옹! 야옹! 야옹!'
소리치며 울었다.
고양이들이 모두 밍밍을 따라 소리치며 울었다.
"무지개다리!
내가 없앴다면 천상으로 올라갈 수 없었겠지."
밍밍은 무지개다리를 없애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파랑새 말을 듣고 서두르지 않고 지우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양양은
천상을 향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고양이들은 모두 무지개다리를 지켜봤다.
"로뎅!
로뎅이야."
무지개다리 위로 로뎅이 날고 있었다.
"양양!"
고양이들이 양양을 불렀다.
'멍멍! 멍멍!'
하늘에서 양치기 잭슨이 짖었다.
'쉬이익! 쉬이익!'
양치기 목동이 호루라기를 불며 무지개다리를 건너오고 있었다.
그 뒤로
양 뗴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너 오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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