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돈의 위치로 돌려 놓고 인간의 인간다움을 되찾기 위한 사회운동

1. 발전과정 :
레츠(LETS: Local Exchange and Trading System)는 1983년 캐나다의 코목스 밸리라는 조그마한 섬마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마이클린턴은 경제불황에 직면했다. 경제불황은 실업자를 대량으로 양산했고 그 실업자들은 일할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도 살아가기 힘들게 되었다. 현금을 소유하지 못하면 아무런 경제행위를 영위할 수 없다는 우리에게 당연한 사실이 그에겐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했다. '돈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만들지 못하란 법이 있는가?' 그는 사람들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하여 반드시 중앙집권화된 통화제도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현금은 늘상 부족하기 마련이고 이를 얻기 위해 사람들을 서로 다투게 되고 결국 소수만이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린턴은 그들만을 위한 새로운 화폐를 만들고 그것의 사용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것이 레츠다
2. 지역화폐의 원리와 특성
1) 자립적인 지역사회의 건설
지역화폐는 지역 자원의 지역 내 교환을 장려하고 소기업을 지원하며 지역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자립적인 삶을 추구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계자본주의 경제의 운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것이 지역화폐 운동이 목적이다.
2) 지역사회 자조 네트워크 창출
지역화폐는 현금이 없어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도움과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화폐는 구성원 누구나 창출할 수 있다, 창출 자체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는 가져온다, 현금이 없어 경제적 시민권을 누리지 못했던 사람들도 지역화폐의 상호 창출을 통해 완전한 시민권을 누리게 된다.
3) 탈이윤
지역화폐 체제에서는 개개인이 화폐 창출의 주체이다. 또한 참여 회원 전체의 자산 계정과 부채 계정이 합이 상쇄되어 항상 0을 기록하기 때문에 어떠한 착취나 이윤도 발생하지 않는다. 지역화폐 체제에서는 재화나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과 공급하는 사람이 동일인이다. 생산자가 공급자이고 소비자이다.
4) 연대성과 평등성
지역화폐를 통한 거래에는 학벌, 재산, 지위, 명예 따위의 세속 기준이 통용되지 않는다. 지역화폐는 일반적인 경제 체제에서 늘 남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 저소득층이나 취약 계층 사람들에게도 다른 사람을 돕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현금 창출과 무관한 능력과 자질을 인정받지 못한다. 지역화폐는 현금 경제에서 홀대받고 저평가된 이들의 능력과 자질이 실현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경제적 시민권을 되찾아준다. 지역화폐를 매개한 한 거래는 인격과 인격의 만남을 전제로 한다. 인격적 만남의 토대는 실명 거래이다. 지역화폐 체제에서 모든 거래 행위는 실명으로 이루어진다.
5) 생태주의
지역화폐 운동은 지역 내 거래를 장려하고 있다. 그 자체가 자원과 에너지의 낭비를 줄인다. 지역화폐 운동은 지속이 가능하고 순환이 가능한 경제 체제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
3. 지역 화폐의 운영방식
회원은 가입과 동시에 자기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한다. 모든 계좌는 0에서 시작한다. 회원은 누구나 지역화폐를 발행할 수 있으므로 계좌에 잔액이 없다고 거래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화폐 발행이란 실제 화폐를 찍어 내는 행위가 아니라 거래 상대방의 계좌에 거래량만큼의 지역화폐를 기록해 주는 일이다. 모든 거래를 거래사무소를 통해 이루어진다. 사무소에서는 정기적으로 물품이나 서비스 목록을 발행하고, 회원은 이것을 보고 정해진 지역화폐 가격으로 거래를 한다. 거래가 이루어지면,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의 계좌에는 해당 금액이 자산으로 기록된다. 반면에 구매자의 계좌에는 부채로 기록된다, 모든 거래는 회원 전체간의 거래이므로 개별적인 채무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
지역화페를 사용한 거래는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사람은 회원 사이에서 신뢰를 잃게 되어 거래 대상에서 기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거래내역과 당사자에 대한 정확한 기록과 완전한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자신의 계좌에 아무리 많은 지역화폐가 쌓여 있어도 여기에 이자가 붙지 않는다. 지역화폐는 사용하는 것이 효용을 늘리는 방법이다.
4. 지역화폐의 현황
1) 유형
(1) 레츠 유형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퍼져있는 지역화폐 제도로 법정 화폐가 없어도 사람들이 물품과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는 연대에 바탕을 둔 자립적 생활 방식이다. 레츠에서는 유형의 화폐가 쓰이지 않고 무형의 화폐를 매개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회원은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물품과 기술을 회보에 올리고 다자 간 거래에 참여한다, 거래의 조건은 당사자 사이의 협상에 의해 정해진다. 레츠의 회계는 이 거래를 기록하고 모든 회원에 공개하는 역할을 맡는다.
(2) 아워즈 유형
원리와 철학에서는 레츠와 궤를 같이 하나, 유형의 화폐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레츠와 다르다. 레츠에서는 거래를 관리하는 것과 달리 아워즈 제도는 거래를 관리할 필요가 없다. 아워즈 자체가 유형의 화폐로 통용되면서 참여자들이 법정 화폐처럼 사용하면 그만이다. 법정 화페와 달리 아워즈 화폐에는 이자가 붙지 않는다. 아워즈의 발행은 유통위원회에서 관리한다.
아워즈 제도에서 노동의 가치는 시간으로 계산된다, 한 시간의 기초 노동이 1아워즈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당 노동 가치의 거래가 반드시 1아워일 필요는 없다. 거래 참여자가 자신들의 물품이나 서비스의 교환 가격을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도의 훈련과 기술일 요구되는 한 시간 노동을 여러 시간의 단순 노동과 교환할 수 있다.
아워즈 유형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누구나 아워즈 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원만이 참여할 수 있는 레츠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3) 타임 달러 유형
타임 달러는 일종의 지원봉사은행의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타임달러 제도에 물품의 거래가 없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타임 달러는 레츠와 마찬가지로 상호신용에 의해 창출된다. 타임 달러 시스템에 참여하는 사람은 지역사회에 토대를 둔 비전문적인 서비스를 교환한다. 각 거래의 단위는 한 시간 동안의 지역사회 봉사이다.
한 시간동안 지역사회 봉사는 한 사람을 1타임 달러를 얻는다. 시간당 노동의 가치는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다.
(4) 비교 분석
레츠와 아워즈는 유형화폐의 사용 여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이념과 지향을 보인다. 지역 경제의 강화와 지역사회의 재구축이라는 좀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목표를 추구한다. 타임 달러는 기본적으로 자원봉사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의 성격이 강하다.
다음과 같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첫째, 가격 기능이 없어서 희소 자원의 배분이 어려워진다.
둘째, 타임 달러는 이타적인 행위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다. 자원봉사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레츠는 시간 경제 원리를 그대로 유지한다. 거래 범위를 특정한 지역으로 한정할 뿐이다. 법정 화폐를 쓰지 않기 때문에 일반 시장 경제가 지닌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그러나 레츠 역시 시장성이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지닌 사람을 선호한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장애인과 같이 시장성이 약한 사람을 레츠 거래에도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다.
2) 외국의 지역 화폐 사례
(1) 이타카 아워즈
1991년 미국 뉴욕 주 이타카에서 폴 글로버가 주도해서 시작하였다. 이타카 아워즈는 화폐를 사용하는 전형적인 아워즈 유형의 지역 화폐 제도이다. 한 시간의 기초 노동이 1이타카 아워이고, 이것은 미화 10달러에 해당하는 가치를 지닌다.
(2) 영국의 레츠
영국 최초의 레츠는 1986년 노르위치에 만들어졌다. 최근의 서베이에 따르면, 영국 전역에 약 400개의 레츠가 운영 중이며 참여 회원의 수는 22,000명. 총 거래액은 140만 파운드 정도이다.
(3) 호주의 레츠
호주는 세계에서 레츠가 가장 활발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호주 레츠는 1987년 퀸즈랜드 맬러니에 세워졌으며 현재 250개 정도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평균 회원 수는 레츠당 145명 정도이나 오래된 레츠일수록 회원수가 많아서 800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한 레츠가 여러 곳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주 전체로 보면 약 25,000명 정도가 레츠에 참여하고 있고, 연간 총 거래액은 약 천만 호주 달러에 이른다.
3) 한국의 지역화폐 사례
우리 나라의 지역화폐 운동은 1996년 녹색평론이 레츠를 소개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1998년 신과학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조직인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이 미래화폐란 이름으로 지역화폐 운동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지역화폐 운동이 퍼져나가는 추세이다. 현재 전국에 약 50개의 지역화폐 운동 조직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 지역화폐 운동은 생활필수품과 관련된 거래가 드물고 서비스 제공이 압도적이라는 공통적인 한계를 지닌다.
(1) 송파 품앗이
송파 품앗이는 서울 송파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레츠이다. 송파 품앗이는 199년 시작되었고 무형의 송파 머니를 사용한다, 회원자격은 18세 이상의 송파구와 인접 지역주민이며, 품앗이 센터에서 거래할 물품과 서비스를 신고함으로써 거래를 시작한다.
(2) 한밭 레츠
2000년에 대전에서 지역 활동가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두루’라는 이름이 무형 지역화폐를 사용한다. 한밭 레츠는 1명이 관리자와 10명의 운영위원이 중심이 되어 운영한다.
5. 과제와 전망
1) 거래 내용
지역 화폐의 가장 큰 문제는 거래 품목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생활필수품이 거래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서비스 거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생활필수품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그 양이 너무 제한적이다. 대안적 화폐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생활필수품과 관련된 거래가 많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이 점에서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물품과 서비스의 다양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거래 내용이 단조로우면, 장기적으로 지역화폐 운동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다. 거래가 다양해지려면 다양한 회원이 참여해야 한다.
2) 정부와의 관계
복지국가 재편과 맞물려 민간 부문의 자원 개발과 제3섹터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최근에는 각국 정부가 지역화폐의 잠재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재정지원과 세제상 혜택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세금이나 사회보장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도움은 환영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지역화폐를 사용한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나 지역화폐 거래와 관련된 사회보장급여 문제가 선진국에서는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화폐를 사용해서 얻은 소득도 사회보장급여를 산정하는 자료로 간주한다면, 지역화폐 운동의 저변이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3) 규모와 범위
지역화폐 운동은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지역사회의 연대성 제고라는 목포를 지향한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규모와 범위가 무작정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회원 수의 적정 수준 유지가 필수적이다.
지리적인 한계는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화폐 시스템의 지리적 범위가 넓어지면 회원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이나 회원 상호 간의 결속력이 저하 문제만이 아니라, 멀리 사는 회원들이 모이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 문제도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