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동 짬짬교리
I. 전례에 참여하는 신자들의 자세
1. 수동적 자세를 성찰하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전례헌장에 의하면 “모든 전례 거행은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그 몸인 교회의 활동이므로 탁월하게 거룩한 행위이다. 그 효과는 교회의 다른 어떠한 행위와 같은 정도로 비교될 수 없다.”(7항) “전례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다.”(10항) 따라서 “신자들은 올바른 마음 자세로 거룩한 전례에 참석하여, 자기 마음을 목소리에 맞추어, 천상 은총을 헛되이 받지 않도록 은총에 협력하여야 한다.”(11항)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 전례는 성직자에게 집중돼 있었고 신자들은 수동적 자세로 임했다. 그러나 공의회 이후 달라져 성직자 중심에서 벗어났다. 헌장은 모든 신자가 의식적이고 능동적인 완전한 전례 참여를 강조한다.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는 전례 자체의 본질에서 요구되는 것이요, ‘세례의 힘으로’ 믿는 이들에게 권리이고 책임이다. 신자들에게 있어 전례에의 능동적 참여는 그리스도 정신을 길어 올리는 첫째 샘이며 필수 원천이다.(14항)
온전한 능동적 참여를 위해서는 내적 이해가 우선돼야 하며 그런 다음 표현, 즉 활동적 참여로 유도해 주어야 한다. 전례는 제대로 알지 못하면 무미건조한 형식주의로 흐르게 된다. 예수님의 구원 업적을 전례 안에서 현실적 사실로 실현시키는 것이 말, 동작, 사물 등 인간 사회에서 사용하고 통용하는 감각적 표지들이다. 이것들의 의미를 잘 알고 전례에 임해야 능동적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의미 이해와 내면적 준비가 충실해야 환호와 같은 외적 표현이 진실로 터져 나온다. 그런데 미사 때 신자들을 보면 입도 제대로 벌리지 않는 신자들(벙어리 신자)이 있는가 하면, 내적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형식적으로 따라 하는 신자들(앵무새 신자)이 있어 안타깝다. 하남동 교우들의 전례 참여 자세는 어떠한가?
2. 전례헌장이 가르치는 능동적 참여(Participatio actuosa)
1) 잘 알고(scienter) 참여(11항) - 현재 진행되는 전례를 이해하고 전례에 참여한다. 전례 개념, 성사들, 준성사, 시간전례, 전례주년, 신심행위에 대한 역사와 의미, 그리고 표징들을 이해할 때 능동적 참여가 더욱 쉬워진다.
2) 의식적(conscie) 참여(14항) -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이해하고 거룩한 행위에 ‘의식적으로’ 경건하게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깊은 관심과 배려를 기울인다. 따라서 전례에서 전개되는 예식과 기도에 관심을 기울여서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정성을 다하여 참여해야 한다.
3)경건한(pia) 참여(48항) - 전례에 건성으로가 아니라 공경심을 지니고 깊이 삼가고 조심스럽게 참여해야 한다. 전례에서 주례자와 공동체가 드리는 기도에 마음을 다하여 경건하게 동참하여, 전례봉사하는 신자들은 봉사 전과 후에도 기도를 통해서 경건함을 더한다.
4) 내적(internam)·외적(externam)으로 참여(19항) - 전례에 참여하는 모두가 마음과 뜻이 하나가 되어 외적으로 목소리와 노래, 자세와 태도, 침묵과 행렬 등으로 참여함으로써 공동체성이 잘 드러나게 해야 한다.
5) 온전하고 완전한(plena) 참여(14항) - 습관적으로 미사에 늦게 오거나 다른 일에 바쁘다고 미사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것을 지양하고, 미사 전에 여유 있게 와서 차분히 준비하며 영성체도 하며 미사가 끝날 때까지 공동체와 함께 참여해야 한다.
6) 효과적인 (fructuose) 참여- 전례 예식과 본문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참여해야 하며, 독서 본문에 대해 이해하고 강론으로 도움을 받으며, 성체에 대한 깊은 사랑과 합당한 준비로 영성체에 참여해야 한다.
<뒷면>
▶ 사순 시기의 시기의 전례 개요
사순 시기는 이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하며, 재의 수요일 후에 첫 번째 주일을 사순 제1주일로 지내고, ‘장미주일’이라고도 칭하는 사순 제4주일은 사순 시기 가운데 ‘기쁨주일’로 지낸다. 그리고 마지막 주일인 사순 제6주일은 ‘주의 성지주일’이며 이로써 ‘성주간’이 시작된다. 성주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성삼일’(성목요일, 성금요일, 성토요일)을 지낸 후 부활성야미사와 부활대축일미사를 성대하게 지낸다.
사순 시기에 신자들은 기쁨의 노래인 ‘알렐루야’와 ‘대영광송’을 하지 않고, 성가대 찬송이나 화려한 오르간 독주도 자제한다.
▶ 사순 시기 동안 강조되는 전례적 의미
사순 시기 동안의 미사는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봉헌한다.
첫째로 강조되는 것은 ‘세례’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부활성야(성 토요일)에 세례식을 거행하여 왔기 때문에 이 기간에 미사의 독서나 기도문은 세례를 주제로 합니다. 그리고 이미 세례를 받은 신자들은 예비자들과 함께 교회의 가르침을 받고, 세례의 약속을 갱신하고 세례의 은총을 회복하고 증진시켜야 한다.
둘째는 ‘속죄’인데, 원래 사순 시기 동안 죄를 범한 신자들이 공적으로 보속을 했다. 그래서 미사경문은 '마음을 찢는 속죄', '재계와 단식'을 강조하고 희생과 기도와 자선을 되풀이하여 알린다.
셋째는 ‘예수님의 수난’이다. 수난의 의미는 사순 시기 전체에 흐르고 있지만 사순 제5주간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사순 시기 초에는 예수님이 어두움과 악의 세력과 투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사순 제5주간부터는 예수님의 수난이 극대화하여 성주간에는 절정에 달한다.
▶ 재의 수요일
오늘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이다. ‘재의 수요일’로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전통은 6세기 말부터 시작되었다. 이날 사제는 참회의 상징으로 신자들의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을 거행한다. ‘재의 예식’ 때 사제는 나뭇가지를 태운 재에 성수를 뿌려 축복한 다음, 모든 사람의 머리 위에 재를 얹으며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창세기 3,19) 또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코 1,15)라고 말한다.
구약성경에서 재를 머리에 뒤집어쓰는 것은 슬픔과 참회의 표현이었다(사무엘 하13,19 참조). 오늘날에도 신자들은 예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언젠가는 한 줌 먼지로 돌아가야 할 자신의 숙명을 기억하며 재의 예식을 거행한다. ‘재의 수요일’이라는 명칭은 바로 이 예식에서 비롯되었다. 이날 사용하는 재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주일’에 축복했던 나뭇가지를 태운 것이다. 우리는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하는 사순시기를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예수님의 부활대축일의 영광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보다 열심하고 거룩하게 사순절을 보내기를 바란다.
▶ 재의 수요일에 재를 바르는 예식은 세례받은 가톨릭 신자들에게만, 그리고 미사 안에서만 허락되는가?
재의 수요일 ‘재를 바르는 예식’ 그 자체는 준성사로써 교회법 제844조에서 명시한 경우를 제외한 누구에게든 그가 가톨릭 신자든 아니든 상관없이 수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교회법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축복은 우선적으로 가톨릭 신자들에게 주는 것이지만, 예비신자들에게도, 또한 교회의 금지가 방해하지 아니하는 한 비가톨릭 신자들에게도 줄 수 있다.”(교회법 제1170조) 또한 이 예식은 미사 없이도 독립적으로 거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