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은 4월 말이면 들판과 산골 구석구석을 뒤덮는 새하얀 배꽃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조선시대 전국 제일의 남사당으로 이름을 떨쳤던 안성 남사당의 신명나는 공연도 볼거리다. 전국 3대 장(場)으로 알려진 안성장을 비롯해 칠장사·청룡사·석남사 등의 천년고찰이 있다. 미리내성지와 죽산성지 등 천주교 성지도 있다. 자연의 싱그러움과 문화의 향기를 느끼며 몸과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는 소재가 가득하다. 조병화 시인의 생가인 '조병화 문학관'과 혜산 박두진 시비를 비롯해 전위예술가 홍신자의 죽산국제예술제, 안성예술축제 등 수많은 예술인들이 창작활동과 국제예술제를 펼치는 문화예술이 발달한 도시이기도 하다. 안성쌀밥과 쫄깃하고 고소한 안성한우는 안성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국내 최고의 풍물놀이와 전통무용 공연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안성 문화관광 시티투어’도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안성은 바우덕이 축제로도 잘 알려진 바우덕이 남사당풍물단 등 문화공연을 볼 수 있어 매주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남사당풍물단은 우리나라의 대표 문화사절단으로 활약하는 국가대표급 문화공연단이다. 남사당패는 조선시대부터 구한말에 이르기까지 서민층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유랑연예집단이다. 그중 안성남사당이 가장 유명했다. 조선조 말기의 남사당패 사상 유일무이한 여자 꼭두쇠이자 천민 신분으로 정3품의 벼슬까지 올랐던 바우덕이로부터 시작해 김복만, 원육덕, 이원보, 김기복으로 그 계보가 이어졌고, 해체와 결성을 거듭하며 지금껏 맥을 잇고 있다.
안성시는 전통놀이인 남사당 풍물놀이를 계승하기 위해 보존회와 안성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을 만들고 보개면 복평리에 남사당 전수관을 조성했다. 전수관 앞마당에는 야외무대가 있다. 해마다 4~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6시30분 무료 상설공연을 갖고 있다. 남사당놀이는 풍물(풍물놀이)·버나(접시돌리기)·살판(땅재주)·어름(줄타기)·덧뵈기·덜미(꼭두각시 놀음) 등 여섯 마당으로 구성된다. 풍물놀이에 사용되는 악기를 배경음악으로 사용, 단원들은 고사굿을 필두로 살판 덧뵈기·버나놀이·어름·상모놀이·북춤 풍물놀이·무동놀이 등을 쉼 없이 보여준다. 공연일 낮시간에는 일반 관광객,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안성 남사당 풍물놀이 전수 체험도 실시한다.
안성맞춤의 대명사 안성유기
안성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이 지역의 특산품인 ‘유기(鍮器)‘(놋그릇)다. 안성 유기가 다른 지방의 것보다 유명한 까닭은 서울 양반가들의 그릇을 도맡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안성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유기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하나는 서민들이 사용하는 그릇으로 이것을 ‘장내기’라고 했다. 다른 하나는 관청이나 양반가의 주문을 받아 특별히 품질과 모양을 좋게 만들었는데 이를 ‘모춤(맞춤)’고 한다. 안성 유기그릇은 제작 기법이 정교해 당시 양반들이 선호하던 작고 아담한 그릇을 만드는데 적합할 뿐 아니라 합금 기술이 뛰어나 견고하고 광채가 우수했다. 이렇게 장인정신과 뛰어난 솜씨로 정성껏 만들어 품질이나 모양 등 기교면에서 사람들의 마음에 꼭 들었는데 바로 여기서 안성유기를 대표하는 ‘안성맞춤’이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므로, 제작기간이 길고 대량생산이 힘들다. 공방에서는 안성의 중요무형문화재 77호인 김근수옹과 아들이 맥을 이어가고 있다. 안성유기는 사용 용도에 따라 제기용품·생활용품·반상기용품·혼수용품 그리고 절에서 사용하는 용품 등으로 구분한다. 제기용품에는 제사 지낼 때 제물을 담는 그릇으로 대접·제주잔과 제잔대·접시·적틀·퇴줏그릇·촛대·향로 등이 있다. 또한 생활용품으로는 수저를 비롯해 주발·보시기·종지·주걱·담뱃대 등이 있다. 이밖에 학·사슴·마패 등이 안성 유기로 만들어져 장식품이나 관광용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순교의 땅 미리내 성지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에 있는 미리내 성지는 우리나라 최초 신부인 김대건(1822~1846) 묘소가 있는 곳으로 한국천주교의 대표적 성지다. ‘은하수’의 순 우리말인 미리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곳은 지금 보아도 산이 높고 골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신유박해(1801년)와 기해박해(1839년)를 피해 심산유곡으로 찾아든 신자들이 냇가를 중심으로 점점이 흩어져 살았다고 한다.
이곳에 들어서면 천주교 103위의 성인 시성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웅장한 성당이 보인다. 기념 성당 뒤쪽으로는 예수가 로마병사에 붙잡혀 십자가에 못 박혀 고통받다 무덤에 묻히기까지의 과정이 청동조각상으로 서 있는 ‘십자가의 길‘, 김대건 신부의 묘소와 유해가 모셔져 있는 경당, 겟세마네 동산, 피정의 집, 사제관, 수도원, 수녀원 등이 있다. 정갈하고 성스러운 산책로와 시원한 사철수가 뻗어 있는 길을 걸으면 마음은 절로 호수처럼 잔잔해지고 평온이 깃든다. 미리내 성지 지역은 수십 년된 자연림이 있는 지역으로 원앙새 등 천연기념물들이 서식하는 청정지역이다. 또한 성지 앞쪽으로 하늘과 산을 그림처럼 담고 있는 미산저수지를 비롯해 여러 개의 저수지가 있어 강태공들을 유혹한다. 둑 아래에는 여러 그루의 느티나무가 숲을 이루어 낭만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가벼운 드라이브를 즐기며 나들이하기에도 더없이 훌륭한 곳이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호반의 도시
안성은 호반의 도시라 할 정도로 크고 작은 저수지들이 많다. 낚시를 즐길만한 저수지가 10여 개가 있다. 최근엔 저수지 주변으로 분위기 좋은 카페도 많이 들어서 사색과 담소의 공간이 되고 있다. 굳이 강태공이 아니더라도 가족과 함께 들러 얼큰한 매운탕을 맛보며 전원적인 분위기에 젖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금광면에 있는 금광호수(150만㎡ 규모)는 고삼·송전호와 더불어 경기 남부권의 3대 호수다. 호수 형태는 V자 모양으로 주변에 오염원이 없어 물이 맑고 풍광이 좋아 최고의 낚시터로 꼽히는 곳이다. 제방을 중심으로 좌우연안에 도로가 인접해 포인트 진입이 용이하다. 초가을이 되면 잉어와 굵은 붕어를 같이 낚을 수 있다. 특히 봄에는 떡붕어, 여름 밤낚시에서는 토종 붕어, 가을에는 잉어가 잘 낚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질 좋은 농특산물이 많은 고장
비옥한 땅에서 재배한 갖가지 농산물이 사철 생산된다. 특히 안성평야는 땅이 기름지고 작은 하천을 많이 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천의 범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예로부터 ‘흉작 없는 풍작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안성시는 포도·인삼·쌀·배·한우 등의 농산물에 대해 ‘안성마춤’이란 상표를 등록했다. 안성의 대표 브랜드인 이 ‘안성마춤’ 5대 농특산물은 각종 품평회에서 최고상을 휩쓸며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농축산물로 인정받는 안성의 자랑거리다. 안성시는 ‘안성마춤’이란 브랜드로 2002년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옛 멋을 그대로 간직한 불교 문화의 보물창고
죽산면 칠장리 칠현산 산기슭에 위치한 칠장사. 시골길을 굽이굽이 가다 보면 아직도 서울 근교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할 만큼 눈과 마음을 단번에 열어주는 수려한 풍경이 계속된다. 칠장사는 신라 7세기 중엽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추정된다. 11세기경 혜소국사가 7명의 악인을 제도하여 모두 도를 깨달았다는 고사에 따라 산 이름을 칠현산(七賢山)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칠현인이 오래 머문 절이라 하여 칠장사(七長寺)라 하였다고 전한다. 널찍한 절 마당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느낌을 준다. 칠장사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일주문 밖 밭 한가운데 있는 철당간(경기도유형문화재 39호)이다. 대부분 절에 돌로 된 당간지주만 쓸쓸히 남아 있는데 반해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드물다는 철당간(경기도유형문화재 39호)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대웅전(경기도 유형문화재 114호)에 이르면 잠시 숨이 멎는 듯 세월의 흔적 앞에 발이 머문다. 칠이 벗겨져 고목의 투박한 빛깔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대웅전의 오래된 기둥과 낡은 외벽은 옛스러운 멋을 그대로 풍기며 자연스럽고 소박한 것의 아름다움이 진정 무엇인지를 느끼게 한다. 이밖에 봉업사터에서 옮겨온 석불입상(보물 988호), 진흙소조로 만들어진 사천왕상(경기도유형문화재 115호), 인목대비가 영창대군의 원혼을 달래려 하사했다는 국보 괘불탱 등 다량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어 ‘절’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보물창고’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이 밖에도 노송이 우거진 서운산 남쪽 기슭에는 청룡사가, 그 너머 동북쪽 기슭에 석남사가 있다. 신라 문무왕때 창건돼 고려 광종 때 혜거국사가 중창한 사찰이다. 혜거국사가 중창한 이후 전국적으로 이름이 나고, 수백 명의 수도승이 머물 정도로 대단한 위용을 자랑했다고 전한다. 단촐하면서도 당당해 보이는 대웅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08호)과 학이 나는 듯한 팔작지붕집인 영산전의 조화는 세월의 무게와 역사의 기품을 간직한 천년고찰 석남사를 더욱 푸근하고 웅장하게 느끼게 한다. 특히 보물 823호로 지정된 영산전은 조선 초기의 건축 양식을 보이고 있어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석남사에서 서운산에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가다 보면 왼쪽 언덕의 암벽에 신라말 고려 초기 양식으로 추정되는 마애불상(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09호)이 자리하고 있다. 삼면을 산줄기가 둘러싸 여름이면 짙은 녹음으로 앞을 가리고 열두 굽이 석남계곡의 맑고 깨끗한 물이 절 앞으로 흘러 시원스럽다.
축제 2012년 8월 열리는 세계민속축제 개최지로 안성시가 선정됐다. 안성시는 2012년 세계민속축전 유치를 위해 지난 2004년 10월 이 축제 창시자인 프랑스의 앙리 꾸르사제를 초청해 대회 유치를 위한 자문을 받았다. 이어 바우덕이 풍물단이 2005년 7월 한달간 프랑스의 주요도시인 몽티냑 등 10개 도시를 순회 공연을 했다. 또한 2005년부터는 안성 바우덕이 축제에 유럽·아프리아·아시아·오세아니아주의 민속공연단을 초청해 안성시가 세계적인 문화예술 도시로 세계민속예술축제를 개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2012년 세계민속축전 60개국에서 2000여명 이상의 공연단이 참가한다. 특히 17일간의 행사기간중 외래 관광객을 포함해 84만명이 방문해 1000억원의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민속축전은 1996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4년마다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일본, 2004년 헝가리, 2008년 캐나다에 이어 5번째 개최국의 명예를 안게 됐다. 세계민속축전은 음악과 무용 등 민속예술을 통한 세계 여러 전통문화 예술의 교류·보급·진흥을 위해 1970년 프랑스 꽁폴랑(Confolens)에서 설립된 국제문화 NGO로 현재 89개국이 가입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 가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