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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3일, 일요일, Fes, Hotel Cascade
(오늘의 경비 US $43: 숙박료 100, 점심 210, 커피 10, 식료품 10, 환율 US $1 = 7.6 dirham)
어제 밤엔 따듯하게 잤다. 물을 끓여서 1리터 짜리 플라스틱 물병에 넣고 베개 커버를 씌워서 침낭 속 발 밑에 넣고 잤다. 옛날 추울 때 한국에서 하던 식이다. 그러나 아침에 보니 침낭 밑이 축축했다. 물이 새지는 않았는데 어떻게 해서 습기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오리털 침낭은 습기가 끼면 안 좋기 때문에 침낭을 옥상에 가지고 가서 한참동안 햇볕에 말렸다. 오늘밤에는 뜨거운 물병을 방수 천으로 만든 배낭 커버로 더 싸서 넣어봐야겠다.
아직도 시차 적응이 안 되어서 어제 밤에도 아침 5시경에서야 잠이 들었다. 어제는 오정 때 일어났지만 오늘은 10시경 일어났으니 조금씩 적응이 되고 있다.
오늘도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이다. 오전 11시에 Medina라고 불리는 Fez의 구도시 지역 구경을 나갔다. Medina는 이슬람 국가의 구도시 지역을 부르는 이름 같다. Lonely Planet에 나온 구도시 walking tour 지도를 따라갔다. 지금까지 여러 Medina 구경을 했지만 이곳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었다. 때로는 걷기가 힘들 정도로 많았다.
길이 흡사 미로 같다.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많았다. Lonely Planet에 나온 walking tour 지도에서 벗어났다 하면 길을 잃어버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다. 지도를 자주 체크해 가면서 간신히 길을 잃지 않고 끝까지 갔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북쪽 성문 쪽으로 난 다른 길로 해서 가다가 길을 잃어버리고 간신히 처음에 가던 길을 다시 찾아서 그길로 되돌아왔다.
길이 어찌나 복잡한지 때로는 하늘까지 막혀서 완전히 방향감각을 잃고 동굴 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좁고 복잡한 길은 처음이다. 이란과 파키스탄에서 Medina 길을 걸어봤지만 이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Medina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쇼핑몰 같다. 집들 사이에는 정원 같은 것은 물론이고 담도 없고 벽만이 있는 것 같다.
곳곳에 식수가 나오는 식수대가 있다. 옛날에 하수와 인분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궁금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쓰레기도 별로 안 보이는데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하다. 길이 좁아서 차는 못 다니고 짐은 조그만 조랑말들 이용해서 나른다. 전기와 TV 안테나만 아니면 수백 년 전 모습 그대로다. 기울어진 집들이 많이 보인다. 버팀목을 사용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큰 지진이라도 나면 Medina 전체가 흙더미가 될 수도 있겠다. 이란 동부 오아시스 도시 Bam이 그렇게 된 것을 2년 전에 방문했다. Bam의 Medina 전체가 거대한 흙더미로 변했는데 완전 복구를 목적으로 벌써 수년째 복구 작업을 하고 있었다. Bam이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도시가 아니었더라면 흙더미 그대로 방치해 버렸을 것이다.
Fes에는 Lonely Planet에 나와 있는 대로 역시 호객꾼들이 많다. 여기저기에서 "자판" "오하이오" "곤니찌와" 하는 소리가 들린다. 대꾸가 없으면 가끔 "코리아" 하는 소리도 들리는 것을 보면 한국 관광객들도 좀 오는 모양이다. 그들이 부를 때는 미소로 답을 하거나 못들은 척 하고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는 것이 상책이다. 대꾸를 하기 위해서 걸음을 멈추었다 하면 걸려든다. 일단 걸려들면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그러니 처음부터 걸려들지 말아야 한다.
오늘 "코리아" 하면서 따라오는 친구가 있어서 "노" 했더니 어느 나라냐고 캐물어서 "하와이"라고 해서 떼어버렸다. 다른 나라에서도 써먹었던 방법이다. "코리아"에 "예스"하면 다음 말이 준비되어 있지만 "하와이" 하면 할 말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머뭇거리는 사이에 재빠르게 가버리면 대부분 떨어진다. "코리아" 하면 축구, 태권도, 삼성 등 준비된 다음 말이 충분히 있지만 "하와이"에는 준비된 다음 말이 없기 때문이다.
점심을 거금 210 dirham을 (2만5천 원 정도) 내고 Medina에서 제일 좋다는 Dar Saada라는 음식점에서 먹었다. 음식도 좋았지만 내부 분위기가 참 좋았다. 모로코 전통 건물이었는데 궁전 같은 분위기였다. 조금 일찍 들어갔는지 손님이 나 혼자뿐이라 왕이 된 기분으로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점심을 먹었다.
이곳에는 웬만한 사람들은 영어를 다 해서 하나도 불편이 없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은 프랑스어라도 한다. 그래서 옛날 대학교 때 배웠던 프랑스어를 조금씩 다시 배워가면서 써먹고 있다. 아랍어도 좀 배워서 쓰려고 하고 있는데 이번 여행 중에 가는 나라는 모두 영어 아니면 프랑스어로 통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커피를 시키는데 주문을 받는 여자가 영어를 못하는 듯 프랑스어로 "Cafe noir?" 하고 되물어서 금방 noir가 black의 프랑스어인 것이 생각이 나서 "Oui" 하고 대답했다. 프랑스어는 우선 읽고 발음하는데 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아랍어를 배우는 것보다 훨씬 쉽다. 언어 걱정이 없어지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작년에 Siberia 여행을 하면서 러시아어를 못해서 무척 애를 먹었는데 올해 여행에는 그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Fes를 떠날 때가 되어오는데 아직도 구경할 곳이 많이 남아서 좀 더 머물고 싶다. 화요일이나 수요일쯤 다음 도시 Meknes로 떠나야겠다.
Medersa Bou Inania 사원 안마당에서 보이는 Medersa 풍경
정교한 나무 조각과 타일 조각의 정문
한국의 문보다 훨씬 섬세한 디자인이다
벽에 걸어놓은 이것들은 무슨 용도인지 모르겠다
구도시에는 조그만 상점들이 수없이 많다
가죽으로 만든 이 물건들 역시 무슨 용도인지 모르겠다
대부분 상점들이 이 상점처럼 한 평도 안 되는 아주 작은 규모다
조그만 공터에서 어린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각가지 색의 헝겊 조각으로 만든 의자 덮개가 특이하다
야자대추를 파는 상점
신발을 파는 상점들
구걸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길이 좁아서 차가 못 다녀 짐을 나르는 조랑말들이 많이 보인다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여자들도 많이 보인다
기운 담을 받쳐놓은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터널 같이 생긴 길들이 많다
골목길이 이렇게 좁을 수가 있을까
Place an-Nejjarine 광장에 있는 아름다운 분수대
이런 분수대들이 자주 보인다
구도시에서 제일 아름다운 음식점이라는 Dar Saada에서 점심을 먹었다
화려한 모로코 건축양식의 음식점 내부
벽화도 특이하다
손님은 나 하나뿐이어서 음식점 전체를 전세 낸 기분이었다
기둥과 천장도 아름답다
이 음식점에서 잘 한다는 모로코 음식 Lamb Tajine 정식을 먹었다
채소를 포함한 반찬이 8개가 나왔다
모로코 맥주 "Casablanca"를 반주로 들었다
Souq an-Nejjarine에서는 결혼식 때 쓰는 가구도 만든다
신랑 신부가 앉는 의자인데 매우 화려해 보인다
옛날에는 호텔 겸 상가였는데 지금은 Nejjarine Museum인 건물이다
옛날에는 외지 상인들이 2층에 있는 방에 머물면서 1층에서 가져온 물건을 팔았단다
Museum 옥상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들면서 휴식을 취했다
쓰디쓴 블랙커피를 시키면서 "cafe noir"란 프랑스 말을 배웠다
Museum 옥상에서 보이는 경치가 그만이다,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이다
세계 최초의 대학이란 Kairaouine Mosque and University 정문이다, 세계 최초 대학이 Cairo에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곳이란다
Place as-Seffarine 광장에 있는 구리용기 상점들
옛날에는 큰 호텔이었다는 Funduq Tetouanien 안마당에는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2만 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Kairaouine Mosque 내부를 창살 틈으로 사진을 찍었다
Bab Bou Jeloud 문 근처 Kasbah an-Nouar 광장 야경
바람 쏘이러 나온 사람들
데이트를 하는 남녀들도 많이 보인다
숙소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야경
오늘이 벌써 Fes의 두 번째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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