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제2지부 사무실 지킴이 입니다.
그때 소년중앙에서 취재를 나오셨는데 우편으로 신문을 보내주셨네요.
글을 올린건 소년조선일보 싸이트에서 받아서 올린거예요.
불법 밀렵도구 수거 현장에 가다
“여기 밀렵꾼들이 멧돼지를 잡아간 흔적이 있어요. 눈길 위에 질질 끌고 내려간 자국 보이시죠? 잠깐, 한 마리가 아니네요. 길을 따라 하얀 털이 떨어져 있는 걸 보니 고라니도 함께 잡아간 게 틀림없어요. 아마 어제쯤 벌어진 일인 것 같아요.”
지난 31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관음산 입구. 밀렵의 흔적을 유심히 살피던 이인모(52세)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서울·경기제2지부 사무국장이 조심스레 입을 뗐다. 곁에 있던 협회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산에 올무(덫)가 쫙 깔렸을 것 같아요. 얼른 올라갑시다.”
겨울철을 맞아 야생동물 밀렵이 극성이다. 밀렵꾼들은 산에 올무를 놓거나 총을 들고 직접 사냥하는 등의 방법으로 야생동물을 잡아들이고 있다. 밀렵에 의해 희생되는 야생동물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 덩달아 밀렵을 단속하는 감시단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이날 포천에서는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밀렵·밀거래 감시단원 등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불법 밀렵도구 수거 행사가 열렸다. 오전 10시, 화현면 화현보건지소 앞마당에 모인 회원들은 이동면 관음산, 일동면 청계산, 영중면 금주산 일대로 흩어져 밀렵꾼들이 뿌려놓은 올무와 덫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취재진은 이인모 사무국장을 따라 관음산 현장으로 이동, 밀렵꾼의 흔적을 쫓아 들어갔다.
육군부대 사격장이 있는 관음산은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지역이다. 하지만 외진 숲 속을 조금 걸어 들어가자 금세 사람 발자국이 발견됐다. 이인모 사무국장은 “올무를 놓기 위해 산에 숨어들어 온 밀렵꾼의 발자국”이라고 했다. 올무에 걸린 멧돼지가 몸부림친 흔적과 동물의 핏자국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올무는 보이지 않았다. 밀렵꾼들이 올무를 숨기는 기술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산속을 헤집고 다닌 지 20분쯤 지났을 때였다. “찾았다!” 앞서 가던 이 사무국장이 소리쳤다. 달려가 보니 올무는 보이지 않고 지름 20cm 정도의 얇은 나무판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 나무판자를 ‘발판’이라고 해요. 이 발판 밑에 올무가 묻혀 있죠. 지나가던 동물이 발판을 밟으면 땅속에 있는 올무가 튀어 올라 동물의 발목에 감기게 됩니다. 이렇게요.” 그가 주워 온 나무 막대기로 발판을 툭 치자 순식간에 흙속에서 올무가 튀어나와 그대로 나무 막대기를 휘감았다. 올무의 크기는 생각보다 컸다.
“이걸 ‘스프링 올무’라고 해요. 밀렵꾼들은 스프링 올무를 설치할 때 끝에 길고 무거운 나뭇가지를 매달아둡니다. 그 나뭇가지가 주변 나무에 자꾸 걸리기 때문에 올무에 걸린 동물은 옴짝달싹 못하게 되지요. 결국 올무에 걸린 동물은 그 자리에서 밀렵꾼의 총에 죽음을 맞게 됩니다.”
첫 번째 올무가 발견된 이후 ‘올무를 찾았다’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잇달아 터져 나왔다.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덫, 뱀을 잡을 때 쓰는 700m짜리 그물 등도 수거됐다.
한편 다른 지역을 수색 중인 회원에게서 ‘올무에 걸려 죽은 동물을 발견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멧돼지와 고라니라고 했다. 이 사무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간혹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야생동물들이 멧돼지를 잡기 위해 놓아둔 올무에 희생되기도 하거든요. 안타까운 일이죠. 이렇게 밀렵 당한 동물들은 주로 식당이나 건 강원의 음식 재료로 팔려나갑니다. '야생동물이 몸에 좋다'는 그릇된 보신문화가 밀렵과 불법 매매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죠.”
이 사무국장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밀렵과 밀거래 단속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협회 소속 회원들은 대부분 자원봉사 형식으로 활동합니다. 하지만 봉사자들의 힘만으로 밀렵을 모두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에요. 지원이 시급합니다.”
오후 12시 30분, 2시간여에 걸친 불법 밀렵도구 수거 행사가 모두 끝이 났다. 이날 거둬들인 올무와 덫은 모두 100여개. 이 사무국장은 “오는 10일엔 올무 수거와 함께 겨울철 굶주린 야생동물을 위한 먹이 주기 행사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야생동물이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곧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결국 우리도 자연의 일부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