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일 금요일, Sydney-Perth 기차 (오늘의 경비 US $12: 끓는 물 1, 1, 1, 포도주 8, 환율 US $1 = AS $0.95) 오늘은 괴상한 날이다. Kalgoorlie와 Perth 중간 평원에 일어난 불 때문에 철로가 손상되어서 기차가 Perth까지 갈 수 없단다. 그래서 오늘 밤은 Perth 기차역에서 기차 안에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Perth로 간단다. 원래 내일 아침 9시 10분에 Perth 도착 예정이었는데 오후 3시경 도착이란다. 승객 짐도 버스로 옮겨서 싣기 때문에 내 자전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내 옆 좌석 여자의 자동차는 다음 주에나 도착할 수 있단다. 일주일 동안 자동차를 못 쓰게 되는데 자동차 주인은 보통 황당한 것이 아니겠다. 무슨 보상이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 오는 도중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 홍수 때문에 우리가 탔던 기차가 Adelaide로 돌아가는 것도 문제란다. 앞에는 불이고 뒤에는 홍수다. 호주에 이런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잘 상상이 안 되는 일이다. 인간이 아무리 똑똑한척해도 자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오늘도 단조롭고 황량한 평원 경치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반듯한 평원은 처음 본다. 미국 대평원에도 (Great Plains) 이런 평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비행기가 아무런 문제없이 착륙할 수 있을 정도로 평평한 평원이다. 그리고 이렇게 넓은 평원은 처음 본다. 360도가 수평선인 바다 같이 360도가 지평선이다. 이런 곳에는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도로는 있는 모양이다. 오늘 야생 낙타, 소, 말, 개를 봤다. 모두 주인 없는 동물이라는데 야생 낙타, 말, 개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야생 소가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 말이다. 내가 잘못 들었거나 말한 사람이 잘못 알고 얘기한 것 같다. 야생 소는 아닌 것 같다. 오늘 아침 Kalgoorlie에는 두 시간이나 연착해서 9시 반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는 어두컴컴한 날씨에도 버스 관광을 신청한 승객들은 Kalgoorlie 시내와 교외 관광을 떠났다. 오늘 기차에서 한국어를 잘하는 일본 여행객을 만났다. 공무원으로 은퇴한 50대 남자인데 세계 기차여행을 전문으로 한단다. 요새는 한국어를 잘하는 일본 사람들을 제법 많이 만난다. 이제는 어쩌면 일본어를 잘하는 한국 사람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일본 사람이 더 많은 지도 모른다. 이것도 지난 수십 년 동안에 급격히 올라간 한국의 국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오늘도 대부분 황야를 달렸다 조용한 객차 안 풍경 한적한 식당차 식당차에 음식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앞도 뒤도 옆도 360도 평원이다 이런 곳에도 비포장이지만 도로가 있다니 놀랍다 Cook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한 시간 정도 쉬었다가 갔다 승객들은 기차에서 내려서 주위 구경을 하고 기차는 물을 채우고 있다 Cook은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다 862km 떨어진 다음 도시 Kalgoorlie까지는 주유소 음식점도 없다는 표지판은 한때 사실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사실일까? 미국 서부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 같다 옛날에는 Cricket을 할 수 있는 운동장도 있었던 모양이다 옛날 감방이라는데 더운 여름에는 사용 안했을 것 같다 이제 이곳엔 사는 사람은 없고 (ghost town) 기차역을 관리하는 사람들 몇 명이 살고 있다 내 옆 좌석 승객은 귀에 문제가 있어서 비행기를 못타고 기차를 타야한단다 "Welcome to Western Australia"라는 표지판인데 Perth가 속한 Western Australia 주와 Adelaide가 속한 South Australia 주의 경계선이다. 왜 South Australia는 Southern Australia가 아닌지 모르겠다. 호주에는 이 두 주 외에도 Sydney가 속한 New South Wales 주, Melbourne이 속한 Victoria 주, Brisbane이 속한 Queensland 주, 섬인 Tasmania 주, 아직 주가 아닌 Darwin과 Alice Springs가 속한 Northern Territory가 있다. 한 동안 많은 비가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