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일, 목요일, Bonito, Albergue da Juventude (오늘의 경비 US $40: 숙박료 20, 관광 100, 기타 2, 환율 US $1 = 3 real) 오늘은 “은강”이란 뜻의 Rio da Prata 관광을 갔다. 아르헨티나의 Buenos Aires 앞강이 Rio de La Plata인데 스페인어로 역시 “은강”이란 뜻이다. 이것만 봐도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가 얼마나 비슷한가 알 수 있겠다. "de La"가 "da"로 줄어버리고 "Plata"가 "Prata"로 바꿔졌다. 써놓으면 비슷하지만 발음은 매우 달라서 Rio는 스페인어로는 "리오"이고 포르투갈어로는 "히우"이다. 오늘 관광비용은 차편 포함해서 100 real인데 하루 종일 스노클링을 하고 점심이 포함되었다. 이곳은 차비가 관광요금에 포함되지 않고 따로 받는다. 자기 차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럴까? 버스로 다니는 배낭 여행객에게는 좀 이상하게 생각된다. 꼭 바가지 쓰는 것 같은 기분이다. 좀 비쌌지만 어제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 어제는 물고기들이 맑은 물에서 노는 것을 물 밖에서 구경했지만 오늘은 wet suit을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입는 옷) 입고 강물에서 약 2시간 동안 스노클링을 하면서 물속에서 물고기 노는 것을 구경했다. 아침 9시에 소형차로 숙소에서 출발했는데 일행은 미국 커플, 호주 커플, 네덜란드 커플, 스페인 여자, 호주 남자, 나, 그리고 가이드까지 10명이었다. 가이드는 흑인 피가 약간 섞여 보이는 인상이 좋은 친구인데 내 이름을 벌써 외어서 이름을 부르며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보다 늙어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나머지 8명은 모두 20대나 30대의 젊은이들이었으니까 그럴 법도 하다. Wet suit은 물이 차가워서 뿐만 아니라 강한 햇빛 때문에도 입는단다. 강물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꼭 wet suit을 입어야 한단다. 꽉 끼는 wet suit을 처음 입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수영실력도 시원치 않은데다 물에 대한 공포증이 있어서 필요 없을 것이라는 가이드 말을 따르지 않고 구명조끼를 wet suit 위에 입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안 입었다. 우선 준비운동 삼아서 한 시간 정도 정글 산책을 했다. 무성한 나무 잎으로 햇빛이 가려져서 별로 덥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강에 도착해보니 스노클링을 시작하는 장소가 직경 50m 정도의 깊고 좀 어두컴컴한 (나무 그늘 때문에) 넓은 웅덩이인데 겁이 덜컥 났다. 스노클링을 해본 것은 1984년 하와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그때는 맑은 날씨에 바닥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바닷가여서 공포증이 전혀 없었는데 이곳은 좀 무서웠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금방 풍덩 풍덩 물로 들어간다. 나도 할 수 없어서 물에 들어가긴 했는데 가야 하는 곳이 물살을 거슬러서 가야하는데 물살이 제법 세다. 이 웅덩이 한 가운데 강바닥 구멍에서 지하수가 솟구쳐 올라오는 것을 보러 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웅덩이는 이 강이 시작되는 곳인 것이다. 꼭 끼는 wet suit 때문에 숨 쉬는 것도 거북하고 센 물살 때문에 웅덩이 쪽으로 잘 안 가져서 겁을 먹고 강가로 헤엄쳐서 나갔다. 강가에 다가가서 일어서려는데 강바닥이 잘 디뎌지지가 않는다. 몸 균형을 잃고 허우적거리다가 간신히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섰다. 처음부터 기분이 싹 잡친다. 시작도 안 했는데 더 이상 할 마음이 없어진다. 가이드와 다른 두 사람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괜찮으냐고 묻는다. 가이드가 다가와서 자기 발을 잡으라고 한다. 혼이 난 나는 계속 나뭇가지를 붙잡고 서있었다. 여기서 나 혼자 걸어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는 동안 마음이 좀 진정이 되어서 그냥 떠서 강 하류 쪽으로 제일 뒤에 떨어져서 흘러갔다. 조금 하니까 겁도 줄어들고 숨 쉬는 것도 제대로 하겠고 몸 균형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이제는 수심이 얕아서 필요할 때는 강바닥에 서서 쉴 수도 있었다. 대부분 한 길이 안 되었고 강 너비도 20여 미터 정도여서 강이라기보다는 내에 불과했다. 그러나 하류로 내려가면서 점점 넓어지고 깊어져갔다. 가이드가 경솔했던 것이다. 관광객들에게 미리 물어봐서 나같이 스노클링 경험이 적은 사람이 있으면 얕은 물에서 10여분 정도 간단하게 훈련을 시켰더라면 별문제가 없었을 텐데 처음에 데려간 곳이 제일 힘든 곳이었으니 경솔했는지 일부러 골탕을 먹이려 했는지 모르겠다. 가이드 10년 경험이라면 그 정도는 알아야 했을 것 같다. 그럭저럭 다행히 스노클링을 즐기기 시작했다. 물위에서 물밑을 들여다보는 것과는 천양지차였다. 여러 가지 색깔의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내 몸 가까이 지나간다. 전혀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물고기 외에도 풀, 바위, 모래 등 강바닥 경치가 아름답다. 강물의 물살은 제법 세어서 가만히 있어도 떠내려간다. 그러나 바위나 강물에 떨어진 나뭇가지 등을 피하려면 약간 몸 운전을 해야 한다.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팔만 움직여서도 된다. 한 20분 각자 내려가다 10명이 모여서 좀 쉬다가 다시 가곤 했다. 한참 가니 폭포가 나와서 강가로 나와서 걷다가 폭포 밑에서 다시 강물로 들어가서 스노클링을 계속했다. 좀 진력이 날 때쯤 되어서 스노클링이 끝났다. 강가를 두 시간 산보하는 대신 강물 속에서 두 시간 동안 산보한 셈이다. 물이 그렇게 깨끗할 수가 없었다. 전부 지하수다. 내려가는 동안 지하에서 물이 솟아 올라오는 곳을 몇 번 지났다. 나중에 들었는데 내가 처음에 겁먹고 강가로 나간 곳에 1m 길이의 악어 한 마리가 있었단다. 그때 내가 얼마나 그 악어에 가까이 갔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악어를 보았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악어에 대해서 얘기를 들었더라면 아마 그 자리에서 스노클링을 포기하고 물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 그때 악어에 대해서 몰랐던 것이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1m 길이의 악어라면 별로 위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노클링을 끝내고 트럭을 타고 호텔 비슷한 곳으로 와서 준비된 점심 겸 저녁식사를 배불리 먹었다 (뷔페에서는 항상 두 끼의 양을 먹는다). 한참 쉬다가 5시에 떠나서 6시에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 먹을 생각을 안 하고 방에서 쉬는데 Mike가 문을 뚜들긴다. 자기네도 관광을 막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란다. 내일 아침 5시 반에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부인 Zulma의 남동생이 경영하는 양어장으로 떠난단다. 전화번호를 주면서 Sao Paulo에 오면 꼭 연락해 달란다. 그러면서 Mike는 부인 Zulma에게 농담 비슷하게 Sao Paulo에서 나를 만나면 자기도 나를 따라 나서서 나와 함께 여행을 하겠다고 한다. 초대를 받은 것은 고맙지만 Sao Paulo에 가서 정말 연락을 해야 할지는 모른다. 나도 내일은 12시 버스로 Campo Grande로 떠난다. 가능하면 Campo Grande에서 머물지 않고 밤 버스로 Curitiba까지 가고 싶다. 오늘 스노클링 하는 사진을 못 찍은 것이 참 아쉽다. (후기. Mike는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그 후 여러 해 동안 나에게 이메일로 연락을 했다. Florida에 오면 꼭 들리라고 했는데 아마 Zulma와는 헤어진 것 같다.) 여행지도 부리가 너무 무거워 보이는 새 toucan 페인트로 색칠해 놓은 것 같은 새 macaw 날렵하게 보이는 이름 모를 새 이름 모를 열대 꽃나무 빨간 꽃나무가 너무나 싱싱해 보인다 |